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화 〉 49화. 인재 영입(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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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화. 인재 영입(1)
드르륵! 드르르륵! 땅! 땅! 땅! 땅!
며칠째 죽림방 앞마당에 있는 대형 창고를 개조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수십 명의 인부가 들러붙어 창고를 개조하는 작업에 매달렸다. 그렇게 며칠이 흐르자, 창고는 제법 그럴듯하게 숙소로서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부터 동하와 최룡 그리고 탕시린이 나란히 서서 공사의 진행 경과를 지켜보고 있었다.
“언제쯤이면 공사가 마무리될 것 같아?”
동하의 물음에 탕시린이 고개를 까닥이며 대답했다.
“글쎄……, 한 일주일 정도 바싹 하면 대충 끝나지 않을까?”
“일주일이라…….”
나직이 되뇌던 동하가 이번엔 최룡을 힐끗 돌아보았다.
“심양에서 출발했다는 조직원들 백 명은 언제쯤 도착하지?”
“공항에 내렸다는 연락을 받았습네다. 오전 중에는 이곳으로 도착할 것 같습네다.”
“그렇군.”
최룡의 아우 오십 명과 흑룡회에서 선별한 정예 조직원 오십 명이 도착하기로 되어 있던 것이었다.
“그 친구들이 도착하고 나면 이곳 리차오에서도 슬슬 조직의 형태가 갖춰지겠군.”
생각에 잠겨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동하의 등 뒤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스! 저희들 도착했습니다!”
“오, 쑨웬 사장!”
쑨웬이 하나같이 강인해 보이는 조직원들을 거느리고 당당하게 걸어오고 있었다. 쑨웬과 백 명의 조직원이 동하 앞에 늘어서서 일제히 머리를 조아렸다.
“회장님을 뵙습니다!”
“어이구~ 귀청이야. 왜들 소리는 질러대고 난리야?”
흑룡회의 기세에 눌리고 싶지 않았던 탕시린이 입술을 삐죽거리며 투덜거렸지만 동하는 무시하고 밝게 웃으며 쑨웬과 조직원들 앞으로 다가갔다.
“쑨웬 사장, 먼 길 오느라 고생 많았소.”
“고생은요 무슨! 오히려 보스를 뵙고 싶은 마음에 한달음에 달려왔습니다. 하하하하!”
“그래요, 그래요.”
쑨웬의 어깨를 두드리던 동하가 조직원들을 향해서도 빙긋 미소 지었다.
“너희들도 고생이 많았다.”
“아닙니다, 보스! 불러주셔서 영광입니다!”
“그래, 그렇게들 생각해주니 고맙다.”
흐뭇하게 미소 짓는 동하를 바라보며 흑룡회 조직원들이 감동한 듯 표정이 환해졌다. 얼마 전까지 그들이 모셨던 보스 리캉우는 조직원들에게 단 한 번도 고맙다는 표현을 한 적이 없었다. 그는 조직원들 위에 군림할 줄만 알았지 그들을 가족으로 보듬을 줄을 몰랐던 것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보스 동하는 달랐다. 그는 경찰이란 조직에 소속되어 있던 몸이었고, 그래서 자신의 속한 조직의 동료들을 가족처럼 존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비록 동하 자신은 스스로에게 보스로서 이처럼 훌륭한 자질이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지만.
“나 참, 말 한마디 해준 거 가지고 무슨 영광씩이나! 사내자식들이 왜 이리 오버를 떠는지, 원!”
상상했던 것보다 대단한 흑룡회의 기세가 못마땅해 연신 투덜거리는 탕시린을 향해 동하가 돌아섰다. 그리고 그녀에게 쑨웬부터 소개해주었다.
“쑨웬 사장, 인사하시오. 앞으로 우리 흑룡회와 연대하게 될 죽림방의 탕시린 보스요.”
쑨웬이 그녀를 향해 정중하게 머리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탕시린 보스. 강동하 보스님 밑에서 일하고 있는 쑨웬이라고 합니다.”
“네, 네! 앞으로 잘해봅시다.”
건성으로 답례하던 탕시린이 갑자기 미간을 확 찌푸렸다.
“그런데 이대로들 멍청하게 서 있기만 할 건가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탕시린이 땀을 뻘뻘 흘리며 개조작업에 매달려 있는 인부들을 가리켰다.
“보시다시피 당신들이 묵을 숙소를 개조하는 작업 중인데, 일손이 엄청 부족해요. 구경만 하고 있지 말고 다들 달려들어 일손 좀 거들라고요.”
“아, 죄송합니다. 저희 아이들도 즉시 공사에 투입하도록 하겠습니다.”
“흥! 꼭 말을 해야 알아듣는다니까.”
끝까지 트집을 잡는 탕시린을 향해 빙그레 웃어 보이곤 쑨웬이 조직원들을 향해 돌아섰다.
“탕시린 보스께서 하시는 말씀 들었겠지? 노독은 나중에 풀기로 하고 일단은 다들 달려들어 공사를 돕기로 한다!”
“네, 알겠습니다!”
흑룡회 조직원들이 우렁차게 대답하며 창고를 향해 우르르 달려갔다.
땅! 땅! 땅! 땅! 드르르륵! 드르르륵!
백 명이나 되는 인부들이 추가되면서 공사장은 한층 활기를 띠었다. 조직원들이 인부들과 어울려 일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동하가 쑨웬을 향해 돌아섰다.
“쑨웬 사장님.”
“네, 보스. 말씀하십시오.”
“리캉우 전 회장이 충성을 맹세했던 북경의 조직이 어느 곳인지 알아냈습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대체 어떤 조직입니까?”
눈을 크게 뜨는 쑨웬의 얼굴을 바라보며 동하가 나직이 말했다.
“홍련입니다.”
“북경에서도 노른자위 상업지구인 둥청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그 홍련 말씀입니까?”
“맞아요.”
“리캉우 보스가 무릎 꿇을 정도라면 대단한 조직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설마 홍련일 줄이야……!”
“쑨웬 사장은 혹시 둥청 지역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까?”
“네, 그 지역이라면 훤히 꿰고 있습니다. 실은 제가 그곳에서 조직원 생활을 시작했거든요.”
심각하던 동하의 표정이 환해졌다.
“아, 그거 잘 됐군요. 그럼 당장 오늘부터 둥청 지역으로 잠입해서 홍련의 동태를 살펴 주십시오. 저는 머지않아 홍련과 전쟁을 벌일 생각입니다.”
“홍련과의 전쟁이라고요……?!”
쑨웬이 세상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는 듯이 입을 떡 벌렸다. 그의 판단으로는 조직의 물리적인 규모나 고수급들의 질적인 실력 면에서 흑룡회는 홍련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만약 리캉우가 이런 판단을 했다면 그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뜯어말렸을 것이다.
‘하지만 강동하 보스라면 어쩌면……?!’
쑨웬이 아는 동하는 리캉우보다 훨씬 큰 잠재력을 지닌 인물이었다.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었지만 어떤 불가사의한 기운이 이 젊은 보스를 휘감고 있는 것도 같았다. 왠지 이 새로운 보스라면 정말 홍련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쑨웬은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알겠습니다! 지금 즉시 둥청으로 가서 홍련의 약점을 찾아내도록 하겠습니다.”
“네, 부탁드립니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동하가 최룡을 돌아보았다.
“최룡 전무는 가장 믿음직한 조직원 다섯을 선발해서 쑨웬 사장의 경호를 맡기도록!”
“네, 알겠습네다!”
급한 지시를 끝낸 동하가 아직도 입술을 삐죽거리고 있는 탕시린을 향해 돌아섰다.
“탕 보스는 나와 함께 가십시다.”
“가다니? 또 어딜 가?”
“내가 며칠 전에 부탁하지 않았나? 창첸을 만나게 해달라고.”
순간 탕시린의 표정이 확 일그러졌다.
“기어이 창첸을 만나겠다는 거야?”
“당연하지!”
“으음……!”
고개를 크게 끄덕이는 동하의 얼굴을 뚫어지게 쏘아보던 탕시린이 빙글 돌아섰다.
“나는 분명 창첸을 잘못 건드리면 죽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어. 그런데도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겠다면 그 괴물을 만나게 해주지.”
* * *
가을 햇빛이 쨍하게 쏟아지고 있는 무더운 한낮이었다. 기다란 장발에 구레나룻과 턱수염으로 얼굴 대부분을 가린 서른 살 정도의 깡마른 남자 하나가 인적이 드문 저수지에 홀로 앉아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하지만 쓰레기와 인분 등 온갖 오물이 햇빛 아래서 썩어가며 악취를 풍기고 있는 그 저수지에 물고기가 살고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만약 물고기가 잡힌다 해도 이런 시궁창에서 잡은 그 고기를 먹으면 분명 큰 탈이 날 게 분명했다.
그래도 남자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수면 위에 둥둥 떠 있는 찌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망할! 이놈의 빈민촌은 어딜 가나 악취가 따라다니는군.’
입으로만 숨을 쉬며 동하는 절로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시궁창 같은 저수지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남자를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남자 옆에는 빈 술병이 열 개도 넘게 뒹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수염으로 가려진 남자의 얼굴은 완전 흑빛으로 그가 중증의 알코올중독자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다만 찌를 응시하는 그의 두 눈만은 먹이를 노리고 야수처럼 시퍼렇게 안광을 발하고 있어 그가 한때는 만만찮은 실력자였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도 그럴까?
저렇게 주야장천 술만 퍼마시는 알코올중독자인데?
의문에 휩싸인 동하가 결국 이진산을 불러냈다.
‘어르신.’
[…….]
‘아, 어르신!’
[한참 낮잠을 자고 있는데, 왜 자꾸 불러 이놈아?!]
‘저에게 리차오에 은둔한 괴물들을 휘하로 끌어들이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중에서도 제일 먼저 창첸부터 만나라고 하셨고요.’
[그래, 분명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그게 뭐?]
‘그런데 지금 딱 보니까 그냥 술에 절어 사는 알코올중독자 같은데요. 시궁창 냄새가 진동하는 이 저수지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모습도 영락없이 미치광이 같고요.’
[그럼 일단 한 번 붙어봐봐.]
‘네, 뭐라고요?’
[네 말인즉슨, 창첸이 별로 강해 보이지 않는다는 거잖아. 그러니까 일단 한번 붙어보면 알 거 아니냐고? 창첸이 강한지, 약한지 말이다.]
‘으음……, 역시 그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겠죠?’
동하가 고개를 끄덕이며 창첸을 향해 걸음을 옮기려고 했다. 탕시린이 그런 그의 팔을 재빨리 붙잡았다.
“지금 뭐 하는 거야?”
“뭐하긴? 창첸을 만나러 왔으니 이제 만나보려는 거지.”
“장첸은 누가 됐든 낯선 사람이 접근하면 무조건 적이라고 생각하고 죽여 버리는 골통 중의 골통이야. 함부로 말을 걸었다간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되기 십상이라고. 그러니까 여기 꼼짝하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
그러면서 탕시린 자신이 장첸을 향해 다가갔다. 평소 대담하기로 유명한 그녀조차 장첸에게서 대여섯 걸음 떨어진 채 멈춰 서서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창첸, 오랜만이야?”
“…….”
“고기는 좀 잡았어?”
“…….”
“에이이~~ 한 마리도 못 잡았구나.”
탕시린이 아쉽다는 듯이 말하는 순간, 드디어 창첸의 입이 열렸다.
“다섯 마리!”
“뭐?”
“낮에 향어 다섯 마리를 잡아 술안주 삼아 구워 먹었다고.”
“아……! 그렇구나.”
탕시린은 대화가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동하를 돌아보며 엄지와 검지를 둥글게 말아 보였다.
알았으니 나는 신경 쓰지 말고, 빨리 그 창첸이란 녀석이나 구워 삶아봐.
답답한 표정을 짓는 동하를 가리키며 탕시린이 창첸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창첸한테 소개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데려왔어.”
“…….”
창첸은 동하 쪽은 돌아보지도 않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말했다.
“저쪽은 심양 흑룡회의 강동하 보스라고 해. 강 보스는 북경 진출을 위해 이곳 리차오에 지부를 세웠는데, 리차오에 있는 여러 고수를 영입하고 싶다나 봐. 특히 창첸 같은 고수를…….”
순간 창첸이 싸늘한 목소리로 탕시린의 말꼬리를 싹둑 잘라 버렸다.
“가라.”
“뭐?”
“저 재수 없게 생긴 놈 데리고 꺼지라고.”
“하, 하지만…….”
“어려서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가 아니었으면 너도 오늘 내 손에 뒤졌어.”
창첸이 스윽 고개를 돌려 머뭇거리는 탕시린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흐리멍덩하던 그의 눈에 섬뜩한 살기가 번지는 것을 발견하고 동하는 무작정 뛰어나갔다.
“탕시린, 위험해!”
“가만히 있어, 멍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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