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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경찰-48화 (48/75)

〈 48화 〉 48화. 값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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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화. 값진 정보

“강동하……, 너는 혹시 이진산과 관련이 있나?”

걸방 방주가 날카롭게 눈을 빛내며 물었다.

잠시 입을 꾹 다물고 있던 동하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오늘 이곳에서 처음 들어보는 이름입니다.”

“흐음……, 그렇단 말이지? 그런데 왜 네 눈빛이 그 노괴의 눈빛과 닮아 있는 걸까?”

방주가 의심이 풀리지 않는 눈으로 동하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글쎄요……, 그건 저로서도 잘 모르겠군요.”

그의 예리한 눈빛이 자신의 내부에 웅크리고 있는 이진산의 존재를 간파할 것만 같아 동하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

“그보다 오늘 제가 걸방을 통해 사고 싶은 정보는…….”

“그래, 말해봐라. 어떤 정보를 얻고 싶은 거냐?”

그제야 걸방 방주가 이진산에게서 관심을 거두고, 본연의 자세로 돌아왔다.

“우리 흑룡회를 뒤에서 조종했던 북경의 거대조직이 대체 어떤 조직인지 궁금합니다.”

“흑룡회를 배후에서 조종했던 조직이라……?”

“네! 전대 흑룡방주 리캉우는 간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북경의 어느 막강한 조직 밑으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조직의 사주를 받아 한국에 대규모의 마약을 반입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되었죠. 리캉우 정도의 고수를 굴복시키고, 흑룡회 정도의 조직을 단숨에 흡수해 버릴 수 있는 그 조직의 이름을 알고 싶습니다.”

“…….”

방주는 입을 꾹 다물고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살짝 불안해진 동하가 그의 안색을 살피며 물었다.

“혹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겁니까?”

방주가 피식 실소하며 대꾸했다.

“우리 걸방의 정보력은 네가 상상하는 이상이다. 혹자들은 우리의 정보력이 중국 공산당의 정보기관인 내각안전부를 능가한다고 평가하기도 하지.”

“아……! 그럼 정보를 가지고 계신다는 뜻이군요?”

“그래, 네가 찾고 있는 그 조직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긴 갖고 있다.”

“그럼 제가 그 정보를 사겠습니다.”

조급하게 말하는 동하를 바라보는 방주의 시선이 살짝 경직되었다.

“하지만 이 정보는 매우 비싸다. 왜냐하면 그 조직의 이름을 입에 담는 것조차 매우 위험한 모험이기 때문이지.”

“얼마면 되겠습니까?”

“글쎄다…….”

턱을 매만지며 골똘히 생각하던 방주가 손가락 두 개를 펼쳐 보였다. 그 정도는 예상치를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라고 판단한 동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2천만 위안입니까? 그 정도는 지불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아니, 2억 위안이다!”

“헉! 2억 위안이라고요?!”

동하를 앞질러 탕시린이 빽 소리쳤다. 그녀가 방주를 향해 말도 안 된다는 듯이 항의했다.

“2억 위안이면 한국 화폐로 거의 200억에 육박하는 거금이에요! 그깟 조직의 이름 하나를 알려주는 값으로는 너무 과하다고요!”

“내가 말하지 않았던가? 그 조직의 이름을 입에 담는 것조차 매우 위험한 도박이라고.”

방주가 두 눈을 긴장감으로 물들이며 말했다.

“우리 걸방 전체가 위험해질 수도 있는 일이란 말이다.”

“걸방 전체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고요? 대체 얼마나 대단한 조직이기에……?!”

탕시린이 질린 듯 눈을 부릅뜨고 동하를 돌아보았다.

잠시 방주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동하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2억 위안의 정보료를 지급하도록 하죠.”

“강 보스!”

탕시린이 말렸지만 동하의 표정은 확고했다.

“그 조직의 이름을 알아내는 건 우리 흑룡회로선 조직의 사활이 걸린 문제입니다. 보이지 않는 적을 상대한다면 필패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2억 위안은 분명 큰돈이지만 그 정도의 가치는 충분히 있는 값진 정보라고 생각합니다.”

걸방 방주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흑룡회가 좋은 보스를 새로이 맞이했군. 리캉우는 강하기는 했지만, 욕심이 과했어. 그에 비해 너는 욕심이 없어서 오히려 상황을 냉철하게 바라볼 줄 아는 것 같다.”

“과분한 칭찬이십니다. 그보다 거래가 성사되었으니, 이제 그 조직의 이름을 알려주시지요.”

“…….”

마치 남들 앞에 꺼내놓기 싫은 보물을 숨겨놓은 듯 잠시 더 뜸을 들이던 방주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리캉우의 흑룡회를 휘하로 끌어들였던 조직은……, 바로 홍련이다!”

“홍련? 베이징에서도 상업중심지인 둥청 지역을 장악한 그 홍련이오?!”

이번에도 동하에 앞서 탕시린이 먼저 새된 소리를 질렀다.

동하가 그녀를 힐끗 돌아보며 물었다.

“홍련이 그렇게 강한 조직이야?”

“그걸 말이라고 해?”

그녀가 답답한 듯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에서도 둥청 같은 번화가는 아무 조직이나 장악할 수 있는 게 아니야. 홍련은 둥천에서 수십 개의 빌딩을 관리하는 빌딩임대업, 주로 대기업을 상대로 한 대부업, 초호화 유흥업소 등을 관리하는 메머드급 조직이라고 할 수가 있어. 조직원 수만 해도 이천이 넘고, 웬만한 조직원들은 일당백으로 때려눕힐 수 있는 고수급 간부들의 숫자만도 수백을 헤아리지.”

“그렇군……, 그렇게 강한 조직이니 흑룡회 같은 조직이 저항 한 번 못하고 무릎을 꿇었겠지.”

심각하게 고개를 끄덕이던 동하가 다시 방주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홍련 위쪽으로 더 이상은 없는 겁니까?”

“그건 또 무슨 소리냐?”

“저는 한국으로 대규모 마약을 유통하는 조직을 추적하다가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마치 독립된 여러 조직이 단일 조직처럼 체계를 갖추어 하부조직에서 상부조직으로 줄줄이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한국 대림동의 길림파에서 장춘의 동북회로, 동북회에서 다시 흑룡회로, 흑룡회에서 다시 홍련으로 층층이 상부조직이 등장했던 셈입니다. 그러니 이번에도 홍련 위쪽에서 더 강한 어떤 조직이 도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있는 겁니다.”

걸방 방주가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그것까지는 우리로서도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하지만 동하는 포기하지 않고 훅 치고 들어갔다.

“그럼 한국에 대규모 마약을 유통하는 이 연결고리가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지 파헤쳐주는 조건으로 새로운 의뢰를 넣어도 되겠습니까?”

“그것은…….”

방주가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미간을 찌푸렸다.

동하도 곤혹스러워하는 그의 얼굴을 마주 보며 고개를 주억였다.

하긴 홍련의 이름을 발설하면서도 긴장했던 방주가 아닌가.

그 위쪽의 조직까지 파헤쳐달라고 했으니 부담을 느낄 수밖에!

‘만약 방주가 너무 부담스러워한다면 이 정보요청은 철회하는 게 낫겠어. 차라리 홍련과 부딪치면서 직접 정보를 캐내는 쪽이 빠를 수도…….’

동하가 마음속으로 반쯤 포기하고 있을 때, 뜻밖에도 방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 의뢰 역시 받아들이도록 하지.”

“정말입니까?”

동하가 반색하며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그러면 이번 의뢰비는 얼마로 책정하면 되겠습니까?”

“일단 정보를 입수할 수 있는지부터 판단한 후에 정보료는 차후에 논의하도록 하지.”

“그러시겠습니까? 그럼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던 동하가 문득 표정을 굳혔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묻겠습니다.”

“궁금한 게 참 많은 놈이로구나. 그래, 또 무엇이 알고 싶으냐?”

“홍련은 왜 흑룡회를 치지 않고 있는 걸까요?”

“무슨 소리냐?”

“자신들의 휘하로 거느렸던 리캉우가 깨지고, 그들이 제거하고 싶어 했던 제가 조직을 접수했습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홍련 쪽에서 흑룡회를 쳐서 무너뜨리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요?”

탕시린도 동의하듯 고개를 주억였다.

“어, 정말 그러네? 대체 가만히 있는 거죠?”

탕시린이 방주를 쳐다보자, 그가 히죽 웃으며 동하를 가리켰다.

“그야 대가리가 여기에 있기 때문이지.”

“네?”

“홍련으로선 강동하 너만 없애면 흑룡회를 다시 접수하는 것은 손바닥을 뒤집는 것보다 쉬운 일일 게야. 그런데 뭐하러 세상을 이목을 집중시키며 조직 간의 전쟁을 일으키려 하겠느냐?”

“아……!”

그제야 동하가 상황을 이해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를 향해 방주가 말을 이었다.

“우연인지 계산된 행동인지 모르겠으나, 강동하 네가 이곳 리차오로 들어온 것은 매우 현명한 선택이었다. 네가 계속 심양에 머물렀다면 홍련은 전력을 동원하여 너를 제거하려 했을 테니까. 하지만 아무리 홍련이라도 이곳 리차오는 함부로 침범할 수가 없지. 이곳 빈민가로 말할 것 같으면 온갖 괴물들이 득실거리는 악의 소굴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아무리 홍련이라도 그 괴물들을 모두 상대한다는 건 부담스러운 도박일 거야.”

“그렇군요.”

새삼 이진산의 판단에 경의를 표하며 동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더 궁금한 것이 있느냐?”

“아닙니다. 오늘은 이 정도로 충분합니다.”

“그럼 그만 나가봐라. 오랜만에 말을 많이 했더니 피곤하구나.”

“알겠습니다.”

동하가 미련 없이 일어섰고, 탕시린도 따라 일어섰다.

“그럼 조만간 또 찾아뵙겠습니다.”

“너무 자주 찾아오진 마라. 왠지 네놈과 엮이면 감당하기 벅찬 일들이 계속 생길 것 같구나.”

“그건 약속드릴 수가 없을 것 같군요.”

동하가 방주에게 머리를 깊숙이 숙여 보이곤 탕시린과 함께 움막 밖으로 나왔다.

쓰레기 산을 나란히 내려오며 탕시린이 물었다.

“강 보스가 찾는 조직이 홍련이란 건 알아냈고, 그래서 이제부턴 어떻게 할 건데?”

동하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어떻게 하긴? 적의 정체를 알았으니, 이제 준비를 갖춰 싸움을 시작해야지.”

“홍련과 붙겠다고?”

“당연하지.”

탕시린이 우뚝 멈춰 서자, 동하도 따라 멈추었다.

“왜 그러지?”

“홍련은 어마무시하게 강한 조직이야. 아까 방주님이 말했듯이 조직원 수만 해도 이천이 넘어. 아니, 조직원 수가 문제가 아니지. 홍련에는 날고 긴다는 고수들이 수백을 헤아린다고. 그들과 전쟁을 벌인다는 건 달걀로 바위를 치는 격이야.”

“지금까지도 쭉 그래왔어.”

“뭐?”

“중국으로 건너와 지금까지 늘 달걀로 바위를 치는 듯한 싸움을 해왔다고. 하지만 난 죽지 않고 살아남았지. 그리고 점점 더 강해졌어. 그러니까 홍련과의 전쟁에서도 절대로 속수무책으로 당하지는 않을 거야.”

“으음…….”

탕시린이 눈을 가늘게 뜨고 동하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녀의 시선에는 동하에 대한 믿음과 불신이 반반씩 뒤섞여 있는 것 같았다.

그녀가 갑자기 미간을 확 찌푸리며 쏘아붙였다.

“가만! 그런데 왜 아까부터 계속 반말이지?”

“그러는 탕 보스도 나한테 계속 반말을 하지 않았나? 나이도 내가 조금 많은 것 같고, 싸움에서도 내가 이겼으니 나도 반말을 할 자격이 충분하지 않나? ”

“그야…….”

할 말이 없는 듯 우물쭈물하던 탕시린이 씩씩거리며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에이 씨~ 마음대로 해!”

“잠깐!”

앞장서 걸어가려는 그녀를 동하가 불러세웠다.

“아, 왜 또?”

신경질적으로 돌아서는 그녀를 향해 동하가 나직이 말했다.

“아직 한 사람 더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거든.”

“그게 누군데?”

“…….”

“빨리 말해. 누구냐고?”

“창첸……?!”

동하의 입술을 비집고 흘러나오는 이름을 듣는 순간, 탕시린의 두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네, 네가 창첸은 또 어떻게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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