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화 〉 50화. 인재 영입(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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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화. 인재 영입(2)
“죽고 싶지 않으면 그대로 있으라고!”
탕시린이 경고했지만 동하는 그 경고를 무시하고 창첸을 향해 곧장 쇄도했다.
“이 새끼가 기어이 나의 낚시를 방해하는군!”
창첸이 낚싯대를 집어 던지며 박차고 일어섰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들이닥치는 동하를 노리고 오른손 정권을 내질렀다.
키우우웅!
창첸의 주먹 밖으로 기광이 눈부시게 뻗쳐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동하는 움찔했다.
‘창첸도 나와 같은 탄기의 고수였구나!’
동하가 중단전에서 뽑아낸 기를 온몸으로 빠르게 돌리다가 주먹 끝으로 집중시켰다.
끼우우웅!
동하의 주먹을 뚫고 기광이 확연하게 떠올랐다.
콰아앙!
탄기의 경지에 오른 두 고수의 주먹이 부딪치며 기의 파편이 시퍼렇게 흩날렸다.
“크흑!”
놀랍게도 가슴이 쪼개지는 듯한 통증을 느끼며 뒷걸음질 친 것은 동하 쪽이었다.
뭐야 이거? 설마 나보다 더 센 고수였어?!
당황하는 동하의 얼굴을 노리고 창첸이 연달아 양손 주먹을 내질렀다.
“너는 이제 뒤졌어!”
“이익!”
동하도 정신없이 주먹을 내지르면서 두 사람의 주먹이 허공에서 차례로 격돌했다.
쾅! 쾅! 쾅! 쾅!
“아 씨! 저거 말려야 하는데!”
두 사람의 싸움이 점점 격렬해지자, 탕시린은 발을 동동 굴렀다. 하지만 이미 절정의 경지에 다다른 두 사람의 살벌한 싸움에 함부로 끼어들 수는 없었다. 그랬다간 자신이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을 테니까.
“이 자식 제법이구나! 하지만 아직 내 상대로는 턱없이 부족해!”
순간 창첸이 중지를 돌출시킨 오른 주먹을 동하의 명치를 노리고 내질렀다. 모든 기를 중지에 모은 회심의 한 방이었다. 동하도 그 주먹을 막기 위해 황급히 주먹을 내뻗었다.
빠아악!
“크악!”
하지만 창첸의 주먹이 조금 더 날카로웠고, 동하는 주먹 뼈가 으스러지는 통증을 느끼며 정신없이 물러섰다.
옘병! 저 인간을 왜 리차오의 괴물이라고 하는지 이제야 알겠군!
촤아아앗!
장첸이 당황하는 동하의 얼굴을 노리고 차올랐다. 그리고 강력한 힘이 실린 니킥으로 그의 안면을 노렸다.
빠가악!
“흐윽!”
동하게 얼굴 위쪽에서 두 팔을 교차시키며 장첸의 무릎을 막아냈다. 하지만 무릎에 실린 강력한 힘은 동하의 두 팔로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네놈은 오늘 여기서 죽게 될 거라고 내가 말했지?!”
빠바바바바바박!
그때부터 창첸의 발과 주먹이 가드를 세워 얼굴과 가슴을 방어하는 동하의 온몸으로 퍼부어졌다. 내공이 팽팽하게 실린 주먹과 발이 꽂힐 때마다 숨이 턱턱 막힐 정도의 충격을 느끼며 동하는 비틀거렸다. 더 이상은 충격을 견딜 수 없었던 동하가 밀영환보를 밟으며 회피하려고 했다. 그러나 창첸의 보법도 만만치가 않아서 금세 따라잡히고 말았다.
‘끄으으으……! 이렇게 계속 처맞다가는 정신을 잃고 말겠어……!’
의식이 점점 흐릿해지는 동하의 머릿속에서 이진산의 고함이 울려 퍼진 것은 바로 그때였다.
[이 멍청한 자식아! 보법으로 상대를 따돌릴 수 없다면 신법을 사용하면 될 것이 아니냐?!]
’신법이라면 선인도수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바로 그거!]
‘아, 알겠습니다! 이익!’
피유우웃!
동하가 체내에서 빠르게 돌리던 기를 양쪽 발바닥으로 집중시키는 순간, 그의 몸이 허공으로 붕 솟구쳤다.
“으아아앗!”
급하게 기를 불어넣는 바람에 균형을 잃은 동하의 몸이 허공에서 물구나무를 섰다.
“저 자식 저거 뭐 하는 거야?”
그런 동하의 눈에 자신을 황당한 듯 올려다보고 있는 창첸의 얼굴을 들어왔다. 동하는 무의식중에 창첸에게 타격을 입히겠다는 일념으로 오른 손바닥을 강하게 내뻗었다. 하지만 금방 후회를 했다.
‘이런!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거리가 너무 멀잖아?’
그런데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동하의 손바닥에서 백색 기광이 레이저빔처럼 길게 뻗어나가 청첸의 안면을 타격했다.
쫘아악!
“크흑! 방금 뭐한 거야?!”
손바닥 전체로 얼굴을 제대로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느끼며 창첸이 휘청했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동하가 아래쪽으로 떨어지며 주먹을 내질렀다.
우적!
“끄아악!”
동하의 주먹이 창첸의 콧잔등에 꽂히며 핏물이 튀어 올랐다.
“끄으으윽!”
피를 흘리며 정신없이 물러서는 창첸의 턱을 노리고 동하가 기가 잔뜩 실린 발을 강하게 차올렸다. 이진산의 독문각법인 탈영각이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빠가아악!
“우웨엑!”
턱이 번쩍 쳐들리며 창첸이 뒤쪽으로 붕 날아갔다. 한참을 날아가던 창첸이 저수지에 등을 처박았다.
첨벙!
“허억……, 허어억……!”
동하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정신을 잃고 저수지에 둥둥 떠 있는 창첸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동하가 휘적거리며 저수로 들어간 동하가 창첸의 뒷덜미를 잡고 물 밖으로 질질 끌어냈다.
“창첸! 창첸! 일어나시오!”
철썩! 철썩! 철썩!
동하가 창첸을 똑바로 눕혀놓고 뺨을 후려갈기자, 그가 기침을 토하며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콜록! 콜록! 콜록!”
“창첸, 정신이 드시오?”
“후우우우……! 그래, 다행히 죽을 정도는 아니야.”
창첸이 동하를 밀어내며 힘겹게 일어나 앉았다. 한동안 혼란스러운 눈으로 동하의 얼굴을 바라보던 창첸이 나직이 물었다.
“너……, 이름이 뭐라고 했지?”
“강동하라고 하오.”
“흑룡회의 보스라고?”
“그렇소.”
“중국인 맞나?”
“아니요. 나는 한국인이오?”
“한국인이 이렇게까지 강하다고……?!”
동하의 대답을 들은 창첸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허탈하게 웃었다.
“세상은 넓고 고수는 많다지만 한국인 중에 당신 같은 고수가 존재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어.”
창첸이 동하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다시 물었다.
“나를 영입하고 싶어 한다지?”
“맞습니다. 우리 흑룡회는 북경으로 진출할 계획인데, 북경의 막강한 조직들과 싸우려면 창첸 당신 같은 고수가 꼭 필요하오.”
“으음…….”
신음을 흘리며 망설이는 창첸을 향해 탕시린이 다급하게 말했다.
“창첸 당신이 배신이 난무하는 조직 세계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는 거 잘 알아요. 하지만 강동하 보스는 다른 보스들과는 완전히 달라요. 신의를 지킬 줄 알고, 부하들을 가족처럼 생각하죠. 그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에요.”
“하하하! 평소 까탈스럽기로 유명한 탕시린이 저렇게까지 얘기하는 걸 보니, 강 보스가 정말 괜찮은 남자인 모양이군. 그럼 시린의 말을 믿고 강 보스를 한 번 믿어보도록 할까?”
탕시린을 돌아보며 헛웃음을 흘리던 창첸이 갑자기 정색하며 동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강 보스, 이 창첸의 인사를 받으시오!”
“아니, 굳이 이럴 필요까지는…….”
동하가 말릴 틈도 없이 창첸이 그에게 넙죽 절을 했다.
“나는 고집불통에 제멋대로인 남자요. 하지만 한번 충성을 맹세하면 절대로 배반하지 않소. 앞으로 강 보스를 위해 목숨을 바칠 테니, 부디 이 몸을 옳은 길로 인도해주시오.”
‘아……! 이 남자는 진짜구나.’
왠지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동하가 양손으로 창첸의 팔을 잡고 일으켜 세워주었다. 그리고 그 자신 또한 진심을 담아 말했다.
“고맙소, 창첸. 혹시라도 내가 잘못된 길로 간다면 당신도 날 바른길로 이끌어주시오.”
“네, 꼭 그러리다.”
신뢰 가득한 눈빛을 교환하는 동하와 창첸을 바라보며 탕시린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휴우우우……! 십 년 감수했네. 큰 사고 없이 잘 마무리되어서 정말 다행이야.”
* * *
그날 저녁 숙소에서 창첸을 환영하는 환영식이 열렸다. 죽림방 앞마당에 바비큐 통을 열 개나 설치해놓고, 고기를 구우며 독한 마오타이주를 마셨다.
고기 굽는 연기가 노을에 물들어가는 하늘로 자욱하게 피어올랐고, 백 명이나 되는 흑룡회 조직원들과 스물 남짓한 죽림방 조직원들이 한 식구처럼 어울려 유쾌하게 먹고 마셨다.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동하가 술잔을 들고 일어섰다.
“오늘은 기쁜 날이다. 창첸처럼 강하고 믿음직한 친구가 우리의 가족이 된 것을 다 같이 축하하자. 자, 모두 잔을 들어라. 창첸을 위하여!”
“창첸을 위하여!”
“창첸을 위하여!”
“창첸을 위하여!”
창첸 본인은 물론 최룡과 쑨웬 그리고 탕시린과 양 조직의 조직원들이 흔쾌히 술잔을 들며 목청 높여 외쳤다. 유쾌하게 웃고 떠드는 조직원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동하가 잠시 회식 자리를 이탈해 공터 구석의 작은 숲으로 향했다.
“후우우우……!”
숲 한복판에 정좌를 하고 앉은 동하가 깊게 심호흡을 하며 기를 돌리기 시작했다.
치이이익……!
그러자 그의 머리 위로 수증기 같은 것이 뭉클뭉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오룡봉성을 지나 일월합벽의 경지에 오른 그는 체내에 있는 술기운을 기를 이용해 태워 버릴 정도의 수준까지 도달해 있었던 것이었다.
[큭큭큭큭! 술기운까지 태워 버릴 정도라니, 제법이구나?]
이진산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동하가 씨익 웃었다.
‘모두가 어르신의 덕분입니다.’
[당연히 내 덕분이지, 이놈아. 그렇게 뻔한 말을 입 아프게 뭐하러 지껄이느냐?]
‘고맙다고 해도 핀잔을 주십니까?’
동하가 입술을 삐죽거리자, 이진산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 정도에 만족하지 말고 차후 더 열심히 정진하라는 뜻이다. 아까 창첸과 싸울 때 보니까 네놈 조금만 더 노력하면 의기의 경지에 오를 수 있겠더구나.]
‘의기라고요……?’
[그래, 의기다! 창첸과 싸우면서 뭔가 이상한 점을 못 느꼈느냐?]
‘글쎄요……?’
고개를 갸웃거리던 동하가 퍼뜩 생각난 듯이 내뱉었다.
‘아! 그러고 보니 선인도수를 펼쳐 허공으로 치솟았을 때, 창첸의 얼굴을 노리고 손바닥을 내뻗었거든요. 그런데 거리가 너무 멀어서 손바닥이 닿을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기가 손바닥을 뚫고 허공을 격하여 날아가 그의 얼굴을 때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것이 바로 의기니라. 탄기는 체내의 기가 주먹이나 손바닥을 뚫고 떠올라 상대에게 직접 부딪히지 않아도 타격을 줄 수 있는 경지라면, 의기는 이 기를 아예 허공을 격하여 원격으로 날려 상대에게 타격을 입히는 경지를 말한다.]
동하게 턱을 매만지며 심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무협 영화에서 고수들이 내쏘는 장풍이나 권풍 같은 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렇지! 장풍이나 권풍 혹은 지풍이 다 의기의 수준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제가 장풍이란 걸 쏠 수 있게 되었단 말씀입니까……?!’
동하가 큰 감동을 받은 듯 눈을 부릅뜨며 중얼거렸다.
[그래, 네놈이 어느새 그런 놀라운 경지에 도달했구나. 하지만 아직은 몹시 어설픈 수준으로, 의기의 초입에 막 발을 들여놓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겠느냐?]
‘더 열심히 운기에 집중하여 의기를 마음껏 다룰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해야 합니다.’
[큭큭큭큭! 네놈도 이제 척하면 척이로구나. 그럼 술은 그만 퍼마시고, 어서 운기를 시작하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동하가 자세를 바로 하며 지그시 눈을 감았다.
키우우우우웅!
중단전에서 기를 뽑아 돌리기 시작하자, 그의 몸 윤곽을 따라 순식간에 눈부신 백색 기광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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