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문제많은 아카데미의 부적술사-4화 (4/62)

〈 4화 〉 입학식 (3)

* * *

어둡다.

그것이 내가 눈을 떴을 때 처음 느낀 감상이었다.

'여기는 어디야?'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주변은 마치 아무런 빛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이 어둠밖에 없는 공간이었다.

일단 일어서보려하였지만 어찌 된 일인지 이 공간에서는 균형감각을 잡을 수 없어 일어서지 못하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자 나는 그냥 아까 전에 있었던 능력평가를 다시 떠올렸다.

'리아 덕분에 마나를 느낄 수 있었지.. 깨워준 보답으로 그걸 알려주다니. 나중에 고맙다고 해야겠다.'

리아에게 나중에 감사인사를 전달하기로 한뒤, 아까 전에 있던 상황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나저나 방금 능력평가를 했을 때 내 몸이 마음대로 움직였었지..'

리아에 조언으로 마나를 깨우치자 머릿속에 어떠한 목소리가 들려오며 내 몸은 내가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움직이며 능력까지 사용하였다.

마치..

"마치 누군가 나를 조종하는 것처럼?"

나는 갑작스레 들려오는 소리에 몸을 흠칫 떨었고 몸을 소리가 들려온 방향인 뒤를 향해 돌렸다.

소리가 난 곳을 향해 몸을 돌리자 눈에 보이는 것은 빛으로 이루어진 사람형체에 무언가였다.

그 형체는 나를 향해 다가왔고 내 맞은편에 편히 앉았다.

"음.. 안녕하세요? 저번에는 메시지로만 대화를 했으니까 실물을 직접 보는 건 지금이 처음이네요."

"메시지?"

눈앞에 사람형체가 말한 메시지에 나는 눈앞에 있는 사람형체에 정체에 관해 알 수 있었다.

"혹시, 작가?"

"맞았어요! 저는 당신이 들어와 있는 이 소설을 만들어 낸 작가입니다!"

"........"

나는 이 눈앞에 작가가 나를 이곳으로 오게만든 장본인이라는 것을 깨닫고 분노를 표출하였다.

"야 이 작가 새끼야, 니가 뭔데 나를 마음대로 소설 속에 집어넣고 지랄이야?"

내 분노를 들을 작가는 자기 뺨을 살살 긁으며 웃었다.

"하하하, 역시 17살이라 그런지 욕설이 찰지네요."

"뭐? 찰져? 미쳤냐?"

"에이.. 그렇게 화내지 말아 주세요. 그쪽이 먼저 저한테 뭐라고 했잖아요."

"하?"

"그쪽이 먼저 제 소설에 불만 가지셨잖아요. 이게 말이 되는 거야? 전개가 왜 이래? 이러면서요."

"아니 그건.."

작가가 슬픈 목소리로 내가 했던 말을 하자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래도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아무리 그래도 갑자기 사람을 소설 속에다 넣으면 어떡해?"

"헤헤.. 사실 제가 생각해도 좀 충동적이긴 했네요."

"그리고 저번에도 말했지만 불만은 부가적인 요소고 그냥 매일 읽어주신 감사함에 초대한거긴해요."

뿌드득..!

누구는 이렇게 심각한데 해맑게 웃으며 이야기하는 작가의 모습을 보니 이가 갈린다.

"후.. 좋아. 그럼 날 돌려 보내줘."

나는 작가를 만나면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을 하였다.

"날 마음대로 넣었으면 꺼내줄 수도 있지?"

"......."

"...야?"

작가가 침묵하자 나는 깊은 불안함을 느꼈다. 아닐까 다를까

"죄송해요.."

내가 생각했던 답이 나오고 말았다.

"그.. 제가 마음대로 넣은 건 맞는데요. 꺼낼 수 있는 조건이 이 소설을 해피엔딩으로 만드는 거예요.."

"뭐?"

"헤피엔딩이 소설을 나갈 수 있는 조건이에요.."

이 소설을 해피엔딩으로 끝내라고? 졸업식날 마계문이 열리면서 서서히 세계가 멸망하는 걸 지켜내라고? 나보고?

나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작가를 바라보았고 작가는 내 시선을 피했다.

아.. 나는 망했구나.

그때 작가는 무엇인가가 떠오른 듯이 아! 하는 소리와 함께 나를 쳐다보았다.

"졸업식날 마계가 열리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죠?"

나는 작가에게 무엇인가 생각이 있다는 것을 느꼈고 서둘러 고개를 끄덕거렸다.

"졸업식날 마계가 안열리게 하는 법이 있어요."

"마계가 열리게 된 계기는 작중에 나온 마족과 마인들이 강우진과 아이들에게 퇴치되면서 남겨진 사기가 모이고 모여서 열리게 된 거예요."

사기? 원작에서 사기라는 내용이 나왔던가?

내 표정을 본 작가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나왔다.

"그쪽이 사기를 모르는 것도 이해가 되요. 사기는 원작에서 다뤄지지 않은 내용이니까요."

작가는 게속해서 설명을 이어나갔다.

"사기란 [죽을 사],[기운 기]이 두게가 합쳐진 거예요. 말그대로 죽은 자의 기운이란 거죠."

"즉, 마족들과 마인들은 사기를 가진 존재라는 거죠."

마족들과 마인들에게서 나온 사기가 마계를 연거라면...

"그럼 그 사기라는 것을 어떻게 없애?

그 사기를 없애는 것이 방법일 것이다.

작가는 웃으며 나를 가리킨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어느새인가 내 손에 쥐여져 있는 부적을 가리켰다.

"그 부적으로 사기를 흡수하세요. 흡수하는 한자는 [마실 흡]이에요."

나는 작가에 말을 듣고 이 소설에 멸망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라는 생각보다 먼저 한가지 생각이 들었다.

"야.. 그럼 내가 마족이나 마인들이 퇴치당하는 곳에 있어야 된다는 거네?"

"네! 정확히 말하면 퇴치하는 것이지만 말이에요."

"아, 참고로 온 세상에 있는 마족들이나 마인들을 퇴치하실 필요 없이 소설에 나왔던 마족이나 마인들만 퇴치하셔도 돼요! 간단하죠?"

"......"

내가 아무 말없이 작가를 쳐다보자 작가는 불안한 듯이 몸을 떨었고 빠르게 말을 이어나갔다.

"참고로 아까 능력평가때는 제가 직접 몸을 움직이고 능력을 쓴 거예요. 능력을 쓰는 방식을 알려드린 거죠."

나는 게속해서 작가를 무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당신도 아까 제가 하던 것처럼은 그냥 하실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어.. 또.. 히..힘내세요!"

작가는 도망치듯 말을 서둘렀고 그 말과 함께 작가는 손을 튕겼고 작가의 모습이 사라지며 공간이 붕괴했다.

***********************

능력평가가 끝난 후 칼리스는 기절했던 에르문을 보러 보건실로 향했다.

보건실 문을 열자 보건선생인 레일라가 나를 향해 인사를 건넨다.

"칼리스, 아까 쓰러진 학생 보러온거니?"

"그렇습니다. 상태는 어떻죠?"

"그냥 단순하게 잠시 의식을 잃은 거 뿐이야. 왜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괜찮다는 말을 듣고 안도를 하였고 침실로 들어가 침대에 누워 있는 학생, 에르문을 바라보았다.

에르문은 침대에 누워서 편안히 자고 있었다.

"능력을 쓰고 나서 평가가 끝나자마자 쓰러지다니.. 뭐가 문제지."

능력평가때는 마치 나를 죽일 듯이 움직였으면서 갑자기 쓰러지니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그나저나 마나도 처음 써 보는 느낌이었지 아마.."

마나를 다루지 못해서 당황을 하는 에르문에 모습이 떠올랐다.

"하지만 능력을 쓰는 것을 보면 또 수준급이었는데 말이야."

능력평가를 하던 때에 그 움직임과 능력사용은 이미 학생 수준이 아니었다.

"뭐 그건 그렇고 그때 마지막 공격은.. 나조차도 당황했었지."

"내가 마치 공격을 막고 훈수를 둘 것이라는 확신을 가진 훼이크공격, 그리고 마지막에 공격범위를 늘린 기습공격까지.."

칼리스는 그러면서 자기 뺨에 얇고 짧게 베인 상처에 손을 갖다댄다.

'나에게 상처를 입힌 학생이 5명이나 되다니, 이번 학생들은 상당히 재미있군'

그렇게 칼리스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자기 주머니에서 하나의 구체를 꺼내어 자는 에르문 곁에 두고 보건실을 빠져나왔다.

칼리스는 보건실에서 얌전히 잠들어 있는 에르문을 떠올리며 복도를 걸어나갔다.

'앞으로에 성장을 기대하지.'

*********************

아까와는 달리 나를 포근하게 지탱하는 감촉에 눈이 자연스레 떠졌다.

눈을 뜨자 보이는 건 하얀색천장이었다.

'익숙한 천장이­'

"음? 일어났니?"

감히 내 드립을 끊은 사람이 누구인지 누운상태로 고개만 돌려서 확인했다.

나를 방해한 사람은 하얀색 티에 청바지를 입고 겉에는 의사가운을 걸친 금발에 여자였다.

"이제야 일어났구나. 참! 나는 보건선생님인 레일라 히리아스라고 해. 편하게 레일라쌤이라고 부르렴."

자신을 레일라라고 소개한 여인은 이 아카데미의 보건선생이다.

평소에도 학생들에게 친숙한 분위기를 이끌어내서 인기가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레일라는 7급에 힐러였다.

"안녕하세요. 레이라선생님. 실례지만 지금이 몇 시인지 아시나요?"

"레일라쌤이라 부르라니까.. 지금은 3시57분이란다."

'3시57분? 도대체 몇 시간을 기절한 거지?'

나는 내가 이렇게 오랫동안 누워 있었는지 혼란스럽게 생각을 하던 중 레일라가 내가 있는 침대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알려 주었다.

"우선 능력평가에서 쓰러진 너를 칼리스가 대려왔어. 분명히 능력평가인데 사람이 기절한 상태로 와서 엄청 놀랐다니까?"

"그리고 칼리스는 너를 나한테 맡기고 능력평가를 게속해서 진행하러 갔어."

"능력평가가 끝나고 3시쯤에 칼리스가 다시 찾아왔고 너한테 뭔가를 줬는데 찾았니?"

무엇인가를 줬다는 말에 나는 내 침대 주변을 둘러보다가 내 배개옆에 있는 동그란 물체를 찾을 수 있었다.

"아! 그건 영상기록장치야. 그거에 마나를 주입하면 영상이 나올 거야."

"그 영상은 아마 능력평가가 찍힌 영상아닐까? 다른 애들은 서로의 능력을 아는데 너만 모르니까 아마 칼리스가 가져온걸거야."

나는 영상기록장치를 보다가 레일라에게 슬슬 일어나서 집을 갈 수 있냐고 묻자 레일라은 흔쾌히 가라고 허락을 하였다.

"치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야! 애초에 잠시 기절해 있어서 뭐 치료할 것도 없었으니까 말이야."

"참! 이것도 가져가렴."

레일라는 가운 주머니에서 막대사탕을 꺼내어 나의 손에 쥐여 주었다.

"단거 먹고 기운차리렴."

"감사합니다."

나는 감사 인사를 마치고 보건실에서 빠져나와 사탕을 먹으며 밖으로 나와 기숙사를 향해 걸어갔다.

고개를 드니 하늘에는 노을빛이 가득했고 나는 아까 작가와 만났던 일을 회상하며 걸어갔다.

'내가 살 수 있는 법은 사기를 흡수하는 것뿐이야.'

'이렇게 된 이상.. 어떻게 해서라도 해피엔딩으로 만들어봐야겠네.'

그렇게 나의 목표가 확실하게 잡히게 되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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