소설리스트

무림 경찰-27화 (27/75)

〈 27화 〉 27화. 지랄발광

* * *

27화. 지랄발광

“이 새끼가 감히 공안을 폭행해?!”

“저 새끼 저거 죽여 버려!”

동료가 피를 뿌리며 날아가자 격분한 공안들이 곤봉을 치켜들고 동하에게 덤벼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본격적으로 운기를 시작한 동하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쩍! 쩍! 쩍! 쩍!

“악!”

“크악!”

“우우웩! 내 이빨!”

동하의 양손 주먹이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빠르게 날아갔고, 그때마다 공안들의 얼굴이 피투성이로 변해 붕붕 튕겨 나갔다.

“저, 저 새끼가 여기가 어딘 줄 알고……?!”

늘 자신들에게 쩔쩔 매는 중국 조폭들만 상대해왔던 왕치성은 동하의 반격에 진심으로 당황하고 있었다. 결국 그는 허리춤의 권총을 뽑아 동하를 겨누며 늘 하던 대로 이렇게 외칠 수밖에 없었다.

“손 들고 무릎 꿇어, 이 새끼야! 공안에게 저항하면 즉결처형이란 것도 몰라?!”

“응, 몰라! 그런 개소리는 너희 중국 조폭 새끼들한테나 지껄이시지!”

쉬이이익!

동하가 밀영환보로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며 왕치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어, 어!”

욍치성이 차마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는 사이, 그의 얼굴을 노리고 동하의 주먹이 쏜살같이 날아들었다.

우적!

“크하악!”

동하의 주먹이 아구통에 처박히는 순간, 왕치성이 고개가 뽑혀질 듯 휙 돌아가며 핏물이 뿌려졌다.

“끄어어어……!”

풀썩!

맥없이 주저앉는 왕치성을 노려보며 동하가 살벌하게 경고했다.

“어이, 왕치성 국장. 앞으로는 한국경찰을 우습게 보지 마라. 이번에는 그냥 가지만 다음번에는 국물도 없을 줄 알고.”

취조실 밖으로 나온 동하가 복도를 따라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공안들이 몰려오기 전에 최대한 빨리 이곳에서 빠져나가야 한다.’

몇 걸음이나 옮겼을까? 동하가 앞을 가로막고 있는 우두커니 서 있는 한 남자를 발견하고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동하 자신보다 한 두어 살쯤 어릴까? 그럼에도 뒷짐을 지고 고요하게 서 있는 남자에게선 범상치 않은 기세가 풍겼다.

‘저 새끼 저거 뭐지……?’

긴장하고 있는 동하를 조용히 응시하고 있던 샤이롱이 나직이 입을 열었다.

“네가 강동하냐?”

젠장, 역시 평범한 인간이 아니었군.

가만, 그런데 중국말로 물어보는 걸 보니 이번엔 조선족이 아닌 모양인데?

동하의 생각을 읽은 이진산이 그의 머릿속에서 말했다.

[맞다. 저놈은 한족이야. 조선족 조직들을 배후에서 관리하던 한족 조직이 드디어 실체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한족 조직이 직접 나섰다면 저기 저 앞에 서 있는 한족 자식도 강하겠네요?’

[강하다! 최룡보다 최소 두 배쯤은 강해 보이는구나.]

‘헐! 최룡의 두 배라는 말씀을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하십니다. 제가 최룡과 싸우다가 거의 뒤질 뻔했다는 걸 뻔히 아시면서 말입니다.’

투덜거리는 동하를 향해 이진산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노부는 사실을 사실대로 말할 뿐이다. 너나 최룡이나 수준의 차이는 있지만 기를 주먹과 발로 흘려보내 해당 부위를 강하게 만드는 발경의 수준이지. 그런데 네 앞에 있는 저놈은 그 기를 단순히 주먹이나 발에 맺히게 하는 수준이 아니라, 피부 바깥으로 살짝 띄우는 현기의 수준에 다다른 것 같다.]

새로운 용어가 등장하자, 동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현기? 그게 발경과 그렇게 수준 차이나 납니까?“

[나고말고! 네놈이 운 좋게 임독양맥을 뚫었다만 아직 그 뻥 뚫린 고속도로를 가득 메울 만큼의 기를 흘려보내지는 못하고 있어. 아직은 거대한 기를 혈관을 통해 흘려보내는 연습이 덜 되어 있기 때문이지. 그런데 네 앞에 있는 저 희멀건 놈은 이미 그 수준에 도달해 있는 것 같구나.]

‘후아아아……! 이건 뭐 끝이 없군요.’

이진산의 설명을 들으며 동하가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혼잣말을 꿍얼거리다가 갑자기 낙담한 듯한 표정을 짓는 동하를 유심히 관찰하던 샤이롱이 낮게 깔리는 소리로 물었다.

”강동하 순경, 네가 최룡을 꺾었다는 게 사실이냐?“

나이도 어린 새끼가 언제 봤다고 따박따박 반말을 씨부리지?

샤이롱을 향해 눈을 부라리며 동하가 불만스럽게 고개를 까닥였다.

”그래, 사실이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이상하군. 내가 보기에 너는 그 정도 고수로 보이지 않는데...“

”그럼 뭐? 최룡이 일부러 져주기라도 했다는 거냐?“

”그래서 지금부터 그걸 확인해보려는 거다!“

쉬쉬쉬쉬쉬쉭!

샤이롱이 낮게 소리치며 동하를 향해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왔다. 공격을 예상하고 대비하고 있던 동하로서도 상상하기 힘든 속도였다.

츄우우욱!

동하의 눈앞으로 다가든 샤이롱이 오른손의 날카로운 손톱들을 하나로 모아 내쏘았다.

”으윽!“

동하가 황급히 고개를 비틀어 샤이롱의 손톱을 피했다.

찌이이익!

”크흐흑!“

분명히 피했다고 생각했던 샤이롱의 손톱의 그의 뺨을 스치며 기다란 상처를 만들었다.

젠장! 분명히 피했는데 어떻게 된 거지?

피가 흐르는 뺨을 감싼 채 정신없이 물러서는 동하를 노리고 샤이롱이 손톱을 하나로 모은 양손을 살처럼 찌르며 달려들었다.

츄츄츄츄츄츅!

동하는 밀영환보를 밟으며 샤이롱의 손과 손을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아니, 피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샤이롱의 날카로운 손톱이 뺨과 가슴 그리고 팔뚝을 스치며 무수한 상흔을 만들었다.

”크아아악!“

얼굴과 상반신이 순식간에 피로 물든 동하가 고통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며 정신없이 뒷걸음질 쳤다.

”킥킥킥킥! 이 정도 실력으로 최룡을 이겼다고? 지나가는 개가 웃을 노릇이다.“

한쪽 다리를 들고 양손 기다란 손톱을 하나로 모아 머리 위로 쳐들고 있는 샤이롱의 모습은 흡사 한 마리의 사마귀를 연상시켰다.

’헉헉……! 사마귀 권법 뭐 그런 건가?‘

숨을 헐떡이며 생각하는 동하의 머릿속에서 이진산이 말했다.

[당랑권이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고대로부터 동물의 움직임을 이용한 무공이 발달했는데, 저 당랑권 중 그 중 하나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왜 계속 저 손톱에 당하는 거죠? 분명히 피한 것 같은데, 계속 타격을 받으니 아주 미치겠네요.‘

[그게 바로 현기의 무서운 점이다.]

’네? 그게 무슨……?‘

[현기의 경지에 이르면 피부를 뚫고 기를 살짝 띄울 수 있게 된다고 하지 않았더냐?]

’아하! 그러니까 저 손은 피했지만 손 밖으로 떠올라 있는 보이지 않는 기에 계속 베이고 있는 거군요!‘

[바로 그거다!]

’씨발! 현기라는 게 정말 무섭긴 무섭네요.‘

[그러니까 머나먼 타지에서 객사하고 싶지 않으면 정신을 똑바로 챙기란 말이다, 이놈아.]

’네, 네! 저도 이 나이에 객사하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요.‘

키우우우우웅!

동하가 두 주먹을 불끈 움켜쥐며 기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그런 동하를 가리키며 샤이롱이 붉은 입술을 움직여 잔인하게 미소 지었다.

”내 이름은 샤이롱이라고 한다. 강동하 순경 너를 죽이는 사람의 이름이니 똑똑히 기억해두길 바란다. 그래야 염라대왕이 물으면 대답이라도 할 수 있지 않겠나? 킥킥킥!“

”응! 기억할 필요 없어. 왜냐하면 오늘 여기서 뒤지는 건 내가 아니라 샤이롱 네놈이 될 테니까.“

샤이롱이 비웃음을 흘리며 다시 쇄도했다.

”가소롭구나! 한국경찰은 다 그렇게 허세가 심한가?“

”샤이롱 네놈이야말로 아주 허세가 쩌는구만, 뭘!“

이번에는 동하도 가만히 기다리지 않고 샤이롱을 향해 마주 달려나갔다.

”이야얍!“

부아아악!

그리고 재수 없는 미소가 걸려 있는 샤이롱의 얼굴을 노리고 용호십삼권 중 제 일초 광룡승천을 힘차게 내질렀다.

푸우욱!

자신의 얼굴을 노리고 날아드는 동하의 주먹에 샤이롱이 사마귀의 앞발처럼 다섯 개의 손톱을 하나로 오므린 손끝을 쑤셔 박았다.

”크아아악!“

동시에 주먹이 쪼개지는 통증을 느끼며 동하가 비명을 질렀다.

”이이익!“

후우우웅!

동하가 이를 사려 물고 고통을 참으며 샤이롱의 관자놀이를 노리고 왼 주먹을 휘둘렀다.

푸우욱!

”끄아아악!“

하지만 이번에도 샤이롱의 손톱이 꽂혔고, 동하는 더욱 크게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발경이 제대로 이루어진 동하의 주먹이었지만, 기를 피부 밖으로 띄우는 현기의 수준에 도달한 샤이롱의 손속에는 상대가 되지 못했다.

”강동하 넌 이제 죽은 목숨이다! 킥킥킥킥!“

파파파파파파파팍!

그때부터 샤이롱의 일방적인 공격이 시작되었다. 샤이롱은 사마귀의 앞발처럼 길고 날카로운 양손을 속사포처럼 내쏘았고, 가드를 들어 올린 채 샤이롱의 당랑권을 막아내고 있는 동하의 두 팔은 곧 벌겋게 피로 물들었다.

’빈틈을 노려야 한다! 결정적인 한 방을 먹일 수 있는 빈틈을!‘

샤이롱의 공격에 일방적으로 당하면서도 동하는 양팔 가드 사이로 눈을 빛내며 샤이롱의 약점을 찾고 있었다.

그런 동하의 의도를 간파한 것일까?

샤이롱의 강력한 로우킥이 그의 정강이에 처박혔다.

빠아아악!

”끄흑!“

순간 동하는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얼굴을 가리고 있던 두 팔을 스윽 내리고 말았다.

츄우우우욱!

무방비의 동하의 미간을 노리고 샤이롱의 날카로운 손톱이 쏘아져 왔다.

* * *

”대한민국 경찰청 소속의 강동하 순경이 중국 공안청에 불법적으로 구금당해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영사관에서 뒷짐만 지고 있다는 게 말이 됩니까?“

그 시각, 은서는 강영철 형사와 함께 장춘시 소재 한국 영사관으로 달려와 영사를 직접 면담하고 있었다.

”어허! 이게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에요. 중국은 한국과는 환경 자체가 달라요. 이곳에선 공안의 힘이 절대적이란 말입니다. 장춘시 당서기도 공안국장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니까요.“

두 겹으로 늘어진 턱에 맺힌 땀을 손수건으로 연신 닦으며 늙은 두꺼비처럼 생긴 영사는 얼렁뚱땅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했다. 권총으로 무장한 왕치성을 비롯한 공안들에게 끌려간 동하의 안위가 걱정되어 견딜 수가 없었던 은서는 두 주먹으로 영사의 책상을 내리치며 눈을 부라렸다.

”영사님! 자꾸 이런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하실 겁니까, 네?!“

쾅! 쾅! 쾅!

뒤쪽에서 전전긍긍하며 지켜보고 있던 강영철 형사가 은서의 팔을 잡아당기며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이 팀장님, 일단 진정하시죠. 영사님께 너무 무례하게 구시면 나중에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강영철 형사의 말을 엿들은 것일까? 갑자기 기세등등해진 영사가 은서의 얼굴을 가리키며 언성을 높였다.

”이 사람이 이거 누구 앞에서 눈을 부라리고 난리야? 당신 소속이 어디라고 했어? 내가 당장 영등포경찰서장한테 전화를 걸어서 문책을…….“

”문책 좋습니다!“

콰앙!

”히익! 자, 자네 미쳤나?“

은서가 책상 위에 권총을 뽀개져라 내려놓자, 놀란 영사가 입을 떡 벌렸다.

은서가 그런 영사에게 얼굴을 바싹 들이밀고 독하게 눈을 빛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시죠, 영사님! 지금 당장 장춘시 당서기를 만난 강동하 순경의 석방을 요구하실래요, 아니면 제가 이 권총을 들고 공안청으로 쳐들어가 한바탕 난장을 부릴까요? 과연 어느 쪽이 영사님의 안위에 더 도움이 될까요?“

”딸꾹~“

지금까지 한 번도 상대해본 적이 없는 웬 미친년의 지랄발광에 놀란 영사가 두 겹으로 접힌 턱을 출렁이며 딸꾹질을 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