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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경찰-31화 (31/75)

〈 31화 〉 31화. 주화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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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화. 주화입마

“우웨에엑!”

피를 토하며 물러서는 동하의 머릿속에서 이진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심해라, 이놈아! 통배권은 주먹에 모은 강력한 기를 순간적으로 격발시켜 상대의 내장을 파괴하는 무서운 권법이다!]

‘그러니까 이게 조심한다고 막아지는 게 아니라고요!’

동하가 정신없이 밀영환보를 밟으며 리펑이 연이어 내지르는 주먹을 피했다.

하지만 이미 장기에 타격을 입은 그의 발놀림은 평소처럼 신속하지 못했다.

투우웅!

“크아악!”

다시 한 번 리펑의 주먹이 가슴에 꽂히며 동하는 또 핏물을 게워냈다. 내장이 갈가리 찢어지는 듯한 고통에 그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고, 리펑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되었다.

퍽! 퍽! 퍽! 퍽! 퍽!

이번엔 동하가 양팔 가드를 세워 우박처럼 쏟아지는 리펑의 주먹을 막아야 했다. 주먹이 꽂힐 때마다 뼈가 부러지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엄습했다.

운기를 통해 팔을 보호하고 있지 않았다면 진즉에 그는 두 팔을 잃었을 것이다.

욱신…… 욱신……!

팔에서 느껴지는 통증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고, 동하는 자신이 오래 버티지 못하리란 걸 직감했다.

“이제 그만 포기해라, 강동하!”

뻐어어억!

“우와악!”

이전보다 몇 배 강한 힘이 실린 통배권 고수의 주먹이 처박히자, 동하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두 팔을 활짝 벌렸다.

슈와아아악!

눈을 부릅뜨는 동하의 얼굴을 노리고 리펑의 주먹이 날아들었다.

이런 빌어먹을! 여기까지 와서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지는 거냐?

애써 임독양맥까지 뚫었는데 이건 너무 억울하잖아!

“리펑, 이 간나 새끼야! 우리 형님을 건드리면 내 손에 뒤진다고 했니, 안 했니?!”

최룡이 동하에게 결정타를 먹이려는 리펑의 등 뒤에서 달려든 것은 바로 그때였다.

리펑이 할 수 없이 동하를 노렸던 주먹을 거두고 최룡을 향해 급히 돌아섰다.

“이런 버러지 같은 새끼가?!”

우우우웅!

분노한 리펑의 주먹에 살벌한 기운이 일렁거렸다. 저 주먹에 정면으로 맞섰다간 죽는다는 걸 알았기에 최룡은 황급히 고개를 숙여 리펑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동시에 리펑의 텅 빈 옆구리에 주먹을 쑤셔 박았다.

퍼어억!

“크흡!”

리펑이 충격을 받은 듯 휘청했다.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한 최룡이 리펑의 안면을 노리고 혼신의 힘이 실린 정권을 내질렀다.

“리펑 간나 새끼야, 이거나 처먹어라!”

꽈아악!

“허억!”

하지만 최룡의 회심의 일격은 리펑의 얼굴에 닿을 수 없었다. 통배권의 고수가 손을 내뻗어 눈앞에서 최룡의 주먹을 움켜잡아 버렸기 때문이다.

“큭큭큭큭! 이 통배권의 리펑이 쓰레기 같은 네놈들한테 당할 것 같으냐?”

“누가 누구 보고 쓰레기라고 하니?”

“너희들이 왜 쓰레기인지 알려주랴?”

우드드득!

“끄아아아악!”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리며 최룡이 처절하게 비명을 질렀다. 리펑이 그런 최룡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잔인하게 웃었다.

“살려달라고 해봐. 제발 목숨만 살려달라고 빌어보란 말이다.”

“육갑 떨지 말라우, 개새끼……!”

독하게 씹어뱉는 최룡의 얼굴을 노리고 리펑이 주먹을 확 쳐들었다.

“어차피 살려달라고 애원해도 죽여 버릴 생각이었다!”

“내 동생 당장 풀어줘, 씹새끼야!”

그런 리펑의 등 뒤에서 이번엔 동하가 주먹을 쳐들고 달려들었다.

“이것들이 교대로 사람을 귀찮게 하는구만!”

리펑이 최룡의 거칠게 밀쳐 버리곤 동하를 향해 돌아섰다.

“누가 먼저 뒤지는지 둘이 내기라도 하는 거냐?”

리펑이 기가 팽팽하게 실린 주먹을 동하를 노리고 내질렀다.

“으아아아! 죽여 버릴 테다, 개새끼!”

동하도 리펑을 노리고 혼신의 힘이 실린 주먹을 날렸다.

최룡을 구하겠다는 일념 때문인지 아니면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상대인 리펑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동하는 지나치게 흥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지금까지와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양의 기가 그의 혈관을 터질 듯이 팽창시키며 콸콸 흐르고 있었다.

쿵…… 쿵…… 쿵…… 쿵……!

심장이 터질 듯이 박동하고, 목구멍 안쪽에서 짙은 피 냄새가 넘어왔다. 하지만 동하는 멈추지 않고 온몸을 휘도는 기의 양을 점점 더 늘려가고 있었다.

리펑의 통배권을 이기려면 더 강한 힘이 필요해!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강한 힘이!

키우우우우웅!

평소보다 몇 배 많은 기가 실린 동하의 주먹이 심하게 떨리며 푸르스름한 기세가 부풀어 올랐다.

느끼진다! 아주 강한 힘이 주먹에 모이고 있는 게 느껴져!

이 주먹이라면 어쩌면 리펑의 통배권을 깨부술 수 있을지도!

동하는 마치 약에라도 취한 듯 정신이 몽롱해지고 있었다. 몸에서 이상신호를 보내고 있었지만 그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임독양맥을 뚫은 효과가 이제야 나타나고 있다고만 생각했다.

바로 그때 머릿속에서 이진산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당장 운기를 멈춰, 이 미련곰탱이 같은 놈아! 이대로 계속 무리하게 운기를 했다가는 주화입마에 빠지게 된단 말이다!]

‘주화입마요? 그건 또 뭔데요?’

[네놈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기를 무리하게 운용하다가, 그 힘에 대한 통제력을 잃고 육신과 정신이 모도 사악한 기운에 지배당하는 상태를 뜻한다. 한 마디로 네놈이 미쳐 버리게 된다는 말이다!]

‘헉! 제, 제가 미친다고요!’

[그래! 그러니까 평생을 무공도 익히지 못하는 미치광이 병신이 되고 싶지 않으면 당장 멈춰!]

‘그럼 저 리펑은 어떻게 하고요?’

[어떡하긴? 대충 싸우는 척하다가 최룡을 제물로 던져주고 도망쳐야지!]

‘그건 싫은 데요!’

[뭐, 뭐가 어쩌고 어째?]

‘그렇게는 살고 싶지 않다 이겁니다!’

[야, 이 새끼야! 당장 멈추라니까!]

이진산의 마지막 절규를 들으며 동하는 자신의 얼굴을 노리고 날아드는 리펑의 주먹에 자신의 주먹을 정면으로 쑤셔 박았다.

빠아아악!

두 개의 주먹이 충돌하는 순간, 사방으로 기의 파편이 시퍼렇게 흩날렸다.

“끄으으으으……!”

동하와 리펑은 그렇게 주먹을 맞댄 채 한동안 서로의 얼굴을 죽일 듯이 쏘아보고 있었다.

“우웁!”

동하가 먼저 목구멍 안쪽에서 넘어오는 핏물 때문에 볼을 부풀리자, 리펑이 씨익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킥킥킥킥! 산 채로 심장이 찢어지는 기분이 어떠냐? 생각보다 훨씬 더러운 기분이지?”

“큭큭큭큭! 병신아, 내 심장 걱정하지 말고 네 심장이나 걱정해라.”

“헉! 이 자식이 왜 멀쩡하지?”

와드드득!

“크아아악! 이, 이게 뭐야?”

순간 자신의 주먹이 형편없이 뒤틀리자, 리펑이 새된 소리를 질렀다.

“네, 네놈이 나보다 강한 내공을 가졌을 리가 없는데 대체 어떻게……?!”

경악의 시선으로 동하의 얼굴을 바라보는 리펑의 두 눈에 시뻘건 핏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아니야! 아니야! 내가 당했을 리가 없어!”

애써 현실을 부정하며 리펑이 동하의 얼굴을 노리고 다시 주먹을 확 쳐들었다.

“강동하! 죽여 버리겠다!”

“병신아! 승부는 이미 결정됐어!”

뻐어어억!

하지만 동하의 주먹이 한 발 앞서 리펑의 안면에 정통으로 쑤셔 박았다.

“우웨에에엑!”

핏물을 길게 게워내며 너울너울 날아가던 리펑이 바닥에 세차게 등을 처박았다.

격렬한 격투 소리에 놀라 방문 밖으로 뛰어나오던 은서 눈을 까뒤집고 절명한 리펑을 발견하고 비명을 질렀다.

“꺄아악! 동하 씨, 이 사람은 또 누구에요?”

동하를 돌아보던 은서가 움찔했다.

입가로 검붉은 핏물을 뚝뚝 흘리며 멍하니 서 있는 동하의 모습이 어쩐지 심상치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우웨엑!”

촤아아악!

발밑으로 핏덩이를 토해내는 동하를 향해 은서와 최룡이 동시에 뛰어갔다.

“동하 씨, 왜 그래요?”

“형님, 괜찮으십네까?”

동하가 양팔을 내뻗어 두 사람의 접근을 막았다.

“오, 오지 마!”

“!”

핏기 한 점 없이 창백한 얼굴로 멍하니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동하의 온몸에 굵은 핏줄들이 터질 듯이 툭툭 불거지기 시작했다.

투툭…… 투툭…… 투투툭……!

“끄어어어어……!”

극심한 고통이 느껴지는 신음을 흘리고 있는 동하의 팔을 잡으려고 은서가 손을 내뻗었다.

“강 순경님, 대체 왜 그래요?”

와드드드득!

“끄아아악!”

동시에 동하의 목이 기형적으로 비틀리며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와드득! 와드득! 와드드득!

“아아악! 끄아아악!”

그때부터 동하는 엑소시즘 영화에 등장하는 귀신 들린 사람처럼 사지와 온몸을 비틀며 끔찍한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최룡 씨, 어떻게 좀 해봐요!”

“형님! 어디가 아픈 건지 말씀을 좀 해보시라요!”

은서와 최룡이 동하를 진정시키려고 그의 두 팔을 붙잡았다. 하지만 이내 동하가 미친 듯이 휘두르는 팔에 얻어맞고 튕겨나가고 말았다.

“크아아아아!”

“꺄악!”

“크흐흑!”

광인처럼 두 눈이 붉은 핏줄로 뒤덮이고, 얼굴과 온몸에 검푸른 핏줄이 불거진 동하는 두 팔을 미친 듯이 휘두르며 몸부림을 쳤다.

“우워어어어어어억!”

그러다 동하가 갑자기 우뚝 정지했다.

“허억…… 허억억…… 허어어억……!”

찢어져라 입을 벌리고 심장이라도 토할 듯 거친 숨을 몰아쉬는 동하의 머릿속에서 이진산이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끌끌끌~ 이 미련곰탱이 같은 놈아, 그러게 노부가 조심하라고 하지 않았어? 노부의 경고를 무시하더니, 네놈은 이미 주화입마에 빠져 버렸느니라.]

이진산의 혀 차는 소리를 들으며 동하가 복도 바닥에 세차게 얼굴을 처박았다.

쿠아아앙!

“끄어어어어…….”

복도에 쓰러진 채 푸들푸들 경련하고 있는 동하의 머릿속에서 이진산이 다급하게 외쳐대고 있었다.

[이은서 경위든 최룡이든 누구한테든 무조건 심양의 광혜원으로 데려다달라고 말해라! 그곳에 중국에서 유일하게 네놈을 살릴 수 있는 의원이 있느니라! 잊지 마라! 심양의 광혜원이다! 광혜원!]

은서와 최룡이 달려와 사지가 비틀린 채 부들부들 떨고 있는 동하를 와락 끌어안았다.

“동하 씨, 정신 좀 차려요!”

“형님! 대체 왜 이러시는 겁네까? 어디가 아픈지 말씀을 해보시라요!”

동하가 갈라진 입술을 달싹여 간신히 내뱉었다.

“광…… 혜…… 원……!”

“네? 뭐라고요?”

“나를……, 심양의…… 광혜원으로…….”

“심양의 광혜원이라고요? 거기가 대체 뭐하는 곳인데요? 동하 씨, 조금 더 자세히 말해 봐요!”

“크흑!”

은서가 동하를 흔들며 재촉했지만 그는 정신을 완전히 잃어 버렸다.

“아! 대체 뭐라는 건지, 원!”

초조한 듯 입술을 잘근잘근 깨무는 은서를 향해 최룡이 긴장된 얼굴로 말했다.

“심양의 광혜원이라면 내레 알고 있습네다.”

“네? 최룡 씨가 그곳을 알아요? 그곳이 대체 뭐하는 곳인데요?”

“광혜원은 중국 고대의 침술과 약초로 불치병 환자들을 치료하는 한약방 같은 곳입네다.”

“아……! 그런 곳이라면 동하 씨를 치료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은서가 희망 섞인 표정으로 물었지만 최룡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아마 이 경위님이 기대하는 그런 곳은 아닐 겁네다.”

“네? 그건 또 무슨 말이죠?”

“스스로를 환생 화타라고 칭하는 광혜원의 원장은 얼마 전 수많은 말기 암 환자들을 상대로 거짓 치료를 하여 수백억 원을 갈취한 혐의로 처벌을 받았습네다.”

“그런데 동하 씨는 왜 그런 사기꾼한테 자신을 데려다달라고 한 걸까요?”

은서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점점 사색으로 변해가는 동하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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