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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경찰-63화 (63/75)

〈 63화 〉 63화. 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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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화. 암호

둥청 지구를 담당하는 공안청으로 압송된 동하는 곧장 취조실로 끌려갔다. 이미 동하의 실력에 대해 전해 들었는지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공안 십여 명이 철통같이 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머리가 반쯤 벗겨지고 축 늘어진 양 볼에 욕심이 덕지덕지 묻어 있는 공안국장이 동하 앞에 앉아 심문을 하기 시작했다.

“이름?”

“강동하라고 합니다.”

“한국인이지?”

“네, 그렇습니다.”

동하가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공안국장이 신경질적으로 탁자를 내리쳤다.

탕! 타앙!

“한국인이 왜 중국까지 건너와 삼합회 두목질을 하고 있느냔 말이야?”

“어떻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피식 웃으며 대답하는 동하의 얼굴을 겨누며 공안국장이 으르렁거렸다.

“지금 웃음이 나오지? 네놈은 영원히 한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북경의 감옥에서 종신형을 살게 될지도 모른단 말이다!”

동하는 눈도 깜빡하지 않고 당당하게 질문했다.

“제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종신형까지 운운하시는 겁니까?”

“네놈이 심양의 흑룡회를 끌고 와서 둥청 시장 상인들을 겁박하고 갈취했다는 사실을 우리가 모를 줄 아나? 이미 증거를 충분히 수집했단 말이다!”

동하가 기가 막힌 듯이 항변했다.

“상인들을 겁박하고 쫓아낸 것은 저희가 아니라 홍련입니다. 저희는 둥청 시장 상인들과 정당하게 경비업체 계약을 맺고, 시장에서 경비업무를 수행했을 뿐입니다.”

“경비업무 좋아하신다. 경비업체를 가장하여 기업이나 상인들을 갈취하는 것이 너희 놈들의 전통적인 수법이잖아?”

“그렇다면 둥청 시장 상인들에게 직접 물어보십시오. 저희가 정말로 갈취를 했는지! 그럼 답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그, 그건…….”

할 말을 잃은 듯 버벅거리던 국장이 신경질적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나중에 상인들도 불러서 다 조사할 거야. 물론 그전에 네놈에 대한 조사부터 마무리 지어야겠지만.”

“흐으음…….”

적대감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공안국장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며 동하가 툭 내뱉었다.

“얼마나 받았습니까?”

“뭐?”

“홍련으로부터 얼마나 받아먹었느냔 말입니다.”

“뭐 이 새끼야?!”

콰앙!

국장이 두 주먹으로 책상을 후려치며 박차고 일어섰다. 동하가 씩씩대는 국장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내뱉었다.

“당신들은 홍련이 상인들을 협박하고 폭행할 때는 단 한 번도 출동하지 않았어. 심지어 상인들이 수십 차례나 신고를 했는데도 말이지. 그런데 우리가 홍련을 막아내고 상인들을 보호하자마자 득달같이 출동했지. 이쯤 되면 당연히 홍련의 사주를 받았다고 의심할만한 상황 아닌가?”

“이 새끼가 정말 죽으려고 환장을 했나?”

처어억!

공안국장이 허리춤의 권총을 뽑아 동하의 얼굴을 겨누었다.

동시에 동하의 입에서 노호성이 터져 나왔다.

“쏘고 싶으면 쏴봐, 이 자식아!”

“!”

동하의 섬뜩한 눈빛과 온몸으로 뿜어지는 강렬한 기세에 공안국장이 찔끔했다. 동하의 살벌한 눈빛을 마주한 채 권총을 잡은 공안국장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총을 잡은 쪽은 국장인데, 위협을 느끼고 있는 쪽도 그 자신인 것 같았다. 어쩌면 일반인인 공안국장이 초절정 고수인 동하에게 기가 질리는 것은 당연한 알인지도 몰랐다.

공안국장이 슬그머니 동하의 시선을 피하며 권총을 잡은 손을 아래로 늘어뜨렸다. 그가 도망치듯 취조실을 떠나며 분풀이하듯 내뱉었다.

“어쨌든 네놈 당분간 이곳에서 나갈 생각은 꿈도 꾸지 마라.”

“변호사를 불러주시오.”

“흥! 변호사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삼합회 두목을 위해 불러줄 변호사는 없다.”

쿠웅!

공안국장이 나가고 거칠게 문이 닫혔다.

동시에 동하가 깊은 한숨을 몰아쉬며 이진산을 불렀다.

‘후우우……! 어르신, 이제 어쩌면 좋겠습니까? 제가 이곳에 갇혀 있는 동안 홍련은 반드시 둥청 시장을 쓸어버리려고 할 텐데요.’

[그러니까 빨리 여기서 나가야지.]

‘방금 공안국장의 적대적인 태도를 보셨지 않습니까? 아마도 나가기가 쉽지는 않을 겁니다.’

[큭큭큭큭! 둥청 지구의 공안이고 관청이고 싹 다 홍련의 돈을 받아 처먹었으니, 저렇게 나오는 게 당연하지. 하지만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동하가 반색하며 물었다.

‘방법이 있습니까? 대체 어떤 방법입니까?’

[홍련이 권력을 활용하고 있으니, 우리는 더 큰 권력을 끌어오면 된다.]

‘공안보다 더 큰 권력이라면……?’

[중국에서 최고의 권력은 어디에서 쥐고 있지?]

이진산의 뜬금없는 질문에 동하가 조금은 자신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공산당 아닙니까……?’

[옳다! 일당 독재국가인 중국의 모든 권력은 공산당으로부터 나온다. 그러니까 이제부터 슬슬 공산당 수뇌부를 너의 편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이 말이다. 그래야 홍련을 무너뜨리고, 중국의 모든 삼합회 조직을 일통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어떻게요? 저는 공산당과 관련된 사람을 단 한 명도 모르는데요.’

[크흐흐흐! 노부가 있질 않느냐? 너는 설마 노부가 공산당의 도움도 없이 중국의 모든 삼합회를 일통하고 최고의 조직을 세울 수가 있었다고 생각하느냐? 나야말로 채찍과 당근을 동원해 중국 공산당을 관리해왔고, 공산당 수뇌부 중에는 아직도 노부에게 은혜를 입은 자들이 널려 있느니라.]

동하가 여전히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지금 어르신은 육신은 사라지고 영혼만 제게 빙의되어 있는 상태 아닙니까? 이 상태로 그들을 만나 도움을 청할 수도 없지 않습니까?’

[물론 나는 못하지.]

‘그럼 누가 해야 할까요?’

[누구긴 누구야, 이놈아? 바로 네놈이지!]

‘네, 제가요……?!’

눈을 동그랗게 뜨는 동하의 머릿속에서 이진산이 은밀하게 속삭였다.

[지금 당장 부하들 중 가장 믿을만한 녀석을 보내어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곽치상 서기를 찾아가라고 해라.]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라고요……?“

[그래,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중국 전역의 수백만 공안을 총괄하는 자리라고 할 수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그를 만나 이 말을 전하라고 해라.]

‘대체 어떤 말씀을……?’

[서쪽에서 원앙이 울면 동쪽에서 봉황이 비상한다……!]

* * *

그날 저녁,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이자 중국 공산당을 움직이는 최고 수뇌부인 일곱 명의 상무위원 중 한 명인 곽치상은 북경 도심의 한 호텔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는 오늘 이 호텔의 중식당에서 또 다른 상무위원 샤오핑 위원과의 저녁 오찬이 약속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가 식당 깊숙한 안쪽의 내실로 들어가자 경호원 여섯 명이 철통같이 경계를 서기 시작했다.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는 내실 문을 향해 여종업원 한 명이 차 주전자와 찻잔이 담긴 쟁반들 받쳐 들고 걸어왔다. 입가에 은은한 미소가 감돌고 있는 그녀는 바로 죽림방 보스 탕시린이었다.

“으음……! 오늘따라 조금 피곤하군.”

곽치상은 원형의 커다란 테이블 앞에 홀로 앉아 엄지와 검지로 콧잔등을 주물럭거렸다. 이제 며칠 후면 중국 공산당의 최대의 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열리기로 되어 있었고, 당내 최고의 사정조직인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의 수장은 그도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것이다.

똑! 똑!

“들어와요.”

이때 노크소리가 들리자, 곽치상이 문을 향해 나직이 말했다.

딸칵!

동시에 조심스럽게 문이 열리며 예쁘장하게 생긴 여종업원이 차 주전자와 찻잔이 담긴 쟁반을 들고 들어왔다.

“서기님, 차를 내왔습니다만.”

“오, 그래. 이쪽으로 주시게.”

“네, 알겠습니다.”

쪼르르륵……!

여종업원이 곽치상 앞에 찻잔을 내려놓고 능숙하게 차를 따랐다. 향긋한 차향이 코를 찌르자, 곽치상은 피로가 조금은 풀리는 기분이었다.

호르륵~

잔을 들고 차를 한 모금 맛본 곽치상이 여종업원을 향해 빙긋 미소 지었다.

“오늘따라 차 맛이 각별하군.”

“감사합니다, 서기님. 부디 좋은 시간 보내십시오.”

“그래, 그래. 고맙네.”

“…….”

곽치상이 흐뭇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종업원은 웬일인지 그의 옆에 서서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곽치상이 의아한 표정으로 여종업원을 돌아보았다.

“자네, 아직 할 말이 남은겐가?”

순간 여종업원이 입술을 달싹이며 이상한 소리를 내뱉었다.

“서쪽에서 원앙이 울면 동쪽에서 봉황이 비상한다.”

“허억!”

동시에 곽치상이 귀신이라도 만난 듯 경악하며 입을 떡 벌렸다. 방금 여종업원이 내뱉은 문구는 일종의 암호였던 것이다. 그는 오래전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과 이 암호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만약 은인에게 심각한 위협이 닥친다면 이 암호를 외운 사람을 보내어 도움을 청하기로 했던 것이다.

“자네가 어떻게 그 암호를 알고 있지? 내가 알기로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 텐데……?”

여종업원이 차분하게 대답했다.

“저는 서기님께서 말씀하시는 그가 누구인지 모릅니다. 다만, 저에게 이 암호를 알려준 사람이 말하길, 서기님께 이 암호를 전달하고 자신을 만나러 와달라고 전해 달라 했습니다.”

“그 암호를 자네에게 알려준 사람이 대체 누구이기에?”

“강동하라고 합니다.”

“강동하? 그게 누구지?”

“한때 한국 경찰의 순경이었다가 지금은 심양의 삼합회 조직 흑룡회의 보스로서, 홍련과 생사투를 벌이고 있는 인물입니다.”

“한때는 한국 경찰이었다가 지금은 삼합회 조직의 보스인 강동하란 말이지……? 그래서 그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둥청 지구 공안청에 구금되어 있습니다.”

“뭐라고? 공안청에……?!”

곽치상의 눈이 다시 화등잔만해졌다.

* * *

그날 밤, 둥청 지구 공안청이 발칵 뒤집혔다. 중국 공산당을 대표하는 일곱 명의 최고 권력자 중 한 명인 곽치상이 몸소 행차했기 때문이다.

“서, 시기동지! 저희 공안청을 방문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반 대머리 공안국장이 달려 나와 거수경례를 붙였다. 곽치상이 그의 얼굴을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

“여기 강동하란 남자가 잡혀 있다던데?”

“헉! 그,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내가 그 친구를 좀 만났으면 하네만.”

공안국장이 급 당황하며 더듬거렸다.

“그, 그놈은 위험천만한 삼합회 두목입니다! 서, 서기님처럼 존귀하신 분께서 뭐 하러 그런 쓰레기를 만나려고 하시려는 건지……?”

순간, 곽치상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지금 나보고 자네에게 설명을 하라고 요구하는 건가? 그런 것이야?”

“헉!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죄송합니다! 지금 즉시 안내하겠습니다!”

“…….”

심문실에 마주앉은 곽치상과 동하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그릇의 크기를 파악해보려는 듯 눈만 뚫어져라 들여다보고 있었다.

한참만에야 먼저 입을 연 쪽은 곽치상이었다.

“서쪽에서 원앙이 울면 동쪽에서 봉황이 비상한다……! 이 암호는 어떻게 알고 있는 건가?”

“누군가에게 들었습니다.”

곽치상이 꿀꺽, 마른침을 삼키며 다시 물었다.

“그 누군가가 대체 누구이기에? 설마 내가 알고 있는 그 사람은 아니겠지?”

“서기님께서 알고 있는 그 인물이 혹시 이자, 진자, 산자를 쓰시는 분이라면 맞습니다.”

“이, 이럴 수가……?!”

웬만한 일로는 놀라는 법이 없는 곽치상이 또 다시 찢어져라 눈을 부릅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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