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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경찰-56화 (56/75)

〈 56화 〉 56화. 양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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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화. 양즈체

“이런 병신 머저리 같은 놈을 봤나……?!”

홍련개발 대표이사 양츠체는 자신의 사무실 책상에 앉아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왼쪽 뺨이 벌에라도 쏘인 듯 퉁퉁 붓고, 오른손에 붕대를 감은 핑동이 고개를 푹 떨군 채 서 있었다.

“그래서 우리가 쫓고 있던 그 강동하라는 놈에게 오히려 당했단 말이지?”

“면목이 없습니다.”

핑동이 비참한 표정을 지으며 짧게 대답했다. 양즈체는 평소 말수가 적은 핑동의 그런 우직함을 좋아했다. 그래서 그를 자신의 오른팔로 삼아 중요한 일들을 맡겨왔던 것이었다. 그런데 오늘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핑동의 짧은 말투 때문에 울화통이 치미는 것 같았다.

양즈체가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치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쾅!

“강동하 그놈이 대체 무슨 목적으로 둥청 시장 상인들을 비호하고 나섰는지 자세하게 설명을 해보란 말이다!”

핑동이 수치심으로 얼굴을 벌겋게 물들인 채 대답했다.

“강동하가 리캉우를 쓰러뜨리고 흑룡회를 장악한 사실을 알고 계실 겁니다. 강동하는 그 흑룡회의 정예들을 거느리고 둥청 시장을 비호하며 우리 홍련과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가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걸 알게 된 이상, 공격이 최선의 방어가 될 테니까요.”

“으음……. 한국 경찰 중에서도 가장 말단에 속하는 순경 출신이었던 강동하가 그놈이 그 정도로 대범하다고? 이건 정말 믿기가 힘들군.”

순간 핑동이 정색을 하며 말했다.

“믿으셔야 합니다. 강동하는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했습니다.”

“강동하에게 제대로 처맞더니, 이제 그놈의 숭배자가 된 거냐?”

“그, 그런 뜻이 아니라…….”

“그래서 놈이 나보다 강하더냐?”

“그건……!”

양즈체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핑동은 움찔했다. 그가 알기로 홍련개발 양즈체 대표는 기를 신체 밖으로 내쏘아 상대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는 탄기급의 고수였다. 아마 상대가 다른 사람이었다면 핑동은 당연히 자신의 보스가 더 강하다고 말해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상대했던 강동하도 보스 못지않게 강했다. 아니, 조금 더 솔직히 얘기하자면 자신의 보스보다 더 강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보스의 날카로운 시선을 받아내며 핑동은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보스께서 더 강하십니다.”

“큭큭큭큭! 당연히 그렇겠지. 그런데 너는 그런 약해빠진 놈한테 처맞고 돌아왔고?”

“……!”

핑동은 아무 대꾸도 하지 못하고 어금니를 질끈 깨문 채 모욕을 감내하는 수밖에 없었다. 양즈체가 그런 핑동의 얼굴을 가리키며 단호하게 명령했다.

“지금 당장 우리 홍련개발에 소속된 조직원들을 전원 소집해라. 그리고 둥청 시장을 겹겹에 포위하도록! 새벽이 밝으면 내가 직접 가서 그 강동하란 놈과 흑룡회의 촌놈들을 깡그리 쓸어 버릴 것이다.”

“저……, 보스.”

“왜, 무슨 문제라도 있나?”

“본사에 지원을 요청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하……!”

동시에 양즈체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그가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묵직한 유리 재떨이를 집어 던지며 버럭 고함을 질렀다.

“이런 병신 머저리를 봤나? 지금 나보고 우리가 쫓던 사냥감에게 뒤꿈치를 물렸다고 총보스님에게 자백을 하란 말이냐?!”

뻐어억!

“크흡!”

유리 재떨이가 핑동의 이마에 처박히며 핏방울이 후두둑 떨어졌다. 피를 뚝뚝 흘리며 씩씩대는 양즈체의 얼굴을 바라보던 핑동이 무언가 할 말을 참는 표정으로 천천히 돌아섰다.

“지금 즉시 아이들을 이끌고 둥청 시장으로 출발하겠습니다.”

“에이잇! 쓸모없는 새끼 같으니!”

문을 열고 나가는 핑동의 뒤통수에 보스의 욕지기가 비수가 되어 꽂혔다.

* * *

핑동이 대부분의 조직원들을 거느리고 출발하자, 둥청 상업지구 한복판에 있는 십 층짜리 홍련개발 빌딩은 거의 텅 비다시피 했다. 그런 홍련개발 빌딩 앞에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조용히 멈춰 섰다.

딸칵! 딸칵!

차 문을 열고 내리는 사람은 동하와 최룡 그리고 창첸과 우레이였다.

동하가 불이 환하게 밝혀진 십 층 대표실 창문을 올려다보며 히죽 웃었다.

“핑동이 대부분의 조직원들을 거느리고 둥청 시장을 향해 출발했다지?”

최룡이 고개를 숙이며 보고했다.

“네! 미리 와서 이곳을 살피고 있던 아우의 보고에 의하면 확실한 것 같습네다.”

“홍련개발 대표인 양즈체는 십 층 대표실에 그대로 남아 있고?”

“아마도 나중에 핑동 등과 합류하여 둥청 시장에 대한 공격을 주도할 생각인 모양입네다.”

동하가 눈을 빛내며 나직이 내뱉었다.

“아마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거야. 왜냐하면 양즈체는 오늘 이 빌딩 밖으로 걸어 나올 수가 없을 테니까.”

창첸과 우레이도 동하를 따라 눈을 번뜩였다.

“당연하신 말씀입니다.”

“양즈체는 오늘 보스의 손에 모가지가 날아갈 테니까요. 흐흐흐흐!”

“자, 이제 들어가지!”

동하가 앞장서자 최룡, 창첸, 우레이가 강렬한 기세를 발산하며 뒤따랐다.

“이봐! 당신들 뭐야? 이 시간에 무슨 용무야?”

당당하게 일 층 로비로 걸어 들어오는 동하와 일행을 발견하고 홍련개발 조직원 다섯이 앞을 가로막았다. 동하가 씨름선수처럼 육중한 선두의 조직원을 향해 물었다.

“양즈체 안에 있나?”

“양즈체? 그게 누군데?”

고개를 갸웃하던 조직원이 이내 주먹을 확 쳐들었다.

“이 새끼가 감히 우리 대표님의 존함을 동네 똥개새끼처럼?!”

쯔걱!

“크흡!”

조직원이 주먹을 내뻗기도 전에 동하의 주먹의 그의 턱에 작렬했다.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고꾸라지는 씨름선수의 등 뒤에 서 있던 조직원들이 동하를 노리고 주먹을 쳐들고 달려들었다.

“와아아악!”

“저 새끼 밟아!”

하지만 그들 역시 주먹을 제대로 날릴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바람처럼 달려 나온 최룡이 순식간에 조직원 넷을 쓰러뜨려 버렸기 때문이다.

“이건 뭐 생각보다 너무 싱겁구만 기래.”

손바닥을 탁탁, 터는 최룡을 향해 창첸과 우레이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보쇼, 최룡 전무. 우리한테도 힘을 좀 써볼 기회를 주셔야지.”

“보스 앞에서 최 전무만 너무 잘 보이려고 하는 것 아니오?”

동하가 빙그레 웃으며 정면의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양즈체를 만나면 힘을 쓸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 가자고!”

* * *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륵 열리며 동하와 일행이 십 층 복도로 걸어 나왔다. 복도를 지키고 있던 양즈체의 경호원 열 명 정도가 일제히 동하와 일행을 돌아보았다. 콧잔등에 깊은 칼자국이 횡으로 길게 그어진 조직원이 동하의 앞을 가로막고 나서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봐, 너희들! 둥청 시장으로 집결하라는 명령을 못 받았나? 왜 이리로 올라오는 거야?”

“양즈체 안에 있지?”

“뭐? 양즈체? 너 뭐 하는 새끼야?”

동하가 대답하기도 전에 이번만은 활약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창첸이 튀어 나갔다. 장첸의 주먹이 전광석화처럼 번뜩일 때마다 조직원들이 피를 뿌리며 넘어갔다.

“우웩!”

“크흐흑!”

우레이도 질 수 없다는 듯이 달려 나갔다.

“창첸! 너도 보스 앞에서 튀어보려는 거냐? 그렇다면 나도 질 수야 없지!”

“이 새끼들! 정체가 뭐냐?”

터어업!

우레이가 자신을 향해 주먹을 날려오는 조직원의 얼굴을 커다란 손으로 통째로 움켜잡았다.

“나? 나야 네놈들을 응징하러 온 저승사자님이시지!”

우드득!

“끄아아악!”

우레이가 손아귀에 힘을 불어넣자 얼굴이 우그러지며 조직원이 처절하게 비명을 질렀다. 우레이는 나머지 조직원들을 하나씩 붙잡아 천장과 벽을 향해 붕붕 던져 버렸다. 벽에 머리를 부딪친 조직원들이 허수아비처럼 힘없이 바닥으로 처박혔다.

눈 깜짝할 새에 열 명이나 되는 조직원들을 쓸어버리는 최룡과 창첸, 우레이를 지켜보며 동하는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이 정도 전력이면 어느 조직과 맞붙어도 밀리지는 않겠군.’

딸칵!

이때 복도 끝의 방문이 열리며 삼십 대 중반쯤의 날카로운 예기를 풍기는 남자가 나왔다. 동하는 그가 풍기는 범상치 않은 기세를 보고 남자가 홍련개발의 대표 양즈체라는 것을 직감했다.

동하가 최룡, 창첸, 우레를 지나쳐 앞으로 나서서 양즈체와 마주 섰다.

“당신이 양즈체인가?”

“너는…… 설마 강동하?!”

“그렇소. 내가 강동하요.”

“이 미친놈이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감히……!”

동하에게 허를 찔렸다는 생각에 양즈체가 뿌드득 이를 갈아붙였다. 양즈체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자신이 가진 힘을 한꺼번에 격발시켰다.

끼우우우웅!

탄기의 고수 양즈체의 몸 윤곽을 따라 강렬한 기광이 불길처럼 타올랐다. 그의 기세를 확인한 동하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양즈체 저 작자는 탄기의 고수로군. 홍련에 속한 일개 계열사 대표의 무공이 저 정도라니, 역시 홍련을 무시할 수가 없는 상대야.’

생각에 잠긴 동하의 옆에서 우레이가 고개를 살짝 숙였다.

“보스! 저 양즈체란 놈은 저에게 양보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우레이가 상대하겠단 말이지……?”

잠시 고민하던 동하는 자신과 같은 의기의 고수인 우레이라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나는 물러서서 편안하게 구경이나 하도록 할까?”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보스.”

우레이가 앞으로 나서자, 양즈체는 기가 막힌 듯이 실소했다.

“강동하 네놈이 나서도 삼십 초 안에 피투성이로 변할 텐데, 감히 부하를 앞세워? 네놈들이 집단으로 정신이 이상해진 모양이구나!”

격노한 양즈체가 흉흉한 기세를 내뿜으며 우레이를 향해 짓쳐갔다.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양즈체의 기세가 살벌했지만, 우레이는 여유만만이었다. 더욱 화가 치민 양즈체가 우레이의 머리 위로 차오르며 기가 팽팽하게 실린 발을 내질렀다.

“단숨에 죽여주마!”

꽈아악!

우레이가 대수롭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눈앞에서 양즈체의 발을 움켜잡아 버렸다. 그리곤 특유의 괴력으로 양즈체를 복도 바닥을 향해 메다꽂았다.

쿠아앙!

“끄흑!”

양즈체가 바닥에 등을 처박으며 고통스럽게 진동했다.

“이 새끼, 죽인다!”

으득 이를 갈아붙이며 박차고 일어서려는 양즈체를 우레이가 깔고 앉았다. 그리고 커다란 양손 주먹을 홍련개발 대표이사의 얼굴을 퍼붓기 시작했다.

꽝! 꽝! 꽝! 꽝! 꽝!

마치 석탑처럼 버티고 앉아 쉬지 않고 주먹을 날리는 우레이의 상반신으로 핏방울이 어지럽게 흩날렸다. 양즈체는 이미 눈을 허옇게 까뒤집고 기절한 상태였지만 한 번 발동이 걸린 우레이는 주먹을 멈출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런 우레이가 믿음직했지만 동하는 가볍게 혀를 찼다.

“츱~ 저러다간 기어이 죽여 버리고 말겠군.”

동하가 우레이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 허공으로 번쩍 들려지는 우레이의 손목을 붙잡았다.

“우레이, 이제 그만하지?”

“이것 놔, 이 새끼야!”

순간 이미 눈이 뒤집힌 우레이가 박차고 일어서며 동하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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