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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경찰-62화 (62/75)

〈 62화 〉 62화. 공권력의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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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화. 공권력의 개입

‘하지만 나는 옥예금화의 경지에 오른 초절정의 고수다!’

동하가 마음을 다잡으며 순식간에 중단전에서 최대치의 기를 뽑아내 온몸으로 돌렸다.

화우우우우우!

동시에 그의 몸 윤곽을 따라 사나운 기광이 폭풍처럼 일렁였다. 동하가 폭포수처럼 흐르는 기를 오른 주먹에 집중시키자, 그의 주먹 밖으로 선명한 권강이 뻗쳐나갔다.

투화아악!

“크흐흡!”

동하와 권강 대 권강으로 맞붙은 왕젠린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주르륵 밀려났다.

퍼퍼퍽!

“으윽!”

동시에 뒤쪽에서 달려들던 살수들의 검기가 등에 박히며 동하가 고통스럽게 진동했다. 호신강기로 등을 보호하고 있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살이 갈라지고, 뼈가 부러졌을 것이다. 미처 몸을 돌려세울 틈도 없이 동하가 왕젠린을 향해 날렸던 권강을 노려보았다.

쐐애애애액!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고무줄처럼 길게 늘어난 권강이 크게 호선을 그리며 회전하는가 싶더니, 등 뒤의 살수들을 향해 쏘아졌던 것이다.

우적!

“크아악!”

동하의 등을 노리고 검을 찌르며 달려들던 살수의 얼굴에 권강이 쑤셔박히며 핏물이 뿜어졌다.

빠바바바바박!

연이어 권강이 작렬하며 살수들이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붕붕 튕겨 날아갔다. 그제야 완전히 몸을 돌린 동하가 덤벼들 엄두도 내지 못하고 멍청하게 굳어 있는 마지막 세 명의 살수들을 향해 들이닥쳤다.

퍽! 퍼억! 퍼어억!

동하가 휘두른 주먹에 얼굴과 가슴을 강타당한 살수들이 그의 발밑으로 힘없이 고꾸라졌다.

“후욱……, 후우욱……!”

즐비하게 널브러져 있는 열여덟 명의 살수들을 둘러보며 동하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의 머릿속에서 이진산의 통쾌한 웃음소리가 들려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으핫하하하! 대단하구나, 정말 대단해! 네놈이 어느새 의강의 경지에 이르렀다!]

‘의강이라고요……?’

어리둥절 해하는 동하의 머릿속에서 이진산이 설명했다.

[의기의 경지가 기를 의지대로 조정할 수 있는 경지라면, 의강의 경지는 강기를 의지대로 조종할 수 있는 경지다. 당연히 의기보다는 의강이 몇백 배 무서운 경지라고 할 수가 있느니라.]

‘제가 그런 대단한 경지에 올랐다는 말씀이죠?’

동하가 잘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손바닥을 들여다보았다. 아닌 게 아니라 요즘 들어 무공이 너무 급격하게 늘고 있었다. 이진산은 무공이란 원래 경지가 높아질수록 가속도가 붙는 법이라고 설명했지만 동하는 여전히 찜찜한 마음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정말 이렇게 미친 듯이 발전을 거듭하는 게 정상적인 일일까?

혹시 내 몸 안에서 무언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대답을 알고 있는 사람은 아마도 이진산 어르신뿐일 것이다.

의문을 풀지 못한 동하가 이진산에게 무언가 질문을 던지려고 할 때, 등 뒤에서 벼락같은 고함이 들려왔다.

“강동하 이 새끼! 내 목숨을 버리더라도 네놈만은 죽이고야 말겠다!”

“!”

깜짝 놀라 돌아서는 동하의 눈에 최후의 힘까지 짜낸 듯 어느 때보다 세찬 권강을 날리며 덤벼드는 왕젠린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냥 자빠져 있지 뭐하러 일어났나?!”

동하도 황급히 주먹을 내뻗어 권강을 날렸다.

콰아아앙!

두 사람의 권강이 부딪치며 엄청난 폭음과 함께 사방으로 시퍼런 기의 파편이 흩날렸다. 왕젠린의 권강은 흩어졌지만 동하의 권강은 아직 생생하게 살아 있었다.

“흐읍!”

콰아아아앗!

동히가 미간을 찌푸리며 정신을 집중하자, 그의 권강이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왕젠린을 노리고 날아가기 시작했다.

“흐어억! 서, 설마 의강의 경지라는……?!”

푸우우욱!

경악으로 찢어져라 눈을 부릅뜨는 왕젠린의 가슴에 동하의 권강의 깊숙이 박혔다. 온몸의 장기란 장기가 모조리 파괴된 왕젠린이 코와 입으로 검붉은 핏물을 왈칵 쏟아냈다.

“우웨에엑!”

핏물을 뚝뚝 흘리며 두 눈에서 생기가 천천히 빠져나가고 있는 왕젠린의 얼굴을 바라보며 동하는 어금니를 질끈 깨물었다.

‘젠장! 죽일 생각까지는 아니었는데, 의강을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앞서 그만 힘 조절에 실패하고 말았어.’

왕젠린이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을 가까스로 들어 동하의 얼굴을 가리켰다.

“네놈……, 정체가 뭐냐?”

“너희들도 알다시피 한국 순경 출신의 강동하다.”

동하가 퉁명스럽게 대답했지만, 왕젠린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한국의 순경 따위가 따위가 이런 무시무시한 경지에 오랐다는 사실을 나는 도저히 믿을 수가…….”

미처 말을 마치지도 못하고 왕젠린의 신형으로 앞쪽으로 천천히 기울어졌다.

“차잉원 보스께서 반드시 이 원한을 갚아주실 것…….”

쿠우웅!

왕젠린이 땅바닥에 얼굴을 처박으며 절명했다. 싸움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사람이 죽는 경우도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아직도 살인에 태연할 수 없었던 동하가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우우……! 왕젠린의 시신은 예우를 갖춰 홍련에 돌려줘야겠어.”

* * *

“왕젠린이 시신이 되어 돌아오다니……!”

홍련 본사의 빌딩 지하주차장에서 왕젠린을 시신을 확인한 차잉원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이를 악물고 있는 그의 얼굴에는 비통함과 분노의 감정이 동시에 떠올라 있었다. 그의 양옆으로 도열한 홍련의 임원들도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총회장의 얼굴을 주시하고 있었다.

한참 만에야 차잉원이 간신히 감정을 자제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왕 전무의 시신을 최대한 예우를 갖춰 장례를 치르도록 해라. 이번 장례로 회사장으로 치를 것이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임원들이 고개를 꺾으며 입을 모아 외쳤다.

잠시 후, 고개를 든 그들은 조심스럽게 한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회장님, 장례를 치르기 전에 강동하와 흑룡회에 복수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요?”

“원래 장례식장에 원수의 시체를 끌어와 동료의 원혼을 달래는 게 저희 홍련의 전통이지 않습니까?”

“으으음…….”

깊은 신음을 흘리며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던 차잉원이 툭 내뱉었다.

“아니, 강동하와 흑룡회에 대한 응징은 지금까지처럼 시간을 두고 천천히 진행하도록 한다.”

뜻밖에 대답에 성격 급한 임원 몇이 목청을 높였다.

“하지만 회장님! 다른 사람도 아니고 왕젠린 전무가 당했습니다!”

“당장 복수를 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우리 홍련이 강동하를 두려워한다고 생각할 겁니다!”

“왕젠린이 죽음을 보고도 아직 깨닫지 못했는가?!”

차잉원이 버럭 고함을 지르자, 임원들이 황망히 입을 다물었다. 차잉원이 섬뜩한 눈초리로 그들을 쏘아보며 나직이 으르렁거렸다.

“적이 강할수록 무력으로 제압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우리 홍련은 무력 외에도 다른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라.”

* * *

다음날 낮에 동하는 둥청 시장 사무실에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회의 분위기는 다소 무겁고 심각했다.

제일 먼저 쑨웬이 상석에 앉은 동하를 돌아보며 심각하게 말했다.

“왕젠린 전무는 차잉원 총보스와 함께 홍련을 세운 창립 멤버로 알고 있습니다. 홍련 내에서 대표적인 강경파로 통하는 그는 차잉원이 가장 신뢰하는 임원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최룡이 쑨웬의 말을 받아 말했다.

“그만큼 차잉원의 분노가 클 거라는 말이갔지요? 이거 조만간 차잉원이 홍련의 전 전력을 끌고 쳐들어올 것 같습네다만.”

동하가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아마 그러지는 않을 거야. 지난밤 홍련의 특급 살수단을 이끌고 잠입한 왕젠린은 내가 아니라 쿤동의 목숨을 노렸어. 그 말은 곧 쿤동의 폭로가 놈들에게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히고 있다는 뜻일 거야. 이 상황에서 전면전을 벌이면 여론이 자신들에게 더 불리해질 거란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홍련에서도 함부로 전쟁을 벌이지는 못할 거야.”

동하의 말을 듣고 있던 탕시린이 불만스러운 듯 입술을 삐죽거렸다.

“그럼 주요 임원이 당했는데도 홍련이 얌전히 엎드려 있을 거란 말이야?”

“물론 그렇지는 않겠지. 다만, 전면전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우릴 흔들어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야.”

창첸과 우레이가 나란히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른 방법이라면 대체 어떤 방법일까요?”

“그 방법을 알면 우리도 미리 대응할 수가 있을 텐데요?”

하지만 두 사람의 의문은 생각보다 일찍 풀렸다. 상가연합회 회장 첸 씨가 사무실 문을 박차고 들어오며 이렇게 외쳤던 것이다.

“빨리들 나와봐! 지금 밖에 공안들이 들이닥쳐 강동하 보스를 체포하겠다며 난리법석을 피우고 있다고?!”

그런 첸 씨를 쳐다보며 동하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공권력을 이용해서 우리를 흔들어놓을 속셈인 건가……?!”

* * *

밖으로 나와 보니, 무장 공안 스무 명 정도가 시장 한복판에 버티고 서서 위압적으로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고 상인들이 불안한 표정으로 주위를 에워싸고 있었다.

“강동하란 놈은 어디에 있나?”

“조사할 게 있으니 지금 당장 나오라고 해!”

“만약 강동하를 비호하거나 숨겨주는 자가 있으면 그자도 연행될 줄 알란 말이다!”

동하가 첸 씨, 탕시린, 최룡, 쑨웬, 장첸, 우레이 등을 거느리고 공안 간부의 앞으로 나섰다.

“제가 강동하입니다만.”

“흑룡회 보스 강동하 맞아?”

공안 간부가 동하의 얼굴을 겨누며 다짜고짜 반말로 물었다. 동하가 그런 간부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당당하게 대답했다.

“저는 현재 흑룡회 보스가 아닌 경비업체 흑룡경호의 대표 자격으로 둥청 시장의 경비를 수행하고 있습니다만.”

“깡패새끼 주제에 경비업체는 개뿔!”

피식 비웃음을 날리던 간부가 수갑부터 꺼내 들었다.

“일단 공안청으로 가자. 네놈이 삼합회 조폭들을 이용해 상인들을 갈취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되었다.”

순간 최룡과 쑤웬, 그리고 창첸과 우레이가 눈을 부라리며 앞으로 나섰다.

“이게 무슨 개소리네?”

“상인들을 갈취한 건 우리가 아니라 홍련이오!”

“무슨 근거로 우리 보스를 연행하겠다는 건데?”

“당신들! 영장 있어, 영장?”

동시에 간부가 권총을 뽑아 겨누자, 나머지 무장 공원들도 일제히 총을 겨누었다.

“이것들이 감히 공안한테 반항을 해? 다들 죽고 싶나?”

처처처처척!

팽팽한 긴장감 속에 동하와 동료들 그리고 공안 간부와 무장 공안들이 서로를 죽일 듯이 쏘아보았다. 중국에서의 지난 경험으로 공안들은 한국 경찰과는 달리 조폭들을 향해 언제든 발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동하는 서둘러 손바닥을 쳐들었다.

“아아……! 다들 물러나도록 해.”

“하지만 형님!”

눈을 부릅뜨는 최룡을 돌아보며 동하가 짧고 단호하게 명령했다.

“물러나라면 물러나. 여기서 공안과의 폭력 사태라도 벌어진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돼 버린다는 것도 모르나?”

“치잇! 아, 알갔습네다.”

동하가 히죽 웃으며 권총을 겨누고 있는 간부를 향해 양손을 내밀었다.

“자, 그럼 가실까요?”

“잘 생각했다. 역시 두목이 그나마 낫군.”

철커덩!

공안 간부가 즉시 동하의 양쪽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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