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림 경찰-67화 (67/75)

〈 67화 〉 67화. 차잉원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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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화. 차잉원의 죽음

“으흐흐흑! 동하 형님!”

“강 보스, 이 새끼야!”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최룡과 탕시린이 뿌연 연기가 뭉클뭉클 피어오르고 있는 거대한 구덩이를 바라보며 울부짖었다. 동하를 친형처럼 믿고 따르고 있는 최룡이 비통함이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탕시린이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것은 조금 뜻밖의 반응이었다.

‘아 진짜!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잘해주는 건데!’

동하에게 늘 틱틱거리는 탕시린이었지만, 그녀는 실은 동하를 은근 마음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원체 여장부 같은 성격이었던지라, 그 마음을 차마 표현하지 못했을 뿐.

“아……! 강 보스가 이렇게 허무하게 당하다니.”

“끄흐흐흑! 원통합니다, 보스!”

가슴을 움켜쥐고 가까스로 몸을 일으킨 창첸과 우레이의 두 눈에서도 눈물을 줄줄 흐르고 있었다.

구덩이 앞으로 천천히 내려서며 차잉원이 동하의 부하들을 향해 비웃음을 흘렸다.

“그렇게들 슬퍼할 필요 없어. 너희들 모두 이제 곧 보스의 곁으로 보내줄 생각이니까.”

끼우우우우웅!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차잉원이 두 팔을 활짝 벌리며 다시 기세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치리리리릿!

그의 피부를 뚫고 스멀스멀 피어오른 가느다란 기광들이 머리 위로 뻗쳐오르기 시작했다. 그 기광들이 뭉쳐지면 다시 무시무시한 강환이 만들어질 것이었다. 그리고 흑룡회의 그 누구에게도 강환을 막아낼 능력은 없었다. 이대로 가면 흑룡회가 세상에서 지워지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처럼 보였다.

“그만 좀 설쳐, 이 자식아!”

츄우우우웅!

연기만 자욱하던 구덩이 속에서 차잉원의 얼굴을 노리고 한 가닥 예리한 지강이 쏘아진 것은 그때였다.

피이잇!

“크흑!”

한창 강환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었던 차잉원은 지강을 완전히 피하지 못하고 오른 팔뚝을 꿰뚫리며 주르륵 밀려났다. 그런 그의 머리 위로 솟구쳐오른 사람은 놀랍게도 죽은 줄만 알았던 동하였다.

“헉! 네놈이 어떻게 살아 있지?”

동하는 옷이 걸레쪽처럼 너덜거리고 온몸에 피 칠갑을 하고 있었지만, 아직도 충분히 싸울 수 있는 상태인 것 같았다. 자신의 투지를 증명이라도 하듯 동하가 어깨 너머로 한껏 젖혔던 주먹을 강하게 내질렀다.

“차잉원 네놈을 죽이기 위해 지옥에서 막 돌아오는 길이다!”

콰아아아앗!

동하가 내지른 주먹에서 그 어느 때보다 크고 선명한 권강이 폭출되었다. 미처 강환을 다 만들지 못한 차잉원도 방어를 위해 황급히 주먹을 날렸다.

“이 지긋지긋한 새끼! 이번에야말로 가루로 만들어주마!”

투화아아아아악!

두 가닥의 강렬한 권강이 공기를 가르며 쏘아졌다.

쿠콰아아앙!

그리고 권강과 권강이 격돌하는 순간, 어느 때보다 강력한 폭발이 터져 나왔다.

“우웨엑!”

이번에는 동하가 아닌 차잉원이 핏물을 길게 토하며 붕 날아갔다. 숨을 죽인 채 지켜보고 있던 최룡과 탕시린 그리고 창첸과 우레이가 부상마저 잊고 펄쩍펄쩍 뛰며 환호성을 질렀다.

“형님! 차잉원 그 새끼 아작내 버리시라요!”

“그래, 이거지! 이래야 강 보스답지!”

“저희는 보스를 믿고 있었습니다!”

불의의 기습을 받고 물러났던 차잉원이 재빨리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리곤 두 팔을 활짝 벌리며 순식간에 기를 증폭시켰다.

“강동하 이놈……, 시체조차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뭉개주겠다!”

후웅! 후웅! 후웅! 후웅! 후웅! 후웅!

그런 그의 머리 위에서 또다시 여섯 개의 강환이 만들어졌다. 차잉원이 강환을 만드는 것을 막으려고 달려들던 동하가 급히 걸음을 멈추었다.

“치잇, 너무 늦었어! 이렇게 된 이상 이판사판이다!”

대신 동하가 두 팔을 활짝 펼치며 최대치로 기세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후우우웁!”

치리리리리릿!

찢어져라 눈을 부릅뜨고 코 평수를 최대한 넓힌 채 힘을 쓰는 동하의 온몸에서 차잉원과 비슷한 가느다란 기광들이 아지랑이처럼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동하의 기세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 차잉원이 급 긴장했다.

“설마 강동하 저놈도 강환의 경지라는……?!”

물론 동하는 아직 강환의 경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동하의 몸속에 똬리를 틀고 앉아 있는 이진산은 이미 오래전 강환의 경지를 뛰어넘은 입신의 고수였다. 그리고 이미 이진산의 영혼과 거의 일체화가 이루어진 동하는 점점 더 빠르게 그의 경지에 근접해가고 있었다.

후웅! 후웅! 후웅!

동하의 머리 위에서 세 개의 강환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을 확인한 차잉원이 앞뒤 가릴 새도 없이 그를 향해 황급히 강환을 내쏘았다.

훙! 훙! 훙! 훙! 훙! 훙!

여섯 개의 강환들이 일렬종대로 죽 늘어서서 동하를 노리고 날아가기 시작했다.

“이얍!”

동하도 기합을 지르며 두 손을 내질렀다. 동시에 그의 머리에서 만들어지고 있던 마지막 강환까지 총 네 개의 강환이 일렬종대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훙! 훙! 훙! 훙! 훙! 훙! 훙! 훙!

서로를 향해 일렬로 줄을 지어 날아가는 강환들은 마치 밤하늘에 떠 있는 보름달처럼 밟고 아름다웠다. 하지만 강환들이 충돌했을 때의 파괴력이란 끔찍한 수준이었다.

꽈아아앙!

거대하고도 맹렬한 폭발이 일어나며 땅이 뒤집히고 좌판은 물론 상점들까지 박살이 났다.

“으아악!”

“꺄아아악!”

그리고 최룡과 탕시린을 비롯하여 주위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강력한 후폭풍에 밀려 사방으로 튕겨 날아갔다. 하지만 그 무시무시한 폭발은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꽈앙! 꽈아앙!

강환들이 연이어 충돌하며 점점 더 크고 강력한 폭발이 터져 나왔다. 주위는 온통 지독한 포연과 흙먼지로 뒤덮였다. 그 자욱한 연기를 뚫고 마지막 네 번째 강환들이 서로를 노리고 날아가고 있었다.

후아아아앙! 꽈아아앙!

네 번째 폭발이 앞선 세 번의 폭발보다 훨씬 거대하고 무서웠다. 시장 한복판은 이제 핵폭탄이라도 떨어진 듯 폐허로 변해 버렸다.

“큭큭큭큭! 제법 힘을 썼다만, 어쨌든 나의 승리다!”

그러나 최후에 웃고 있는 사람은 차잉원이었다. 동하가 날린 네 개의 강환은 모두 사라졌지만, 그에게는 아직 두 개의 강환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두 개의 강환은 여지없이 동하를 노리고 날아가는 중이었다.

“어억!”

웃고 있던 차잉원의 입에서 경악성이 터져 나온 것은 그때였다. 그의 시야에 다시 두 팔을 활짝 벌리며 새로운 강환을 만들고 있는 동하의 모습이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차잉원으로선 놀랄 수밖에 없는 것이 강환이란 게 그렇게 계속 만들어낼 수 있는 무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강환을 한 번 만들면 최소 오 분 정도는 쉬면서 힘을 비축해야 다시 새로운 강환을 만들 수가 있는 것이다. 그것은 아무리 내공이 강한 고수라 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동하는 길바닥에 떨어진 돌멩이를 주워 던지듯 아무렇지도 않게 새로운 강환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꽈아앙!

동하가 만들어낸 다섯 번째 강환이 날아와 차잉원의 다섯 번째 강환과 함께 폭발했다.

꽈아아앙!

동하가 연이어 만들어낸 여섯 번째 강환 역시 차잉원의 마지막 강환과 격돌하며 폭발을 일으켰다.

“설마……, 더는 못 만들어내겠지……?!”

차잉원은 간절한 시선으로 동하를 지켜보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동하의 머리 위에선 마지막 일곱 번째 강환마저 형태를 갖추어가고 있었다.

치리리리릿……!

“이, 이건 말도 안 돼! 강동하, 이 괴물 같은 새끼야!”

후우우우웅!

절망적으로 절규하는 차잉원을 노리고 동하의 일곱 번째 강환이 날아들었다. 차잉원이 마지막 기세를 집중한 주먹으로 자신의 얼굴을 노리고 날아드는 강환을 힘껏 후려쳤다.

콰아아앙!

동시에 강력한 폭발이 일어나며 무서운 후폭풍이 고스란히 차잉원의 몸으로 쏟아졌다.

“끄어어어어……!”

온몸에 걸레쪽처럼 너덜너덜해진 차잉원이 핏물을 길게 뿌리며 너울너울 날아갔다. 그리곤 한참 만에 땅바닥에 곤두박질을 쳤다.

쿠우웅!

“허억……, 허어억……!”

동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땅바닥에 죽은 듯이 널브러져 있는 차잉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한쪽 다리를 절룩거리며 차잉원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혹시 모를 반격에 대비하여 오른 주먹에 기를 팽팽하게 불어넣은 채였다.

“컥…… 커헉……!”

하지만 바로 앞에 서서 내려다본 차잉원은 도저히 반격을 시도할 상태가 아니었다. 눈과 귀, 입과 코에서 쉴 새 없이 검붉은 핏물이 꿀럭꿀럭 새어 나오고 있는 그의 모습이 이미 송장이나 다름이 없었다.

차잉원이 가까스로 고개를 쳐들고 핏물이 고인 눈으로 동하를 노려보았다.

“네, 네놈 정체가 대체…… 대체……?”

의혹과 불신이 가득한 얼굴로 묻는 차잉원을 바라보며 동하가 나직이 내뱉었다.

“내 이름은 강동하. 한국 경찰에서 순경으로 재직하던 바로 남자다.”

“한국의 순경 따위가 이렇게 강할 수는…… 이건 사기……, 우웨에엑!”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으로 동하를 가리키던 차잉원이 다시 한번 핏물을 왈칵 쏟아내곤 뒤통수를 처박으며 절명했다.

휘류류류류류……!

포연만 자욱하게 떠도는 시장 한복판에서 동하는 차잉원의 처참한 시체를 굽어보며 미동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우투두두두두!

하늘에서 들려오는 자그마한 소음에 동하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순간 자신의 머리 위에서 선회비행을 하고 있는 드론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동하가 드론을 바라보며 피식 실소를 흘렸다.

“우리 말고도 이 싸움의 결과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군.”

* * *

드론을 띄워 동하와 차잉원의 대결을 직접 지켜본 사람은 바로 중앙기율검사위원회 곽치상 서기였다. 그는 실시간으로 중계된 대결을 결과를 확인하곤 한동안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 이럴 수가……! 설마 설마 했는데 강동하 저놈이 실제로 차잉원을 끝장내 버릴 줄이야!”

그의 옆에 서 있던 기율검사위원회의 고위급 요원들이 고개를 숙이며 물었다.

“서기님, 어떻게 조치할까요?”

“흐음…….”

“국가안전부 요원들을 출동시켜 저 강동하란 놈을 체포할까요?”

“이런 머저리들 같으니……!”

“!”

곽치상이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자신들을 쏘아보자, 요원들이 목을 움츠렸다.

곽치상이 그들의 얼굴을 겨누며 씹어뱉었다.

“강동하는 우리에겐 귀인이다. 우리의 귀인을 왜 우리 손으로 해친다는 말이냐?”

“죄, 죄송합니다.”

“그보다 지금 급한 것은 이 사실을 그분께 알리는 것이야.”

곽치상이 긴장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바로 옆에 있는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공산당 최고의 권력자와 직통으로 연결되는 단 한 대뿐인 그 전화였다.

뚜우우우— 뚜우우우­­!

몇 번의 신호가 울린 후에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곽 동지, 이 시간에 어쩐 일이오?”

“주석 동지, 드디어 동쪽의 봉황이 비상할 때가 도래한 것 같습니다.”

“뭣이? 동쪽의 봉황이?! 그게 정말이오?”

평소 지독할 정도로 냉철한 성격답지 않게 시린핑 주석은 흥분하고 있었다.

“으으음……!”

한동안 깊은 신음을 흘리던 시린핑이 낮게 깔리는 소리로 지시했다.

“내가 직접 그를 만나봐야겠소. 천중천이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최대한 은밀하게 나에게로 데려오시오.”

“알겠습니다, 주석 동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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