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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경찰-46화 (46/75)

〈 46화 〉 46화. 북경 진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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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화. 북경 진출(2)

“저기……, 탕 보스.”

동하가 무척이나 곤란한 표정으로 이름을 부르자, 탕시린이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말해!”

“내가 지금부터 탕보스의 내상을 치료하려고 하는 말이오.”

“그런데 뭐?”

“그게 저어…….”

동하가 식은땀까지 삐질 거리며 우물쭈물하자, 성격 급한 탕시린이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에이 씨! 치료해줄 거면 빨리하고, 안 해줄 거면 썩 꺼져버려!”

동하도 결국 눈을 질끈 감고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

“치료하려면 제가 탕보스의 가슴에 손바닥을 대야 합니다!”

철썩!

순간 탕시린의 손바닥이 동하의 뺨을 후려갈기며 그의 눈에서 불이 번쩍했다.

“아니, 음흉한 짓거리를 하겠다는 게 아니라 기혈이 막힌 부분이 하필 가슴 쪽인지라 손바닥을 대고 기를 흘려보내야…….”

철썩! 철썩!

“아 씨! 이 여자가 진짜!”

동하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주먹을 불끈 쥐는 순간, 그녀가 툭 내뱉었다.

“가슴이든 어디든 아파 죽겠으니까 빨리 치료하란 말이야.”

“뭐요? 그럴 거면 뺨은 왜 때렸어요?”

“그럼 조숙한 처녀의 가슴을 꽁으로 만지려고 했어? 뺨 정도는 처맞아야 멀쩡한 처녀의 가슴을 만진 값이 되지.”

“하……!”

거참, 독특한 사고방식을 가진 여자일세.

내 지인 이 여자와 사귀겠다고 한다면 김밥을 싸 들고 다니며 말려야겠어.

눈을 치켜뜨고 있는 탕시린의 얼굴을 기가 막힌 듯이 보고 있던 동하가 그녀의 가슴을 향해 천천히 손을 내뻗었다.

뭉컹!

그녀의 가슴에 닿는 손바닥을 통해 풍성하면서도 야들야들한 감각이 전해졌다.

오옷! 겉보기와는 달리 은근 글래머인데!

게다가 이 고무공 같은 탄력까지!

저도 모르게 표정이 흐뭇하게 변하는 동하를 향해 탕시린이 쏘아붙였다.

“너, 지금 느끼니?”

“그, 그럴 리가……!”

“빨리 기치료부터 시작해라, 응? 뺨 정도가 아니라 앞니가 몽창 날아가기 전에!”

“흠흠! 아, 알겠소.”

후우우우웅!

동하가 정좌를 하며 기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일월합벽의 경지에 오른 그의 몸 윤곽을 따라 순식간에 기광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이 새로운 경지에 도달한 이후로 동하는 아주 미량의 내공을 끌어내어 돌리는 것만으로도 이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강한 기운이 동하의 손바닥을 통해 탕시린의 가슴 속으로 서서히 스며들기 시작했다.

“흐윽!”

뜨겁고도 강렬한 기운이 가슴 속으로 콸콸 쏟아져 들어오자, 탕시린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상체를 휘청거렸다.

동하가 웃음기가 사라진 진중한 얼굴로 그녀에게 경고했다.

“자세를 똑바로 해요. 자칫 기운이 잘못된 방향으로 돌면 내상이 오히려 도지게 될 거요.”

“아, 알았으니까 똑바로 하기나 해.”

탕시린이 기어 한마디 대거리를 하며 상체를 바로 세웠다.

우우우우우웅!

그때부터 동하와 탕시린은 이를 악물고 기운을 주입하고, 그 기운을 받아들이는 작업에 집중했다. 머지않아 그녀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며 동하와 마찬가지로 몸 윤곽을 따라 기광이 환하게 피어올랐다.

웅웅웅웅웅웅웅!

그녀는 자신의 가슴 속에서 뜨거운 기운이 기맥을 막고 있던 울혈을 밀어내고 있는 감각을 느끼고 있었다. 기를 통해 상대의 내상을 치료한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녀에게 무공을 가르쳐준 아버지가 늘 입버릇처럼 말했던 것이었다. 무공을 이용해 사람을 상하게 하는 것은 쉬우나, 그것으로 사람을 치료하는 것은 열 배는 어려운 일이라고.

동하가 자신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고수일 거라 생각하며 그녀가 숨을 길게 토해냈다.

“하아아아……!”

동시에 탕시린의 창백하던 안색에 혈색이 돌아왔다. 탕시린이 스윽 눈을 들어 아직도 자신에게 기운을 불어넣고 있는 동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자신을 위해 이렇게 애써주고 있는 남자의 모습을 본 게 얼마 만인지 헤아려보고 있었다.

‘쳇! 아버지가 죽은 이후로는 처음인 것 같군.’

괜스레 코끝이 찡해지는 것 같아 탕시린이 동하를 향해 부러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봐, 언제까지 내 가슴에 손을 대고 있을 거야? 아예 대놓고 주물럭거리시지 그래?”

동하가 서둘러 그녀의 가슴에서 손을 떼며 투덜거렸다.

“이 여자가 말을 해도 꼭! 고맙다고 한마디 하면 어디가 덧나냐?”

“아 됐고! 아까 하던 얘기나 마저 해봐!”

탕시린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자, 동하도 따라 일어섰다.

“너희들은 모두 나가 있어! 다친 녀석들은 멀쩡한 녀석들이 부축해줘! 그리고 많이 다친 녀석들은 왕 의원한테 데려가도록!”

탕시린은 쓰러져 있던 죽림방 조직원들을 밖으로 내보내고 재빨리 사무실을 정리했다.

동하도 코피를 닦고 있는 최룡을 향해 걱정스럽게 물었다.

“너도 의원한테 가봐야 하지 않겠어?”

“이 정도로 의원은 무슨! 일 없습네다.”

그러면서 아직 분이 안 풀렸는지 최룡이 도끼눈을 뜨고 탕시린을 쏘아보았다.

“탕시린, 나중에 꼭 제대로 한 번 붙어보자우.”

“킥……! 쥐뿔도 없는 새끼들이 꼭 나중에 보자고 하더라.”

“뭐이 어드레?”

“아아……! 진정들 하라고.”

동하가 다시 일촉즉발로 치닫는 최룡과 탕시린을 말렸다. 그리고 탕시린을 향해 돌아서며 말했다.

“탕 보스, 이제 어떻게 할 거요?”

“으음……!”

잠시 동하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고민하던 그녀가 툭 내뱉었다.

“그러니까 강동하 보스는 북경 진출을 위해 리차오 빈민가에 흑룡회 지부를 설립하고 싶단 말이지? 우리 죽림방을 발판으로 삼아서 말이야?”

“그렇소.”

“좋아, 흑룡회가 리차오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협력할게. 단!”

탕시린이 재빨리 검지를 눈앞으로 세웠다.

“죽림방이 흑룡회 밑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야. 두 조직은 동등한 연합조직으로써 협력하게 될 거야.”

“헛소리 집어치우라우!”

최룡이 발끈하며 나섰다.

“죽림방 보스인 네가 우리 형님에게 깨졌어! 그럼 당연히 죽림방이 우리 밑으로 들어와야 하는 거 아니니?”

“죽림방은 아버지 때부터 이어오던 독립된 조직이야. 우리를 무릎 꿇리겠다면 나와 조직원들을 싹 다 죽여야 할걸!”

“그래? 그럼 싹 다 죽여 버리고 리차오를 통째로 집어삼키면 되겠구만!”

“어디 할 수 있으면 한 번 해보시든가.”

“뭐 이런 미친 에미나이가 다 있니?”

시퍼렇게 독기를 발산하며 최룡과 대치하는 탕시린을 지켜보던 동하가 툭 내뱉었다.

“좋소. 탕 보스의 뜻대로 죽림방과는 동등한 입장에서 연합을 맺도록 하겠소.”

“하지만 형님!”

“괜찮아. 우리의 목표는 북경 진출이지 리차오 장악이 아니니까.”

“끄으응……!”

동하가 단호하게 말하자, 최룡이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참는 표정으로 신음을 삼켰다.

동하의 양보에 마음이 풀렸는지 탕시린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래서 흑룡회 조직원들을 몇 명이나 데리고 올 건데?”

동하가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며 대답했다.

“나와 최룡을 포함한 오십 명쯤 될 거요.”

동하는 이미 이곳으로 오기 전에 최룡이 아우 스무 명과 흑룡회에서 선발한 최정예 삼십 명으로 구성된 총 오십 명의 선발대를 리차오로 데려오기로 계획을 세워 두었던 것이었다.

“흐음……! 오십 명이 머물려면 꽤 널찍한 공간이 필요하겠군?”

턱을 매만지며 고민하는 탕시린을 향해 동하가 말했다.

“일단 숙소 문제부터 부탁하겠소, 탕 보스.”

“뭐 나야 다 돈을 받고 하는 일이니까 고마워할 필요까진 없고.”

“이 에미나이야! 숙박비까지 받겠다는 거니?”

기가 막힌 표정을 짓는 최룡을 돌아보며 탕시린이 피식 웃었다.

“너희 보스가 이미 우리 죽림방의 자금 문제를 해결해주겠다고 약속했거든?”

“그거야 니 에미나이가 우리 보스에게 무릎 꿇기 전의 이야기지!”

“쪼잔한 최룡 너와 달리 여기 강 보스는 마음이 바다처럼 넓어서 그 약속을 지켜줄 것 같은데?”

동하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죽림방의 연합조직으로써 친구의 자금난을 해결해드리지.”

“거봐, 통 큰 남자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니까. 소갈딱지가 요만한 남자랑은 비교가 안 되지, 암.”

“끄으으으……!”

자신을 향해 새끼손가락 끝마디를 짚어 보이는 탕시린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최룡이 주먹을 부들부들 떨었다. 아무래도 이러다간 둘이 기어이 한 판 더 붙을 것만 같아 동하는 서둘러 탕시린의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자, 빨리 나가서 우리가 머물 공간부터 봅시다.”

“그럽시다, 까짓거!”

* * *

죽림방은 작은 개천이 실핏줄처럼 굽이굽이 흐르는 하천 변을 따라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의 판잣집들이 끝도 없이 늘어서 있는 북경의 유명한 빈민가 리차오의 중심부에 위치 해있었다. 하수 시설이 정비되어 있지 않았으므로 그 수많은 가옥에서 그냥 흘려보낸 인분과 온갖 음식 찌꺼기가 쌓여 썩은 내가 진동하는 개천 옆의 낡은 삼 층짜리 건물이 바로 죽림방의 본거지였다.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건물이었지만 제법 널찍한 마당이 딸려 있었는데, 그 마당 건너에 시뻘겋게 녹이 슨 커다란 창고건물 두 동이 마주 보며 서 있었다.

마당 한복판에 서서 탕시린이 그 창고건물들을 가리켰다.

“저 창고건물 두 동을 개조하면 백 명 정도는 충분히 수용할 수 있을 거야.”

“흐음……, 창고가 상당히 낡았군요.”

떨떠름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동하 옆에서 최룡이 혀를 찼다.

“저건 낡은 정도가 아니라 바람만 훅 불어도 쓰러질 정도가 아닙네까? 저런 곳에서 어떻게 사람이 산단 말입네까?”

탕시린이 그런 최룡을 돌아보며 피식 비웃었다.

“리차오에서는 모든 게 낡았어. 집도, 사람도 다 낡았지. 저 정도면 준수한 편이라고 생각해야 돼.”

“녹슨 창고만 덩그러니 서 있는데 잠은 어떻게 자고, 밥은 어떻게 먹으란 말이네?”

“인부들을 시키며 창고 안에 방을 만들고, 주방을 설치하면 돼. 지역 관리한테 돈 몇 푼 쥐어 주면 상수도는 끌어다 줄 테고.”

동하가 탕시린을 돌아보며 물었다.

“혹시 탕 보스가 그 개조공사를 맡아줄 수 있습니까?”

탕시린이 엄지와 검지를 동글게 말아 보이며 히죽 웃었다.

“나야 뭐, 이것만 넉넉히 챙겨준다면 뭐든지 해줄 수 있지.”

“알겠소. 공사비는 충분히 드릴 테니, 최대한 서둘러주시오.”

“그러자고!”

“자, 그 이야기는 그렇게 마무리 짓기로 하고…….”

동하가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는 탕시린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이곳 리차오에 걸방이라고 있지요?”

“뭐?”

동하의 입에서 걸방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탕시린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그녀가 긴장된 눈으로 동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강 보스가 걸방에 대해 어떻게 알고 있지?”

“왜요? 나는 걸방이란 이름을 알면 안 됩니까?”

걸방이란 리차오에서 비밀리에 활동하고 있는 정보상인 집단을 말한다. 리치오에는 북경의 고위관리나 부호 등 권력자들의 집에서 가정부나 정원사로 일하는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직업적 특성상 그런 권력자들의 은밀한 비밀을 알게 되었고, 그것을 전문적으로 수집하여 판매하는 집단이 생기게 되었다. 그 집단의 이름이 바로 걸방이었다.

동하는 물론 이 정보를 이진산을 통해 듣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걸방을 이용해 꼭 알아내고 싶은 정보가 하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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