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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경찰-75화 (75/75)

〈 75화 〉 75화.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 * *

75화.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크아아악!”

동하는 결국 이진산의 힘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의 의지는 아니었다. 그의 생존본능이 죽음 직전에 살 수 있는 최후의 방법을 선택한 것뿐이었다.

콰아아아앗!

동시에 성난 강물처럼 굽이치던 이진산의 거대한 선천진기가 그의 중단전으로 물밀 듯이 밀려 들어왔다. 그리고 동하는 그 기운을 다시 뽑아내어 자신의 온몸 혈맥을 통해 빠르게 돌리기 시작했다.

투화아아아악!

동하의 몸에서 강한 호신강기가 폭풍처럼 뿜어졌다.

투카앙! 카아아앙!

“크흑!”

“으아앗!”

그 기세가 얼마나 강했는지 천룽과 왕차이의 검강을 단숨에 동강내며, 두 사람을 멀찍이 날려 버렸다. 한참을 날아가다가 가까스로 균형을 잡은 두 사람이 질린 듯이 동하를 바라보았다.

“다 죽어가던 놈에게서 어떻게 저런 힘이……?!”

휘류류류류류류!

고개를 푹 숙인 채 신음을 흘리고 있는 동하의 온몸에서 미처 갈무리하지 못한 호신강기가 소용돌이치듯 맴돌고 있었다.

우득! 우득! 우드득!

“끄아아악!”

온몸의 근육과 뼈가 모조리 뒤틀리며 동하가 고개를 번쩍 쳐들고 비명을 내질렀다. 한동안 눈을 허옇게 까뒤집고 푸들푸들 경련하고 있던 동하가 가까스로 떨림을 그치고 고요한 눈으로 천룽과 왕차이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호수처럼 잔잔했지만 다른 사람처럼 낯설어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의 시선은 마주한 사람으로 하여금 왠지 모를 공포심을 불러일으켰다.

천룽이 그 공포심을 떨쳐내기라도 하려는 듯 검봉으로 동하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강동하 이놈! 대체 무슨 사술을 부리고 있는 것이냐?”

“킥……!”

동하의 입술을 비집고 실소가 새어 나왔다. 그리고 그 실소는 곧 흉포한 광소로 바뀌었다.

“크핫하하! 으하하하하하!”

“우웁!”

“크흐흡!”

“아아아악!”

아래쪽에서 지켜보고 있던 시린핑 주석과 공산당 간부들 그리고 최룡과 탕시린을 비롯한 동하의 동료들까지 귀를 틀어막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웃음 속에 실려 있는 기운은 가공할 정도였다.

“끄으으으……!”

화경의 고수인 천룽과 왕차이조차 내장이 진탕하는 고통을 느끼며 가까스로 참고 있을 정도였다.

“흐흐흐흐……!”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 같던 웃음이 잦아들고 마침내 동하의 입술이 천천히 열렸다.

“천룽과 왕차이……! 네놈들이 노부를 보고도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있는 것이냐?”

“노, 노부라니?”

“나이도 어린놈이 뉘 앞에서 노부라는 것이냐?”

천룽과 왕차이가 반박했지만 둘은 실은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그제야 두 사람은 동하의 눈빛이 누구를 닮아 있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저건 분명 죽은 사부……, 이진산의 눈빛이 분명하다……!’

두 사람 다 사부가 살아 돌아올 리 없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확신에 균열을 일으키는 것은 ‘유체탈혼환신’이라는 사부의 최후의 승부수였다. 육식은 비록 소멸했지만 영혼만은 탈출하여 젊은 숙주의 몸을 잠식해 되살아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어쩌면……, 어쩌면 사부는 강동하 저놈의 몸을 통해 되살아난 것일지도……!’

생각조차 하기 싫은 끔찍한 상상이었지만 그들은 동하에게서 풍기는 사부의 익숙한 풍모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왕차이가 간신히 용기를 쥐어짜 일갈했다.

“이 미친놈아! 네깟 놈이 무엇인데, 우리가 고개도 들지 못한단 말이냐?”

왕차이에게로 시선을 옮긴 동하가 히죽 웃으며 되물었다.

“왕차이, 오랜만이구나? 네놈은 내가 누구인지 이미 알고 있을 텐데?”

“닥쳐! 무슨 헛소리냐?”

찔끔하는 왕차이의 얼굴을 검봉으로 가리키며 동하가 한쪽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내가 누구인지 알려줄 테니, 귀를 열고 똑똑히 듣도록 해라.”

“………!”

“나의 이름은 이진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네놈들을 데려다 업어 키운 장본인이며 배은망덕한 네놈들의 손에 죽임을 당한 바로 네놈들의 사부이니라.”

“헉! 다, 당신이 이진산?!”

“강동하 네놈이 우리들의 사부라고?”

동하가 노인처럼 웃으며 고개를 까닥였다.

“킥킥킥킥! 그렇다. 솔직히 네놈들은 이미 예상하고 있지 않았더냐?”

천룽과 왕차이가 마치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처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야…… 아니야……! 사부는 우리 손에 죽었어.”

“이미 죽어 버린 사부가 어떻게 강동하 네놈의 몸으로 환생할 수가 있겠어?”

“유체탈혼환신……!”

이진산의 입을 통해 그토록 듣고 싶지 않았던 단어가 튀어나오는 순간, 천룽과 왕차이는 경악하고 말았다.

“흐억!”

“저, 정말 사부였어?!”

동하가 음산하게 웃기 시작했다.

“크흐흐흐……! 그래, 이놈들아. 네놈들이 감히 사부의 등에 칼을 꽂았지만, 노부는 이 강동하란 녀석의 몸을 빌어 이렇게 부활했다.”

이제 완전히 이진산으로 변한 동하가 경악으로 일그러진 천룽과 왕차이의 얼굴을 가리키며 일갈했다.

“노부가 이제 네놈들을 찢어 죽이고, 무림의 정의를 바로 세울 것이니라!”

“으으으……! 이젠 어떡하지?”

“어떡하긴 뭘 어떡해? 저 영감탱이를 다시 한 번 죽여버려야지.”

천룽과 왕차이가 압박감을 견디지 몫하고 선제공격을 펼쳤다. 무형검의 검봉 끝으로 강맹한 검강을 폭사하며 이진산 아니, 동하를 향해 날아들었던 것이다.

“우와아악! 뭐 하러 돌아오셨소, 사부!”

“우리가 다시 한 번 죽여드리리다!”

“흥!”

동하의 입술을 비집고 비웃음이 흘러나왔다.

“오냐, 네놈들이 죽음을 재촉한다면 원대로 해주마!”

동하도 무형검을 찌르며 천룽과 왕차이를 향해 쇄도했다.

쑤아아아아아악!

천룽과 왕차이가 내쏜 검강을 향해 동하가 검을 찌르며 똑바로 달려들었다.

‘어쩌면 우리가 이길 수도 있겠다!’

천룽과 왕차이의 얼굴에 희망이 스치고 지나갔다. 두 사람은 이미 동하를 죽음 직전까지 몰아넣은 상태였다. 그렇다면 사부가 동하의 몸을 통해 발휘할 수 있는 무공도 자신들이 감당할만한 수준이란 뜻이었다.

“사부! 이 제자들이 사부님을 영원히 평안케 해드리겠소!”

촤아아아악!

천룽과 왕차이의 혼신의 힘이 실린 검강이 동하를 노리고 쏘아갔다.

아래쪽에서 구경하고 있던 시린핑 주석과 곽치상 서기를 비롯한 공산당 간부들과 최룡과 탕시린을 비롯한 동하의 동료들 사이에서 안타까운 탄식이 새어 나왔다.

“으음……! 결국 이렇게 끝이 나는 것인가?”

“형님도 어서 검광을 날리시라요! 어서요!”

“틀렸어! 강 보스는 이미 탈진상태야.”

아래쪽의 사람들은 거리 때문에 동하와 천룽, 왕차이가 나누는 대화를 들을 수가 없었고, 그래서 이진산이 동하의 몸을 완전히 점령했음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눈에는 동하가 불을 보고 날아드는 부나비처럼 천룽과 왕차이가 펼친 살수를 향해 무방비로 달려들고 있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킬킬킬킬! 네놈들이 아무리 잔머리를 굴려봤자 이 사부의 손바닥 안임을 정녕 모르겠느냐?”

스파아앗!

동하의 입가에 비릿한 웃음이 번지며 그의 손아귀에 있던 무형검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천룽과 왕차이는 깜짝 놀랐다.

“어! 사부의 손에 들려 있던 무형검이 사라졌잖아! 이건 또 뭐지?”

“걱정할 필요 없어! 강동하 저놈의 힘이 바닥을 드러낸 것뿐이다!”

동하의 기력이 바닥났음을 확신한 두 사람은 더욱 자신만만하게 검을 찔러 갔다.

투카아아앙!

그리고 마침내 두 사람의 검강이 동하의 가슴을 강타했다. 하지만 살을 베는 소리가 아니라 단단한 철판을 두드린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검강이 통하지 않는다! 역시 호신강기 때문인가?”

“아니야! 저건 호신강기가 아니다!”

동하의 몸을 감싸고 있는 휘황한 기운은 하나의 검의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한 자루 커다란 검광이 동하의 몸을 온전히 휘감아, 마치 동하의 몸이 검 속에 잠겨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 이미 무형검의 경지에 오른 천룽과 왕차이였지만, 저런 형태의 무형검은 본 적이 없었다.

“서, 설마 저건……?!”

눈을 부릅뜨는 왕차이를 천룽이 휙 돌아보았다.

“왜? 저게 대체 뭔데?”

“설마 심검의 경지……?!”

“심검이라니? 말도 안 돼!”

천룽도 왕차이를 따라 경악으로 입을 떡 벌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심검이란 무형검을 뛰어넘는 무인이 다다를 수 있는 궁극의 경지였기 때문이다. 무형검도 기로써 검의 형태를 이루지만, 이 심검은 형태 자체가 없고 시전자의 마음이 닿는 곳에 곧 검이 나타나는 전설의 경지였던 것이다.

“심검이라니? 나는 믿을 수 없다!”

“으아아! 사부, 심검이든 뭐든 이제 결판을 내십시다!”

불길한 예감에 휩싸인 천룽과 왕차이가 동하를 노리고 무형검을 찌르며 덮쳐들었다. 그런 두 사람을 향해 손가락을 내뻗으며 동하가 툭 내뱉었다.

“어리석은 놈들아……. 심검이야말로 노부의 마지막 안배임을 아직 모르겠느냐?”

퍼퍽­­!

“켁!”

“크악!”

동시에 천룽과 왕차이의 가슴에 구멍이 뻥 뚫리며 두 사람이 고통스럽게 진동했다. 검이 날아오는 것을 보지 못했고, 소리도 듣지 못했다. 하지만 동하가 마음먹은 곳에 심검이 나타났고, 그 궁극의 검은 기어이 천룽과 왕차이의 가슴에 구멍을 내고야 말았다.

“사, 사부 당신이란 인간은 정말이지……, 우웨엑!”

핏발 선 눈으로 이진산을 노려보던 천룽과 왕차이가 핏물을 왈칵 토하며 땅을 향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쿠쿵!

“으앗!”

“꺄아아악!”

두 사람의 시체가 땅바닥에 처박히자,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물러섰다. 하지만 시린핑 주석과 곽치상 서기만은 기꺼운 표정으로 두 구의 시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으하하하! 강동하가 정말 해냈군. 정말로 천중천을 박살내고 말았어.”

“네, 강동하는 기대 이상의 고수였던 것 같습니다. 주석님께는 최고의 생신 선물이 되지 않을까요?”

“암, 그렇고말고! 앞으로 강동하 저 친구와 할 일이 아주 많아. 저 친구를 극진하게 대접하도록 하게.”

“여부가 있겠습니까?”

최룡과 탕시린 그리고 쑨웬, 창첸, 우레이도 아직 공중에 떠 있는 동하를 향해 주먹을 흔들며 환호하고 있었다.

“역시 우리 형님! 우리 형님이 얼마나 대단한 분인지 이제 알겠니?”

“꺄아악! 강 보스, 빨리 내려와! 내가 꽉 안아줄게!”

“보스! 영원히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동하의 몸을 완전히 잠식한 이진산이 자신을 향해 환호하는 시린핑 주석과 공산당 간부들 그리고 동료들을 내려다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크흐흐흐! 그래, 마음껏 찬양하라. 이제부터 노부가 다시 이 드넓은 대륙을 통치하게 될 것이니……, 으응?”

웃음이 사라지기도 전에 이진산이 씰룩했다. 자신의 몸속에서 매우 이질적인 기운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그 기운이 바로 동하의 영혼이란 사실을 깨달은 이진산이 새된 소리를 내질렀다.

“강동하 네놈! 네놈은 분명히 소멸했을 텐데?”

“죄송합니다, 어르신. 어르신께선 제 몸을 차지하기 위해 완벽하게 안배하셨지만 한 가지를 계산하지 못하신 것 같습니다.”

“계산을 못 하다니? 대체 뭘 말이냐?”

“독호지주의 독……!”

동하의 목소리를 들은 이진산이 움찔했다.

“독호지주? 광혜원의 돌팔이 장첸우가 주화입마에 빠진 네놈을 살리기 위해 주입한 독거미의 독 말이냐?”

“그렇습니다. 장첸우 의원은 이미 제 안에 도사린 어르신의 영혼을 감지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강력한 사념을 지닌 독호지주의 독을 주입하여 비록 저의 영혼이 사멸하더라도, 다시 부활할 수 있도록 안배했던 것이죠. 그래서 저는 어르신에 의해 영혼이 한 번 사멸했으나, 단전에 남아 있는 독호지주의 독으로 부활할 수 있었습니다.”

“장첸우 이 육시절 놈이……, 나와 무슨 원한을 맺었다고 이리한단 말이냐……?! 다시 천하의 주인이 될 날이 눈앞으로 다가왔거늘, 네놈의 영혼이 부활하여 물거품이 되고 말았구나.”

완전히 자신의 눈빛을 되찾은 동하가 힘주어 내뱉었다.

“네! 제 영혼이 살아나면 반대로 어르신의 영혼은 소멸하게 되어 있지요. 일이 이렇게 되어 유감입니다, 어르신. 부디 좋은 곳으로 가십시오.”

“크아아악! 안 된다, 안 돼! 이대로는 억울해서 죽을 수가 없단 말이다!”

동하가 자신의 의자와는 상관없이 두 팔을 미친 듯이 휘두르며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균형을 잃은 그가 땅을 향해 곤두박질을 쳤다.

쿠아아앙!

“형님, 무슨 일이십네까?”

“괜찮으십니까, 보스!”

쓰러져 있는 동하를 향해 최룡을 비롯한 동료들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그리고 황급히 그를 부축했다.

“후우우우……!”

동료들의 도움을 받으며 일어선 동하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동하의 눈을 들여다보며 최룡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형님, 접네다. 절 알아보시겠습네까?”

“당연하지. 아무려면 내 아우를 못 알아볼까봐?”

완전히 본연의 모습을 되찾은 동하가 최룡의 어깨를 두드리며 씨익 웃었다. 감격한 최룡이 동하를 와락 끌어안으며 눈물을 터뜨렸다.

“크흐흑! 내레 형님한테 큰일이 생긴 줄 알고 간이 떨어지는 줄 알았습네다!”

“그래, 그래. 다들 고생 많았다. 이제부터 우리 모두에게 좋은 일만 있을 거야.”

동하가 어린애처럼 훌쩍이는 최룡의 등을 두드리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 * *

며칠 후 아침에 동하는 최룡과 탕시린 그리고 창첸과 우레이의 배웅을 받으며 공항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며칠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천중천의 잔당들은 흑룡회에 의해 완전히 소탕되었고, 동하가 이끄는 흑룡회는 시린핑 주석과 공산당 수뇌부의 비호 아래 중국 최고의 조직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곽치상 주석이 철저하게 조사한 결과, 천중천이 한국에 대량의 마약을 퍼뜨린 이유도 밝혀졌다. 그들은 이진산의 조국인 한국에서 다시 그와 같은 호걸이 태어나 자신들을 위협할 것을 염려하여 마약으로 한국을 아예 피폐화시킬 계획이었다. 천중천이 사라짐으로써 결국 그들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그리고 동하는 어머니의 복수를 완수한 셈이 되었다.

주변이 정리되자마자 동하는 한국에 다녀오기로 결심했다. 아직 한국경찰 소속이었던 그는 정리해야 할 일이 있었고, 또한 걱정하고 있을 이은서 경위를 만나 그간의 경과를 설명하고 싶기도 했다.

입국장 앞에 선 동하를 향해 최룡과 탕시린 그리고 창첸과 우레이가 인사를 건넸다.

“형님, 조심해서 다녀오시라요.”

“한국에서 괜히 노닥거리지 말고, 최대한 빨리 돌아와요.”

“어? 탕 보스가 웬일로 나한테 존댓말을 하지?”

고개를 갸웃하는 동하를 향해 탕시린이 짜증을 부렸다.

“이제 이 나라 최고 조직의 보스가 된 사람한테 그럼 반말을 하란 말이에요?”

“하하! 딴은 그렇군. 그럼 다녀올 동안 조직을 잘 부탁해.”

유쾌하게 웃으며 돌아서던 동하가 멈칫했다.

“응? 저 남자는 혹시……?!”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한 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자신의 앞줄에서 입국장으로 들어가려는 남자의 어깨를 동하가 힘주어 붙잡았다.

“여어~ 친구! 이런 곳에서 다시 만나는군?”

“누구세요? 저를 아시나요?”

어리둥절해 하는 남자의 마스크를 벗기며 동하가 씨익 웃었다.

“리길상, 역시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구나.”

“이런 씨발……!”

뿌드득 이를 갈아붙이는 리길상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동하가 함께 입국장 안으로 들어갔다.

“기왕 이렇게 된 거 같이 한국으로 돌아가자. 내가 친절하게 경찰서까지 데려다줄게.”

“으아아아! 강동하, 이 지긋지긋한 간나새끼야! 제발 내 인생에서 사라지라우!”

악다구니를 지르는 리길상을 데리고 동하가 유유히 입국장 안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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