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화 〉 교류전 (1)
* * *
"아.. 슬슬 덥다."
5월에 따스함을 느끼며 나는 전단지를 돌리고 있었다.
갑자기 무슨 전단지냐고?
이유를 설명하자면 시간을 잠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내가 전단지를 돌리라고?"
내가 당황하며 묻자 이르벨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단지 돌리기 싫으면 말해, 다른 일도 있으니까."
"뭔데?"
"카운터보기, 테이블 정리, 또.. 설 ㄱ"
"역시 나는 전단지를 돌리는 게 맞는 거 같아."
나는 이르벨이 가져온 전단지 뭉치를 잽싸게 낚아챘다.
이르벨은 잠시 황당해 있더니 풉하고 웃으며 말했다.
"참고로 전단지 다 돌릴 때까지 못 쉬는 거 알지?"
"뭐?"
"난 간다!"
"야!!"
이르벨이 잽싸게 도망치자 나는 쫓는 것을 포기하고 지금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전단지 돌리는 건 쉬우니까 다행이라고 생각해야지.."
우선 전단지를 돌리기 전에 어느 정도 퀄리티로 만들어졌나 확인을 해보기로 했다.
"오."
전단지를 확인해보니 반 점포인 카페에 잘 어울리게 만들어놓았다.
"퀄리티도 확인했으니.. 슬슬 돌아다녀 볼까?"
그렇게 현재의 내가 된 것이다.
나는 빠르게 일을 끝내기 위해 다른 1학년 반이 운영하고 있는 점포, 2,3학년이 운영하고 있는 점포를 돌아다니며 전단을 돌렸다.
"음, 만족스럽네."
나는 어느새 다 돌려 사라진 전단지를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물론 다른 점포를 돌아다니며 각종 음식을 먹어서 그런 것은 절대 아니었다.
일을 다 끝낸 나는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반 점포인 카페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카페까지 가는 시간이 꽤 걸리기에 나는 바람을 느끼며 최근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이르벨이 다쳐서 왔다고 잔소리를 하는 레일라.
자기도 잘못한 것을 아는지 아무 말 못하는 칼리스.
자신에게 사과하는 이르벨.
아, 이르벨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대련에서 그런 행동을 했던 것은 단순히 내가 걱정돼서였다고 한다.
'하긴.. 다른 입장에서 보면 내가 좀 많이 위험해 보이긴 하겠지.'
충분히 이해가 되는 말이었기에 나는 흔쾌히 사과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나는 애들과 사이가 나빠지고 싶지 않았기에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며 길을 걷다 보니 어느새인가 카페에 도착해있었다.
나는 카페 문을 열며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풉."
나는 계산대에서 미소를 지은 채 인사를 하는 반즈와 이르벨에 모습에 웃음을 참지 못했다.
이르벨이 이를 갈며 말했다.
"...전단지는 다 돌렸어?"
"당연하지."
나는 마침 할 것도 없었기에 좀 더 놀려주기로 마음먹었다.
"이제 쉴 수 있어서 말인데.. 커피 한 잔 주문할 수 있지?"
"당연하지.. 뭐로 줄까..?"
이제는 미소도 짓지 않은 채 나를 노려보는 이르벨이 무서웠기에 나는 옆에 있던 반즈에게 바닐라라떼를 주문했다.
"좀만 기다려, 아마 금방 나올 거야."
음료가 나올 때까지 카운터 근처에서 반즈와 이르벨과 수다를 떨다가 음료가 나와서 음료를 챙기고 카페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음! 맛있네?"
생각외로 맛있는 바닐라라떼를 먹으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시선이 느껴졌다.
시선이 느껴진 곳을 향해 고개를 돌리니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나는 순간적으로 볼 수 있었다.
푸른머리가 창문에서 사라지는 것을 말이다.
"소름 돋네."
유진이 나를 보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자동으로 소름이 돋았다.
아마도 내 상태를 보러 온 것이겠지.
나는 마음에 준비하며 교류전이 시작할 때까지 기다렸고, 교류전이 시작하기 전에 카페에 모인 애들과 함께 교류전을 진행하는 장소인 운동장으로 향했다.
"와.. 사람 봐라?"
운동장에 도착하니 운동장 트랙 밖으로 교류전을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가득했다.
우리는 사람들을 지나쳐 운동장 안으로 들어갔고 1학년 A반 자리로 찾아갔다.
'음?'
자리로 가니 그곳에는 한 명이 이미 서 있었고, 반즈가 손을 흔들며 이름을 불렀다.
"루크! 우리 왔어."
'역시, 루크가 마지막 자리에 왔구나.'
루크 이드리안, 반즈나 애들처럼 주연은 아니지만, 노력으로 높게 성장하는 캐릭터다.
이미 루크와는 안면을 튼 상태였기에 어색함 없이 다가갔다.
그렇게 우리는 나, 반즈, 이르벨, 네이드, 리아, 루크 이렇게 6명이어서 출전을 하게 되었다.
서로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안내방송이 들려왔다.
"지금부터 교류전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교류전에 대하여 현 학생회장인 루나 블러디아가 설명을 할 것입니다."
"박수로 맞이하여주십시오."
사람들이 손뼉을 치자 구령대에서 금발의 소녀와 흑발의 남자가 나타났다.
금발의 소녀는 구령대에 설치된 마이크를 잡으며 말했다.
“위대한이 몸이 어수룩한 너희를위해친히설명을할 테니감사히여기도록!!”
그 말에 뒤에 서있던 흑발의 남자가 이마를 탁 쳤다.
나는 이리 말하는 루나 블러디아를 보자마자 눈물이 나올뻔했다.
하지만 나는 눈물을 참아내었고그와 동시에 소리 없는 웃음이 나왔다.
내가 눈물이 나올뻔한 이유는 원작에서 그녀에게 매우 깊게 이입했었기 때문에 그 여파였고,내가 웃은 이유는 단순했다.
그도 그럴게 2학년이자 학생회장인 그녀가 대충 156정도 되는 키를 가졌으며 오른쪽으로 머리를 묶었고 귀여운 목소리로 중2병과 같은 대사를 하는데 헛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그리 생각하며 루나를 올려다보았고 루나는 주변이 어떻게 반응하였든 상관없이 주변을 한번 쓱 훑은 후 계속해서 외쳤다.
"너희들 또한 미리 들어 어느 정도 숙지를 하고 있겠지만 이 내가, 자세하게 다시 설명해 줄 테니 새겨듣도록!"
"교류전은 이 운동장에서 진행되며 동시에 4개의 경기가 진행된다!"
이 말이 무슨 말이냐면, 운동장을 네등분해서 각 한 군데에서 경기를 한다는 말이다.
심지어 운동장은 또 매우 커서 공간에 제약은 딱히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경기 시작 바로전에 1학년이 2학년을 지목한다!"
"단, 같은 사람을 지목했을 경우, 2학년생에 입장에 따라서 차례대로 진행할지 아니면 동시에 진행할지 정해진다!"
"또한! 가끔식 선을 넘는 어리석은 학생이 있기에 일정이상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면 자동으로 경기가 끝이난다!"
"마지막으로! 이번에는 성대한 교류전을 위해 베일에 숨겨진 룰이 있으므로 잘 알아두도록!"
"그럼 바로 첫 번째 순서를 호명하겠다. 내 말을 듣고 발걸음을 옮겨라!"
그렇게 한 명 한 명씩 호명되었고 4번째차례에 우리 중 누군가에 이름이 불렸다.
"루크 이드리안학생은 4번째 경기장으로 이동하도록!"
루크는 그 말을 듣고는 곧장 이동하였고 남은 우리또한 같은 반인 루크에 경기를 보기 위해 발을 옮겼다.
나는 발을 옮기면서 구령대에 있는 루나 블러디아와 크리스 쉐이도우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곳에선..
"크리스, 이 나의 연설은 어떠하였는가? 엄청나지 않았나?"
자랑스럽다는 듯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루나.
"응.. 대단했어. 그렇지만 끝낼 때에 연설은 내가 할게 루나."
"..! 끝나는 연설도 이 몸이 할 생각이었다만!"
"그러면 위대한 너의 오른팔인 내가 할 역할이 없어지잖아. 그리고 원래 이런 건 다 오른팔한테 시키는 거야."
"그렇군.. 역시 내 충실한 부하인 크리스다!"
이런 식으로 다정하게 루나에게 맞춰주며 폐위식에 연설을 챙겨 가는 크리스.
다행히 크리스는 정상이여서 다행이었다.
나는 그렇게 둘이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선 원래대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아마도 나는 미소를 짓고 있었을 거 같았다.
어느새 우리는 루크가 경기하는 곳에 도착하였다.
우리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아직 준비 중인 루크를 보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너희는 루크가 어느 상대랑 붙을 거 같아?"
네이드가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어느상대랑 붙을 거 같냐라...
네이드의 물음에 내가 잠시 생각하다 답을 하였다.
"무슨 일이 없다면 같은 무기를 사용하는 사람이랑 붙지 않을까?"
자기보다 경험이 많은 상대를 상대하면 배울 것이 상당히 많으므로 아마도 같은 무기를 사용하는 사람을 골랐을거로 생각했다.
내 대답에 다른 애들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똑똑하네?"
중간에 들린 리아에 말이 약간 거슬렸지만 못 들은 채했다.
"어? 선택하나보다."
반즈가 손으로 루크를 가르켰고 우리는 이야기하던 것을 멈추고 루크를 바라보았다.
루크는 누굴 호명할 거냐는 심판에 말에 이렇게 답했다.
"2학년 중 창에 대한 이애도가 누구보다 높다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면 나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렇게 2학년에 이름을 모르면 자신이 정한 조건을 말하고 그에 맞는 사람을 불러오는것 또한 호명방법 중 하나이다.
루크의 말을 들은 2학년들은 바로 누군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2학년들의 시선이 모인 곳에는 하얀 머리에 남자가 그 시선들을 받으며 당황해하고 있었다.
옆에 있던 학생이 빨리나가라고 재촉하자 하얀 머리 남자는 조심히 루크에게로 발을 옮겼다.
"그.. 내가 나왔는데 나로 괜찮을까?"
하얀 머리 남자는 루크에게 조심히 물었고 루크는 방금 전 몰린 시선을 생각한 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부디 한 수 가르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렇게 각자 자리로 이동한 뒤 잠깐 준비시간이 있었다.
그 시간에 루크는 물었다.
"이름을 물어봐도 될까요?"
"아, 나는 케이 일라디어스라고 해, 후배는 루크 이드리안 맞지?"
루크는 이름을 듣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게.
'현재 창술의 권위자라고 불리는 스파인 일라디어스에 아들이라는 거니까.'
루크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알아챈 케이는 손을 저으며 다급하게 외쳤다.
"너가 무슨 생각하는지 알겠지만 나는 그렇게 창을 잘 다루진 못해!"
아마 자기 딴에선 다른 가족들보다 못다루기에 그렇게 말한 거지만 다른 사람들도 과연 그렇게 생각할까?
당장 루크만 봐도 어이없어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케이는 방금 전 자신이 부끄러웠는지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있다 보니 어느새인가 준비시간이 끝났고 시작을 알리는 소리가 울렸다.
시작하겠습니다~
루크는 곧바로 자신이 가져온 창을 들고선 케이를 향해 자세를 잡았다.
케이와 루크가 들고 있는 창은 아카데미에서 지급하는 연습용 창이었기에 무기차이는 나지 않는다.
즉, 온전히 이 대련은 실력싸움이라는 것이다.
루크는 처음부터 간을 볼 생각하지 않고 바로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최강기를 발동했다.
'간을 본다고 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고 판단한 거겠지.'
루크는 오른손으로 창을 잡은 채 케이에게 달려들었다.
케이는 그저 가만히 루크를 지켜보고 있었으며 루크는 이걸 기회로 잡기로 했다.
루크는 창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휘둘렀고 케이가 고개를 움직여 피할 때 자연스레 왼쪽으로 온 창을 왼손으로 부드럽게 잡은 뒤.
그대로 왼손으로 창을 돌리며 몸도 같이 돌았다.
몸을 돌리때 슬쩍 창을 놓아 창은 허공에 있었으며 몸을 온전히 돌리어 돌아온 오른쪽 무릎으로 창에 끝부분을 밀어 넣어 창을 케이에게 찔러넣었다.
그리고 루크는 이 기술을 이렇게 정의한다.
이드리안류 오의(??)
[류압척렬폭(????)]
이 기술은 창을 몸주변에 돌림과 동시에 마나를 창에 이동 방향에 맞게 흐르게 하며 마나로 창을 누르며 찔러 상대를 찢음과 동시에 터트리는 기술이다.
즉, 오른쪽 무릎이 창에 닿을 때 무릎
에는 온몸을 지나치며 모은 막대한 마나가 그대로 창에 전달된다는 소리이다.
그렇게 루크에 창이 케이에게 닿는 순간.
삑!!
운동장에 설치된 방어시스템이 울리며 루크의 대련이 끝이 났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것은 루크의 창에 당해 쓰러진 케이가 아닌.
바닥에 쓰러진 루크앞에 멀쩡히서 있는 케이였다.
그 결과에 모두가 놀랐고 반즈가 당황스럽다는 듯이 물었다.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그 물음에 답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만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케이일라디어스는 우리보다 매우 강하다.'
그때 쓰러진 루크가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아마도 보호막때문에 곧바로 원상태로 돌아온 것이겠지.
루크는 곧바로 케이에게 허리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표했다.
"한 수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루크의 목소리는 진지하였고 그 말을 들은 케이는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느꼈구나?"
케이는 미소를 지으며 루크에게 말했다.
"나중에 벽에 막힌다 싶으면 나한테 찾아와. 내가 직접는 아니더라도 뚫는걸 도와줄게."
케이는 루크의 어깨를 두드리고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루크또한 만족스러운 얼굴로 우리에게 발을 옮겼다.
우리는 루크에게 수고했다고 하였고 루크또한 만족스러운 경기였다고한다.
그리고 4개의 경기가 모두 끝나자 바로 다음차례로 돌았다.
그리고 다음경기에서는 리아가 불렸다.
그래서 리아에게 잘 다녀오라고 말을 하기 위해 옆을 돌아봤더니.
"으음.."
세상 편하게 이르벨의 어깨에 기대어 잠을 청하고 있었다.
얼른 깨우라고 이르벨에게 눈치를 주자 이르벨은 리아를 살살 흔들며 잠에서 깨어나게 하였다.
"..갔다..올게."
리아는 발걸음을 옮기며 조용히 마법을 발동시켰다.
"[클린]"
그러자 리아는 완전히 잠에서 벗어났고 맨정신이 되었다.
그리고 심판이 누구를 호명할지 묻자 주변을 돌아보며 외쳤다.
"졸업한 뒤 밤하늘의 탑에 들어갈 사람 중 아무나면 됩니다."
그러자 주변이 술렁거렸다.
리아가 말한 밤하늘의 탑은 마법사들 중에서도 최상위의 마법사들만 들어갈 수 있는 길드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리아가 말한 사람은 자신이 최상위 마법사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나오라는 소리이다.
내가 누가 나올지 살펴보고 있을 때.
다들 눈치만 보고 있자 리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들. 자기 실력에 믿음이 없나요?"
"허접들이네."
그냥 대놓고 도발하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