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림 경찰-28화 (28/75)

〈 28화 〉 28화. 석방

* * *

28화. 석방

츄유유유우욱!

손톱을 하나로 모아 사마귀의 앞발처럼 뾰족하게 만든 샤이롱의 오른손이 동하의 미간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저 손톱에 미간을 찍히면 죽을 수도 있다!

기가 팽팽하게 실려 있는 샤이롱의 손을 보며 동하는 본능적으로 위기를 감지했다. 동하가 반사적으로 손바닥을 내밀어 샤이롱의 공격을 막으려고 했다.

푸우욱!

“끄아아악!”

샤이롱의 손톱들이 손바닥을 뚫고 박히자, 동하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고통을 이기지 못한 동하가 얼결에 손바닥을 치웠고, 이번엔 샤이롱의 왼손이 동하의 오른쪽 눈을 노리고 쏘아졌다.

슈우우욱!

아! 목숨 대신 눈을 잃게 되는 것인가?!

동하가 자신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

왼쪽 눈에서 곧 끔찍한 고통이 느껴질 것이라고 각오했던 동하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자 눈을 번쩍 떴다. 그런 그의 눈에 자신을 뒤로하고 황급히 돌아서는 샤이롱의 모습이 들어왔다.

“최룡 이 새끼! 역시 네놈이 배신을 했구나!

놀랍게도 동하에게 결정타를 먹이려는 샤이롱을 배후에서 공격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최룡이었다.

파아악!

”끄흡!“

샤이롱이 자신의 얼굴을 노리고 날아드는 최룡의 오른 주먹을 손톱으로 찍자, 최룡이 움찔했다. 하지만 최룡은 물러서지 않고 샤이롱의 몸통을 노리고 왼손 주먹을 강하게 휘둘렀다.

퍼어억!

”크흑!“

최룡의 주먹이 옆구리에 깊숙이 꽂히자, 샤이롱의 입이 떡 벌어졌다. 최룡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샤이롱의 얼굴과 온몸에 연타를 퍼부었다.

팡! 팡! 팡! 팡! 팡!

샤이롱이 사마귀처럼 기다란 두 팔을 들어 올려 최룡의 주먹을 모조리 막아냈다. 하지만 충격이 적지 않은 듯 최룡의 주먹이 박힐 때마다 심하게 비틀거렸다.

”그러게 내 아우들을 건드리지 말았어야지!“

최룡이 샤이롱의 양팔 가드 사이의 좁은 틈을 노리고 정권을 강하게 내질렀다.

”흥! 이 샤이롱이 조선족 따위에게 당할 것 같으냐?“

빠가악!

”끄흑!“

최룡의 주먹이 꽂히기도 전에 샤이롱의 오른발이 최룡의 정강이를 강타했다. 균형을 잃고 휘청거리는 최룡을 노리고 샤이롱이 손톱을 하나로 모은 양손을 내리찍으며 덮쳐들었다. 그야말로 메뚜기를 노리는 한 마리의 사마귀처럼 전광석화 같은 공격이었다.

”샤이롱 이 새끼야! 섭섭하게 벌써 나를 잊어버린 거냐?!“

”!“

등 뒤에서 동하가 달려들자 최룡에게 결정타를 먹이려고 했던 샤이롱이 멈칫했다. 그리고 황급히 몸을 돌려 동하의 얼굴을 노리고 오른손을 내찔렀다.

”치잇! 귀찮게스리!“

샤이롱은 동하가 이번에도 주먹을 날릴 것으로 예상하고 마음 놓고 반격을 시도했다. 하지만 동하는 주먹이 아니라 기가 팽팽하게 실린 오른손 중지를 내찔렀다.

”으아아아! 혈응지!“

이진산으로부터 배운 지법 혈응지가 최초로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발경이 제대로 이루어져 송곳처럼 날카로운 동하의 손가락이 샤이롱이 손톱과 격돌했다.

빠지직!

순간 샤이롱의 손톱 두 개가 부러져 허공으로 흩날렸다.

”어?“

당황하는 샤이롱의 얼굴을 노리고 동하가 이번엔 기가 팽팽하게 실린 양손 손바닥을 연달아 내질렀다.

”수라십팔장 제 일초 훈풍연환장!“

”찌질이 순경 주제에 이런 고급 수법까지 익히고 있었더냐?“

파파파파파파팡!

샤이롱도 할 수 없이 양손 손바닥을 내뻗어 동하의 장법을 막아냈다. 하지만 이제 막 원리만 배워 아직은 완벽하게 펼치지도 못하는 수라십팔장은 샤이롱의 정신을 분산시키기 위한 유인책이었을 뿐이다.

동하가 당황하는 샤이롱의 정강이를 노리고 회심의 일격을 날렸다.

”탈영각!“

우지끈!

한족 조폭의 정강이뼈 부러지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그의 입에서 고통에 찬 비명이 터져 나왔다.

”우와아악!“

”샤이롱 이 새끼야! 너야말로 이젠 죽은 목숨이다!“

정신없이 뒷걸음질 치는 샤이롱을 노리고 동하가 주먹을 날리며 달려들었다.

파아앙!

샤이롱이 오른손 손바닥을 내뻗어 동하의 주먹을 가까스로 막아냈다. 하지만 그의 뒤통수 쪽에서 다시 최룡의 주먹이 날아들고 있었다.

”간나새끼야! 이 최룡이가 보이지도 않는 거네?“

파아아앙!

”크흑!“

샤이롱이 다른 쪽 손바닥을 내뻗어 최룡의 주먹도 막아냈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샤이롱의 머리 위로 한껏 차오른 동하가 무방비의 한족 조폭의 얼굴을 노리고 주먹을 힘차게 후려쳤다.

”용호십삼권 제 삼초 자룡비행!“

뻐어어억!

샤이롱의 콧잔등이 무너지며 핏물이 터져 올랐다.

”끄어어어……!“

입과 코로 피를 뿌리며 비틀거리는 샤이롱을 노리고 동하와 최룡이 양쪽에서 주먹을 날리며 덤벼들었다.

”으아아아아!“

뻐벅­­!!

두 사람의 주먹이 양쪽 아구통에 쑤셔 박히는 순간, 샤이롱의 눈이 돌아갔다. 입과 코로 핏물을 뿌리며 천천히 넘어가던 한족 조폭이 공안청 복도 바닥에 세차게 뒤통수를 처박으며 기절했다.

”으어어어……!“

쿠우웅!

눈을 허옇게 까뒤집고 기절한 샤이롱을 동하와 최룡이 숨을 헐떡이며 내려다보았다.

”허억……, 허어억……!“

”후욱……, 후우욱……!“

두 사람의 시선이 곧 서로에게로 향했다. 말없이 서로를 응시하던 동하와 샤이롱의 입에서 거의 동시에 실소가 새어 나왔다.

”킥……!“

”큭큭……!“

동하와 최룡이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크게 웃어젖혔다.

”으하하하! 샤이롱 이 새끼한테 우리 둘의 주먹이 동시에 처박혔을 때의 표정 봤어?“

”핫하하하! 꼭 귀신이라도 본 듯한 표정 아니었네?“

동하가 웃음을 뚝 그치고 최룡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비록 서로 죽기 살기로 싸웠던 사이지만 그는 이상하게 최룡이 싫지가 않았다. 최룡은 같은 조선족 조폭인 리길상처럼 잔인하지 않았고, 방금 상대했던 샤이롱처럼 야비하지도 않았다. 적어도 동하가 느끼기에 최룡은 괜찮은 남자였다.

동하가 정색하며 최룡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고맙다, 최룡. 네가 도와주지 않았으면 지금 피를 흘리며 누워 있는 사람은 샤이롱이 아니라 나였을 거야.”

꽈악!

동하가 내민 손을 힘주어 잡으며 최룡도 진지하게 말했다.

“그건 내레 마찬가지지 않겠니? 강동하 네가 아니었으면 나와 내 아우들도 샤이롱 이 새끼한테 떼죽음을 당했을 거이야.”

왜애애애애애애애앵!

두 사람이 훈훈한 시선을 교환하고 있을 때 갑자기 공안청 안쪽에서 경보음이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응? 이게 무슨 소리지?”

“무슨 소리긴? 중국 공안새끼들이 우리를 잡으려고 득달같이 달려오는 소리 아니겠니?”

“아, 씨발! 그럼 도망쳐야지!”

“출구로 안내할 테니, 따라오라!”

최룡이 앞장서 달려가자, 동하도 헐레벌떡 쫓아갔다.

“정지! 너희들 뭐야?”

정신없이 달려가는 동하와 최룡의 앞을 출구를 지키고 있던 공안 두 명이 황급히 가로막았다.

“크악!”

“우웨웩!”

동하와 최룡은 공안들을 간단하게 때려눕히고 청사 건물 밖으로 뛰쳐나갔다. 청사 앞마당으로 내려서는 두 사람을 권총을 뽑아 든 공안 십수 명이 순식간에 에워쌌다.

“둘 다 꼼짝도 하지 마!”

“손가락 하나라도 까닥했다간 쏴 버리겠어!”

동하와 최룡이 숨을 헐떡이며 재빨리 시선을 교환했다.

하나, 둘. 셋에 치고 나가는 거다!

두 사람은 눈빛으로 대충 그런 계획을 짜고 있었다.

하필이면 바로 그때 공안국장 왕치성이 무너진 코를 움켜쥔 채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새로운 공안 열 명을 거느리고 달려 나왔다.

처처처처처척!

소총을 겨누는 공안들의 한복판에서 왕치성이 동하와 최룡을 가리키며 버럭 고함을 질렀다.

“손 들어, 이 새끼들아! 조금이라도 반항할 조짐을 보이면 그냥 확 갈겨 버리겠어!”

왕치성의 말이 빈 말로 들리지 않았으므로, 동하와 최룡은 어쩔 수 없이 두 팔을 쳔천히 들어 올릴 수밖에 없었다.

이은서 경위의 날카로운 외침이 들려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우리 강동하 순경을 겨누고 있는 그 총구들부터 당장 치우도록 하세요!”

왕치성이 장춘시 당서기와 장춘 소재 한국영사를 데리고 공안청 앞마당으로 당당하게 걸어 들어오는 이은서 경위를 발견하고 부욱 인상부터 긁었다.

“당신이 뭔데 우리 공안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지? 여기는 한국 땅이 아니라 중국이란 말이다! 중국!”

“맞아요. 여긴 중국 땅이에요. 그래서 왕치성 국장 당신이 중국 정부의 공식허가를 받고 공조수사를 위해 입국한 우리 요원을 강제로 구금하면 안 되는 것이고요. 당장 강동하 순경을 석방하지 않는다면 양국 간에 큰 외교적 문제가 발생할 겁니다.”

은서의 서슬 퍼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왕치성은 코웃음을 칠 뿐이었다.

“흥! 그 손바닥만한 한국이란 나라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위세를 부리고 그러시나?”

“뭐요?”

눈을 치켜뜨는 은서를 대신하여 장춘시 당서기 앞으로 나섰다.

“왕 국장, 지금 당장 강동하 순경을 석방하도록 하시오!”

“당서기님, 이거 왜 이러십니까? 장춘시의 최고위직은 비록 당서기님이지만 우리 공안청은 어디까지나 독립적으로 움직인다는 걸 모르지 않으실 텐데요.”

“공안 총책임자인 공산당 공안부 자우커 부장님의 명령인데도 말이오?”

당서기가 성난 목소리가 내뱉는 순간, 왕치성의 안색이 핼쑥하게 변했다.

“네? 자우커 공안부장님의 명령이라고요……?!”

입을 떡 벌리고 당서기의 얼굴과 은서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던 왕치성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공안부장님의 명령이라면 당연히 따라야겠죠. 알겠습니다. 강동하를 당장 석방시키겠습니다.”

“최룡도 함께 나가게 해주십시오.”

동하의 갑작스런 요구에 왕치성의 얼굴이 다시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무슨 정신 나간 소리를 하는 거야? 최룡은 엄연히 중국 국적인 내국인이다! 그런데 한국 경찰이 뭔데 석방을 시키라 말라 하는 것이냐?”

동하도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그야 여기에 그냥 두고 가면 왕 국장 당신과 아까 그 샤이롱인가 하는 한족 조폭이 최룡을 살려두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지.”

“최룡을 살리든 죽이든 그건 우리 공안이 알아서 할 문제다! 그러니까 마음 변하기 전에 최룡을 두고 썩 꺼져버려!”

분을 참지 못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왕치성을 향해 이번엔 은서가 차분하게 말했다.

“우리가 중국까지 날아온 이유는 길림파를 배후에서 조종하여 국내에 대규모 마약을 유통시킨 동북회의 보스 최룡을 체포하고 수사하기 위해서였어요. 그리고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우리의 수사에게 협조하겠다고 약속했죠. 그러니 최룡을 우리가 데려가는 게 당연한 절차 아닌가요?”

“끄으으으……!”

당당하면서도 논리정연한 은서의 주장에 왕치성이 할 말을 잃고 이를 갈아붙였다.

당서기가 그런 왕치성을 향해 다시 한 번 설득조로 말했다.

“왕 국장, 공안부에서는 이 일이 한국과의 외교적 마찰로 비화하는 걸 원치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서기님!”

“이변에는 그냥 내 말을 들어요, 왕 국장. 아니면 삼합회와 검은 거래를 주고받은 혐의로 공안부의 내사를 받아야 정신을 차리겠소?”

핏발 선 눈으로 동하와 최룡의 얼굴을 노려보던 왕치성은 결국 이렇게 소리치고 말았다.

“강동하와 최룡! 너희 둘 다 내 눈앞에서 당장 사라져! 꼴도 보기 싫으니까 지금 당장!”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