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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경찰-73화 (73/75)

〈 73화 〉 73화. 최후의 대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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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화. 최후의 대결(1)

시린핑 주석과 상무위원들 그리고 백여 명에 달하는 공산당 고위 간부들이 샴페인 잔을 들고 서로를 노려보며 마주 서 있는 동하와 장렌의 주위를 빙 에워쌌다. 정확한 사정을 잘 모르는 공산당 간부들은 흥미진진한 표정들이었지만, 시린핑 주석과 상무위원들의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동하의 얼굴을 뚫어져라 응시하던 장렌이 피식 실소를 흘렸다.

“강동하……, 너는 한국의 순경 출신이라도 들었는데, 그게 사실인가?”

“네, 맞습니다.”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동하의 얼굴을 바라보는 장렌의 눈가에 섬뜩한 살기가 스치고 지나갔다.

“그 주제에 참 많이도 기어 올라왔구나. 그래, 무슨 엄청난 기연이라도 만난 것이냐?”

“…….”

동하는 잠시 대답을 미루고 이진산의 얼굴을 떠올렸다. 이진산을 만나지 못했다면 그가 이렇게 중국 최고의 고수인 장렌과 마주 서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동하가 생각난 김에 조심스럽게 이진산을 불러보았다.

‘어르신.’

[왜 그러느냐?]

그동안 그의 부름을 철저하게 외면했던 이진산이 이번에는 즉각적으로 응답했다. 동하가 장렌과 시선을 마주한 채 물었다.

‘저기 저 장렌과 천룽, 왕차이는 무형검의 경지라고 보면 되겠습니까?’

[내가 알고 있기로는 그렇다.]

‘그럼 제가 저들을 이길 수 있겠습니까?’

[저들 셋을 한꺼번에 상대한다면 힘들겠지만, 지금처럼 각개격파를 한다며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어르신이 올랐던 최종 경지도 무형검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그런데 어떻게 제가 이기리라 확신하십니까?’

[크흐흐흐! 세 제자 놈들은 이제 막 무형검의 초입에 들어섰고, 노부는 살아생전 완숙한 무형검의 경지에 올라섰기 때문이니라.]

‘그러니까 이제 어르신과 제가 완전한 일체화를 이루었기 때문에 이길 확률이 높다고 뜻이군요?’

[바로 그거다.]

‘그렇다면 싸움이 끝난 다음에 저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저의 영혼은 사라지고, 어르신이 제 몸의 주인이 되시는 겁니까?’

[지금은 그런 사소한 문제에 신경 쓸 때가 아니다. 눈앞에 서 있는 저 장렌과 나머지 두 제자를 쓰러뜨리지 못한다면 너와 네 부하들 모두 개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야.]

‘후우우우……! 저로서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인 셈이군요.’

동하가 깊은 한숨을 몰아쉬었다. 지면 자신과 동료들 모두 개죽음을 당하고, 이겨도 영혼이 사라지며 자신의 육체를 빼앗기게 된다. 어차피 이번 싸움은 동하에게 최악의 결과를 가져다줄 수밖에 없는 그런 판이었던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이라도 등을 돌려 도망치고 싶었지만 동하는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그가 고개를 돌려 기대와 걱정이 뒤섞인 시선으로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최룡, 쑨웬, 탕시린, 창첸, 우레이를 보았다.

‘내가 도망친다면 저들 모두 천중천에게 죽임을 당하게 될 것이다!’

동하가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했다.

‘그래, 영혼을 빼앗기든 육체를 빼앗기든 신경 쓰지 말고 이 싸움에 집중하자. 일단 내가 지켜야 할 사람들을 지킨 후에 스스로 살아날 방도를 고민해보는 거다.’

안색이 한결 편안해진 동하를 가리키며 장렌이 마지막 경고를 날렸다.

“목숨이 아깝다면 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목숨을 구걸해라. 그리고 너희 조직을 이끌고 우리 천중천 밑으로 들어와라. 그러면 우리가 너를 중히 쓸 것이다.”

“거참 말이 많으시네.”

통하가 노골적으로 비웃자, 장렌이 미간을 씰룩했다.

“선배님은 싸움을 주로 입으로 하시는 모양입니다.”

동하의 도발에 장렌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단숨에 기세를 끌어올렸다.

“오냐……! 죽는 게 소원이라면 네놈은 물론 네 부하들까지 모조리 송장으로 만들어주마!”

끼우우우우웅!

장렌의 옷자락이 깃발처럼 펄럭이며 그의 몸 윤곽을 따라 사나운 기광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키우우우웅!

동하도 재빨리 내공을 끌어올리며 장렌의 공격에 대비했다. 장렌이 그런 동하와의 거리를 순식간에 좁히며 닥쳐들었다.

“감히 천중천에 맞선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게 될 것이야!”

슈와아아악!

장렌이 기가 팽팽하게 실린 주먹을 동하의 얼굴을 노리고 내질렀다.

“이얍!”

동하도 체내에서 빠르게 돌리던 기를 집중시키며 주먹을 내질렀다.

파아앙!

동하와 장렌의 주먹이 맞부딪치며 기광이 하얗게 흩날렸다. 동하와 장렌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그 자리에 우뚝 버티고 서서 단숨에 수십 합을 주고받았다.

팡! 팡! 팡! 팡! 팡! 팡!

두 사람의 주먹이 격돌할 때마다 기의 파편이 흩날리며 공기가 울리고, 땅이 진동했다. 술잔을 들고 여유 있게 구경하던 공산당 간부들도 그 기세에 질려 몇 걸음씩 주춤주춤 물러섰다.

“오옷……! 정말 굉장하군요!”

“저것이 말로만 듣던 무공 고수들 간의 싸움인가?”

“이건 뭐 한 편의 무협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구먼.”

후우우우웅!

장렌이 크게 휘두른 주먹을 동하가 고개를 살짝 숙여 피했다. 그리고 장렌의 정강이에 기가 잔뜩 실린 발로 로우킥을 쑤셔 박았다.

빠가악!

“크흑!”

장렌이 휘청하며 뒤쪽으로 터터턱 물러섰다. 동하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장렌을 쫓으며 양손 주먹을 연이어 내질렀다.

쑤아아아아악!

순간 동하의 주먹 밖으로 강맹한 권강이 폭사되었다. 두 가닥의 선명한 권강이 자신을 압박해오자, 장렌도 지체 없이 양손 주먹을 내뻗어 권강을 내쏘았다.

쉬이이이이익! 꽈아앙!!

두 가닥의 권강이 충돌하며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으아앗!”

“꺄아아악!”

구경하던 공산당 간부들이 혼비백산하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동하와 장렌의 무위는 이미 그들이 상상하던 범주를 훌쩍 뛰어넘고 있었던 것이다.

“이놈, 제법이구나!”

의외로 선방하는 동하의 모습에 장렌은 살짝 당황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혹감이 분노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럼 어디 이것도 한번 받아봐라!”

투우웅!

장렌이 땅을 차고 허공으로 가볍게 뛰어올랐다. 장렌이 사, 오 미터를 단숨에 도약하자 공산당 간부들이 공중에 떠올라 있는 그를 올려다보며 감탄사를 발했다.

“오오……! 아무렇지도 않게 공중으로 떠오르다니, 정말 대단하군!”

“저게 무협영화에서 나오는 공중부양 뭐 그런 건가?”

하지만 간부들의 놀라움이 채 가시기도 전에 장렌은 더욱 놀라운 경지를 보여주었다.

우우우우우웅!

장렌이 안광을 퍼렇게 발하며 기세를 끌어올리기 시작하자, 그의 옷이 풍선처럼 부풀며 기광이 함께 부풀어 올랐다.

“끄으으으……!”

뿌드득 이를 갈아붙이며 기광을 점점 크게 부풀어 올리는 장렌을 지켜보며 동하는 내심 긴장했다. 장렌이 어떤 공격을 펼치려고 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치리리리리릿……!

동하의 예상대로 장렌의 피부를 뚫고 가느다란 기광이 실선처럼 가닥가닥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실선들이 몇 개로 뭉쳐지며 선명한 고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역시 강환이구나! 그런데 홍련의 총보스였던 차잉원의 강환보다 훨씬 크고 강해 보인다!’

훙! 훙! 훙! 훙! 훙! 훙! 훙! 훙!

장렌이 두 팔을 활짝 펼치자, 그의 머리 위에 크고 선명한 강환들이 일렬로 죽 늘어서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숫자가 무려 여덟 개나 되었다. 저 기광의 고리 하나하나의 위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동하가 시린핑을 비롯한 공산당 간부들과 자신의 동료들을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다들 멀찍이 물러서십시오!”

“네놈 걱정이나 해라!”

동시에 장렌이 동하를 향해 양팔을 강하게 내질렀다. 그것을 신호로 그의 머리 위에 늘어서 있던 여덟 개의 강환들이 줄줄이 동하를 노리고 떠내려오기 시작했다.

후웅! 후웅! 후웅! 후웅! 후웅! 후웅! 후웅! 후웅!

“치잇! 늦으면 가루가 될 것이다!”

후우우우우우웅!

동하도 이를 악물며 황급히 강환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의 머리 위로 채 여섯 개의 강환도 완성되기 전에 이미 장렌의 강환이 눈앞으로 닥쳐들고 있었다.

“이야압!”

동하가 서둘러 강환들을 날려 보냈다.

콰아아앙!

첫 번째 강환끼리 충돌하며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동하는 가까운 거리에서 후폭풍을 고스란히 뒤집어쓰며 주르륵 밀려났다. 연이어 강환들끼리 맞부딪치며 굉렬한 폭발이 연쇄적으로 일어났다.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콰아앙! 콰아아앙!

여섯 번째 강환끼리 충돌하며 가장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고,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었던 동하는 양팔로 얼굴과 가슴을 가린 상태에서 뒤쪽으로 붕 튕겨 날아갔다.

“크흐흑!”

우당탕탕!

땅바닥을 정신없이 구르는 동하를 노리고 장렌의 마지막 강환 두 개가 도도하게 날아들고 있었다. 힘겹게 몸을 일으키는 그의 머릿속에서 이진산이 악을 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정신 똑바로 차려, 이놈아! 저 강환에 격중당하면 아무리 네놈이라도 가루가 된단 말이다!]

‘알고 있으니까 너무 재촉하지 마십시오!’

동하가 어금니를 질끈 깨물며 최대한 많은 기를 빠르게 돌리기 시작했다.

휘이이이이잉!

그의 몸 주변을 따라 기광이 회오리치는가 싶더니, 머리 위로 선명한 빛선 하나가 치솟아 올랐다.

슈우우우우우웅!

그의 머리 위에서 날카로운 예기를 뿌리며 솟구치고 있는 기광의 정체를 확인한 장렌이 입을 떡 벌렸다.

“서, 설마 무형검이냐……?!”

동하가 무형검을 움켜잡고 자신을 노리고 날아드는 두 개의 강환을 향해 짓쳐나갔다.

스걱! 스거억!

동하가 무형검을 휘두르자, 두 개의 강환이 예리하게 베어졌다. 더 이상의 폭발은 없었다. 마치 두부라도 베듯이 고리들은 깔끔하게 싹둑 잘려 나갔다.

치이이익……!

그리고 무언가 타들어 가는 소리가 들리며 기로 만들어진 고리가 연기처럼 소멸되어 버렸다.

“네놈……, 중원인도 아닌 네놈이 어떻게 신의 경지라는 무형검의 경지에 이를 수가 있지……?!”

의혹과 불신으로 눈을 부릅뜨고 있는 장렌을 향해 동하가 무형검을 찌르며 날아올랐다.

“꼭 중원인만 최고의 경지에 오르라는 법이라도 있습니까?!”

자신을 노리고 검을 찔러오는 동하를 노려보며 장렌도 황급히 기를 끌어올렸다.

슈우우우우웅!

동시에 장렌의 머리 위로도 밝고 선명한 한 줄기 기광이 치솟았다. 그리고 기광이 단단하게 벼려지며 한 자루의 예리한 검을 완성했다.

“역시 천중천의 세 고수도 무형검의 경지에 도달했구나!”

동하가 이를 악물며 검을 길게 내찔렀다.

까아아앙!

장렌이 황급히 검을 휘둘러 동하의 검을 튕겨내면서 날카로운 파공음이 울려 퍼졌다.

캉! 캉! 캉! 캉! 캉! 캉!

허공을 누비며 검과 검을 부딪히는 동하와 장렌 사이에 시퍼런 기의 파편들이 폭죽처럼 흩날렸다. 하늘을 날며 광선검처럼 기광이 길게 뻗친 무형의 검을 휘두르는 동하와 장렌의 모습은 장관 그 자체였다.

카카카카카카캉!

“……!”

시린핑 주석 이하 공산당 수뇌부들이 입을 떡 벌린 채 신급 경지를 보여주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멍하니 올려다보고 있었다.

“강동하, 너는 어차피 죽은 목숨이다!”

“누가 죽을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요!”

바로 그 순간, 장렌과 동하가 한계치의 내력을 불어넣은 검을 휘두르며 서로를 향해 난폭하게 달려들었다.

투화아아아악!

두 사람이 검날이 격돌하는 순간, 새하얀 기광이 하늘을 뒤덮이며 동하와 장렌의 모습마저 그 속에 파묻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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