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화 〉 교류전 준비 (1)
* * *
종례가 끝나 아이들이 전부 흩어진 후.
나는 교실에 남아서 칼리스와 1대1면담 중이다.
칼리스는 내 옆에 앉은 채 나에게 물었다.
"내가 너를 왜 남겼는지 알고 있나?"
"쓸 수 있는 힘이 줄었는데 그걸 비밀로 해서 던전에서 위험했습니다."
"그리고?"
칼리스는 눈하나 움직이지 않고서 말했다.
아마도 내가 스스로 무엇을 잘못했는지 깨닫게 하면서 반성하도록 만드는 것일거다.
그리고 나는 이럴 때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손을 주무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당당히 말하는 것보다 약간 침울하게 말하는 게 더 자신이 잘못했다고 느끼고 있음을 알려주거든.
"그럼 에르문, 너는 왜 그 사실을 숨긴 거지?"
칼리스는 내 대답에 고개를 한번 끄덕인 후 다시 질문하였다.
숨긴 이유라...
"던전 속에서 나오는 영약이나 아티팩트를 얻고 싶었습니다."
나는 고민 없이 던전에 힘이 줄어든 것을 숨긴 이유를 말하였다.
칼리스는 내 말을 듣더니 잠시 아무 말이 없다가 내 얼굴을 손으로 잡은 후 자기 얼굴과 마주 보게 만들었다.
"그게 이유인가?"
"네."
"....."
칼리스는 계속해서 내 눈을 바라보았다.
마치 거짓말하지 말고 진실을 말하라는 것처럼.
하지만 나는 그 눈빛에 지지 않았다.
왜냐? 영약이나 아티팩트를 얻고 싶어서 힘을 숨긴 게 맞으니까.
그렇게 나 또한칼리스의 눈을 피하지 않고 마주 보았고.
그렇게 몇 초 후 칼리스는 한숨을 쉬며 나를 놓아주었고 나에게 말하였다.
"그래, 알겠다. 이만 가보도록."
칼리스가 이렇게 쉽게 가게 한다고..?
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가라고 했으니 자리에서 칼리스에게 인사를 한 후 교실 문으로 향했다.
교실 문을 열기 위해 손을 뻗은 그 순간.
탁!
나는 뒷목에 강한 충격을 받으며 기절했다.
****************
칼리스는 에르문을 기절 시킨 후 에르문을 들어 올린 채 어딘가로 향했다.
칼리스가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보건실.
에르문을 들고 있느라 양손을 사용못하기에 발로 보건실 문을 열자 레일라가 막대사탕을 먹으며 자신을 보고 있었다.
레일라는 사탕을 쪽쪽 빨며 자신과 에르문을 한 번씩 보더니 한숨을 쉬며 입에 있던 막대사탕을 빼고 막대사탕을 든 채 침대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에 올려놔."
자신이 에르문을 침대에 올려놓았을 때 레일라가 반대편에서 에르문을 훑어보면서 말했다.
"이번엔 무슨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칼리스, 너가 기절시켜서 이렇게 된 거 같은데, 맞니?"
"예, 맞습니다."
레일라는 순순히 인정하는 자신을 보고선 잠시 어이없어하더니 나에게 물었다.
"왜? 그쪽이 기절시켜 놓고선 여기서 치료하라고?"
레일라가 저렇게 말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왜냐하면 레일라는 아이들이 다치는 것을 싫어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은 에르문을 기절시킨 이유가 있었기에 당당히 말했다.
"에르문, 지금, 이 녀석은 왜인지 모르지만 사용 가능한 힘이 3/4가 줄었습니다. 그러니 원인을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아.. 그것 때문에 이렇게 애를 기절시켜서 데리고 온 거야?"
"예, 그렇습니다."
"혹시나 해서 묻는 거지만.. 혹시, 에르문한테 아무 말도 없이 기절시킨 거니..?"
"그렇습니다."
자기 대답을 들은 레일라는 잠시 입을 벌리며 멍하니 있다가 그대로 한숨을 쉬며 나에게 손가락질하며 단단히 말했다.
"잘 들어.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마."
"내 능력을 위해서 기절시켜야 하는 건 맞지만 아무 말도 없이 학생들을 기절시키는 건 금지야."
"알겠어?"
자신에게 화를내는 레일라의 표정을 보니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주의하겠습니다."
"후.. 일단 한번 확인해볼게."
레일라는 심호흡을 한번 한 뒤 에르문에 이마위에 두 손을 모으고 고요히 말했다.
"[보이거라, 생명의 흐름이여]"
[보이거라, 생명의 흐름이여]는 레일라의 기술 중 하나로서 기술을 사용한 사람에 신체를 매우 자세히 살펴볼 수 있고, 물론 마나의 흐름이나 질, 양 그리고 주술이나 저주같은 것 또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기술을 사용할 때 신체속을 온전히 살펴보는 것이기에 기술을 받는 사람에 정신이 있는 상태에서는 뇌에 매우큰 충격을 주기에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그렇기에 아까 전 에르문을 기절시킨것이다.
그리고 아까 레일라의 말대로 말하고 기절시킬 수도 있었지만, 그동안 자신이 봐 왔던 에르문을 생각했을 때, 가차 없이 거절했을 것이다.
기절했을 때 무슨 짓을 하려고요?
누가 제 신체를 살펴본다니.. 전 그런 취향이 아닙니다만?
기절당할 때 아파서 싫어요.
이런 이유들을 대면서 말이다.
역시 다시 한번 생각해도 말없이 에르문을 기절시킨 것은 정신적으로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후우.. 끝났어."
마침, 레일라가 에르문에 검사를 끝냈다.
"어떤 상태죠?"
자신의 질문에 레일라는 아무 말없이 고민하다가 딱 한마디를 꺼냈다.
"모르겠는데?"
"네?"
아니, 방금까지 살펴보지 않았나?
그런데 모르겠다고?
"왜 모르시겠다는 겁니까?"
"음.. 확실히 왜 마나최대량이 줄어든 건 알겠어."
"마나란 게 뇌에서부터 흘러나오는 거잖아?"
"그리고 그 마나를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향하게 하기 위해선 심장을 거쳐야하고."
"그런데 지금 에르문에 상태를 살펴보면 그 심장안에 마치 무엇인가가 막같이 있어 마나를 일정이상 모이지 못하도록 하고 있어."
"그런데 중요한 건 그 막을 구성하는 것이 뭔지 모르겠다는 거지."
마나가 일정이상 모이지 못하도록 하는 무엇인가가 심장에 있다라..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레일라에게 물었다.
"저주나 낙인일 가능성은 어느 정도입니까."
누군가가 특정인물에게 피해를 입히고 싶을 때 사용하는 저주.
아티팩트나 제물을 이용하여 특정인물에게 평생 제약을 걸어놓는 낙인.
이 두 개 중 하나라도 에르문에게 걸려 있다면 꽤 위험하다.
왜냐하면 누군가가 에르문을 특정짓고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아챈 레일라는 안심하라는 듯 칼리스에게 편안한목소리로 말했다.
"다행히도 그런 쪽은 아니야."
"그리고 아까 말을 다 안 했는데, 마나를 일정이상 모이지 못하게 하는 막이 어림잡아서 2일후면 없어질거야."
"아까 살펴볼 때 막에 금이 가 있어서 계속해서 이 상태를 유지하면 2일후에는 완전히 깨져 버려서 원래대로 돌아올 거라는 소리지."
"다행이군요."
하지만 아직 궁금한 것이 남아 있었다.
"아까 전 저주나 낙인이 아니라고 했는데, 어째서입니까?"
자신이 알기로 마나최대량을 줄이는 것을 특정인물에게 거는 것은 저주나 낙인에 한 종류로 알고 있었다.
실제로 저주로 인해서 마나최대량이 줄어든 사례도 존재하고 말이다.
"저주나 낙인이 걸려 있다면 몸 안에는 아주 조금이라도 흑마법의 기운이 존재해야 해."
"하지만 에르문의 몸 안에는 조금에 흑마법의 기운도 없어."
"그러므로 저주나 낙인이 아니라고 판단한 거다."
레일라에 말을 들은 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을 본 레일라는 한번 웃더니 아 참!하고 내게 물었다.
"5월의 열리는 교류전에 나갈 학생들은 생각했니?"
"다음 주나 다다음 주 쯤에 나갈 학생들을 뽑을 생각이었습니다."
내 말을 들은 레일라는 허리에 손을올리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혹시나 해서 미리말하지만 뽑는 과정에서 심하게 다쳐서 나에게로 안오길 빌게."
"만약, 다쳐서 제게 오는 학생이 있다면.. 말 안 해도 알지?"
아까와 같이 무언의 압박이 느껴졌지만 다치는 학생이 안 나오게 한다라..
칼리스는 잠시 자기 반 아이들을 생각해 보았다.
반즈, 이르벨, 리아, 네이드, 에르문, 그리고 다른 학생들 또한 전부 실력이 좋은 학생들이었기 때문에 자신이 생각한 뽑는 과정을 생각해 보니 아무리 생각해도 안다치는 것은 불가능할 거 같았다.
"다쳐서 오는 학생들은 없도록 최대한 노력해 보겠습니다."
"응, 최대한 노력해."
레일라는 에르문이 누워 있는 침대옆에 있는 간의 의자에 앉은 채 말했다.
"그리고 이번 교류전은 재미있을 거 같던데?"
"무슨 말씀이시죠?"
레일라는 주머니에서 우유 맛사탕을 꺼내 입에 물고선 손가락을 2개 펼치며 말했다.
"우선 첫 번째, 이번 1학년이 꽤 강해서 2학년이랑 싸우는 게 기대가 되는 것."
"그리고 두 번째, 여기 누워 있는 에르문 에파치아랑 2학년에 유진 마르피아가 교류전에서 한판 붙을 거 같거든."
에르문과 유진 마르피아가 싸운다고?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습니까?"
"너도 유진 마르피아가 자신이 흥미롭게 생각하는 학생과 따로 싸움을 하는 건 알고 있지?"
"설마.."
"너가 생각하시는 설마가 맞을 거야."
"28일에 우연히 유진이 에르문과 같이 자기 기숙사로 들어가는 것을 봤거든."
같이 기숙사로 들어갔다라..
"하지만 에르문은 현재 자기 힘이 줄어든 것을 알았기 때문에 싸움을 받아드리진 않았을 텐데요."
레일라는 계속해서 우유 맛 사탕을 음미하며 말했다.
"아마도 하연이 막은 거 같아. 하연이 자기 무기를 들고 유진의 기숙사 반대편 건물로 올라가는 것을 봐버렸거든."
"그리고 에르문이 빠르게 밖으로 빠져나온걸 생각하면 아마도 싸우지 않았고 어떠한 거래한 거겠지."
"그 거래가 바로 교류전일 테고."
칼리스는 그 말을 듣고 나서 궁금하다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에르문이 교류전에 나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거 아닙니까?"
"그것도 그렇지만 유진이 에르문을 기숙사까지 데리고 간걸 보면 실력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 아닐까?"
두 사람은 유진이 에르문에게 관심이 갔던 이유가 '달이 추락한 숲'에 지도때문인 것을 모르기에 확실하게 생각하진 못했다.
"뭐, 알아두라고 말한거니까 큰 신경쓰지마."
"이제 슬슬 에르문이 깨어날 테니 돌아가."
"자신을 아무 말도 없이 기절시켰다고 하면 딱 봐도 화낼 거 같거든."
레일라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 후 보건실 문을 열었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응, 너도 수고해."
그 말을 끝으로 칼리스는 보건실을 나왔다.
"교류전에서 에르문과 유진이 붙는다라.."
칼리스는 에르문과 유진이 싸우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재밌겠군."
상상해 본 결과 그 둘이 싸운다면 재미있을 거 같았다.
물론, 에르문이 교류전 멤버로 뽑혔을 때에 이야기지만 말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