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9화 〉 69화. 삼매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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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화. 삼매진화
동하는 중국 최고 권력자의 가슴에 찍혀 있는 손도장이 강력한 내공에 의해 만들어졌음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동하가 손도장에 시선을 고정한 채 조심스럽게 물었다.
“감히 누가 이 나라 최고 권력자의 가슴에 그런 불경스런 짓을 저질렀습니까?”
시린핑 주석이 자신의 가슴에 새겨진 손도장을 가리키며 덤덤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사실 처음 시작은 나를 해하려는 목적은 아니었다네.”
“그 말씀은……?”
“내가 실은 일 년 전쯤에 암 판정을 받았어. 간암 4기라 중국 최고의 의료진이 달려 들었지만 시한부 선고를 받고 말았지. 실의에 빠져 있는 나에게 천중천의 세 수뇌부인 장렌, 천룽, 왕차이가 찾아왔네. 그리고 자신들의 내공으로 암을 치료할 수 있다고 유혹했지.”
“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
호기심을 일으키며 고개를 주억이는 동하를 향해 시린핑 주석이 계속 설명했다.
“그들 세 사람은 교대로 나의 가슴에 손바닥을 대고 내공을 주입하기 시작했어. 그렇게 셋이서 교대로 무려 열흘 밤낮을 쉬지 않고 치료에 전념했지. 그리고 놀랍게도 정말로 나의 간에서 자라고 있던 암 덩어리가 감쪽같이 사라졌다네.”
“암이 사라졌다고요……?!”
동하가 저도 모르게 찢어져라 눈을 부릅떴다. 아무리 무공이 고강한 경지에 이른다 해도, 암까지 치료한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부터 시작되었어. 암은 사라졌지만 참을 수 없을 정도의 극심한 고통이 주기적으로 찾아왔어. 최고의 의료진이 달려들어 온갖 검사를 다 해봤지만, 고통의 원인조차 찾아낼 수가 없었지. 결국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끔찍한 고통으로 인하여 나는 일상생활조차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고, 이대로 가다간 권력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에까지 다다랐지.”
그제야 상황을 눈치챈 동하가 시린핑 주석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결국 그들이 찾아와 주석님의 원인 모를 고통을 치료해주었겠군요.”
“바로 보았네. 천중천의 세 고수가 찾아와 다시 나의 가슴에 손바닥을 대고 내공을 불어넣자, 고통은 씻은 듯이 사라졌어. 하지만 결코 완치가 되는 것은 아니었네. 그들에게 치료를 받고 나면 한동안은 괜찮아졌다가,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다시 스멀스멀 고통스러운 감각이 올라오기 시작했지. 그럴 때마다 나는 그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그들에게 완전히 얽매이는 신세가 되고 말았어.”
“아……! 어쩌면 천중천은 처음부터 그걸 노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군요.”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네. 하지만 그들은 이 고통은 암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어쩔 수 없는 부작용이라고 둘러댔지. 그리고 나를 치료할 때마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청탁을 한 가지씩 하기 시작했어. 그리고 나는 그 부탁을 결코 거절할 수가 없었지.”
“으음……!”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동하를 향해 시린핑 주석이 두 팔을 벌리며 헛헛하게 웃었다.
“내 꼴을 보시게. 이 나라 최고의 권력자라고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저 천중천의 허수아비일 뿐이야. 이 불길한 손도장이 낙인처럼 가슴에 찍혀 있는 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한심한 처지일세.”
“천중천……,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치밀하고 극악한 집단이군요.”
시린핑 주석이 한 가닥 기대를 품고 동하를 쳐다보았다.
“그래서 자네를 불렀다네. 이진산 그의 전인이라면 내 가슴에 찍혀 있는 이 치욕스런 낙인을 지워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일세.”
“…….”
동하는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이진산을 불러보았다.
‘어르신!’
[오냐, 나 여기에 있다.]
‘제가 시린핑 주석을 치료하고 저 손도장을 지울 수 있을까요?’
[네놈은 이미 오룡봉성을 지나 일월합벽의 경지에 오른 완숙한 초절정이 고수니라. 너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게다.]
‘솔직히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어찌 치료하면 되는 겁니까?’
[나의 세 제자놈들은 주석의 암을 치료하는 척하면서 암기를 흘려 넣었다.“
‘암기요? 그게 뭔데요?’
[우리 몸에 쌓여 있는 밝은 선천진기가 아니라 사특한 기운을 발하는 것이다. 암기가 몸에 쌓이면 무공을 익힌 사람은 주화입마에 빠지게 되고, 주석 같은 일반인들은 기가 원활하게 순환되지 못하여 시름시름 앓다가 사망에 이르게 되어 있다.‘
‘아! 그래서 주석께서 그렇게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셨던 거군요?’
[그렇지!]
‘그럼 암기를 치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암기의 상극은 무공이 높은 초절정 고수의 선천진기다. 이 선천진기로 극한으로 끌어올리면 손가락에서 정순한 불길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를 삼매진화라고 부른다.]
‘삼매진화요……?’
[그래, 이 삼매진화의 기운을 저 검은 손도장을 통해 흘러 넣어주면 암기가 녹으며 고통에서 해방되게 되어 있느니라.]
‘제가 과연 삼매진화를 피워올릴 수 있을까요?’
[당연히 할 수 있다. 거듭 말하지만 네 녀석은 이미 완숙한 초절정의 고수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어르신만 믿고 한 번 해보겠습니다.’
무언가 결심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동하를 향해 시린핑 주석이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
“나를 치료해줄 수 있겠는가?”
“네,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오! 그게 정말인가?”
반색하는 시린핑 주석의 옆에서 곽치상이 눈을 치켜뜨며 경고했다.
“만약 허풍을 떤 것이라면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네.”
“물론입니다. 실패한다면 어떤 처벌이든 달게 받겠습니다.”
시린핑 주석이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였다.
“좋네, 좋아. 그럼 어서 시작해주게.”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동하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후우우웁……!”
그가 중단전에서 내공을 한 자락 뽑아 빠르게 돌리기 시작하자, 머리카락과 옷이 깃발처럼 흩날리며 몸 윤곽을 따라 눈부신 기세가 피어올랐다.
후우우우우웅!
그 선명한 기세에 얼굴을 환하게 물들이며 시린핑 주석과 곽치상 서기가 감탄사를 발했다.
“오오오옷!”
하지만 동하는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동하는 체내에서 빠르게 돌리던 기를 활짝 펼친 양손 손가락으로 집중시켰다.
키우우우우웅!
그의 열 손가락에 반딧불처럼 기광이 맺혔지만, 아직 불길이라고 부를만한 것이 피어오르지는 않았다.
“크흐흡!”
동하가 입술을 질끈 깨물며 정신을 더욱 집중했다.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힐 때까지 집중했지만 기다리는 불꽃은 보이지 않았다.
“하압!”
동하가 낮은 기합을 지르며 힘을 집중시키는 순간, 드디어 그의 오른손 중지손가락에서 푸르스름한 불꽃이 피어올랐다.
화르르륵!
‘오! 드디어 됐다!’
화르르르르륵!
이어 마치 불길이 번지듯 그의 열 손가락 마디마디마다 차례로 정순한 푸른 불길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오오……! 저것은 분명 삼매진화?!”
이진산을 통해 삼매진화를 경험한 적이 있는 시린핑 주석이 감탄사를 발했다. 동하가 그런 주석의 가슴을 향해 푸른 불길이 타오르는 손바닥을 내뻗기 시작했다.
콰아아악!
“크흡!”
동하가 정확하게 손도장에 맞춰 오른 손바닥을 깊숙이 찔러넣는 순간, 시린핑 주석의 몸이 덜컥 진동했다.
“끄극……, 끄그그극……! 가슴이……, 가슴이 쪼개지는 것처럼 아프다!”
감당하기 힘든 통증을 느끼며 주석이 온몸을 푸들푸들 떨었다. 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곽치상 서기가 동하의 팔을 떼어내려고 손을 내뻗었다.
“주석님께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냐? 당장 손을 떼지 못할까?”
“치료 중이니까 가만히 계십시오!”
“!”
동하가 버럭 고함을 지르자, 곽치상이 멈칫했다. 동하가 정신을 집중하며 이를 악물고 씹어뱉었다.
“지금 멈추면 주석님은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습니다.”
“이, 이런……!”
당황하는 곽치상 서기를 시린핑 주석이 땀이 송글송글 맺힌 얼굴로 돌아보았다.
“나는 괜찮네. 그러니 이 친구에게 맡기고 기다려보세.”
“아, 알겠습니다.”
후우우우우우웅!
동하가 더욱 강한 선천진기를 불어넣으면서 두 사람의 몸 주변으로 밝은 기광이 거대한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 * *
치료는 정확히 사흘 밤낮 동안 계속되었다. 그동안 동하와 주석은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치료에 집중했다. 그리고 사흘째 아침이 되는 날, 드디어 시린핑 주석의 가슴에 찍혀 있던 검은 손도장이 천천히 옅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날 정오가 되었을 무렵, 마침내 주석의 가슴에서 손도장의 흔적은 깔끔하게 지워졌다.
“후우우우……!”
그제야 동하는 깊은 한숨을 몰아쉬며 시린핑 주석이 가슴에서 천천히 손바닥을 떼어냈다. 동하의 지친 얼굴과 갈라진 입술을 통해 그가 얼마나 전력을 다해 주석을 치료했는지 알아볼 수가 있었다. 반대로 시린핑 주석은 치료를 받기 전보다 혈색이 훨씬 건강해 보였다. 두 눈에서 정광마저 은은하게 감도는 것이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한 것 같았다.
동하가 피곤한 눈으로 시린핑 주석의 얼굴을 바라보며 나직이 물었다.
“어떻습니까, 주석님? 몸에 뭔가 변화가 생긴 것 같지 않습니까?”
시린핑 주석이 기꺼운 표정으로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래, 확실히 뭔가 변한 것 같군. 오랜 병마와 싸우다 막 완치된 기분이랄까?”
“맞습니다. 주석께선 이제 완치가 되셨습니다. 더 이상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실 일은 없을 겁니다.”
꽈아악!
시린핑 주석이 양손을 내뻗어 동하의 손을 힘주어 잡았다. 그리고 감동을 이기지 못한 듯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고맙네, 정말 고마워. 자네가 나를 살렸네. 아니, 우리 중화인민공화국을 살렸다고 해야겠지.”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말해보게. 내 자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줄 생각이네.”
“…….”
잠시 물끄러미 주석의 얼굴을 응시하던 동하가 착 가라앉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
“주석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바로 제가 원하는 바입니다.”
“그 말뜻은 설마……?!”
“네, 천중천을 무너뜨릴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으핫하하하!”
동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시린핑 주석의 입에서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가 동하의 팔을 두드리며 기분 좋게 외쳤다.
“그렇군! 결국 자네와 나는 한배를 탈 운명이었던 거야! 하지만…….”
시린핑 주석의 얼굴에서 갑자기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가 긴장된 눈으로 동하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
“천중천을 이끌고 있는 장렌, 천룽, 왕차이는 인간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고수들일세. 자네가 정말 그들 셋을 꺾을 수 있겠는가?”
솔직히 말해서 동하는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이진산은 그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진산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는 동하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기회만 만들어주신다면 그들 셋을 쓰러뜨려 보이겠습니다.”
“좋아, 그럼 내가 뭘 어떻게 해주면 되겠는가?”
“그들을 셋을 이곳 주석 관저로 불러 주십시오. 그리고 자연스럽게 저와의 비무를 주선해 주십시오.”
“그 비무 자리에서 그 세 괴물을 때려눕혀 보이겠다?”
“네, 그럴 생각입니다.”
“흐으음…….”
신음을 흘리며 동하의 얼굴을 응시하던 시린핑 주석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그럼 자네를 믿고 조만간 그들을 이곳으로 불러들이겠네.”
“감사합니다, 주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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