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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경찰-57화 (57/75)

〈 57화 〉 57화. 수상한 조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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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화. 수상한 조짐(1)

“우레이, 정신 차려!”

투화아아악!

자신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는 우레이를 향해 버럭 고함을 지르는 동하에게서 눈부신 기세가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퍼어어억!

“크흑!”

그리고 그 기세에 가슴을 강타당한 우레이는 뒤쪽으로 붕 튕겨 날아갔다.

우당탕탕!

복도 바닥으로 몇 바퀴 정신없이 나뒹구는 우레이를 지켜보며 탕시린과 창첸이 황당한 듯 중얼거렸다.

“방금 강 보스한테서 무언가 발사된 것 같지 않았어요?”

“그래, 나도 분명히 봤어.”

“저것도 기를 신체 밖으로 날릴 수 있는 탄기의 일종인가요?”

창첸이 심각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나도 탄기급에 속하는 무인이지만 저딴 건 구경도 하지 못했어. 단지 기세만으로 우레이 같은 거구를 날려 버리다니! 강 보스는 이미 전혀 다른 경지에 올라선 것 같군.”

탕시린이 새삼 이채를 띄고 복도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우레이를 향해 걸어가는 동하를 바라보았다.

“으음……! 한 인간이 어쩜 저리 빠르게 강해질 수가 있는 거죠? 강 보스를 볼 때마다 괴물이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아요.”

“그래, 머지않아 중원 전체를 발아래 꿇릴 진정한 괴물이라고 할 수 있겠지. 그리고 저런 사람을 보스로 모시게 된 것은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일 테고.”

장첸이 입가에는 어느새 뿌듯한 미소가 걸렸다.

“끄으으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일어나려고 버둥거리는 우레이 앞에 서서 동하가 손을 내밀었다.

“내 손을 잡고 일어나라, 우레이.”

“보스……!”

한동안 멍하니 동하를 올려다보던 우레이가 그의 손을 힘주어 잡고 일어섰다.

“죄송합니다, 보스. 제가 잠시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완강한 어깨를 움츠리며 진심으로 사과하는 우레이를 마주보며 동하가 피식 웃었다.

“괜찮아, 괜찮아. 투기가 넘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어.”

“그런데 보스께선 설마 ‘강’의 경지에 오르신 겁니까?”

“강의 경지라고……?”

금시초문이라는 듯이 고개를 갸웃하는 동하를 향해 우레이가 정색하며 말했다.

“제가 알기로 의기의 단계를 넘어서면 강의 경지에 진입한다고 합니다. 의기가 신체 외부로 날려 보낸 기를 자신의 의지로 자유자재로 부리는 경지라면, 강은 외부의 기를 구체적인 형태로 만들어 사용하는 단계로 알고 있습니다.”

우레이가 주먹을 와락 움켜쥐며 말을 이었다.

“예를 들어, 이 주먹 밖으로 내보낸 기를 무형의 주먹 형태로 만들면 그것은 권강이 되고…….”

우레이가 이번엔 손바닥을 활짝 펼치며 말했다.

“이 손바닥 밖으로 내보낸 기를 손바닥 형태로 만들면 그것은 수강이 됩니다.”

동하가 심각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우레이의 말을 받았다.

“만약 내 손에 검을 들고 있을 때 강을 발현한다면 그것은 검강이 되겠군.”

“네, 바로 그겁니다.”

우레이의 표정이 더욱 진지하게 변했다.

“중요한 것은 이 권강, 수강, 검강이 그냥 기를 사용할 때마다 몇십 배의 위력을 발휘한다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의기의 고수와 강기의 고수의 실력은 하늘과 땅 차이라는 말이죠. 그래서 강의 경지로 접어든 고수들을 가리켜 절정을 지난 초절정의 고수라고 부릅니다. 이 넓디넓은 대륙을 통틀어 강의 경지에 오른 고수는 열 손가락 안에 꼽힌다고 알고 있습니다.”

동하는 물론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탕시린과 창첸마저 크게 놀랐다.

“강의 경지에 오른 고수가 중원을 통틀어 고작 열 명밖에 되지 않는다고……?!”

“네, 저는 분명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

확신에 차서 고개를 끄덕이는 우레이의 얼굴을 동하가 멍하니 바라보았다.

우레이의 말처럼 내가 정말 강의 경지에 진입한 것인가?

그리고 정말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고수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널려 있다는 이 넓은 중원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힐만한 고수가 된 것일까?

동하는 이 질문에 답해줄 수 있는 사람은 이진산 딱 한 명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질문은 이렇게 여러 사람이 지켜보는 앞에서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지!’

혼자만의 생각에 잠겨 고개를 끄덕이던 동하가 싱긋 웃으며 돌아섰다.

“자! 이 정도면 홍련에 충분한 경고가 됐을 테니, 우리는 이쯤에서 둥청 시장으로 돌아가도록 하지!”

탕시린이 그런 동하의 앞을 막아서며 황당한 듯 물었다.

“이대로 그냥 돌아간다고? 홍련개발을 접수하거나 하지 않고?”

“우리의 목표는 홍련개발이 아니라 홍련이야.”

동하가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홍련개발 대표이사 양츠제를 힐끗 돌아보며 말했다.

“그리고 홍련개발이라는 풀숲을 흔들어놓았으니, 이제 곧 홍련이라는 뱀이 대가리를 내밀지 않겠어?”

* * *

“벌써 새벽이 밝고 있는데 보스께선 왜 아무 연락이 없으신 거지?”

이백이 넘은 조직원들과 함께 둥청 시장을 포위하고 있던 핑동은 아까부터 연신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홍련개발의 대표이사이자 자신들의 보스인 양즈체에게 연락이 닿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망설이던 그는 욕을 처먹을 각오를 하고 양즈체의 핸드폰으로 직접 전화를 걸었다.

뚜우우우— 뚜우우우­­!

핸드폰을 귀에 대고 한참을 기다렸지만 신호음만 길게 울릴 뿐이었다.

“이거 정말 무슨 사단이라도 난 거 아니야?”

점점 더 긴장하고 있는 핑동의 등 뒤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여어~ 핑동! 이런 데서 다시 만나는군.”

“너, 너는……?!”

핑동이 핸드폰을 귀에 댄 채 눈을 부릅뜨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 동하가 탕시린과 최룡 그리고 창첸과 우레이를 거느리고 여유만만한 얼굴로 서 있었다.

핑동이 핸드폰을 천천히 내리며 질린 듯이 중얼거렸다.

“설마 양즈체 보스께서……?!”

동하가 두 손을 들어 보이며 히죽 웃었다.

“아아! 오해는 하지 마. 나는 양즈체의 터럭 하나 건드리지 않았어.”

“휴우우우……!”

핑동이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을 때, 동하가 우레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대신 여기 우레이가 건드렸어. 얼굴도 못 알아볼 정도로 아주 피떡을 만들어놨지.”

“이, 이런……!”

자신의 불길한 예감이 틀리지 않았음을 자각하며 핑동은 경악했다.

동하가 웃음기를 싹 지우며 핑동을 향해 서늘하게 말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거야?”

“……!”

“부하들을 데리고 조용히 돌아갈래 아니면 보스의 복수를 한답시고 여기서 우리랑 한 판 붙을래?”

“끄으으으……!”

핑동이 뿌드득 이를 갈아붙이며 동하와 눈싸움을 벌였다. 평소 그의 성격대로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동하를 죽이겠다며 달려들 게 분명했다. 하지만 동하는 그 앞뒤를 가리지 않을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동하야말로 핑동에게 최초로 공포심을 안겨준 인물이었던 것이었다. 게다가 동하도 아니고 놈의 부하인 우레이란 놈이 양즈체 보스를 박살 냈다고 하지 않는가.

‘그래도 우리가 쪽수에서는 확실한 우위에 있으니 혹시…….’

핑동이 곁눈질로 자신의 등 뒤에서 흉흉한 살기를 발하고 있는 조직원들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의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 자신이 무공을 익힌 핑동은 무공의 고수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일반 조직원의 쪽수가 아무리 많아도 그들의 옷깃조차 스칠 수 없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핑동이 동하의 시선을 슬그머니 피하며 조직원들을 향해 말했다.

“……둥청 시장에 대한 포위를 풀로 철수하기로 한다.”

대번에 중간급 간부들이 반발하기 시작했다.

“대체 왜 철수해야 합니까?”

“저놈들은 고작 다섯뿐입니다!”

“다섯 명이 무서워 이백 명이 도망쳐야 합니까?”

핑동이 그런 조직원들을 향해 돌아서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닥쳐, 병신들아! 네놈들을 살리려고 이러는 걸 모르겠나?!”

부하들이 황당한 듯 중얼거렸다.

“우, 우릴 살리려고 이런다고요……?”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핑동이 약간 떨어진 곳에 세워둔 미니버스를 향해 뚜벅뚜벅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긴말하지 말고 빨리 차에 타라. 회사로 돌아가 중상을 입으신 양즈체 대표님부터 챙겨야 한다.”

“양즈체 보스께서 중상을 입으셨다고요?”

“설마 저놈들이 당했다는 겁니까?”

“핑동 부장님, 뭐라고 말씀 좀 해주십시오!”

핑동과 홍련개발 조직원들을 태운 버스가 이내 현장을 떠나기 시작했다.

부우웅! 부우웅! 부우우웅!

동하가 차창을 열고 자신을 쏘아보는 핑동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잘 가! 조만간 또 보자고!”

멀어지는 버스들을 바라보며 서 있는 동하의 옆으로 최룡이 다가왔다.

“보스, 이제 어떡하면 되겠습네까?”

동하가 두 팔을 활짝 펼치며 늘어져라 기지개를 켰다.

“으하암~ 어떡하긴 뭘 어떡해? 밤새 설쳤으니 이제부터 밀린 잠이나 푹 자야지.”

탕시린이 불쑥 끼어들며 짜증을 부렸다.

“저놈들이 저렇게 물러갔다고 다시 안 올 것 같아? 홍련개발을 깨뜨렸으니, 이제 본사 격인 홍련에서 우리를 치려고 둥청 시장으로 엄청난 고수들을 급파할 거라고!”

“아니, 당장 그러지는 않을 거야.”

동하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홍련의 총보스라면 일단 이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분석하려고 들 거야.”

“그건 또 무슨 소리야?”

“홍련 총보스의 입장에서 보자면 나는 자신들이 쫓던 비루한 사냥감에 불과했어. 그런데 꽁꽁 숨어 있어도 시원찮을 사냥감이 갑자기 자신들의 앞마당인 둥청 시장에 전초기지를 세우더니, 주요 계열사인 홍련개발마저 공중분해 시켜 버렸지. 자,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홍련 총보스는 과연 어떤 생각을 할까?”

우레이가 묵직하게 한 마디를 덧붙였다.

“일단 우리 강 보스님이 상상 이상으로 강하다고 생각하겠군요. 그리고 보스님이 얼마나 강하고, 얼마나 많은 능력을 숨기고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려고 하겠죠.”

동하가 우레이를 가리키며 씨익 웃었다.

“우레이의 말대로야. 홍련 정도 되는 조직의 총보스라면 그 정도의 판단력은 지니고 있을 테니까.”

“쳇! 나 같으면 소속 고수들을 몽땅 거느리고 쳐들어와 싹 다 쓸어 버리겠구만.”

“그래서 죽림방이 홍련 같은 큰 조직으로 크지 못하는 것 아니갔네?”

“뭐가 어쩌고 어째? 너 진짜 나랑 한 판 붙을래?”

최룡의 도발에 탕시린이 또 울컥했다.

“아아! 싸울 시간 있으면 잠이나 푹 자두도록 해. 탕보스의 말대로 약간의 여유로운 시간이 지나면 홍련에서 진짜 무서운 고수들을 보낼 테니까.”

동하가 두 사람을 떼어놓으며 상인들이 하나둘 상점의 문을 열기 시작하는 둥청 시장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 * *

밤새 함께 움직였던 일행들이 하나둘 잠자리에 들고 나서 동하는 상가연합회 건물 옥상으로 올라갔다.

“팔딱팔딱 뛰는 향어 사세요!”

“싱싱한 양고기가 왔어요! 돼지고기도 왔어요!”

이른 아침부터 상인들의 호객하는 소리가 힘차게 울려 퍼지는 옥상 바닥에 정좌를 하고 앉아 동하는 이진산을 불렀다.

‘어르신.’

[으하아암~ 식전부터 왜 또 불러대고 그러냐?]

‘제가 강의 경지에 오른 초절정 고수가 된 게 맞습니까?’

[그, 그건……!]

동하가 훅 치고 들어가자, 이진산은 평소와 달리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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