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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경찰-58화 (58/75)

〈 58화 〉 58화. 수상한 조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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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화. 수상한 조짐(2)

[그래, 네놈이 강의 초입에 들어선 게 맞긴 맞는 것 같다.]

이진산의 떨떠름한 목소리를 들으며 동하는 고개를 주억였다.

‘아……! 우레이의 말이 사실이었군요. 그럼 중원을 통틀어 강의 경지에 오른 고수가 채 열 명도 되지 않는 말도 사실입니까?’

[그건 좀 과장된 말인 것 같구나. 내가 알기로 강의 경지에 오른 고수가 최소 스물을 될 것이니라.]

‘아! 스물이오……?’

스물이란 소리에 동하는 다시 한번 감탄사를 발했다. 이 넓디넓은 대륙에서 자신이 스무 명 안에 드는 고수가라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한 가지 강한 의문이 동하의 뇌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런데 어르신, 조금 이상합니다.’

[뭐가 이상하다는 거냐?]

‘요즘 들어 저의 무공이 발달하는 속도가 너무 빠른 것 같지 않습니까?’

[뭐, 뭣?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이진산이 당황한 나머지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지만 동하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렇지 않습니까? 발경에서 현기의 고수가 되기까지 굉장히 힘들었고,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현기에서 탄기의 고수가 되기까지는 더 긴 시간이 필요했고요. 그런데 탄기의 고수에서 의기의 고수가 되기까지는 그 절반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의기의 고수에서 강기의 고수가 되기까지는 그 절반의 절반밖에는 걸리지 않았고요.’

[흐으음……!]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신음을 흘리는 이진산을 향해 동하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어르신은 이게 이상하지 않으십니까? 원래 더 높은 경지에 오르려면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법인데, 어째서 점점 그 시간이 짧아지고 있는 것인지…….’

[별 시덥지 않은 소릴 하고 자빠졌네!]

이진산이 버럭 고함을 질러 동하의 입을 틀어막았다.

[미련곰탱이 같은 놈아! 빨리 강해지면 좋아서 춤이라도 덩실덩실 춰야지 그게 뭐가 이상하다고 난리야, 난리가?]

‘네, 저도 물론 강해지고 싶죠. 하지만 뒤로 갈수록 그 강해지는 과정이 비정상적으로 느껴지거든요. 마치 내 노력이 아니라 누군가 다른 사람의 의지에 이끌려 강해지는 기분이랄까요?’

[그게 다 잡생각이야, 이놈아! 쓸데없는 잡념일랑 털어 버리고 수련에만 집중해. 이제 곧 홍련 수뇌부와 격돌하게 될 것인데, 그다음엔 아마도 사부를 살해한 나의 제자 놈들이 모습을 드러내게 될 것이야.]

‘헉! 어르신의 제자들이오?’

이진산이 긴장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래, 뱀의 꼬리를 건드렸으니 결국 대가리가 머리를 내밀 수밖에 없을 것이야. 그런데 그 뱀 대가리들은 독을 잔뜩 품은 무시무시한 놈들이야. 그놈들은 내 밑에 있을 때도 이미 탄강의 경지에 오른 고수들이었고, 아마도 지금은 더 높은 경지에 올라 있을 것이니라.]

이진산이 이를 악물며 쐐기를 박듯이 말했다.

[동하 네놈이 바싹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그놈들에게 한입에 잡아 먹히게 되어 있어. 그러니까 왜 빨리 강해졌는지 고민하지 말고, 떠 빨리 강해질 생각을 하란 말이다.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느냐?]

‘네, 명심하겠습니다.’

동하는 결국 의문을 접고 정좌할 수밖에 없었다.

“후우우웁……!”

옥상 바닥에 정좌를 하고 앉은 동하가 눈을 지그시 감으며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그리고 중단전에서 내공을 뽑아 전신으로 빠르게 돌리기 시작했다.

끼우우우우웅­­!

순간 동하의 몸 윤곽을 따라 백색 기광이 불길처럼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선명한 기광이 아침햇살마저 밀어내며 하늘 높이 솟구쳤다. 그 강렬함은 예전의 동하와 비할 바가 못 되었다.

‘너무 빨라…… 그리고 너무 강해……!’

동하는 자신의 힘이 너무 비정상적으로 강해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강해지는 과정이 자신의 의지가 아닌 타인의 의지에 의존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누군가를 나를 조종하고 있다면 그건 대체 누구일까? 그리고 그의 목적은 대체 무엇일까?’

동하는 계속 기를 돌리며 자신을 조종하고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면 그게 누구일까 생각해보았다. 만약 그런 인물이 있다면 그건 이진산일 확률이 가장 높았다.

‘하지만 나를 도와 여기까지 키워주셨던 어르신이 나를 속일 리가 없지 않은가?!’

동하는 쓸데없는 의심을 떨치려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그런 그의 머리 위로 눈부신 강기가 치솟아 올랐다.

어느새 확실하게 강의 경지에 들어선 동하를 지켜보며 이진산은 음산하게 웃고 있었다.

[큭큭큭큭! 이제야 유체탈혼환신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구나. 이제부터 동하 네놈은 노부가 다다랐던 경지까지 쭉 달려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네놈이 나와 동등한 경지에 올랐을 때, 너의 영혼은 소멸하고 노부가 네 몸의 진짜 주인이 될 것이니라.]

* * *

둥청 상업지구에서도 가장 노른자위라 할 수 있는 둥청역 바로 옆에 우뚝 솟은 삼십 층짜리 빌딩이 있었다. 이 빌딩이 바로 주식회사 홍련의 본사 건물이었다. 건설과 전자 그리고 백화점과 광고회사를 계열사로 거느린 대기업이 북경의 유력 삼합회 조직 중 하나의 본부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가 않았다.

이른 아침부터 그 주식회사 홍련의 회장실에서 긴급 임원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날렵한 몸매에 꼭 맞는 세련된 정장 차림에 입가에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삼십 대 초반 정도의 남자가 회의용 테이블의 상석에 앉아 회의를 주재하고 있었다. 아침부터 좋은 일이라도 있는지 남자가 싱글벙글 미소를 지으며 테이블에 둘러앉은 스무 명 남짓한 임원들을 둘러보았다.

“둥청 시장에서 문제가 생겼다고요?”

그의 바로 앞에 앉아 있던 간부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보고했다.

“저희가 쫓고 있던 강동하가 흑룡회를 이끌고 둥청 시장에 터를 잡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를 밀어내려던 홍련개발을 무너뜨려 버렸습니다.”

“호오……! 허면 홍련개발 대표 양즈체가 강동하에게 당했다는 겁니까?”

“네! 양즈체는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실려 갔습니다.”

“흐으음……!”

남자가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며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툭툭, 두드렸다. 그의 시선이 테이블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핑동에게로 향했다.

“핑동.”

“네, 회장님!”

“너의 보스 양즈체는 탄기의 고수였다. 그런데도 강동하에게 당했다는 건 그가 탄기를 능가하는 고수라는 뜻이냐?”

핑동이 공손하면서도 명료하게 대답했다.

“제가 처음 놈과 맞붙었을 땐 그도 분명 탄기의 고수였습니다.”

“같은 탄기의 고수끼리 맞붙었는데 양즈체가 쓰러졌다는 건 강동하가 좀 더 숙련된 탄기의 고수라는 뜻이겠군?”

“네, 그렇게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핑동.”

남자가 쌔액 웃으며 다시 핑동을 불렀다.

“네, 회장님!”

“너는 둥청 시장을 포위하고 있다가 강동하가 나타나자 싸움을 피하고 물러났다지? 너의 보스인 양즈체가 그에게 당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텐데, 왜 복수할 생각을 하지 않았나?”

“그것은…….”

잠시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고 당황하던 핑동이 평소의 성격대로 솔직하게 대답했다.

“저와 조직원들 전부가 덤벼도 강동하에게 당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사사로운 복수심으로 조직을 궤멸시키는 것보단 후일을 기약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겁이 나서 도망친 건 아니고?”

남자가 히죽 웃으며 눈을 빛냈다. 먹잇감을 노리는 야수처럼 빛나는 남자의 시선을 마주하며 핑동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핑동은 가슴을 쭉 펴고 당당하게 대답했다.

“그건 절대 아닙니다. 만약 조직원들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서 강동하와 끝장을 봤을 겁니다.”

“그렇단 말이지……?”

후우우우웅!

남자가 미소를 머금은 채 검지를 쳐들자, 그의 손가랄 끝으로 백색 기광이 선명하게 피어올랐다. 점차 송곳 모양으로 날카롭게 변하는 기광은 강기가 분명했다.

“누구 앞에서 감히 핑계를 대는 것이냐, 핑동!”

쐐애애애애액!

남자가 핑동를 향해 검지를 내뻗는 순간, 한 줄기 예리한 지강이 공기를 가르며 쏘아갔다. 핑동은 자신의 얼굴을 노리고 날아드는 지강을 바라보며 어금니를 질끈 깨물었다.

나는 부끄러운 것이 없다!

그러니 당장 죽어도 여한은 없다!

피이이잇!

“크흡!”

끝까지 눈을 감지 않는 핑동의 뺨을 지강이 훑고 지나가며 칼에 베인 듯 상흔이 선명하게 그어졌다.

“……!”

임원들이 일제히 눈을 부릅뜨고 방금 죽다 살아난 핑동을 돌아보고 있었다. 방금 지강을 날린 남자, 즉 홍련의 총보스 차잉원이 뺨에서 피를 뚝뚝 흘리고 있는 핑동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너의 당당함이 너를 살렸다, 핑동.”

“감사합니다, 회장님! 반드시 강동하를 잡아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

차잉원이 의자 등받이에 몸을 묻으며 느긋하게 물었다.

“그래서 이제 조직까지 갖추고 둥청 시장이라는 구역까지 확보한 강동하를 어떻게 잡으면 좋겠나?”

“으음…….”

무언가를 생각하던 핑동이 신중하게 입을 열었다.

“솔직하게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래, 최대한 솔직하게!”

차잉원이 손을 휘휘 내젓자, 핑동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기 시작했다.

“말씀하신 대로 강동하는 이미 탄탄한 조직을 갖췄습니다. 그리고 둥청 시장이란 자신만의 구역을 확보하고, 시장 상인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까지 등에 업고 있습니다.”

“계속해봐.”

“이런 강동하를 단순히 무력으로 치는 조금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무력으로 진압하지 않으면 어떻게 놈을 잡지?”

“일단 조직원들을 동원하여 둥청 시장 외곽을 따라 은근히 포위망을 구축하는 겁니다. 그렇게 시장 안으로 상품을 싣고 들어가는 화물차량의 진입을 막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여 손님들의 발길을 끊는 겁니다. 그런 다음 관의 협조를 얻어 수도와 전기를 끊는다면 강동하와 둥청 시장 상인들도 결국 손을 들 수밖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

쾅!

순간, 임원 중 한 명이 왕젠린 전무가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쳤다. 호랑이상에 조직 내에서 대표적인 강경파인 그가 당장이라도 핑동을 씹어 먹을 듯 눈을 부라렸다.

“우리가 왜 무력을 쓰지 않고 그런 골치 아픈 방법들을 동원하며 시간을 질질 끌어야 하지? 우리가 한국의 순경 따위에 불과한 강동하 그놈을 무서워해야 한단 말이냐? 아니면 우리에게 이미 굴복했던 흑룡회를 두려워해야 한단 말이냐? 우린 그놈들을 압도할 힘이 있어! 그런데 우리가 왜 참아야 하느냔 말이다! 대체 왜?”

왕젠린의 기세가 너무 사나워 핑동은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런 핑동을 향해 차잉원이 히죽 웃었다.

“핑동, 왕젠린 전무의 질문에 대답을 해야지?”

핑동이 꿀꺽, 마른침을 삼키며 간신히 대답했다.

“제가 상대해본 강동하는 강할뿐더러, 매우 지능적인 놈이었습니다. 양즈체 대표님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저는 좀 더 신중하고도 완벽하게 놈에 대한 사냥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핑동이 말을 마치자마자 왕젠린이 그의 얼굴을 가리키며 비웃음을 흘렸다.

“겁쟁이 같은 놈! 너는 결국 강동하를 무서워하고 있는 거다!”

그러자 다른 임원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섰다.

“왕젠린 전무의 말이 맞습니다, 회장님!”

“지금 즉시 전력을 동원하여 강동하와 흑룡회를 쳐야 합니다!”

“저에게 명령만 내리시면 오늘 중으로 강동하의 시체를 가져오겠습니다!”

턱을 매만지며 잠시 고민하던 차잉원이 왕젠린을 불렀다.

“왕젠린 전무.”

“네, 회장님!”

“왕 전무님이 휘하의 조직원들을 이끌고 가서 강동하를 잡아 오시오.”

“저에게 맡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장님.”

왕젠린이 차잉원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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