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화 〉 65화. 시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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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화. 시험(2)
스르르륵!
엘리베이터 문이 소리 없이 열렸다. 동시에 그 앞에 대기하고 있던 경호원들이 일제히 자동소총을 겨누었다.
처처처척!
“응? 어디로 갔지?”
하지만 엘리베이터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이 자식이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거야?”
경호원들이 총구로 사방을 겨누며 조심스럽게 안으로 진입했다. 하지만 천장에서도, 바닥에서도 동하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감시카메라를 통해 분명히 엘리베이터에 타는 걸 봤는데, 정말이지 귀신이 곡할 노릇……”
슈슈슈슈슈슉!
경호원들이 황당해하고 있을 때, 그들의 발밑에서 날카로운 지풍 십여 가닥이 치솟아 올랐다.
“으악!”
“크아악!”
“케헤헤헥!”
동시에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던 경호원들이 발바닥이 꿰뚫리며 처절하게 비명을 질렀다. 바깥에서 대기 중이던 경호원들이 미친 듯이 자동소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투카카카카카캉!
“으아아아!”
“죽어라, 이 새끼야!”
엘리베이터가 벌집처럼 변하고 나서야 경호원들은 가까스로 총질을 멈추었다. 그들이 꿀꺽, 마른침을 삼키며 중얼거렸다.
“이번에야말로 뒤졌겠지?”
“당연하지. 여기서도 살아남았다면 그건 사람이 아니라 괴물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들이 상대하고 있는 동하는 이미 괴물의 경지에 올라 있는 고수였다.
“이얍!”
촤아아앗!
엘리베이터 바닥을 박차고 튀어 오른 동하가 섬전 같은 속도로 경호원들을 향해 돌진했다.
“으아아! 쏴! 쏴 죽여!”
고도의 훈련을 받은 최정예 특수부대원들이었지만 그들은 방아쇠를 당길 틈조차 없었다. 동하가 그야말로 바람처럼 달려와 그들의 얼굴에 주먹을 처박고, 목젖에 수도를 찔러 넣었기 때문이었다.
“웁!”
“우웁!”
“커흐흑!”
경호원들이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차례로 고꾸라졌다. 스물 남짓한 경호원들을 순식간에 제압한 동하가 복도 끝 방문을 바라보며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후우우웁……!”
그리고 밀영환보를 밟으며 쏜살같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벌컥! 벌컥! 벌컥! 벌컥!
도저히 사람의 속도라고는 믿기지 않는 몸놀림으로 질주하는 동하의 양옆 방문들이 열리며 경호원들이 튀어나왔다. 그들의 손과 손에는 총 대신 군용 대검이 쥐어져 있었다. 하나같이 칼날에 푸르스름한 기광이 맺힌 것으로 보아 무공을 익힌 경호원들이 분명했다.
“더 이상은 가지 못한다!”
“가더라도 목숨은 내놓고 가라!”
경호원들이 동하의 얼굴과 목 그리고 가슴과 다리를 노리고 대검을 찔러왔다.
캉! 캉! 캉! 캉! 캉!
동하 역시 기가 맺힌 양손을 휘저으며 검날을 튕겨냈다. 그리고 사방을 향해 주먹과 발을 속사포처럼 내뻗었다.
“크악!”
“으아악!”
무술 경호원들 역시 맥을 추지 못하고 차례로 고꾸라졌다. 동하는 속도를 늦추지 않고 그대로 방문을 어깨로 들이받으며 밀고 들어갔다.
우지끈!
방안으로 들어서는 동하의 눈에 자신을 노리고 권총을 겨눈 마지막 두 명의 경호원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들이 동하의 미간을 노리고 정확하게 총알을 발사했다.
타앙! 타앙!
피하기에는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그래서 동하는 회피하는 대신, 순식간에 기를 끌어올렸다.
키우우우웅!
동시에 그의 옷자락이 풍선처럼 부풀며 방탄기가 폭발하듯 부풀어 올랐다.
티잉! 티이잉!
그를 노리고 쏘아오던 총알들이 방탄기를 뚫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이, 이럴 수가……?!”
“저거……, 사람 맞아?”
경악하는 두 경호원을 향해 동하가 천천히 걸어갔다.
“으아아아!”
탕! 탕! 탕! 탕! 탕! 탕!
경호원들이 계속 권총을 난사했지만, 어느 한 방도 동하의 방탄기를 뚫지는 못했다.
“이제 그만합시다.”
“이, 이런……!”
동하가 손바닥을 내밀자, 두 경호원이 기가 막힌 듯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두 사람이 뒤를 돌아보았고, 소파에 앉아 있던 곽치상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경호원들이 동하의 손바닥 위에 권총을 내려놓고 물러갔다.
동하가 소파에 마주 앉으며 곽치상을 향해 빙긋 미소 지었다.
“이제 만족하셨습니까?”
“흐으음…….”
동하의 얼굴을 뚫어져라 응시하며 신음을 흘리던 곽치상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대단하군. 마치 전성기의 이진산을 보는 것 같았네.”
“과찬이십니다. 그분에 비하면 저는 아직 어린아이에 불과합니다.”
“아니야, 아니야.”
곽치상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내가 보기에 자네는 예전의 이진산을 거의 따라잡은 것 같아. 아니, 이미 그를 넘어섰는지도 모르지.”
“그럴 리가요.”
동하가 입가에서 웃음기를 지우며 정색했다.
“그보다 약속은 지키실 겁니까?”
“네가 자네와 무슨 약속을 했더라?”
“서기님께서 내시는 시험에 통과하면 저의 정치적 배경이 되어 주겠노라 약속하셨습니다만.”
곽치상이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호오, 내가 그런 약속을 했단 말인가? 그런데 왜 통 기억이 나질 않지?”
“서기님!”
“너무 몰아세우지 말게. 원래 나이가 들면 기억이 흐릿해지는 법이야.”
“도와주십시오. 그럼 서기님과 공산당 수뇌부에게 목의 가시 같은 존재인 천중천을 궤멸시켜 보이겠습니다.”
“흐음……, 자네에게 과연 그만한 힘이 있을는지…….”
턱을 어루만지며 고민하던 곽치상이 동하 쪽으로 상반신을 기울이며 은밀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다면 일단 차잉원을 꺾고 홍련을 무너뜨려 보게. 그럼 자네의 말을 믿어주지.”
“좋습니다. 단, 홍련과 싸우는 와중에 더 이상 공권력의 개입이 없어야 할 겁니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걸세.”
“감사합니다. 저는 그걸로 충분합니다.”
동하가 소파에서 일어나 곽치상에게 머리 숙여 인사하곤, 미련 없이 돌아서서 나왔다.
방을 빠져나가는 동하의 뒷모습을 보며 곽치상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보면 볼수록 이진산 그 작자의 모습이 떠오른단 말씀이야……!”
* * *
같은 시각, 차잉원은 홍련의 고수들을 거느리고 둥청 시장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새벽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있는 시장 안쪽으로 차잉원과 열 명의 조직원들이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차잉원이 끌고 온 조직원의 수는 열 명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들의 무력은 조직원 수천을 능가하는 것이었다. 그들 하나하나가 의기 이상의 고수들로 이루어진 임원진이었기 때문이다.
“강동하가 석방되기 전에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 이곳에 있는 흑룡회 조직원들을 단 한 놈도 남김없이 모조리 죽여라.”
“네, 알겠습니다!”
차잉원의 명령에 임원 열 명이 짙은 살기를 발산하며 대답했다.
“응?”
차잉원이 앞을 가로막고 있는 일단의 무리를 발견하고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시장 한복판을 막아서고 있는 것은 최룡과 쑨원 그리고 탕시린과 창첸, 우레이였다. 그리고 그들의 등 뒤에 흑룡회 조직원 백여 명이 도열해 있었다.
최룡 등을 바라보던 차잉원이 피식 실소를 흘리며 물었다.
“누가 책임자냐?”
순간, 쑨웬과 최룡이 나란히 앞으로 나섰다.
“흑룡회의 사장 쑨웬이라 하오.”
“흑룡회의 전무 최룡이야.”
차잉원이 노골적인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내가 너희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지. 각자 팔을 하나씩 잘라놓고 무릎을 꿇어라. 그럼 목숨만은 살려줄 용의가 있다.”
“그런…….”
쑨웬이 입을 열기도 전에 최룡이 앞으로 나서며 중지손가락을 쳐들었다.
“존간나 새끼야, 되도 않는 개소리 치우고 이거나 처먹으라우.”
“이런 천박한 놈이 감히……?!”
뿌드득 이를 갈아붙이던 차잉원이 최룡을 가리키며 살벌하게 명령했다.
“저기 저놈부터 죽여!”
쉬쉬쉬쉬쉬쉬쉭!
동시에 홍련의 임원들이 강렬한 기세를 발산하며 짓쳐나갔다.
“죽기로 싸우라우! 회장님께서 돌아오실 때까지 버텨야 한다!”
“우와아아아!”
동시에 최룡과 쑨웬 그리고 탕시린, 창첸, 우레이를 비롯한 조직원들도 마주 달려 나갔다.
뻐버버버버버벅!
“으악!”
“케헥!”
“끄아아악!”
이내 주먹과 발이 격돌하며 살벌한 싸움이 벌어졌다. 하지만 전원 의기급 이상의 고수들인 홍련 임원들에게 흑룡회의 조직원들은 샌드백이나 다름없었다. 기가 팽팽하게 실린 권각에 강타당한 조직원들이 피를 뿌리며 차례로 날아갔다.
심지어 최룡과 쑨웬마저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크흑!”
“쑨웬 사장!”
임원의 주먹이 명치에 꽂히며 입을 떡 벌리는 쑨웬을 도우려고 최룡이 몸을 날렸다.
팡! 팡! 팡! 팡!
홍련의 한 임원과 주먹을 맞부딪치며 격돌했지만 최룡은 상대에게 전혀 타격을 입히지 못하고 있었다.
‘아 씨발! 괜히 홍련, 홍련하는 게 아니었구나!“
이대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최룡은 모험을 걸기로 결심했다.
“그만 나대고 쓰러져, 이 새끼야!”
자신을 노리고 시퍼런 기광이 맺혀 있는 주먹을 내지르는 임원을 향해 오히려 이마를 세우고 파고들었던 것이다.
빠가악!
“윽!”
상대의 주먹을 이마로 받아내는 순간, 골이 흔들릴 정도의 충격이 전해졌지만 최룡은 이를 악물고 버텼다. 그리고 무릎으로 상대의 낭심을 힘껏 걷어찼다.
퍼억!
“우웁!”
움찔하는 상대의 미간을 노리고 최룡의 최대치의 기가 실린 주먹을 날렸다.
“넌 이제 죽었어, 간나야!”
꽈아악!
하지만 상대는 눈앞에서 최룡의 주먹을 너무도 손쉽게 움켜잡아 버렸다.
“미안하지만 죽는 건 내가 아니라 바로 네놈이야.”
우드드득!
“크아악!”
자신의 주먹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최룡이 비명을 내질렀다.
퍼어억!
“우웨에엑!”
연이어 상대의 주먹이 명치 깊숙이 쑤셔 박히며 최룡이 입과 코로 피를 왈칵 쏟았다. 핏방울을 흩뿌리며 너울너울 날아가던 최룡이 시장 바닥에 세차게 등을 처박았다.
“허억……, 허어억……!”
그 상태에서 최룡이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싸움은 어느새 일방적인 폭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흑룡회의 조직원들이 홍련의 임원들에게 무자비하게 처맞으며 쓰러지고 있었다. 홍련의 임원들은 쓰러진 조직원들을 무자비하게 짓밟아댔다.
“저, 저런 간나 새끼들을 그냥……!”
최룡은 어떻게든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하지만 손가락 하나 까닥할 힘조차 남아 있질 않았다.
“꺄아아악!”
“탕 보스?”
이때 여자의 날카로운 비명이 들리자, 최룡이 옆을 휙 돌아보았다. 그의 눈에 턱수염을 기른 홍련 임원에게 머리채가 잡혀 있는 탕시린의 모습이 들어왔다. 이미 심하게 당했는지 입과 코로 피를 뚝뚝 흘리고 있는 탕시린의 얼굴을 노리고 턱수염이 손바닥을 확 쳐들었다.
“그러게 왜 주제파악도 못하고 날뛰느냔 말이다?”
쫘아아악!
“악!”
내공이 실린 턱수염의 손바닥에 얻어맞은 탕시린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쫘악! 쫘악! 쫘악! 쫘악!
턱수염에게 뺨을 처맞을 때마다 탕시린이 피를 뿌리며 좌우로 고개가 휙휙 돌아갔다. 그녀는 이미 기절한 상태였지만 턱수염은 마치 장난이라도 치듯 손을 멈추지 않았다.
그나마 마지막까지 버티고 있는 것은 무공이 가장 높은 창첸과 우레이였다. 두 사람은 자신 앞에 있는 홍련의 임원과 대등하게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우레이보다 한 단계 낮은 창첸이 먼저 한계에 봉착했다.
우적!
“크아악!”
상대의 주먹에 콧잔등에 쑤셔 박히며 창첸이 뒤쪽으로 넘어갔다.
쿠아앙!
땅바닥에 세차게 뒤통수를 처박으며 창첸은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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