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2화 〉 72화. 운명적인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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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화. 운명적인 만남
“안녕하십니까, 주석님?”
동하가 일행들을 거느리고 시린핑 주석 앞으로 다가가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시린핑 주석이 만면에 미소를 머금은 채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 오시게. 그러지 않아도 상무위원들과 함께 자네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네.”
“그러셨습니까?”
머리를 드는 동하를 가리키며 상무위원들이 한마디씩 했다.
“오! 이 친구가 바로 그 친구입니까?”
“주석님의 말씀처럼 강건하게 생겼군요.”
“주석님의 말씀을 듣고 자네를 꼭 한번 만나보고 싶었지.”
동하가 시린핑 주석과 곽치상 서기를 제외한 나머지 다섯 명의 상무위원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강동하라고 합니다. 앞으로 많은 가르침 부탁드리겠습니다.”
사실 중국이라는 거대한 나라를 움직이는 최고 권력자집단인 정치국 상무위원들과 한꺼번에 인사를 나눈다는 것은 웬만한 사람으로선 누리기 힘든 기회였다. 중국이란 나라에서 공산당은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와 사회 그리고 사법까지 총괄하고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 집단으로 그들과 친분을 맺는다는 것은 곧 이 나라에서 모든 일이 가능해짐을 뜻하기 때문이었다.
그런 대단한 상무위원들이 동하를 향해 앞다퉈 친근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우리야말로 반갑네.”
“자네와 자네의 조직에게 걸고 있는 기대가 아주 크다네.”
“자네가 우리의 고민을 해결해줄 수만 있다면 우리 또한 자네의 든든한 배경이 되어줄 것이야.”
동하도 결연하게 눈을 빛내며 화답했다.
“네! 나랏일로 바쁘신 상무위원들께서 쓸데없는 일로 신경 쓰시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으하하하! 쓸데없는 일이라고? 그 골치 아픈 자들을 쓸데없는 일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처음 봤군.”
“이 친구 이거 배포가 대단하구먼.”
유쾌하게 웃어젖히는 상무위원들을 둘러보며 곽치상 서기가 씨익 웃었다.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강동하 보스라면 저희의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해줄 거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시린핑 주석이 동하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한 채 은밀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서……, 자신은 있는 건가?”
“네?”
“방금 자네의 말처럼 그 쓸데없는 존재들을 우리 눈앞에서 치워 버릴 자신이 있느냔 말이야?”
“…….”
잠시 대답을 미루고 시린핑 주석과 시선을 마주하고 있던 동하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자신 있습니다.”
“하하! 됐네! 그럼 되었어!”
흔쾌하게 웃던 시린핑 주석이 눈을 번쩍 빛냈다.
“단, 만에 하나 자네가 실패할 경우!”
“!”
“나와 우리 상무위원들은 자네를 철저히 외면할 걸세.”
일순 동하와 그의 등 뒤에 서 있는 최룡, 쑨웬, 탕시린, 창첸, 우레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시린핑 주석은 지금 만약 동하가 천중천의 세 고수에게 패할 경우 그와 동료들이 죽든 말든 철저하게 외면하고 자신들만 빠져나가겠다고 선언한 것이었다.
잠시 표정을 굳힌 채 시린핑과 상무위원들의 면면을 바라보던 동하가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그러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자네라면 이해해줄 줄 알았지.”
흡족하게 미소 짓던 시린핑 주석이 문득 손가락을 들어 동하의 등 뒤를 가리켰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마침 저기들 오는군.”
순간 동하와 일행도 뒤를 휙 돌아보았다. 샴페인 잔을 들고 담소를 나누고 있는 하객들 사이로 천천히 걸어오고 있는 세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사십 대 초반쯤이나 되었을까? 입가에 여유로운 미소를 머금고 다가오는 세 사내는 고급스러운 정장 차림에 세련된 미소를 머금고 있었지만, 동하는 그들이 풍기는 칼날 같은 예기에 솜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최룡과 쑨웬 그리고 탕시린과 창첸, 우레이도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저 작자들이 장렌과 천룽, 왕차이겠구만요?”
“그런 것 같아.”
최룡이 나직이 목소리로 묻자, 동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시린핑 주석을 향해 곧장 걸어오던 장렌과 천룽, 왕차이가 동하 앞에서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
그들은 동하의 얼굴을 뚫어져라 응시했고, 동하도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하지만 세 고수가 풍기는 숨 막힐 듯한 예기에 심장이 오그라드는 느낌이었다.
‘뭐야? 지금 이 자리에서 한 판 붙어보자는 건가?’
동하와 세 고수 사이에 긴장감이 점차 고조되고 있을 때, 시린핑 주석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하하! 어서들 오시오. 이렇게 나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와주셔서 감사하오.”
그제야 장렌, 천룽, 왕차이가 동하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시린핑 주석을 향해 가볍게 목례를 했다.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주석님.”
“언제까지나 강건하시고, 만복을 누리십시오.”
“고맙소, 정말 고마워.”
인사가 끝나자마자, 장렌이 날카로운 눈초리로 동하를 돌아보며 물었다.
“그런데 이분은 누구십니까?”
시린핑 주석이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이 동하를 소개했다.
“이런, 내 정신 좀 보게! 강동하 보스를 소개하는 걸 깜빡했구려.”
“강동하 보스……? 허면 삼합회의 인물입니까?”
천룽이 못마땅한 기색을 비치며 물었지만 시린핑 주석은 흔쾌히 대답했다.
“그렇소. 강동하 보스는 흑룡회라는 조직을 이끌고 있소이다.”
“흑룡회라고요? 혹시 얼마 전 저희 천중천의 휘하에 있는 홍련을 무너뜨린 그 흑룡회 말씀입니까?”
왕차이가 험악한 눈으로 동하를 노려보았지만, 시린핑 주석은 시치미를 뚝 떼었다.
“아! 그런 일이 있었소? 나로선 금시초문이구려. 하지만 오늘은 모두 나의 귀한 손님들이니, 그런 갈등일랑 잠시 묻어두도록 합시다.”
“으으음……!”
시린핑 주석의 말에 장렌과 천룽, 왕차이 셋 다 불만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않으며 신음을 흘렸다. 하지만 주석의 생일 연회에서 판을 들러 엎을 수도 없는지라, 이를 악물고 참았다.
시린핑 주석이 세 고수와 동하에게 상무위원들이 앉아 있는 테이블의 빈자리를 가리켰다.
“자자! 다들 이쪽으로 앉으십시다.”
장렌과 천룽, 왕차이가 시린핑 주석의 맞은편으로 나란히 앉으며 상무위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곽 서기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양 장군님.”
“그간 강령하셨습니까, 쳉 위원님.”
그동안 낯을 익혔던 상무위원들과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던 세 고수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 시린핑 주석이 동하를 가장 상석이라고 할 수 있는 자신의 옆자리에 앉혔기 때문이다.
“자! 강 보스는 이쪽으로 앉지.”
“감사합니다, 주석님.”
세 고수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동하를 노려보았지만 동하는 그들의 시선을 덤덤히 받아냈다. 장렌이 동하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한 채 불쾌감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주석님, 이거 좀 섭섭하군요.”
“섭섭하다니, 뭐가 말이오?”
모른 척 되묻는 시린핑 주석의 얼굴을 쳐다보며 천룽이 으르렁거렸다.
“시린핑 주석께서 강 보스를 너무 총애하시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솔직히 저희가 관리하고 있던 홍련을 무너뜨렸으니, 우리 천중천의 적이라고 할 수도 있는 자가 아닙니까?”
왕차이가 좀 더 노골적인 적의를 드러내며 시린핑 주석을 압박했다.
“주석님께서 이 강동하란 애송이를 이처럼 편애하시는 것은 혹시 저희 천중천을 멀리하시겠다는 의중으로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
“…….”
순간 테이블에 둘러앉은 상무위원들이 서늘한 침묵에 휩싸였다. 장렌, 천룽, 왕차이가 내뿜는 살기는 예리했고, 일반인인 시린핑 주석과 상무위원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동하가 겁에 질린 시린핑 주석과 상무위원들을 대신하여 세 고수를 향해 입을 열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주석님께서 저를 대접하시는 건 제가 주석님께 아주 작은 도움을 드렸기 때문입니다.”
“주석님께 도움을 드렸다고? 네깟 놈이 어떤 일로?”
코웃음을 치는 장렌의 눈을 보며 동하가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제가 주석님께서 앓고 계신 고질적인 가슴 통증을 치료해드렸거든요.”
“뭐, 뭐라고……?!”
동시에 장렌은 물론 천룽과 왕차이까지 눈을 부릅떴다. 시린핑 주석의 가슴에 암기를 흘려 넣어 영원히 치유할 수 없는 내상을 입힌 장본인이 그들 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 내상을 치료하려면 자신들 못지않은 고수가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동하가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지 않는가.
‘결국, 저 애송이가 우리 못지않은 고수라는 것인가……?!’
세 고수가 동하를 지그시 쏘아보고 있을 때, 시린핑 주석이 웃옷 앞 단추를 풀고 가슴을 살짝 드러냈다.
“자, 보시오. 천중천의 세 고수도 치료하는데 애를 먹었던 그 검은 손도장을 강 보스가 깔끔하게 없애주었소. 이러니 내가 어찌 강 보스를 대접하지 않을 수가 있겠소?”
“크흐흐음……!”
정말 검은 손도장이 깔끔하게 사라진 시린핑 주석의 가슴을 바라보며 장렌과 천룽과 왕차이가 나란히 신음을 흘렸다. 살기를 가득 머금은 세 사람의 시선이 빙글빙글 웃고 있는 동하의 얼굴로 향했다.
‘홍련의 차잉원이 당한 게 우연이 아니었군. 저 강동하라는 놈은 우리에 필적할만한 고수가 분명하다. 절대로 살려둬서는 안 될 위험천만한 인물이야.’
만약 이 자리에 시린핑 주석과 정치국 상무위원들을 비롯한 공산당 고위 간부들이 모여 있지 않았다면 세 고수는 당장 동하를 향해 살수를 펼쳤을 것이다.
‘오늘은 자리가 자리이니만큼 목숨을 붙여두마. 하지만 조만간 우리 셋이 네놈을 찾아가게 될 것이다.’
세 고수가 가까스로 살기를 억누르고 있을 때, 동하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새어 나왔다.
“세 분이야말로 중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고수들이라고 들었습니다. 혹시, 결례가 되지 않는다면 셋 중 한 분에게 비무를 청해도 되겠습니까?”
“뭐라고……?”
“지금 우리에게 비무를 청한다고 했느냐?”
장렌과 천룽, 왕차이가 기가 막힌 듯 동하를 향해 되물었다. 그들이 놀라거나 말거나 동하는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마침 이 자리는 시린핑 주석님의 생신을 축하하는 자리이니, 고수들끼리의 비무도 하나의 훌륭한 여흥거리가 되지 않겠습니까?”
장렌과 천룽, 왕차이는 여전히 황당하다는 표정이었다.
‘이놈이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주는군.’
‘죽고 싶어 환장한 것인가 아니면 정말 우리를 이길 수 있다고 믿는 것인가?’
‘아무려면 어때? 비무를 빙자하여 공식적으로 이놈을 때려죽여 버리면 될 일!’
살기를 번뜩이며 동하를 노려보던 세 고수 중 장렌이 히죽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렇다면 나와 한 번 비무를 해보면 어떻겠나?”
“부족한 후배에게 고매하신 선배님의 무공을 견식 할 기회를 주신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동하도 따라 일어나 장렌을 향해 정중하게 머리를 숙였다.
동시에 마치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시린핑 주석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좌중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여러분, 모두 주목해 주시오! 오늘 나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천중천의 장렌 보스와 흑룡회의 강동하 보스가 비무를 펼치겠다고 합니다! 두 사람 다 중원을 대표하는 초고수들이니, 여러분 모두 눈을 부릅뜨고 두 고수의 화려한 무공을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와아아아아!”
“초고수들의 비무라니, 대단하다!”
“시린핑 주석님 덕분에 대단한 구경을 하게 되었어!”
장내의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는 가운데 동하와 장렌은 널찍한 마당 한복판에 마주 서서 서로의 얼굴을 그윽하게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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