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림 경찰-60화 (60/75)

〈 60화 〉 60화. 여론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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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화. 여론전(2)

빠아아악!

동하와 왕젠린의 주먹이 부딪치는 순간, 사방으로 기의 파편이 하얗게 흩날렸다. 두 사람이 서로의 기세에 밀려 뒤쪽으로 서너 걸음 정신없이 물러섰다. 동하가 가까스로 걸음을 멈추고 홍련의 전무이사를 질린 듯이 바라보았다.

‘설마 나와 같은 강기의 고수란 말인가……?!’

홍련의 총회장도 아니고 간부급이 강기의 고수라는 사실에 동하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놀라기는 왕젠린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동하가 상상 이상으로 강하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설마 강기의 고수일 줄은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적의 강함은 왕젠린의 투지에 불을 지폈다.

“강동하 이놈……, 오늘 이곳에서 끝장을 보자……!”

끼우우우우웅!

왕젠린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투기를 끌어 올리자, 그의 몸 윤곽을 따라 백색 기광이 불길처럼 이글거렸다. 동하도 황급히 기세를 끌어올리며 왕젠린의 공격에 대비했다.

“네놈을 시체로 만들어 우리 보스의 앞으로 끌고 갈 것이다!”

투화아아악!

왕젠린을 달려 나오며 주먹을 날리자, 선명한 권강이 동하를 노리고 쏘아졌다. 동하가 마주 달려가며 권강을 내쏘았다.

쐐애애애애액!

두 가닥의 권강이 공기를 가르며 도도하게 날아가다가 마침내 격돌했다.

콰아아앙!

권강과 권강이 부딪치며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자욱한 포연을 뚫고 동하와 왕젠린을 서로를 노리고 덤벼들었다.

쾅! 쾅! 쾅! 쾅! 쾅! 쾅!

권강을 뽑아 올린 두 사람이 주먹을 부딪칠 때마다 허공에서 폭발이 연달아 터졌다. 주먹이 부딪칠 때마다 엄청난 충격이 전달됐지만 두 사람 다 물러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총보스의 명령을 받은 왕젠린은 어떻게든 동하의 시체를 끌고 가야 했고, 동하는 자신이 왕젠린을 쓰러뜨려야만 전체적으로 불리한 싸움의 양상을 역전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 이쯤에서 결판을 내자!’

우우우우우우웅!

동하가 중단전에서 기를 뽑아 빠르게 돌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돌리던 기를 오른 주먹에 집중시킨 동하가 그것을 강기로 전환시켜 주먹 밖으로 날려 보냈다.

콰아아아앗!

동하가 날린 권강이 어느 때보다 강렬하고 선명하게 공간을 가르며 날아갔다.

“강동하! 네놈은 여기서 죽을 것이다!”

완젠린도 동하에 대응하기 위해 권강을 내쏘았다. 두 가닥의 선명한 권강이 서로를 노리고 살처럼 쏘아졌다.

쿠아아아앙!

그리고 마침내 두 개의 권강의 충돌하며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뻐어어억!

“크흐흑!”

순간 후폭풍에 가슴을 강타당한 왕젠린이 뒤쪽으로 붕 날아갔다. 한참을 날아가던 왕젠린이 시장 바닥으로 정신없이 나뒹굴었다.

우당탕탕!

“전무님!”

“괜찮으십니까, 전무님?”

부하들이 달려와 재빨리 왕젠린을 부축했다. 내상을 입은 듯 입과 코로 피를 꿀럭꿀럭 흘리며 왕젠린이 자신 앞에 태연히 서 있는 동하를 노려보았다.

‘끄으으으……! 저놈이 설마 나보다도 강한 강기의 고수란 말인가?!’

자존심이 상한 왕젠린이 자신을 부축한 부하들의 손을 뿌리쳤다.

“손 치워! 나는 멀쩡하다!”

계속 피를 흘리며 동하를 노려보던 왕젠린이 몸을 휙 돌렸다.

“오늘은 이만 철수하기로 한다!”

“넵, 알겠습니다!”

상인들을 무자비하게 폭행하며 시장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던 홍련 조직원들이 왕젠린의 명령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버스에 탑승했다.

“간나 새끼들아! 도망치게 놔둘 줄 알았니?”

“최룡, 보내줘라!”

그들을 쫓아가려던 최룡을 동하가 손을 뻗어 가로막았다.

부우웅! 부우웅! 부우우웅!

그리고 도망치듯 시장을 빠져나가는 홍련의 버스들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최룡이 그런 동하를 돌아보며 억울한 듯이 말했다.

“놈들의 대가리를 거의 잡았는데, 왜 그냥 보내주신 겁네까?”

“우웁!”

순간 동하가 볼을 부풀리며 휘청했다.

최룡이 그런 동하를 황급히 부축하며 소리를 질렀다.

“보스, 괜찮으십네까?”

“퉤엣! 나는 괜찮으니까 소란 떨지 마.”

동하가 입에 머금었던 핏덩이를 토하며 나직이 말했다. 홍련 조직원들과 치열하게 싸웠던 창첸과 우레이도 숨을 헐떡이며 다가왔다.

“내상을 입으신 겁니까?”

“왕젠린이란 작자 보통 고수가 아닌 것처럼 보였습니다만.”

동하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강기의 고수였어.”

“헉! 강기라고요?”

“설마 보스와 맞먹는 고수라는 겁니까?”

경악하는 창첸과 우레이의 얼굴을 보며 동하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나보다 더 높은 수준일지도 모르겠어. 이번엔 그가 방심하는 바람에 가까스로 물리칠 수가 있었지.”

동하의 말을 들은 최룡이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심각하게 말했다.

“홍련의 임원인 왕젠린이란 작자가 저 정도라면 총보스인 차잉원은 대체 얼마나 강하다는 겁네까?”

“으으음…….”

동하와 창첸, 우레이 모두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고 신음을 흘렸다.

그때 탕시린과 쑨웬이 쿤동을 데리고 나타났다.

“어쨌든 우리의 작전은 나름 성공을 거두었으니까 너무 우울해하지 말라고.”

“응? 그건 또 무슨 소리지?”

의아한 표정으로 돌아보는 동하에게 탕시린이 쿤동을 소개했다.

“너튜브를 이용해 ‘쿤동의 사건수첩’이란 고발 프로를 진행하고 있는 쿤동이야.”

“아! 이 친구가 공산당 고위간부와 재벌들의 비리를 폭로해 공안의 수배를 받고 있다는 바로 그……?”

“맞아. 생긴 건 이리 지질해 보여도 백만이 넘는 구독자를 거느린 파워 너튜버라고 할 수 있지.”

쿤동이 자신을 가리키고 있는 탕시린을 흘겨보았다.

“헐! 이 누나가 누구한테 지질하다는 거야? 원래 나 같은 저항가는 이렇게 추레하게 하고 다니는 게 기본이라고. 알아?”

동하가 그런 쿤동을 향해 친근하게 웃으며 말했다.

“반가워요, 쿤동. 둥청 시장의 사정에 대해선 탕시린에게 이야기를 들었죠? 우리를 좀 도와줄 수 있겠어요?”

“이미 시작했는데요.”

“그게 무슨……?”

의아한 표정을 짓는 동하를 향해 쿤동이 자신의 핸드폰을 내밀었다.

“이미 상인들을 마구잡이로 폭행하고, 시장을 때려 부수는 홍련 조직원들을 촬영해 너튜브와 베이스톡에 쫙 깔았다고요. 벌써 홍련 고발 기사를 시청한 구독자 수가 십만 명이 넘어가고 있으니, 오늘 밤쯤엔 인터넷에서 아주 난리가 날 겁니다.”

“어디 한 번 봐요.”

동하가 쿤동에게서 핸드폰을 빼앗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아닌 게 아니라 넷상에선 홍련에 대한 이야기로 아주 난리가 나고 있었다. 쿤동은 전문가답게 상인들을 짓밟고 그들의 터전인 상점을 부수는 홍련 조직원들의 모습을 자극적으로 촬영했고, 그의 의도대로 홍련의 만행에 자극받은 유저들은 이런 암적인 깡패집단은 사회에서 당장 쓸어 버려야 한다며 목청을 높이고 있었다.

동하가 마지막 화면에 커다랗게 찍혀 있는 왕젠린의 모습을 확인하며 씨익 웃었다.

“왕젠린의 모습이 아주 잘 찍혔군. 이 친구도 당분간은 대놓고 움직이기 힘들겠어.”

동하에게서 핸드폰을 돌려받으며 쿤동도 따라 웃었다.

“왕젠린 전무, 홍련의 2인자라고 하네요. 앞으로도 홍련에는 골치 아픈 일이 많이 벌어질 겁니다. 제가 계속 홍련이 둥청 시장 상인들을 괴롭히는 이유와 공안과의 유착 의혹 등을 파헤쳐 퍼뜨릴 테니까요.”

“고맙소, 쿤동 씨!”

꽈악!

동하가 쿤동의 손을 힘주어 잡으며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당신은 힘없고 가난한 사장 상인들을 위해서 정말 큰일을 해주신 겁니다.”

“에이이~~ 쑥스럽게 왜 이러세요? 저는 원래 이런 일을 좋아한다고요.”

쿤동이 뒤통수를 긁적였지만 동하는 정색하며 말했다.

“아니요. 이런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진정으로 용기 있는 사람만이 거대한 권력의 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법이죠.”

“그렇게까지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쿤동도 동하에게 진심으로 감동받고 있었다. 큰 조직의 보스라는 사람이 자신 같은 애송이를 이렇게 진심으로 대해줄 줄은 몰랐던 것이었다.

“쿤동 씨, 앞으로도 저희와 함께 일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 전에 제가 한 가지만 약속드리죠. 절대 힘을 앞세워 가난한 사람들을 괴롭히는 일은 없을 거라고 말입니다.”

“…….”

동하가 내민 손을 가만히 지켜보던 쿤동이 그의 손을 힘주어 잡았다.

꽈아악!

“네, 함께 일해보죠. 시린 누나의 말을 들으니 좋은 분 같고, 제가 보기에도 거짓말을 할 분으로 보이지 않으니까요.”

“고맙습니다. 쿤동 씨의 합류는 우리 조직에 정말 큰 힘이 될 겁니다.”

* * *

그날 밤에 왕젠린은 홍련 회장실에서 고개를 숙이고 서 있었다. 그의 바로 앞 커다란 책상에는 홍련의 총회장인 차잉원이 앉아 노트북으로 인터넷을 검색하고 있었다. 차잉원의 입가에는 어느새 비릿한 조소가 걸려 있었다.

“아주 난리가 났군, 난리가 났어. 이 정도면 우리 왕젠린 전무께서 벼락스타가 되었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차잉원이 노트북을 돌려 왕젠린이 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노트북 화면에는 둥청 시장에서 조직원들을 지휘하던 왕젠린의 모습이 커다랗게 떠올라 있었다.

“이 새끼들이 이런 걸 언제……?”

“너튜브와 베이스톡 등에서 지금 난리가 났어. 우리 홍련이 둥청 시장 상인들을 강제로 몰아내고 개발계획을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고 말이야. 우리의 협박에 굴복해 단돈 몇 푼에 강제로 상점의 소유권을 넘긴 상인들의 계약서가 공개되고, 심지어 우리 홍련과 공안 및 공산당 고위층과의 유착설까지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단 말이야.”

당황스럽게 눈알을 굴리고 있던 왕젠린이 간신히 말했다.

“이, 일단 인터넷에 이 동영상이 퍼지는 것부터 막아야 하지 않을까요?”

“이 멍청한 작자야!”

쾅!

“!”

차잉원이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치자, 왕젠린이 움찔했다. 차잉원이 왕젠린의 얼굴을 겨누며 살벌하게 씹어뱉었다.

“주류 인터넷 플랫폼이라면 모를까 개인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너튜브나 베이스톡 같은 매체는 아무리 공산당일지라도 힘을 쓸 수 없다는 걸 모르나?”

“죄, 죄송합니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평소 호전적이기로 유명한 왕젠린이었지만 차잉원의 분노 앞에서 한없이 몸을 낮추고 있었다. 어깨를 움츠리고 있는 왕젠린을 사납게 노려보던 차잉원이 그의 얼굴을 겨누며 말했다.

“일단 강동하와 흑룡회가 지키고 있는 둥청 시장에 대한 공격을 전면 중단해.”

“하, 하지만…….”

“중단하라면 중단해! 여기서 더 시끄러워지면 우리도 상부의 제재를 받게 된단 말이다!”

“상황이 그렇게까지 심각한 겁니까……?!”

차잉원이 말하는 상부가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잘 알고 있기에 왕젠린은 그 말을 듣는 순간, 부르르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 대륙의 모든 삼합회 조직을 일통한 전설적인 조직! 무협 영화에서나 보았던 정말로 하늘을 날고, 태산을 무너뜨릴 수 있는 신급 고수들이 버티고 있는 가공할 조직!

‘그들의 눈 밖에 난다면 비록 우리 홍련일지라도 순식간에 증발해 버릴 수도 있다!’

왕젠린이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을 흘러내리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당분간은 둥청 시장에 대한 일체의 공격을 중지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대신…….”

차잉원이 노트북을 가리키며 나직이 내뱉었다.

“이 ‘쿤동의 사건수첩’이란 동영상을 만든 놈을 찾아서 죽여 버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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