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화 〉 교류전 준비 (2)
* * *
교실을 나가던 중 정신을 잃은 후.
내가 정신을 차린 곳은 다름 아닌 보건실이었다.
이어서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고 고개를 돌리자 보이는 것은 사탕을 물고선 나에게 손을 흔들고 있는 레일라 히리아스였다.
그리고 자연스레 뒷목에 손이갔고, 나는 지금 내가 여기에 왜 있는지 알 거 같았다.
혹시나.. 혹시나 해서 물어본다.
"칼리스 쌤이 기절시킨 거예요?"
"응!"
레일라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
혹시나 했던 내 의심은 빗나가지 않았다.
칼리스와 나만 있던 교실에서 칼리스의 눈을 피해 나를 공격할 사람은 없다.
그렇기에 자연스레 용의자는 칼리스라고 생각하였었다.
"그래서, 왜 기절시킨 건데요?"
나는 약간 불만스러운 말투로 레일라에게 물었다.
내 질문에 레일라는 입 안에 있는 사탕을 오물오물 거리며 대답해주었다.
"칼리스가 너 몸 상태 좀 알아봐달라고 해서 말이야."
"내 능력을 사용할 때 제정신이면 좀 많이 아파해서 말이야, 그래서 기절시키고 나한테 온 거야."
레일라의 말을 듣자 나를 기절시킨 이유가 납득이 갔다.
하지만 또 하나 이해가 안 되는 게 있다.
"그건 알겠어요, 그런데 왜 말도 없이 기절시켰답니까?"
솔직히, 말은 해 줘도 되는 거 아닌가?
나한테 먼저 말을 했으면 순순히 기절당했을 텐데 말이야.
내 말을 듣고 내 표정을 본 레일라는 풉하고 웃으며 내게 말했다.
"너, 지금 자신한테 말했으면 순순히 당해줬을거라 생각했지?"
"..."
뭐야, 레일라가 독심술도 사용하던가?
레일라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칼리스는 아마도 이렇게 생각했을 거야, 아마도 너는 온갖 이유를 가져다 대면서 싫다고 거절했을 거라고 말이지."
내가 그렇게까지 싫어했을 거라고?
억측이 너무 심한 거 아닌가?
아무렴. 응응.
"그래서 제 지금 몸 상태는 어땠어요?"
과연 레일라가 진단한 내 몸 상태가 어떤지 궁금해졌다.
이래 봬도 레일라는 7급 능력자이니 말이다.
"대충 2일 뒤에는 원래대로 돌아올 거 같은데?"
"그래요?"
2일이라는 시간까지 정확하게 맞추셨네..
역시 괜히 7급이 아니라니까?
"그럼, 저는 이제 슬슬 돌아가도 될까요?"
"응, 돌아가렴."
나는 레일라의 확답을 듣고 나서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침대에 오래 있어서 굳은 몸을 잠시 풀면서 레일라에게 물었다.
"제가 왜 이렇게 됐는지는 궁금하지 않으세요?"
레일라의 주 포지션은 힐러.
그렇기에 내가 지금 겪고 있는 마나관련한 문제에 대해서 궁금할 법도하다.
그런데 물어보질 않으니 오히려 내가 궁금해졌거든.
내 질문에 레일라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해주었다.
"물어 봤어도 대답 안 해 줄거잖니?"
허.. 여기 선생들은 왜 이렇게 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건데?
"뭐, 그렇긴 하죠."
내가 지금, 이러한 상황을 겪은 이유가 이 세상을 만든 작가탓이라고 말을 할 수도 없고 말이다.
아무튼, 들을 대답을 다 들었기에 나는 레일라에게 간병해주어서 고맙다는 감사 인사를 하고 보건실을 빠져나왔다.
'어휴, 아까 기절해서 잤는데도 꽤 피곤하네, 잠이나 자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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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스가 나를 갑작스럽게 기절시킨 후 2일이 지났다.
2일 동안 칼리스를 찾아가서 따지기도 했고 편하게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맛집탐방도 하고 꽤 재미있었다.
그러면서 내 마나최대량이 원래대로 돌아왔기도하고 말이다.
그런데 내 마나가 원래대로 돌아오고 난 후 며칠 지나지 않은 채 칼리스가 아침에 공지를 때려 버렸다.
"오늘 오전에는 수업을 안 한다."
그 말에 반 아이들은 좋아하였다.
'하긴, 그 지루한 수업들을 안 한다고 하면 좋아할 만하지..'
그런데 왜일까, 내 가슴이 말하고 있다.
수업을 하는 게 더 좋았을 거라고 말이다.
또한, 칼리스가 아무이유 없이 오전 수업을 안하게 할 리가 없단 말이지.
그리고 내 불안한 예상은 언제나 빗나가지 않았고, 이번에도 빗나가지 않았다.
"다음달에 교류전이 열릴 것이다."
아.. 교류전이 있었구나.
요며칠 아무 생각 없이 살아서 기억이 안났었다.
칼리스는 계속해서 교류전에 대해서 설명하였다.
"교류전이란, 1학년과 2학년이 서로 대련하는 이벤트이다."
"만약, 이 교류전에서 2학년을 이기는 사람에게는 나중에 2학기가 되었을 때 특혜가 주어질 것이다."
특혜라는 말에 우리 반에 분위기가 약간 바뀌였다.
열정으로 말이다.
칼리스는 바뀐 우리 반에 분위기를 느꼈는지 미소를 지었다.
아, 환한 미소가 아닌 무언가 계략이 있어 보이는 미소 말이다.
"참고로 이 교류전에 나가는 학생은 각 반마다 6명이다."
"그렇기에 이 6명을 뽑기 위해 오늘 오전에는 대련을 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대련을 통해 뽑은 상위 6명을 교류전에 보낼 생각이다."
"그러니, 전원 대련장으로 모여라."
칼리스는 그 말을 끝으로 교실을 나갔다.
그리고 다른 학생들도 각자 친구들과 대련장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또한 나와 애들도 발을 옮겼다.
"아~ 대련이라, 누구랑 할지 기대된다."
네이드가 걸어가며 말하였다.
그 말에 반즈가 고개를 끄덕였고 이르벨이 불안한 듯 말하였다.
"저번처럼 칼리스 선생님이면 진짜 최악일 거 같아."
"그래도 이번에는 선생님은 학생들을 전부 평가해야 되니까, 학생들끼리 하지 않을까?"
리아에 말에 이르벨은 한숨을 쉬며 '그렇게 되길 빌어야지'라며 간절히 말하였다.
그렇게 우리는 계속해서 발을 옮겼고 대련장 입구에 다다랐을 때 반즈가 말했다.
"음? 저 사람은 누구지? 1학년 중에 저런 사람이 있었나?"
반즈에 말에 고개를 약간 빼서 그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였고 내 발은 자연스레 멈추었다.
그곳엔 바다와 같은 푸른 머리를 가졌고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우리 반 애들에게 인사를 하는 사람이 있었다.
내가 발이 멈춘걸 알아차린 리아가 내게 물었다.
"음? 에르문, 안 가?"
"어?"
리아가 내 이름을 부른 것을 들었는지 입구에 있던 유진 마르피아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안녕, 후배들? 나는 2학년인 유진 마르피아라고 해."
우리에게 다가온 뒤 반갑게 인사를 하였다.
그에 애들 또한 자기를 소개하였고 각자 소개를 들은 유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후 나에게 말했다.
"에르문 후배! 오늘 열심히 해서 교류전 멤버로 뽑히길 응원할게, 화이팅!"
"전력으로 하면 할 수 있을 거야!"
그 말하면서 힘내라는 듯한 포즈를 지었다.
"하지만.. 만약에 안 뽑힌다면 내가 격려해 줄 테니까 너무 상심하지 말고!"
애들은 이런 유진에 모습에 부럽다는 듯 나를 쳐다보았다.
그래, 갑자기 선배가 와서 응원을 해주고는 심지어 안 뽑혀도 상심하지 말라고까지 해주는데 부럽다고 생각할 수 있지.
하지만 나는 유진의 말들 하나하나가 전부 다르게 들려온 건 기분 탓인가?
에르문 후배! 오늘 반드시 뽑혀서 나랑 전력으로 싸우자!
힘이 원래대로 돌아온 거 같으니 본실력을 보여 줘야 할 거야!
하지만.. 만약에 안 뽑힌다면 그냥 바로 달려들 테니 그렇게 알아 두고!
이렇게 말이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싫다는 듯이 말하면 이상하게 볼 것이 뻔하기에 최대한 떨리는 입꼬리를 참고 웃으며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열심히 해서 꼭! 뽑히겠습니다!"
나는 90도 인사를 한 후 곧바로 애들을 버리고 대련장안으로 들어갔다.
"허억허억.."
내가 심호흡하고 있자 내 뒤에서 애들이 뒤이어 걸어들어왔다.
반즈가 내게로 걸어오며 말했다.
"이야, 에르문, 좋은 선배가 있어서 좋겠다."
나는 반즈를 보았고 반즈는 진심으로 유진을 좋은 선배로 생각하는 듯했다.
'야이 멍청아, 조금 전 너희를 한번 쭉 둘러보고 웃은 거 못 봤냐? 나 다음은 너희들이야, 임마.'
만약 내가 교류전 멤버로 뽑히지 않거나 교류전에서 처참히 패배하면 유진은 애들에게 찾아갈 것이다.
나는 이 사실을 모르고 나를 진심으로 부러워하는 반즈를 보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모두 모였군."
그때 칼리스가 입을 열었다.
칼리스에 말을 들어 보니 아마도 우리가 마지막으로 들어온 것 같았다.
"그럼 지금부터 교류전에 나갈 멤버를 정하는 과정을 알려주겠다."
칼리스의 말에 모두가 집중하였다.
"교실에서 말했듯이 대련을 진행할 것이다."
"그리고 대련에 상대는 내가 아닌 너희들 중 누군가가 될 것이다."
그 말에 아무 말도 안 했지만 모두가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아, 상대가 잘 뽑히기를.
"대련상대가 누구인지는 대련하기 바로 직전에 알려줄 것이다."
"참고로, 내가 평가하는 것은 승리하는 것도 있지만 다른 외적인 것도 포함이다. 그러니 알아서들 잘해 봐라."
"바로 시작하지, 처음부터 좀 흥미진진 할 거다."
흥미진진이라.. 누가 걸릴려나.
"반즈 에스파치아, 그리고 네이드 스페라이, 올라와라."
칼리스에 호명에 반즈와 네이드는 서로 똑같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도 서로가 붙을 줄 몰랐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어느 정도 예상이 갔다.
살짝 눈만 굴려보니 리아와 이르벨도 어느 정도는 예상한 듯하였다.
A반에서 매우 강한 사람들을 뽑아보면 반즈, 네이드, 리아, 이르벨이 있다.
그런데 이런 애들을 다른 학생들이랑 붙게 하면 다른 학생이 뭔가를 보여주기도 전에 끝낼 확률이 높기에 아마도 얘네들끼리 묶을 거라고는 생각하였다.
솔직히 나는 반즈가 리아와 붙을 줄 알았지만 네이드와 붙은 건 의외였다.
아마 근접끼리 보고 싶었나보다.
내가 생각을 이어나가던 그때 칼리스가 외쳤다.
"자, 싸워라."
그렇게 반즈와 네이드의 대련이 시작하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