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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경찰-51화 (51/75)

〈 51화 〉 51화. 인재 영입(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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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화. 인재 영입(3)

우우우우우웅!

동하의 몸 윤곽을 따라 기광이 성난 불길처럼 사납게 일렁이고 있었다. 그 상태에서 그는 오른 주먹을 눈앞으로 천천히 들어 올렸다. 주먹 밖으로 새하얀 기광이 뻗쳐나가는 게 확연하게 보였다. 하지만 기광이 아직 주먹을 떠나 허공을 격하여 날아갈 정도는 아니었다.

젠장! 아직 기운이 부족한 건가? 그렇다면……!

“흐으읍!”

끼우우우웅!

동하가 중단전에서 훨씬 더 많은 내공을 뽑아내어 온몸 구석구석으로 신속하게 돌렸다. 그와 동시에 그의 주먹 밖으로 뻗쳐나간 기광이 더욱 길어지고 선명해졌다. 하지만 아직도 허공을 가로질러 날아갈 정도는 아니었다.

에이 씨! 이게 왜 이렇게 안 되는 거야? 더 많은 내공을 끌어내어 돌려야 하는 건가?

동하가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기를 돌리고 있을 때, 머릿속에서 이진산의 고함이 들려왔다.

[미련곰탱이 같은 놈아! 무조건 기의 양을 증폭시킨다고 하여 의기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야!]

‘그,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기의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운에 너의 의지를 불어넣는 것이 의기의 핵심이란 말이다!]

‘기에 저의 의지를 불어넣는다고요?’

[그래! 그런 다음 그 외부로 날려 보낸 기를 너의 의지대로 조정할 수 있어야 해!]

‘아, 알겠습니다. 다시 한번 해보겠습니다.’

동하가 다시 한번 자신의 주먹에 정신을 집중했다.

끼우우우우웅!

순간 그의 주먹 밖으로 기광이 부풀어 오르는가는 싶더니, 허공으로 기의 줄기가 곧게 뻗어나가는 게 보였다.

‘정신 집중…… 정신 집중……!’

속으로 같은 말을 되뇌며 동하는 허공으로 뻗어나간 기를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려고 노력했다.

“타하압!”

동하가 기합을 지르며 사, 오 미터쯤 떨어져 있는 전방의 나무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순간 기광이 가느다랗게 변하여 나무를 향해 쏜살같이 날아갔다.

쐐애애애액! 빠아악!

기광이 꽂히며 굵은 나무둥치가 구멍이 뻥 뚫렸다. 가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구멍을 스스로도 놀란 듯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며 동하는 숨을 헐떡였다.

“허억……, 허어억……!”

창첸과 대결할 때 얼결에 의기의 경지를 보였다고는 하나, 이렇게 직접 그 경지를 눈앞에서 목격하니 스스로도 적잖이 놀랄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동하가 조금은 자신 없는 목소리로 이진산을 향해 물었다.

‘방금……, 의기가 된 겁니까?’

그의 머릿속에서 이진산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큭큭큭큭! 그래, 아직도 어설프기는 하다만 어느 정도 흉내는 낸 것 같구나.]

이진산이 칭찬을 아꼈지만 동하는 자신이 썩 잘 해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러지 않았다면 이진산의 입에서 웃음이 아니라 욕지기가 튀어나왔을 테니까.

[자만하지 말고 더욱 정진해라. 너의 의지로 기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경지에 올라야 비로써 완숙한 절정의 고수라고 할 수가 있느니라.]

‘네, 명심하겠습니다.’

동하가 이마의 땀을 닦으며 대답하고 있을 때, 탕시린과 창첸이 나란히 걸어왔다.

동하가 자리에서 일어서서 두 사람을 맞이했다.

“왜 더 마시지 않고 나온 거요?”

“보스가 갑자기 사라지셔서 무슨 일이 있으신가 궁금해서 따라와 봤습니다.”

동하가 두 사람을 향해 대충 얼버무렸다.

“아, 그렇군요. 술기운이 올라 잠깐 바람이나 쐴까 하고 나왔어요.”

탕시린이 그런 동하를 향해 투덜거렸다.

“원래 술자리에선 주인공이 빠지면 김이 새는 법이야. 당연히 강 보스가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지.”

“하하! 이거 미안하게 됐군. 김이 완전히 새버리기 전에 빨리 회식 장소로 돌아가자고.”

탕시린, 창첸과 함께 술자리로 돌아가려던 동하가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아 참!”

“또 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돌아보는 탕시린을 향해 동하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두 사람 다 내일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나랑 어디를 좀 갑시다.”

“가다니? 어딜?”

“누구 좀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거든.”

“누굴 또 만나겠다는 건데?”

창첸을 만나는 과정에서 곤욕을 치렀던 탕시린이 불안한 듯이 물었다. 그런 그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동하가 나직이 입을 열었다.

“우레아……?!”

“우레아? 지금 우레아라고 했습니까?”

동하의 입에서 튀어나온 이름을 듣는 순간, 창첸이 먼저 새된 소리를 질렀다.

탕시린도 동하를 향해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설마 우레아도 영입할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동하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레아는 여기 창첸과 함께 리차오를 대표하는 숨은 고수라고 들었어. 북경 진출을 목전에 두고 있는 우리로선 당연히 영입해야 할 인물 중 하나지.”

“우레아는 창첸과는 또 달라! 그 인간은……, 그 인간은……?”

“그 인간은 뭐?”

“그게 그러니까…….”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탕시린을 대신하여 창첸이 긴장감이 가득 베인 목소리로 내뱉었다.

“그는 완전한 광인이오. 우레아는 자신과 대결했던 사람을 절대로 살려두는 법이 없습니다.”

“모조리 다 죽인다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창첸이 심각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우레아는 장난처럼 살인을 저지릅니다. 자신에게 패배한 상대의 사지를 부러뜨린 후에 고통에 몸부림치며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즐기는 거죠. 그리고 무엇보다…….”

잠시 뜸을 들이던 창첸이 동하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힘주어 내뱉었다.

“우레아는 우리보다 훨씬 강한 고수입니다.”

“우리보다 훨씬 강한 고수라……?”

동하게 창첸이 내뱉은 말을 심각하게 되뇌었다.

창첸은 분명 자기보다 강하다가 아니라 우리보다 강하다고 말했어.

그 말은 곧 나보다 그 우레아란 괴물이 더 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뜻이겠지.

으음……! 이번에야말로 정말 쉽지 않은 싸움이 되겠는걸.

우레아만큼은 절대로 건드려선 안 된다는 경고의 눈빛을 보내고 있는 탕시린과 창첸의 얼굴을 마주 보고 있던 동하가 한쪽 입꼬리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두 사람이 그렇게까지 말리니, 오히려 더 만나보고 싶군. 내일 날이 밝자마자 우레아를 만나러 갑시다.”

“강 보스, 당신 제정신이야?!”

“안 됩니다, 보스!”

탕시린과 창첸이 동시에 빽 소리를 질렀다.

* * *

자욱한 새벽안개를 뚫고 동하와 탕시린, 창첸은 빈민가의 좁은 골목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미로처럼 복잡한 골목을 몇 번이나 꺾어지고, 휘돌아 세 사람은 마침내 작은 마당이 딸린 움막 앞에 도착했다.

“저, 저거 설마 인골은 아니겠지……?!”

마당으로 돌아서며 동하는 흠칫 놀라고 말았다. 마당 한복판에 마치 침입자에게 보내는 경고인 것처럼 인골로 보이는 뼈들이 수북이 쌓여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대부분 팔과 다리가 부러진 인골들은 그 양으로 보아 최소한 서너 사람의 몫은 됨직했다.

“왜 아니겠어? 그러니까 고집 피우지 말고 지금이라도 돌아가자.”

황당한 듯 입을 떡 벌리고 있는 동하의 옆에서 탕시린이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창첸도 한마디 거들고 나섰다.

“저 인골만 봐도 알 수 있다시피는 우레아는 무인이라기보단 살인마입니다. 그런 자를 영입해봤자 도움이 되질 않아요.”

두 사람의 만류에도 동하는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았다.

“홍련과 상대하려면 우리 쪽 고수의 수가 턱없이 부족해요. 괴물이든 살인마든 영입하는 수밖에 없단 말이오.”

“하지만!”

동하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는 듯 인골을 넘어 움막의 입구로 향했다. 그리고 목청 높여 집주인의 이름을 불렀다.

“우레아! 나 강동하라는 사람이오! 당신을 만나고 싶어 찾아왔으니, 집 안에 있다면 잠깐만 나와주시오!”

“으아아아! 저 골통이 기어이 사고를 치고야 마는구나.”

탕시린이 이제는 정말 큰일이 났다는 듯 손바닥으로 이마를 때리며 발을 동동 굴렀다. 창첸의 얼굴에도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새벽부터 어떤 새끼가 남의 집에 쳐들어와 소란을 피우는 거냐……?”

이때 움막 안쪽에서 맹수의 으르렁거림 같은 위협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살기가 잔뜩 배어 있는 그 목소리만으로도 소름이 돋는 것 같았지만 동하는 가슴을 쫙 펴고 당당하게 말했다.

“나는 흑룡회 보스 강동하라고 하오. 우리 흑룡회는 이번에 북경 진출을 위해 리차오의 여러 실력자를 영입하고 있소. 이미 죽림방의 탕시린 보스가 우리와 함께 하기로 했고, 리차오를 대표하는 고수인 창첸님도 우리와 함께 하기로 했소.”

“웃기는 소리! 누가 리차오를 대표하는 고수라는 거냐?”

동하가 여기까지 말하는 순간, 움막 안쪽에서 동하보다 목 하나쯤 더 큰 장신에 온몸이 철갑 같은 근육으로 뒤덮인 흉포한 인상의 거한이 모습을 드러냈다. 삼십 대 초반쯤 되었을까? 얼굴과 웃옷을 벗어젖힌 상반신이 온통 끔찍한 흉터들로 뒤덮인 우레아는 마치 숱한 싸움에서 살아남은 산중의 호랑이처럼 위압적이며 강인해 보였다.

‘옘병! 단지 기세만으로도 나 같은 건 찍어눌러 죽여 버릴 수 있을 것 같군……!’

두 눈을 통해 시퍼런 살기를 발산하고 있는 우레아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동하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키고 있었다.

눈빛만으로 동하를 압살시킬 기세로 노려보며 우레아가 나직이 으르렁거렸다.

“다시 말해봐라. 누가 리차오를 대표하는 고수라고?”

“…….”

잠시 입도 벙긋하지 못하고 굳어 있던 동하가 간신히 입술을 달싹였다.

“저기 창첸님은 리차오를 대표하는 고수로서…….”

“하……! 창첸 따위가 리차오를 대표하는 고수라니, 지나가던 개도 웃을 소리!”

우레아가 코웃음으로 동하의 입을 막아 버렸다. 그리고 번질거리는 눈으로 창첸을 쏘아보며 노골적인 비웃음을 흘렸다.

“여어~ 창첸! 네가 언제부터 리차오를 대표하는 고수씩이나 되었냐?”

“내 입으로 그렇게 말한 적은 없어.”

창첸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는 것을 느끼며 동하가 뒤를 돌아보았다.

“응?”

순간 동하는 똑똑히 보았다. 창첸의 두 다리가 가늘게 떨리고 있는 것을!

창첸 정도의 고수가 겁을 먹을 정도의 고수라는 말인가?

이 우레아라는 남자가 괴물은 괴물인 모양이군.

“꼬마야.”

터업!

순간 우레아가 솥뚜껑 만한 손바닥으로 자신의 머리를 움켜잡자, 동하는 움찔했다. 우레아가 손아귀에 힘을 불어넣으며 동하의 머리를 앞뒤로 흔들었다.

“내가 아직 잠이 덜 깨서 오늘은 그냥 보내주마. 하늘이 널 살렸다 생각하고 다시는 나의 잠을 방해하지 마라. 알겠냐?‘

‘끄으으으……! 머리가 쪼개질 듯이 아파.’

우레아에게 잡힌 머리에서 극심한 통증을 느끼며 동하는 가까스로 신음을 삼켰다. 다행히 그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 전에 우레아가 손을 풀었다. 그리고 동하를 남겨두고 자신의 움막을 향해 돌아섰다.

”으하아암~ 병신 같은 놈들 때문에 잠만 설쳤네. 들어가서 밀린 잠이나 마저 자야겠다.“

”우레아! 지금 내가 무서워서 도망치는 건가?“

”!“

등 뒤에서 동하의 목소리가 들리자, 우레아가 멈칫했다. 그리고 무시무시하게 일그러진 얼굴로 동하를 향해 천천히 돌아섰다.

”너 이 새끼……, 기어이 팔다리가 부러져 벌레처럼 꿈틀거리다가 뒤지고 싶은 모양이구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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