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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경찰-37화 (37/75)

〈 37화 〉 37화. 심양의 혈투(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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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화. 심양의 혈투(1)

“너희들, 얌전히 따라온다면 목숨만은 살려……, 허억!”

동하와 최룡 그리고 은서를 에워싸며 스무 명의 흑룡회 조직원들 중 리더로 보이는 남자가 살벌하게 나섰지만,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동하의 정권이 그의 콧잔등에 꽂혔다.

풀썩!

리더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처박히자, 나머지 조직원들이 주먹과 발을 날리며 달려들었다.

“저것들 죽여!”

흑룡회 조직원들은 스물이라는 숫자를 믿고 기세 좋게 덤벼들었지만, 이미 절정이 초입에 접어든 동하와 현기의 고수인 최룡의 상대가 될 수는 없었다.

퍽! 퍽! 퍽! 퍽! 퍽!

몇 번인가 둔중한 타격음이 울려 퍼지는가 싶더니, 스무 명이나 되는 조직원들이 지저분한 빈민촌 길바닥에 즐비하게 널브러지고 말았다.

“와! 두 사람 다 세긴 세구나.”

은서가 새삼 감탄하며 쓰러진 조직원들 한복판에 오연히 버티고 서 있는 동하와 최룡을 바라보았다.

동하가 리더였던 조직원의 검은색 슈트를 벗기며 최룡과 은서에게 말했다.

“두 사람도 흑룡회 조직원들의 슈트를 입도록 하지.”

“이 밴을 타고 흑룡회 본부로 곧장 쳐들어가실 계획이십네까?”

“그래!”

“거 우리 형님은 결정이 늘 시원시원해서 좋으십네다.”

동하를 따라 슈트를 걸치며 최룡은 씨익 웃었지만 은서는 울상을 지었다.

“이것 봐요. 정말 흑룡회 본부로 쳐들어가겠다는 거예요? 달랑 우리 셋이?”

* * *

부우우웅!

은서의 반대는 곧장 묵살당했고, 최룡과 동하는 검은색 밴의 운전석과 조수석에 나란히 앉아 이른 새벽의 주식회사 흑룡으로 향하고 있었다.

끼이익!

밴이 주차장 입구의 차단막 앞에 멈춰 서자, 경비실의 문이 열리며 얼굴에 졸음이 가득한 앳된 조직원이 얼굴을 내밀었다. 그가 차량 번호판을 힐끗 보더니,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하며 물었다.

“으하아암~~ 십이조가 벌써 들어오는 건가?”

최룡이 조직원을 향해 짐짓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대꾸했다.

“벌써라니? 밤새 그 강동하란 놈을 찾아 시내 구석구석을 헤매느라 피곤해 죽겠구만.”

“응? 그런데 당신 십이조 맞아? 왜 처음 보는 얼굴 같지?”

순간 최룡의 옆자리 조수석에 앉아 있던 동하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젠장, 진입도 하기 전에 발각됐나? 역시 입구부터 한 명씩 깨뜨리며 치고 들어가야만 하는 건가?

주먹을 와락 움켜쥐는 동하의 팔을 최룡이 지그시 누르며 앳된 조직원을 향해 태연하게 떨었다.

“너, 우리 조직원에 들어온 지 얼마나 됐지?”

“두, 두 달 밖에 안 됐는데.”

갑자기 기가 죽은 조직원을 향해 최룡이 눈을 부라렸다.

“우리 조직원의 총인원이 천 명이 넘어! 그런데 너 같은 애송이가 그 얼굴을 다 기억한단 말이냐? 에이잇~ 요즘 인사부에선 신입들 교육을 시키는 건지 마는 건지, 원!”

‘죄, 죄송합니다. 들어가십시오.“

괜스레 자신에게 불똥이 튈 것을 염려한 조직원이 황급히 차단막을 열어주었다.

부르르릉!

주차장 안으로 진입하며 최룡은 조직원에게 따끔하게 한 마디를 해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근무 똑바로 서! 내가 계속 지켜볼 거야!“

”넵, 알겠습니다!“

정말 대부분의 조직원들이 자신들을 찾기 위해 시내로 출동해서인지 주차장은 한산했다. 주차장 구석에 밴을 세운 동하와 최룡 그리고 은서는 조용히 문을 열고 내렸다.

은서가 두 팔을 빙빙 돌리며 몸을 풀고 있는 최룡을 향해 싱긋 웃었다.

”최룡 씨의 연기 정말 대단하던데요? 배우를 해도 되겠어요.“

”그렇습네까? 외모로만 보면 제가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 외모이긴 합네다.“

”으엑! 그건 좀 오버 같은데요.“

”오버라니요? 제가 근무하던 장춘의 자동차공장에선 저를 좋아하는 여공들이 줄을 섰다는 거 혹시 아십네까?“

”내 눈으로 못 봤으니 도저히 못 믿겠네요.“

”히야~ 이거 억울해서 환장하겠구만!“

긴장을 풀기 위해 부러 농담을 주고받는 두 사람을 지켜보던 동하가 툭 내뱉었다.

”자, 이제 가지!“

”그러시디요!“

”휴우우~ 나는 지금도 말리고 싶지만 내 말을 들을 고집쟁이들이 아니니!“

동하를 선두로 최룡과 은서가 본관으로 통하는 출입문을 향해 당당하게 걸음을 옮겼다.

삐이익!

리더에게서 빼앗은 신분증을 인식 창에 갖다대자, 다행히 엘리베이터가 작동되기 시작했다. 30층까지 표시되어 있는 층 버튼을 보며 동하가 물었다.

”몇 층을 누를까?“

”글쎄요…….“

”회장실은 아무래도 맨 꼭대기 층에 있을 확률이 높지 않겠나?“

쿠우욱!

동하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30층 버튼을 힘껏 눌렀다.

엘리베이터가 30층으로 향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동하는 눈을 지그시 감고 운기에 집중했다. 오룡봉성의 경지에 오른 이후, 확실히 이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거대한 기가 그의 혈관을 타고 강물처럼 흐르기 시작했다.

콸콸콸콸콸콸!

거대한 물줄기가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동하는 온몸으로 기세를 끌어올렸다.

키우우우우웅!

그의 몸 윤곽을 따라 희미한 백색 기광이 일렁이자, 최룡과 은서가 눈을 부릅뜨고 쳐다보았다.

”방금 동하 씨의 몸에서 빛이……?!“

”쉬잇!“

최룡이 입술에 손가락을 대며 은서의 말을 재빨리 막았다. 그리고 뿌듯한 표정으로 운기에 집중하고 있는 동하의 얼굴을 지켜보았다.

형님은 이미 내가 범접할 수 없는 경지에 다다르셨구나!

”후우우우……!“

동하가 마침내 천천히 눈을 뜨며 길게 심호흡을 했다.

최룡이 그를 향해 물었다.

”준비는……, 끝나신 겁네까?“

”그래, 준비됐어!“

동하가 씨익 웃으며 대답하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 * *

”어?“

엘리베이터 앞을 지키고 있던 조직원 둘이 밖으로 나오는 동하와 최룡을 발견하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너희들은 누구……?“

쉬이이잇!

고개를 갸웃하는 조직원들을 향해 동하와 최룡이 바람처럼 짓쳐갔다.

퍼퍽!

”크흑!“

”흐어억!“

동하와 최룡의 정권에 안면을 강타당한 조직원들이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넘어갔다.

터턱!

동하와 최룡이 손바닥으로 쓰러지는 두 조직원의 등을 받치며 소음을 최대한 줄였다.

한편 그 시간, 리우캉은 두 명의 이사와 함께 소파에 앉아 시내로 출동시킨 수십 개의 팀으로부터 시시각각 전해지는 보고를 듣고 있었다. 한참 동안이나 보고를 듣고 있던 흑룡회 총보스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천 명이 넘는 조직원들을 풀었는데 어째서 강동하를 잡았다는 보고가 아직 안 올라오는 거지?”

두 명의 이사 칭룽과 왕샤우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날이 밝기 전에는 꼭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

“강동하는 절대로 살아서 심양을 빠져나갈 수 없습니다.”

“그래……, 당연히 그래야겠지.”

소파에 등을 묻고 짜증 섞인 신음을 흘리던 리우캉이 씰룩했다.

“응?”

“왜 그러십니까, 회장님?”

“너희들은 못 느꼈나?”

“네? 대체 무엇을……?”

리우캉이 스윽 고개를 돌려 굳게 닫혀 있는 회장실 문을 바라보았다. 방금 문밖에서 누군가 바닥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리우캉이 싸늘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방문을 바라보며 명령했다.

“나가봐라. 아무래도 밖에 손님이 와 계신 것 같다.”

“알겠습니다.”

칭룽과 왕샤우가 온몸을 긴장시키며 방문을 향해 걸어갔다.

콰아앙!

칭룽이 문고리를 잡는 순간, 누군가의 발이 방문을 박살내며 그의 얼굴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웬 놈이냐?!”

파아앙!

칭룽이 두 팔을 세워 발을 막아내며 일갈했다. 그는 자신이 의문의 습격자의 공격을 훌륭하게 방어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크흐흐흑!”

두 팔이 부러지는 듯한 강렬한 통증이 느껴지며 그의 몸이 뒤쪽으로 붕 날아갔던 것이다.

그런 칭룽을 대신하여 왕샤우가 회장실 안으로 난입하는 동하를 노리고 기가 팽팽하게 실린 주먹을 날리며 덤벼들었다.

“너 뭐 하는 새끼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감히!”

파파파파파파팡!

왕샤우와 동하가 주먹을 맞부딪치며 단숨에 십여 합을 격돌했다. 흑룡회의 이사진 중에서도 손꼽히는 고수였던 그는 자신이 눈앞의 습격자를 제압할 수 있으리라 자신했다.

푸우욱!

하지만 동하의 주먹이 명치에 쑤셔박히는 순간, 그는 그 자신감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이었는지 똑똑히 깨달았다.

“우웨엑!”

우당탕탕!

자신의 앞까지 굴러오는 칭룽과 왕샤우를 보며 리우캉은 고개를 갸웃했다. 칭룽과 왕샤우는 현기의 고수였다. 그것도 장더이처럼 간신히 그 경지의 초입에 발을 들여놓은 수준이 아니라, 현기의 정점에 서 있는 무인들이었다. 그런데 그 두 사람이 지금 문 앞에 오연히 서 있는 한 청년에게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나동그라진 것이다.

리우캉이 문 앞에 서서 자신을 지그시 노려보고 있는 동하를 향해 낮게 깔리는 소리로 물었다.

“네가 강동하구나?”

동하가 자신의 등 뒤로 다가와 서는 최룡과 은서를 배경으로 히죽 웃으며 답했다.

“그럼 여기 나 말고 쳐들어올 사람이 또 있나?”

리우캉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숨을 구멍이나 찾아다니는 쥐새끼인 줄만 알았더니, 제법 대담한 녀석이었구나. 솔직히 네놈이 호랑이굴로 제 발로 찾아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호랑이굴이라고? 여기가? 내 눈에는 그냥 겁쟁이 토끼들만 우글거리고 있는 토끼굴로 보이는데?”

동하의 도발에 리우캉의 눈빛이 서늘하게 변했다.

“꼬마야, 구석에 몰려 끌어낸 궁여지책이 어쩌다 통했다고 너무 자만하지 마라. 그래 봤자 네놈이 죽을 자리를 찾아 날아든 부나방이란 사실은 변하지 않는단다.”

마치 리우캉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칭룽과 왕샤우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몸을 일으킨 것은 그때였다.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합니다, 보스.”

“저 애송이는 저희가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자신의 일격을 받고도 전혀 충격을 받지 않은 듯한 흑룡회의 두 이사를 보며 동하도 내심 긴장했다.

뭐야 저것들? 내가 생각했던 이상의 고수였던 건가?

리우캉이 그런 동하를 가리키며 히죽 웃었다.

“정확히 일 분 주겠다. 그 안에 저 강동하란 놈을 내 앞에 꿇리지 못한다면 너희 둘도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당연하신 분부십니다!”

촤아아앗!

칭룽과 왕샤우가 섬뜩한 안광을 발하며 동하에게로 돌진했다.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기어 들어왔느냐, 건방진 자식아!”

슈와아아악!

동하의 얼굴과 가슴을 노리고 날아드는 두 사람의 주먹에는 사나운 기광이 일렁이고 있었다.

“토끼굴인 줄 알고 왔다니까!”

동하가 먼저 칭룽의 주먹을 노리고 주먹을 내질렀다.

콰직!

두 사람의 주먹이 맞부딪치며 날카로운 기의 파편이 사방으로 흩날렸다.

후우우웅!

“으윽!”

동하는 연이어 밀영환보를 밟으며 왕샤우의 주먹을 아슬아슬하게 흘려보냈다.

“네놈들은 어차피 여기서 뒤지게 되어 있어!”

쾅! 쾅! 쾅! 쾅!

그때부터 동하와 흑룡회의 두 이사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주먹을 부딪치며 격돌했다. 솔직하게 말해 동하는 오룡봉성의 경지에 오른 자신이 흑룡회의 보스도 아닌 그의 수족쯤은 손쉽게 쓰러뜨릴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았다.

이 새끼들은 정더이인가 하는 그 작자보다 훨씬 강하잖아! 인정하긴 싫지만 최소한 나와 비슷한 경지 같아!

자신과 엇비슷한 경지의 두 사람과 맞붙었으니 동하는 조금씩 밀릴 수밖에 없었다.

뻐어억!

“후웁!”

그리고 아차 하는 순간, 칭룽의 발이 옆구리에 꽂히며 동하가 고통스럽게 진동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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