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문제많은 아카데미의 부적술사-18화 (18/62)

〈 18화 〉 경매장 습격사건 (3)

* * *

해가 뜨기시작한 이른 아침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알람도 울리기 전인 이른 시간.

나는 비몽사몽도 하지 않은 채 내 침대 아래에서 잠을 자는 시울을 깨웠다.

"야, 일어나."

"으음.."

시울이 일어날 기미가 안 보이자 나는 시울을 깨우는 것을 포기하고 아침 식사를 차릴 준비하였다.

아침이라고 해도 편의점에서 산 음식들을 데우거나 합치는 거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한 아침 식사가 되었다.

나는 주먹밥을 야금야금 먹으며 달력을 확인했다.

달력에는 오늘날짱니 3월27일에 빨간색 펜으로 크게 별표가 쳐져 있었다.

"드디어 오늘이네."

오늘 저녁 아카데미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경매가 열릴 예정이다.

그곳에는 내가 얻어야 할 아티팩트와 또 내가 막아 내야 할 어떠한 인물이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큰 문제점은..

"그 사람이 뭐 하는 사람인지를 모르겠단 말이지."

경매를 망치는 사람의 능력은 나와 있지만 그에 대한 정체는 알려져 있지 않았다.

실제로 경매장을 혼란스럽게 한탓에 사람들을 구하느라 못 잡은 것도 있고 말이다.

내가 생각을 내치고 씻고 교복을 입고 나갈준비하자 시울이 졸린 듯 내게 다가왔다.

"지금가는 건가?"

"응. 시울, 피곤해?"

"그걸 말이라고 묻는 것이냐?"

내 질문에 시울은 나에게 소리치며 노려보았다.

"훈련, 훈련, 훈련, 또 훈련!! 계속해서 훈련만 하는데 피곤하지 않겠느냐?"

"음.. 그런가?"

나는 시울의 말에 시울과 지냈던 시간들을 회상해 보았다.

'밥 먹고 훈련 그리고 휴식, 밥 먹고 훈련 그리고 휴식, 밥 먹고.. 음.. 좀 심했네.'

나는 시울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오늘까지만 힘내자. 오늘 이후로는 훈련량을 좀 줄일 거니까."

나는 그 뒤로 아카데미로 향했다.

"안녕!"

나는 기숙사에서 최대한 편히 쉬다가 시간에 딱 맞추어 반에 도착한 후 아이들에게 인사했다.

그리고서는 자리에 앉은 후 시울을 책상에 올린 후 그 옆에 몸을 기대누었다.

그러더니 네이드가 내게 물었다.

"에르문, 피곤해?"

"..왜?"

"그야 이렇게 오자마자 누워 있는적은 처음이니까."

"아."

생각해 보니 오늘을 제외한 지난날들은 이렇게 누운 것이아닌 항상 무엇인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아침에는 체력을 아낄까 해서 말이야."

"그래?"

"나도 오늘은 아침에 체력 좀 남겨놀까?"

네이드는 그 말하고선 나처럼 똑같이 책상에 몸을 엎드려 나를 바라보며 배시시 웃었다.

"풉."

나는 네이드의 그 모습에 자동으로 웃음이 나왔고 나와 문이준은 서로 웃었다.

­­­­­­­­­­­­­­­­

그 뒤로 아카데미에 수업이 전부 끝난 후 나는 시울을 데리고 밖으로 향했다.

­어딜가는 거지?­

­우리가 오늘 가야 할 곳은 경매장이야.­

­그 경매장은 익명으로 경매를 진행하므로 정체를 숨길 가면을 사러 가고 있는 거야.­

­그래서 사러 온곳이... 여긴가?­

시울은 작아진 채로 내 셔츠 앞주머니안에 들어가 있었다.

그러니 시울의 얼굴은 보지못하지만 시울의 당황스러워하는 얼굴이 상상된다.

시울이 당황스러워할 만하다.

왜냐하면 길거리에서 물건을 파는 길거리상인에게로 왔기 때문이다.

내가 다가가자 상인은 나를 눈치챘는지 바로 말을 꺼냈다.

"무엇을 살 거지?"

나는 그 말을 듣기만 하고선 물건을 살펴보았다.

­어이, 좋은 게 아무것도 없는 거 같은데.­

­가만 있어 봐.­

따지는 시울을 잠시 얌전하게 만든뒤 계속해서 물건을 살피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길거리 상인을 노려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음.. 혹시 딴거 없어?"

"여기 있는 게 전부다."

"살 거 없으면 그냥 가라."

나는 그 상인을 보며 생각했다.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나는 속으로 웃음을 짓고 말했다.

"그래? 그러면.. 혹시 도깨비보따리가 어디 있는지 알아?"

내가 도깨비보따리라는 말을 꺼내자 상인은 아주 미약하게 몸을 흠칫 떨었다.

물론 나는 이 말을 하기 전부터 상인을 자세히 보고 있었기에 놓치지 않았다.

상인이 고개를 숙이고선 말했다.

"도깨비 보따리는 왜 찾는 거지?"

"글쎄? 그래서, 어디 있는지 알아?"

"모른다."

'모른 척 하시겠다?'

"그래? 그것도 모르고.. 무능하네."

"하?"

"왜? 맞는 말이잖아. 길거리 상인들은 소문을 가장 많이 접하는 사람인데, 도깨비 보따리도 모르면 무능한 거지 뭐겠어?"

"장난하나? 당연히 모르는 척이지."

"그리고 너 뭔데 아까부터 반말이지?"

상인은 내가 무능하다고 말한 것 때문에 화가 났는지 나를 신경질적으로 대하기 시작하였다.

'걸렸네.'

"그야.. 나보다 어린놈한테 존댓말을 할 순 없잖아?"

"..!"

상인은 내 말에 크게 당황하였다.

나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서 게속 말을 이어나갔다.

"야, 내가 모를줄 알았어?"

"너의 그 말투, 소리의 높낮이, 그리고 사소한 도발에 쉽게 걸려드는 것까지."

"너무 티가 나는 거 아니야?"

"헉!"

상인은 정곡을 찔렸는지 뒤로 몸을 주춤했다.

뒤에는 벽이 있어서 별로 가지도 못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 다행이다, 아직 어려서 쉽게 속았네.'

내가 방금 전 상인에게 한 말들은 전부 거짓말이었다.

나는 소설 속내용에 따라서 도깨비 보따리를 가지고 있는 아이를 찾아왔을 뿐이다.

사실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아서 좀 못 찾을 줄 알았지만 상인의 모습을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어딘가 안절부절해 보이는 모습, 오래앉아 있지못해서 몸을 약간씩 떠는 모습, 약간 어쩡정하게 허세를 잡은 모습, 그리고 턱에 붙인 가짜수염.

너무 딱 들어맞아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아무튼.

나는 상인에게 가까이 붙으며 손을 수염에 가져다 대었다.

"그러니까.. 변장은 없애고 천천히 말을 해볼까?"

나는 그대로 수염을 잡은 뒤 가짜수염을 뽑았다.

"악!"

그리고서는 입고 있던 외투와 모자 같은 것들을 벗겨냈다.

그러더니 눈에 보이는 것은 15살 정도로 보이는 소년이었다.

아, 물론 그 안에 본인 체형에 맞는 옷을 입고 있었다.

"아으으.."

"야, 얼굴 좀 들어 올려 봐."

내 말에 순순히 소년은 얼굴을 들어 올렸다.

갈색눈, 갈색 머리카락, 그리고 약간 귀여운 얼굴. 확실하다.

이 녀석이 내가 찾고 있던 상인이 분명했다.

나는 이 소년과 이야기하기 위해 몸을 낮추어 눈높이를 맞추었다.

"음.. 일단 이름이 뭐야?"

"저.. 저는 레리오라고 해요!"

"그래, 레리오.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너가 도깨비 보따리가지고 있지?"

"아..아니요."

'끝까지 거짓말이네?'

레리오는 가지고 있지 않다고 했지만 나는 가지고 있다고 확실했다.

레리오는 나중에 반즈에게 도움을 받아 그 은혜로 도깨비 보따리를 이용해서 각종 물건들을 지원해주곤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소설 속 대화에서는 레리오는 도깨비 보따리를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에이~ 내가 너가 가지고 있다는 거 알고왔는데?"

"도대체 누가..!"

"그건 비밀이지."

"그리고 내가 원하는 건 도깨비 보따리가 아닌 그 안에 있는 내용물이야."

"내용물이요?"

"그럼. 도깨비 보따리 자체를 가지고 있으면 당연히 좋겠지만. 나는 내용물만 있으면 충분해."

"으으.."

내 말에 레리오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도깨비 보따리자체가 중요하지, 그 내용물은 언젠가는 다시 만들 수 있으니까 말이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 쇄기를 꽂아볼까?'

"거기다가 말이지? 신고 안해줄게."

"네?"

"신고 말이야. 신고."

"너 여기서 상인짓하고 있으면 안 되잖아?"

"..!!"

"본래 도깨비보따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상인짓을 하고 있으면 모든 길거리 상인들의 타깃이 되는 거지."

"않그래?"

"..!!!"

도깨비 보따리를 가진 사람이 상인짓 하면 당연히 매출이 다른 사람들은 적어지고 가진사람이 월등히 많아지기 때문에 길거리 상인들의 암묵적인 룰이 만들어졌다.

그런 점에서 레리오는 룰을 어기고 있는 게 된다.

아마 여기서 신고하면 레리오는 도깨비 보따리를 누군가에게 강탈당하거나 죽을 것이다.

이것가지고 죽이는 게 말이 되냐고 할 수 있지만 그만큼 도깨비 보따리는 좋은 물건이기 때문이다.

"근데.. 왜 말은 안해?"

'물론 말을 안 하고 움찔거리는 것도 재미있긴 하지만.. 슬슬 시간도 없으니 빨리해야지.'

"말하는 게 좋을껄?"

"죄.. 죄송합니다다다다다다다다다!"

"그래. 자, 이거 읽어봐."

나는 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서 레리오에게 주었다.

"이건?"

"계약서. 읽어보고 마음에 들면 싸인해."

"네."

내가 준 계약서는 레리오를 위해 훈련 시간이 아닐 때 조금씩 만들어둔 계약서이다.

내용은 이렇다.

1. 갑(에르문)은 을(레리오)가 갑에게 '도깨비 보따리'를 준다면 을의 사기행각을 지나친다.

2. 을은 갑이 원할 때 언제든지 도깨비 보따리에서 원하는 물건을 꺼내주어야 한다. (없으면 안줘도 된다.)

3. 갑은 을이 위험하면 지켜준다.

4. 을은 다른 누구에게도 '도깨비 보따리'를 넘기지 않는다.

5. 을은 다른 누구에게도 '도깨비 보따리'를 소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

"어때?"

레리오는 아무런 말 없이 품에서 펜을 하나 꺼내어 계약서에 싸인했다.

'하긴. 너무 좋은 계약이긴 하지.'

"여기요.."

레리오는 계약서와 펜을 나에게 주었고 나는 남은 칸에 내 싸인을 하였다.

그러자 계약서는 2개로 복제가 되었다.

나는 그중 하나를 레리오에게 주었다.

"자, 이제부터 우린 비지니스 사이인 거다?"

"넵."

"참! 그런데 도깨비 보따리 능력이 뭔지는 아세요?"

"당연하지. 도깨비 보따리에 물건을 넣으면 그 물건에 능력이 부여돼서 나오는 거잖아?"

이것이 사기급 템이라고 불리는 도깨비 보따리의 능력이었다.

물론, 안 좋은 능력이 걸릴수도있어서 일종의 도박이지만 말이다.

거기다가 능력을 얻을라면 1달 동안 넣어나야 된다는 페널티도 있다.

"자.. 그럼 첫 번째 물건을 좀 부탁할게."

"우선 그전에 도깨비 보따리안에 있는 가면들 능력좀 읊어봐."

"잠시만요."

"제가 가지고 있는 가면들은 차례로 기척은폐, 배리어, 투척, 천개의 얼굴, 그리고.."

"스톱."

"네?"

"천개의 얼굴능력이 있는 가면을 줘."

"아. 넵."

레리오는 어딘가로 손을 뻗너니 그곳에서 가면하나를 들고나왔다.

"여기요."

그 가면은 아무것도 없는 흰색 가면이었다.

"고마워."

그래도 나는 이 가면을 무척이나 원했다.

"그러면 나중에 보자?"

"네. 다음에 봬요!"

"그래그래."

나는 곧바로 그 자리를 벗어났다.

나는 흰 가면을 얼굴에 썼다.

그리고서는 능력을 발동시켰다.

"[천개의 얼굴]."

그러더니 가면이 조금씩 움직이더니 어느새인가 흰색 가면이었던 것이 검은색에 예쁜 장신구들이 붙어 있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가면으로 변하였다.

이 천개의 얼굴은 천가지의 얼굴로 변할 수 있는 능력이다.

가면에 이 능력이 붙었으니 천가지의 가면으로 변할 수 있는 능력이 되었고 말이다.

"그럼.. 슬슬 가 볼까?"

나는 그대로 목적지인 경매장으로 향했다.

오늘은 유독 달이 예뻐 보이는 밤이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