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화 〉 34화. 오룡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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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 오룡봉성
“우워어어어어억!”
온몸에 핏줄이 터질 듯이 불거지고 독호지주의 독에 중독되어 피부가 숯덩이처럼 시커멓게 변한 채 동하가 괴성을 질러댔다.
그 소리가 너무도 끔찍하여 은서와 최룡은 귀라도 틀어막고 싶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귀를 막을 수조차 없었다. 왜냐하면 장첸우가 이렇게 악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눌러! 그 새끼를 누르라고! 발작을 멈추게 하지 않으면 그놈은 독호지주의 맹독에 의해 한 줌 핏물로 녹아내랄 것이야!”
그래서 은서와 촤룡은 폐부에서 끌어올린 듯한 동하의 처절한 비명을 들으며 그의 가슴을 찍어누를 수밖에 없었다.
“으아아아아아악!”
“최룡 씨, 더 세게 눌러요! 이러다 동하 씨가 박차고 일어나겠어요!”
“내래 최선을 다하고 있습네다! 하지만 형님의 힘이 너무 초인적입네다!”
후아아아아악!
“꺄악!”
“크흐흑!”
바로 그 순간, 동하의 가슴에서 눈부신 빛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은서와 최룡은 그 빛의 후폭풍에 밀려 뒤쪽으로 붕붕 튕겨 날아갔다.
“저, 저게 뭐이야……?”
“저도 저런 건 처음 봐요.”
무슨 엑소시즘 영화처럼 반듯하게 누운 자세로 침대 위로 두둥실 떠오르고 있는 동하의 몸을 최룡과 은서가 찢어져라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았다.
후아아아아아아앙!
그 상태에서 동하의 가슴과 배 부분에서 빛이 강렬하게 뿜어지고 있었다. 동하에게서 뿜어진 빛이 온 방 안으로 번져 형광등 수백 개를 밝혀놓은 듯 환해졌다.
은서가 자신들 못지않게 충격적인 표정을 하고 주저앉아 있는 장첸우를 휙 돌아보았다.
“지금 뭐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거죠? 동하 씨의 몸에서 뿜어지고 있는 저 빛은 대체 뭔가요?”
장첸우가 강렬한 빛에 얼굴을 물들인 채 멍청하게 중얼거렸다.
“네놈들이 데려온 저기 저놈의 이름이 강동하라고 했지?”
“네, 맞아요.”
“강동하 저놈은 아무도 세계에서 가장 강한 운빨을 타고난 놈일 게다.”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시죠?”
“단 일 프로의 가능성을 뚫고 독호지주의 독이 저놈에게 제대로 먹혔다는 뜻이다.”
“네에……?”
눈이 휘둥그레지는 은서를 배경으로 장첸우가 백색 광선에 얼굴을 환하게 물들인 채 떨리는 손가락으로 동하를 가리켰다.
“나의 예상대로 독호지주의 독이 저놈의 혈맥을 급속도로 넓혔고, 그 넓어진 혈맥을 따라 주화입마로 인해 뭉쳐진 거대한 기가 폭포수처럼 흐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거대한 기가 무서운 속도로 온몸을 휘돌다가 마침내 그 뚫기 어렵다는 중단전마저 뻥 뚫어 버렸다는 말이다.”
“중단전을 뚫어요? 그게 대체 어딘데요?”
점점 더 알아듣기 힘든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은서의 옆에서 최룡이 살짝 흥분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지금 장 의원께선 무공의 단계를 말씀하고 계시는 겁네다. 동하 형님은 임독양맥이 막 뚫린 상태였습네다. 저 역시 형님처럼 임독양맥이 뚫린 상태인데, 우리는 임독양맥이 뚫린 무인들을 보통 고수라고 칭합니다.”
“그런데요?”
“그런데 형님은 주화입마의 독과 독호지주의 독이 합쳐지면서 임독양맥에 이어 중단전마저 뚫어 버리게 된 것 같습니다. 참고로 중단전은 배꼽 위 손가락 세 마디의 위치를 말합니다.”
“배꼽 위 손가락 세 마디라고요……?”
여전히 의아한 표정을 짓는 은서를 향해 촤룡이 답답한 듯이 목소리를 살짝 높였다.
“보통 사람은 임독양맥이 뚫린 이후 중단전이 뚫리기까지 부단히 노력한다 해도 십 년 정도의 시간이 걸립네다. 그런데 형님은 그 과정을 하룻밤 만에 뛰어넘어 버린 것입네다. 그리고 형님은 이제 그냥 고수가 아니라 절정고수의 초입에 들어서시게 되었습네다.”
“절정고소의 초입……? 어쨌든 독호지주의 독이 치료에 도움이 되었다는 뜻이죠?”
여전히 의문이 가시지 않는 표정으로 묻는 은서의 옆에서 장첸우가 동하를 가리키며 새된 소리를 질렀다.
“오옷……! 저걸 좀 봐라!”
“으아앗!”
“맙소사……! 저건 용이 아닙네까?”
장첸우가 가리키는 방향을 쳐다보던 은서와 최룡의 입에서 동시에 새된 소리가 터져 나왔다.
동하는 어느새 침대 위에 둥실 뜬 채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 그의 얼굴에선 핏줄도 잦아들고, 원래의 혈색을 되찾으며 한결 편안해 보였다.
후우우우우우우웅!
그런 동하의 전신을 한결 강렬해진 빛이 칭칭 휘감고 있었다. 그런데 그건 이미 그냥 빛이 아니었다. 다섯 마리의 빛으로 이루어진 용이 동하의 온몸을 휘감은 채 신성한 기운을 사방으로 발산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섯 마리 백룡에 휘감겨 있는 동하의 모습은 신비로우면서도 근사했다.
“오! 완전 멋지다……!”
당장이라도 동하의 숨이 끊어질까 봐 전전긍긍하던 은서의 입에서 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올 정도였다.
그런 은서의 옆에서 장첸우가 뿌듯하게 웃었다.
“오룡봉성이라고 한다!”
“오룡이면 다섯 마리 용이라는 뜻인가요?”
은서의 물음에 장첸우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답했다.
“오냐! 다섯 마리 용이 내단을 물고 중단전으로 이동하는 경지를 의미한다. 이 단계는 이미 중단전이 활짝 열린 상태로, 아주 적은 양의 내공으로 태산조차 무너뜨리를 수 있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된다. 방금 전에 저 최룡이란 녀석이 설명했다시피, 네 동료는 이제 중원에서도 손가락에 꼽힐 정도인 절정고수의 초입으로 접어들게 된 것이다.”
장첸우는 어느새 쓰게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이거 이거……! 아무래도 치료비를 너무 저렴하게 받은 것 같구나.”
장첸우의 아쉬움과는 달리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명삼에 잠겨 있는 동하의 머릿속에서 이진산은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미친 듯이 웃어젖히고 있었다.
[푸하하하하! 독호지주의 맹독이 주화입마를 치료한 것은 물론 단숨에 이 미련곰탱이 같은 놈을 오룡봉성의 경지로 끌어올려 줄 줄이야! 동하 이놈 이거 다른 건 몰라도 운빨 하나만은 타고난 놈이 틀림없구나!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이놈아! 다섯 마리의 용을 얻었으니 노부와 함께 이 광활한 중원을 휘젓고 다녀보자꾸나!]
* * *
다다다닷! 다다다다닷!
새벽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있는 광혜원 주변을 발소리를 죽인 젊은 남자들이 빠르게 달리며 포위하고 있었다. 대기업 사원들처럼 날렵한 몸에 꼭 맞는 검은색 정장을 갖춰 입은 남자들의 가슴에는 검은 용 모양의 팬던트가 하나씩 꽂혀 있었다.
무려 백여 명에 육박하는 남자들이 광혜원을 물 샐 틈 없이 포위하자마자, 한 중년사내가 대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흐음……! 이곳에 강동하가 있단 말이지?”
굳게 대문 앞에 우뚝 버티고 서서 중얼거리는 사내는 바로 주식회사 흑룡의 이사 장더이였다. 잠시 대문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장더이가 주먹으로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쿵!
잠시 후, 문이 배꼼이 열리며 아직 잠이 덜 깬 광혜원의 견습생 청년이 얼굴을 내밀었다.
“으하암~ 새벽부터 뉘슈?”
“나는 장더이라는 사람이다. 장첸우 의원은 안에 계시느냐?”
견습생 청년이 짜증스럽게 손사래를 쳤다.
“안에 계시긴 계시는데, 지금은 환자를 받지 못하십니다.”
“어째서냐?”
“원래 이렇게 이른 시간에는 환자를 보지 않으실 뿐더러, 지금은 미리 치료 중인 환자까지 있습니다.”
“그래도 잠시 들어가 기다리면 안 되겠느냐?”
“이 양반이 말귀를 통 못 알아들으시네? 갔다가 날이 밝으면 다시 오라고요!”
견습생 청년은 장 의원을 닮아 평소 친절과는 거리가 멀었고, 그것이 그의 수명을 단축시켰다.
우드득!
“커흑!”
장더이가 오른손으로 목울대를 잡고 비틀자, 청년이 눈을 허옇게 까뒤집으며 절명했다.
풀썩!
청년이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땅바닥에 처박히자, 장더이가 손가락으로 대문 안쪽을 가리켰다. 동시에 백 명이나 되는 흑룡회 조직원들이 바람처럼 안쪽으로 짓쳐 들어갔다.
쉬쉬쉬쉬쉬쉬쉭!
양옆에서 동하를 부축하고 나오던 은서와 최룡이 흑룡회 조직원들을 발견하고 우뚝 멈춰 섰다.
한시라도 빨리 심양을 벗어나야 한다는 최룡의 재촉에 아직 정신을 완전히 차리지도 못한 동하를 부축하고 나오는 길이었지만 그마저도 너무 늦은 후였다.
“여기는 내가 맡을 테니, 동하 형님을 데리고 피하시라요! 빨리요!”
최룡이 양손 주먹에 기를 불어넣으며 자신들을 노리고 달려드는 조직원들을 향해 마주 달려나갔다.
우적!
“크흑!”
최룡의 주먹이 선두에서 달려드는 조직원의 얼굴을 박살냈다.
부웅! 부우웅!
연이어 두 조직원이 날려오는 발을 물 흐르듯 피해낸 최룡이 조직원들의 명치와 복부에 차례로 주먹을 꽂았다.
“우웁!”
“커허헉!”
차례로 쓰러지는 두 조직원을 지나치며 최룡이 차올랐다.
“나 동북회의 최룡이다! 자신 있는 새끼들은 싹 다 덤비라우!”
빠바바바바박!
최룡이 허공을 밟듯이 질주하며 조직원들의 얼굴을 연이어 걷어찼다. 조직원 대여섯이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고꾸라졌다.
“병신 같은 새끼들! 다들 비켜!”
그런 최룡을 노리고 흑룡회 이사 장더이가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며 날아왔다.
슈와아아악!
장더이의 발과 최룡의 주먹이 허공에서 서로를 노리며 쏘아갔다.
빠아악!
“우왁!”
하지만 장더이의 발이 조금 더 빨랐다. 장더이의 발에 옆얼굴을 강타당한 최룡이 피를 뿌리며 붕 날아갔다.
우당탕탕!
“이익!”
땅바닥을 몇 바퀴 정신없이 나뒹굴던 최룡이 이를 악물며 박차고 일어섰다. 가까스로 균형을 잡고 있는 최룡을 향애 장더이가 바람처럼 들이닥쳤다.
“최룡 이놈! 배신자의 말로는 죽음뿐이다!”
최룡은 흑룡회의 이사 장더이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흑룡회의 총보스 리우캉에 이어 흑룡회 내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꼽히는 고수였다.
키우우우웅!
강하게 움켜쥔 장더이의 주먹에서 백색 기광이 확연하게 일렁이고 있는 게 보였다. 그 기광은 그가 체내의 기를 주먹이나 발로 보내어 쇳덩어리처럼 단단하게 만드는 발경의 고수를 지나, 기를 신체 밖으로 띄워 올리는 현기의 고수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최룡은 장더이가 자신이 감당하기엔 벅찬 고수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동하가 도망칠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정면대결을 택했다.
“장더이 이사! 누가 뒤질지는 두고 봐야 알지 않겠니?”
퍼퍽!
최룡과 장더이의 주먹이 각각 상대의 아구통에 강하게 꽂혔다.
“……!”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에 주먹을 꽂은 채 한동안 서로를 뚫어져라 쏘아보았다. 하지만 최룡이 자신보다 한 단계 고수인 현기의 고수 장더이를 제압하기란 불가능했다.
“우웩!”
최룡이 핏물을 왈칵 토하며 순식간에 대여섯 걸음을 물러섰다. 장더이가 그런 최룡을 노리고 십여 개 잔영을 그리고 주먹을 날려왔다.
“큭큭큭큭! 역시 죽는 건 최룡 네놈일 것 같은데?”
퍼퍼퍼퍼퍼퍼퍽!
“크아아악!”
장더이의 주먹이 소나기처럼 퍼부어질 때마다 최룡이 고통스럽게 몸부림쳤다.
“이젠 정말 끝이다, 최룡!”
장더이가 가드마저 내리고 무방비 상태로 서 있는 최룡의 얼굴을 노리고 마지막 일격을 날리려고 했다.
콰아악!
장더이의 주먹이 최룡의 얼굴에 처박히기 직전, 누군가 바람처럼 달려들어 그의 주먹을 손바닥으로 막아냈다.
“내 허락 없이 내 동생 건드리면 뒤진다……!”
두 눈으로 시퍼런 안광을 발하며 씹어뱉는 사람은 바로 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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