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화 〉 52화. 둥청 시장(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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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화. 둥청 시장(1)
“네놈이 살아서 돌아갈 기회는 영영 사라져 버렸다!”
꽈아아악!
우레아가 커다란 손을 내뻗어 동하의 머리를 다시 움켜잡았다. 그리고 손바닥을 통해 무지막지한 기를 쏟아붓기 시작했다.
쿠우우욱!
“으으윽!”
동하가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며 양손으로 우레아의 손목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몸 안에서 빠르게 휘돌린 기를 양손으로 모아 우레아의 손을 자신의 머리에서 뜯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우레아는 꿈쩍도 하지 않고, 더욱 강한 힘으로 동하의 머리를 조여왔다. 이대로 가다가는 동하의 머리통이 수박처럼 퍽, 하고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강 보스를 구해야 돼!”
창첸이 다급하게 우레아를 향해 덤벼들었지만 동하가 그를 제지했다.
“창첸! 절대 개입하지 마시오!”
“하, 하지만…….”
당황하는 창첸을 향해 탕시린이 입술을 질끈 깨물며 말했다.
“강 보스는 어떻게든 우레아를 자신의 힘으로 굴복시키고 싶은 거예요. 그래야 저 괴물을 자신의 휘하로 끌어들일 수 있을 테니까요.”
“그렇지만 그 전에 강 보스의 머리가 날아가게 생겼어.”
아닌 게 아니라 동하의 얼굴에선 비 오듯 땀이 쏟아지며 피가 통하지 않는 안색이 새파랗게 질리기 시작했다. 동하는 중단전에서 내공을 뽑아 온몸으로 빠르게 돌렸다. 그리고 다시 한번 그 강력한 기운을 양손에 끌어모았다.
“으아아아! 떨어져라!”
우드득!
동하가 기합을 지르며 우레아의 손목을 비틀었다. 하지만 우레아 역시 기를 끌어모아 버티면서 완전히 뿌리치지는 못했다.
“끄어어어……!”
머리가 빠개질 듯 고통이 점점 심해지는 것을 느끼며 동하는 우레아의 손목을 잡고 있던 양손 중 오른손 검지를 살짝 쳐들었다.
피유우웃!
동하의 손가락 끝에서 한 가닥 지풍이 허공을 향해 치솟았다. 동하가 허공을 격하여 날아가는 지풍에 온 신경을 집중시키자, 지풍이 천장 쪽에서 길게 호선을 그리며 되돌아왔다. 그리고 그 날카로운 기의 줄기가 우레아의 뒤통수에 적중했다.
푸우욱!
“크흑! 이, 이 새끼 무슨 짓을 한 거야?!”
그제야 우레아가 동하의 머리를 놓고 한 걸음 물러섰다. 한 손으로 뒤통수를 움켜잡은 그가 동하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으르렁거렸다.
“이 새끼……, 설마 의기의 고수였던 거냐?”
한눈에 동하가 의기의 고수란 사실을 간파하는 것으로 보아, 우레아 또한 비슷한 수준이거나 그 이상의 고수가 분명했다.
아니나 다를까, 별 충격도 받지 않은 듯 우레아가 동하를 기광이 일렁이는 손을 내뻗으며 달려들었다.
‘이 인간이 싸우는 방식을 보니 상대를 붙잡아 힘으로 찍어누르는 스타일인 것 같군! 절대 잡혀줘서는 안 되겠어!’
동하가 우레아의 손길을 피해 밀영환보를 밟으며 정신없이 뒷걸음질을 쳤다. 동하의 경지가 높아지며 밀영환보도 더 빠르고 더 변화무쌍하게 변했지만, 우레아도 덩치에 비해 몸놀림이 상당히 재빨랐다.
타타타타타탁!
동하의 멱살을 잡으려는 우레아와 손과 그의 공격의 쳐내는 동하의 손이 허공에서 어지럽게 부딪쳤다.
꽈아악!
“잡았다, 이 미꾸라지 같은 새끼!”
그리고 우레아는 기어이 동하의 멱살을 틀어잡는 데 성공했다. 동하는 선인도수를 펼쳐 황급히 우레아의 머리 위로 차오르려고 했다. 하지만 우레아의 무지막지한 힘이 공중으로 솟구치는 동하의 몸을 확 끌어내리더니, 바닥을 향해 등부터 메다꽂아 버렸다.
쿠아아앙!
“으아악!”
온몸으로 중력의 힘을 느끼며 동하는 비명을 내질렀다. 우레아가 그런 동하를 깔고 앉으며 주먹을 확 쳐들었다. 기광이 번뜩이는 주먹이 자신의 얼굴을 노리고 내리꽂히고 있었지만 동하는 두 팔이 우레아의 무릎에 깔려 무방비 상태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우적!
“크악!”
우레아의 주먹이 안면에 꽂히며 동하의 얼굴에서 핏물이 확 튀었다. 그야말로 단 한 방에 골이 흔들릴 정도의 무지막지한 주먹이었다.
“으아아아!”
동하가 다급하게 휘돌린 기를 격발시키며 우레아의 튕겨내려고 했지만, 그는 철탑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동하의 얼굴을 양손 주먹으로 난타하기 시작했다.
“어디 더 꿈틀거려봐! 벌레 새끼처럼 꿈틀거려 보란 말이다!”
꽝! 꽝! 꽝! 꽝! 꽝!
우레아의 주먹이 꽂힐 때마다 동하의 얼굴에서 핏물이 흩날렸다. 창첸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우레아의 등을 향해 달려들었다.
“우레아! 강 보스를 풀어줘!”
“넌 빠져 있어, 병신새끼야!”
우레아가 동하를 노리고 쳐들었던 주먹을 뒤쪽으로 내뻗자, 선명한 권기가 창첸을 노리고 날아갔다.
빠아아악!
“우웩!”
권기에 가슴을 격중당한 창첸이 뒤쪽으로 붕 날아갔다.
‘우레아도 역시 의기의 고수였구나!’
우레아가 자신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의기의 고수란 사실을 깨달으며 동하는 조급해졌다. 이대로 계속 처맞고 있다가는 곧 정신을 잃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 이렇게 된 이상 승부수를 던지는 수밖에 없다!’
동하가 중단전에서 자신이 뽑아낼 수 있는 최대치의 내공을 끌어냈다. 그리고 그 힘을 최대한 빠른 속도로 돌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혈맥을 따라 돌면서 점점 더 강해진 힘을 동하는 자신의 주먹이 아닌 이마에 집중시켰다.
“이제, 그만 뒤져라!”
그리고 우레아가 자신의 얼굴을 노리고 주먹을 확 쳐드는 순간, 허리를 튕기듯 일으키며 강력한 힘이 모인 이마로 그의 콧잔등을 들이받아 버렸다.
빠가악!
“꾸웩!”
철탑처럼 꿈쩍도 하지 않던 우레아도 그 회심이 일격에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뒤쪽으로 벌러덩 넘어갔다. 하지만 결정적 타격을 입지는 않은 듯 이내 박차고 일어나 동하를 향해 주먹을 날리며 달려들었다.
“넌 이제 진짜 죽었어!”
동하도 황급히 일어나 주먹을 내질렀다.
“누가 죽는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
쐐애애애애액!
동하와 우레아의 주먹을 뚫고 눈부신 기광으로 만들어진 선명한 권기가 서로를 노리고 쏘아졌다.
꽈아아앙!
두 개의 권기가 정면충돌하며 시퍼런 기의 파편이 사방으로 흩날렸다. 하지만 끝까지 흩어지지 않고 날아가고 있는 것은 동하의 권기였다.
퍼어어억!
“흐어억!”
권기가 명치 깊숙이 쑤셔 박히며 우레아의 입이 떡 벌어졌다.
“끄으으으……! 내가…… 이 우레아가 너 같은 애송이한테 당하다니……?!”
의혹과 불신이 짙게 깔린 눈으로 아직 주먹을 내뻗은 자세 그대로 굳어 있는 동하를 노려보던 우레아가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털썩!
“후욱…… 후우욱……!”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제야 천천히 주먹을 내리는 동하를 탕시린과 창첸이 질린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맙소사……! 정말로 우레아까지 때려눕혔어.”
“강 보스는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고수인 게 분명해.”
동하가 무릎을 꿇은 채 멍하니 앉아 있는 우레아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우레아의 눈앞으로 오른손을 활짝 펼쳐 내밀었다.
“멋진 승부였소, 우레아. 흑룡회는 당신 같은 고수가 필요하오. 부디 힘을 보태주길 바랍니다.”
“…….”
우레아가 입을 꾹 다문 채 동하가 내민 손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한동안 고민하는 듯하던 우레아가 피식 웃으며 동하의 손을 잡았다.
“싸움에서 졌는데 더 이상 무슨 할 말이 있겠어? 패배를 인정하고 너의 부하가 되겠다.”
“고맙소, 우레아. 오늘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도록 나도 최선을 다하겠소.”
동하가 우레아의 팔을 끌어당겨 일으켜 세우며 씨익 웃었다.
* * *
번화한 상업지구 둥청에 발달한 도심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옛 시장이 있었다. 이름하여 둥청 시장. 청나라 말기부터 세워진 이 오래된 시장에서는 가난한 상인들이 고기와 생선 그리고 지방에서 공수한 각종 채소 등을 시중보다 저렴하게 팔고 있었다.
그런데 이 둥청 시장의 상인들은 얼마 전부터 오래 삶의 터전을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홍련개발이라는 둥청 지역 최대 규모의 건설회사에서 이 노른자위 땅에 대규모 쇼핑몰을 건설하기 위해 상인들에게 상가를 팔라고 회유와 압박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떠나기 싫으면 팔지 않으면 되질 않느냐고? 그건 사정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홍련개발은 둥청 지역을 지배하고 있는 삼합회 조직 홍련에서 운영하는 건설사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무시무시한 조직원들이 찾아와 협박을 해대는 통에 이미 절반가량의 상인들이 홍련개발에 소유권을 넘기고, 시장을 떠나고 말았다. 하지만 떠난 사람들은 그나마 여유가 좀 있는 사람들이었고, 찢어지게 가난한 상인들은 이 시장이 유일한 호구지책이었으므로 떠나려야 떠날 수가 없었다.
남은 상인들은 상인연합회를 중심으로 관공서에 진정도 넣어보고, 공안에 신고도 해보았지만 이미 둥청 지역의 관료들과 공안들 모두 홍련과 깊은 유착 관계를 맺고 있었으므로 아무 소용도 없었다.
그리고 오늘도 아침부터 둥청 시장 상인연합회 사무실에 홍련개발의 직원들이 찾아와 상인대표인 첸 씨를 윽박지르고 있었다.
눈이 뱁새눈처럼 쭉 찢어진 팀장이란 젊은 녀석이 아버지뻘 되는 첸 씨의 뒤통수를 연신 후려치며 협박질을 하고 있었다.
쫙! 쫘악!
“어이, 첸 씨!”
“네, 네!”
“내가 첸 씨 때문에 윗분들한테 얼마나 깨지고 있는 줄 알아?”
“제가 뭘 잘못했기에……?”
억울한 표정을 짓는 첸 씨의 뒤통수를 뱁새눈이 힘껏 후려갈겼다.
“그걸 지금 몰라서 묻는 거야?”
쫘아아악!
“크흑!”
네놈들은 애비에미도 없느냐고 외치고 싶은 것을 첸 씨는 꾹 참았다. 비록 회사원들처럼 정장을 빼입고 있었지만, 이들이 얼마나 잔인무도한 조폭들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뱁새눈이 첸 씨의 턱을 움켜잡으며 눈을 부라렸다.
“내가 오늘까지 시장에 남아 있는 상인들한테 상가 포기각서를 받으라고 했어, 안 했어? 했어, 안 했어?”
“이 시장은 저희 상인들의 마지막 삶의 터전입니다! 제발 저희의 사정을 헤아려 주십시오!”
첸 씨가 양손을 모아 쥐고 애원하자, 뱁새눈이 기가 막힌 듯 코웃음을 쳤다.
“하! 지금 사정을 봐달라고 했어? 이 영감탱이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만!”
뱁새눈이 이번엔 첸 씨의 뺨을 후려치려고 손바닥을 확 쳐들었다.
“으윽!”
첸 씨가 곧 뺨을 맞을 두려움에 눈을 질끈 감으며 목을 움츠렸다.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한참을 기다려도 그의 뺨은 멀쩡했다.
그리고 누군가 조폭이 아닌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이 간나새끼들아! 늬들은 애비에미도 없는 거니?”
첸 씨가 눈을 살짝 뜨고 자신이 그토록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해준 사람이 누구인지 쳐다보았다.
“넌 뭐 하는 새끼야……?”
황당한 표정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뱁새눈의 쳐든 팔을 단단히 붙잡고 있는 사람은 바로 최룡이었다.
“나? 너희 조폭 새끼들의 마수로부터 불쌍한 시장 상인들을 도와주러 온 사람!”
“하아……! 보아하니 동네 양아치 같은데 너 우리가 누군 줄 알아?”
“누구긴? 가난하고 힘없는 상인들이나 괴롭히는 생양아치 새끼들 아니었니?”
“이 새끼가 뒤지려고?!”
뱁새눈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최룡의 얼굴을 노리고 주먹을 휘둘렀다.
우적!
“꾸웩!”
하지만 한발 앞서 최룡의 정권이 뱁새눈의 안면에 작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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