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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경찰-40화 (40/75)

〈 40화 〉 40화.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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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화.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혀, 형님! 저는 괜찮습네다.”

최룡이 동하의 부축을 뿌리치며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동하가 보기에 최룡은 상태는 결코 괜찮지가 않았다. 온몸이 크고 작은 상처와 멍 자국으로 뒤덮인 그는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동하가 최룡의 팔을 붙잡으며 은서를 향해 다급하게 말했다.

“은서 씨, 최대한 빨리 이곳에서 빠져나갑시다!”

“네, 그게 좋겠어요.”

동하와 은서가 최룡을 양팔을 잡은 채 즐비하게 널브러진 흑룡회 조직원들 사이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의 머릿속에서 이진산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 것은 그때였다

[이 미련곰탱이 같은 놈아! 가긴 어딜 간단 말이냐?]

동하가 우뚝 걸음을 멈추며 고개를 갸웃했다.

‘네? 리캉우를 쓰러뜨렸으니, 당연히 심양에서 탈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심양에서 너를 추격하던 리캉우가 쓰러지고, 흑룡회가 와해됐는데, 왜 도망을 쳐?]

‘그, 그야……!’

[아둔한 놈아! 어렵게 흑룡회의 대가리인 리캉우를 쓰러뜨렸으니, 네놈이 흑룡회를 접수하면 될 것이 아니냐?]

너무 놀란 동하가 입 밖으로 소리를 내지르고 말았다.

“네에? 흑룡회를 접수한다고요? 제가요?!”

그 소리에 놀란 최룡과 은서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동하를 돌아보았다.

“형님! 흑룡회를 접수하실 생각이십네까?”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경찰관인 동하 씨가 왜 삼합회 조직을 접수해요?”

“아니, 꼭 접수하겠다는 건 아니고요…….”

은서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지만, 최룡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였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일입네다. 내레 형님의 아우가 되었으니, 동북회는 형님의 조직이나 마찬가집네다. 동북회의 보스인 형님께서 흑룡회의 총보스 리캉우를 쓰러뜨렸으니, 흑룡회를 접수하는 게 우리 세계에서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할 수 있습네다.”

은서가 그런 최룡을 향해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동하 씨는 대한민국의 현직 경찰관이라니까요! 이제 곧 출장 기간이 끝나면 저와 함께 귀국해야 한다고요!”

최룡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은서 경위님과 동하 형님이 중국까지 날아온 목적이 무엇입네까?‘

”그야 대림동 길림파를 통해 한국에 마약을 살포하는 중국 조직을 일망타진하려고…….“

”그래서 그 조직을 일망타진했습네까?“

”그, 그건…….“

당황하는 은서의 얼굴을 똑바로 보며 리길상이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저희 동북회도, 이곳 흑룡회도 한국에 대규모의 마약을 공급하던 정제불명의 조직의 하부 조직에 불과했습네다. 중국 동북방의 거대도시인 심양을 장악하고 있는 흑룡회를 수족처럼 부릴 정도의 조직이라면 그 조직이 얼마나 대단한 세력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겁네다. 그런 조직을 상대하려면 형님 혼자만의 힘으로 불가능합네다. 형님이 직접 흑룡회를 접수하여 조직 대 조직으로 한판 승부를 겨룰 수밖에 없다 이 말입네다.“

”하, 하지만 동하 씨는 경찰관인데…….“

은서가 도움을 청하듯 동하를 돌아봤지만, 그는 골똘히 생각에 잠긴 얼굴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머릿속에서 이진산과 심각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기 때문이다.

[큭큭큭큭! 그래도 최룡 저놈은 통박이 제대로 굴러가는구나. 저놈의 말이 백번 지당하다. 동하 네놈이 지금 귀국한다면 한국에 마약을 공급하는 조직은 절대로 찾아낼 수가 없어. 그럼 결국 아무것도 해결되는 것이 없는 셈이지.]

’말씀을 듣고 보니, 정말 그렇겠군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동하의 머릿속에서 이진산이 정색하며 말했다.

[그리고 네놈이 중국에 남아 흑룡회를 접수해야만 하는 더욱 절박한 이유가 있다.]

’더욱 절박한 이유요? 그게 대체 뭡니까?‘

[노부의 목표가 무엇인지 벌써 잊었느냐? 사부를 배신하고 목숨까지 빼앗은 세 제자 놈들에게 복수한다는 그 절박한 목표 말이다!]

’아! 물론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흑룡회를 접수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인지는…….‘

[노부의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면 한국에 대규모의 마약을 공급하고 있는 조직은 세 제자 놈들과 필시 모종의 관련이 있을 것이니라.]

’네? 정말요?‘

소스라치게 놀라는 동하의 머릿속에서 이진산의 목소가 더욱 심각해졌다.

[전에도 말했지만 노부가 세운 조직은 중원 최고의 조직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세 제자 놈이 그 조직을 지배하고 있지. 그런데 그런 조직의 묵인이나 협조 없이 한국에 대규모의 마약을 살포하는 작업이 가능했으리라 보느냐?]

’아……! 정말 그럴 수도 있겠군요.‘

[노부가 보기에는 이번 마약사건은 분명 노부의 제자 놈들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그리고 그 흑막을 파헤치고, 사부를 배반한 세 제자 놈을 응징하기 위해선 동하 네놈이 제자들의 조직에 맞설만한 강력한 조직을 만들어 그 수장에 오르는 수밖에 없다.]

동하가 난감한 얼굴로 물었다.

’이 팀장님이 말했듯이 저는 일개 순경에 불과합니다. 그런 제가 과연 그런 거창한 일을 해낼 수 있을까요?‘

[물론 예전이라면 나도 불가능하리라 생각했겠지. 하지만 네놈은 주화입마에 빠져 사경을 헤매는 와중에 독호지주의 독을 받아들여 오히려 오룡봉성의 경지에 올랐고, 탄기의 고수인 리캉우에게 맞아 죽기 직전에 스스로 탄기의 경지에 올라 그놈을 거꾸러뜨렸다. 네놈은 비록 자질은 부족하지만 무언가 보이지 않는 손이 도와주듯 엄청난 강운을 타고났음이 틀림없다. 그리고 노부는 네놈의 그 운에 모든 것을 걸고, 세 제자 놈들과 중원의 패권을 놓고 일전을 벌여볼 만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으음…….‘

동하는 한동안 입을 굳게 다문 채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이진산이 왜 흑룡회를 접수하라고 했는지 그도 이제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자신이 정말 천여 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거대 삼합회 조직의 수장이 되어 중국 최고의 조직과 싸울 수 있는 그런 그릇인지는 확신할 수가 없었다.

아……, 어머니!

갈등하던 동하는 문득 어머니의 얼굴을 떠올렸다.

내가 여기서 싸움을 멈춘다면 어머니의 죽음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어떤 목적이 숨겨져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한국에 대규모의 마약을 공급하는 그 정체불명의 조직 때문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그런데 이렇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 조직을 그냥 내버려두고 돌아간다면 어머니의 죽음이 너무 덧없게 되지 않을까?

’안 돼! 그것만은 절대로 용납할 수가 없다!‘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고 고민 중인 동하를 최룡과 은서가 동시에 돌아보았다.

”형님! 결정을 내려주시라요.“

”동하 씨, 나와 함께 한국으로 돌아가요.“

잠시 더 고민하던 동하가 마침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는…….“

”그래요, 동하 씨. 나와 함께 귀국할 거죠?“

조바심을 내며 묻는 은서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동하가 내뱉었다.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아……!“

은서와 최룡의 입에서 거의 동시에 탄식이 새어 나왔다.

”왜요? 대체 왜 말도 안 되는 짓을 벌이려고 하는 거예요?“

강하게 반발하는 은서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한 채 동하가 신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여기서 그 정체불명의 조직을 포기하고 돌아간다면 제 어머니의 죽음이 너무 허무하게 묻힐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아……, 어머니 때문에?!“

동하의 입에서 어머니의 이야기가 나오자, 은서도 더 이상 반박하지 못했다. 핼쑥해지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동하가 말했다.

”이 팀장님께는 진심으로 미안합니다. 하지만 저는 아무래도 좀 더 중국에 머물러야 할 것 같습니다.“

”…….“

은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동하의 결정이 틀렸다고 반박하지도 않았다.

그래, 이은서 팀장은 내 마음을 이해하고 있는 거다.

그러지 않았다면 저 불같은 성격에 입을 다물고 있을 리가 없지.

고개를 끄덕이며 동하가 최룡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최룡.“

”네, 형님!“

”지금 장춘에 있는 동북회의 아우들 가운데 이곳으로 당장 부를 수 있는 친구들이 몇이나 되지?“

”싹 다 긁어모으면 한 백 명쯤 될 겁네다.“

동하가 고개를 끄덕이며 명령했다.

”그럼 일단 그 친구들부터 불러들이도록 하지. 흑룡회처럼 큰 조직을 접수하려면 가장 믿을 수 있는 친구들을 곁에 둘 필요가 있을 테니까. 그야말로 동북회가 흑룡회를 접수하는 형식을 취하게 되는 거다.“

최룡이 뿌듯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지당하신 말씀입네다. 지금 당장 동북회의 아우들부터 불러들이도록 하겠습네다.“

”후우우우……!“

핸드폰을 꺼내는 최룡을 지켜보며 동하가 숨을 길게 몰아쉬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그리고 앞으로 나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격랑 속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정신 똑바로 차려라, 강동하!

이제부터는 정말 죽느냐 사느냐의 싸움이다!

새삼 마음을 다잡은 동하가 은서를 향해 부드럽게 말했다.

”비행기 편을 알아봐 드릴 테니, 이 팀장님은 장춘에서 팀원들과 합류하여 일단 귀국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은서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그래야겠죠.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어요.“

”문제라면 어떤……?“

”저희가 참고인 자격으로 데려왔던 리길상이 사라져 버렸어요.“

”아! 그러고 보니…….“

이건 동하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장춘에서 공안국장 왕치성에게 연행당하고, 샤이롱과 리펑 같은 고수들과 격돌하는 와중에 리길상이 홀연히 사라져 버렸던 것이다.

리길상, 이 교활한 새끼가 기어이 도망을 쳤군!

동하가 입술을 질끈 깨물며 은서를 향해 말했다.

”리길상이 일단 숨기로 마음먹었다면 우리로선 찾아내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걱정이라는 거예요. 참고인 자격으로 데려왔던 피의자를 놓쳤으니, 귀국하면 문책을 피할 수 없을 테니까요.“

”하긴 그렇겠군요. 하아……! 이 쥐새끼 같은 놈을 대체 어디에서 찾나?“

동하가 한숨을 길게 몰아쉬고 있을 때, 어디선가 방문을 걷어차는 소리와 함께 성난 고함이 울려 퍼졌다.

쾅! 쾅! 쾅!

”이봐! 밖에 아무도 없네? 여기 사람이 갇혀 있다! 누구든 빨리 좀 꺼내달라우!“

그 요란한 소리는 복도 끝쪽 굳게 잠긴 방문 안쪽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동하는 돼지 멱을 따는 듯한 그 목소리가 왠지 귀에 익다고 생각하며 방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이 목소리는 설마……?!“

방문 앞으로 다가간 동하가 안쪽에서 들려오는 고함에 다시 귀를 기울였다.

”이 간나 새끼들아! 여기 사람이 갇혀 있다는 소리 들리지 않니? 내레 밖으로 나가면 너희 간나들을 싹 다 죽은 목숨인 줄 알라우!“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신한 동하가 방문을 냅다 걷어찼다.

우지끈!

기가 팽팽하게 실린 그의 발길질에 문짝이 경첩째 뜯겨나갔다.

그리고 방 안으로 들어간 동하는 온몸이 피투성이로 변한 채 의자에 꽁꽁 묶여 있는 리길상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허억! 가, 강동하 니 새끼가 왜 여기에 있니……?!“

귀신이라도 만난 듯이 놀라는 리길상에게 얼굴을 들이밀고 동하가 씨익 웃었다.

”눈물 나게 반갑다, 길상아.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는 속담이 괜히 생긴 게 아니었구나, 응?“

”아놔 씨발……! 무슨 이런 더러운 재수가 다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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