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화 〉 교류전 (4)
* * *
"가라 시울. 너로 정했다."
내가 말을 하자, 내 옷 주머니에 들어가 있던 시울이 밖으로 나오며 나를 향해 공격해오는 루나를 덮쳤다.
하지만 루나는 공격하기 위해 뒤로 빼냈던 대낫을 아래로 내려 바닥에 고정시켰다.
그 반동으로 인해 루나는 시울이 덮치는 것을 피해냈지만 나와 반즈를 상대하려면 시울을 지나쳐야 하는 위치에 착지했다.
공격은 먹히지 않았지만 내 의도대로 이루어졌다.
루나를 저 위치로 이동시키기 위해 칼리스에게 시울을 교류전에 출전시켜도 된다는 허락을 맡았으며 대련 내 내 수비를 위주로 하며 타이밍만 잡고 있었다.
나는 시울이 루나를 최대한 버텨주기를 바라며 반즈에게 시선을 옮겼다.
"반즈."
"알고 있어."
반즈는 내 눈을 보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바로 캐치해냈다.
'시울 최대한 버텨줘.'
'당연하지.'
나는 시울에게 전음을 전하자마자 반즈와 함께 혼자서 서있는 유진 마르피아를 향해 뛰었다.
반즈는 [순결]을 꺼내들었고 나는 [빠를 속]을 사용한 채 반즈를 5걸음뒤에서 쫓아가며 부적을 꺼내들었다.
그렇게 달려가는 도중 나는 유진을 바라보았다.
지금 본 유진의 눈은 검푸른 색으로 변했으며 생기가 없어 보였다.
그리고 유진은 2개의 총을 우리에게 겨누었고 나는 그 즉시 능력을 반즈에게 사용하였다.
"[진압할 진]"
능력이 발동되며 앞에서 빠른 속도로 뛰어가던 반즈는 그 자리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 채 바닥에 엎어졌다.
"무슨!"
반즈가 바닥에 엎어진 채 인상을 쓰며 나를 돌아보았지만 나는 그에 반응하지 않고 연달아 능력을 발동시켰다.
"[밀칠 배]"
이번에도 능력에 대상은 내가 아닌 반즈.
내가 왼쪽으로 몸을 움직이는 동시에 반즈를 반대 방향인 오른쪽으로 밀쳤다.
그러자 겨우 일어나기 시작한 반즈는 그 상태로 허공을 날아갔다.
다만, 이번에 반즈의 표정은 인상을 쓴 것이 아닌 의문을 가진 얼굴이었다.
'내가 아무런 이유 없이 이럴 리 없을 거라 판단한 거겠지.'
나는 제발 반즈가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알아채길 빌었다.
나는 왼쪽으로 이동하며 반즈에게 슬쩍 붙여놓은 부적과 내가 새로 꺼내든 부적에 능력을 발동시켰다.
"[안개 무]"
그러자 나와 반즈를 기점으로 유진에 좌우에서 안개가 생겨나기 시작했으며 안개가 자욱해질 때쯤 마지막으로 능력을 발동시켰다.
"[쏠 사] & [울 명]"
나는 아까 유진이 있던 곳을 어림잡아 부적을 날렸고 그곳에서부터 맑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소리가 울려 퍼지자마자 소리가 사라졌다.
나는 곧바로 마나를 최대한 끌어올리며 [막을 방]을 만들어내면서 외쳤다.
"5감각!!"
그러자 곧바로 내 방어막 여러 곳에서 작게 금이 가기 시작했다.
'제발 반즈야. 부탁한다.'
****
반즈는 에르문에 의해서 허공을 날며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에르문이 굳이 이럴 이유가 뭐지?'
말도 없이 달려가던 자신을 억누르는 것부터 자신을 반대 방향으로 밀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생각을 해보니 에르문이 이러한 행동을 하기 시작한 것은 에르문이 유진을 바라본 직후였다.
그래서 자신 또한 똑같이 유진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러자 볼 수 있는 것은 유진의 달라진 기운과 검푸른 색으로 변한 눈이었다.
그때, 자신의 등 뒤에서 안개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이 안개는 에르문이 무엇인가를 위해 생성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간신히 자세를 바로잡은 순간.
순간적으로 맑은 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소리가 들려오자마자 소리가 사라졌다.
'소리가 인위적으로 끊겼는데?'
계속해서 울려 퍼져야 할 맑은 소리가 너무 갑작스레 사라졌기에 의심이 갔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반대편에서 에르문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5감각!!"
5감각..?
자고로 5감각이란 시각, 촉각, 청각, 미각, 후각이 존재한다.
'잠깐.. 설마?'
그 순간 방금 전에 일어났던 것들이 하나둘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에르문에 의해 엎어졌을 때 머리 위를 지나치던 무언가들.
날아갈 때 느껴진 불쾌한 느낌.
주위를 안개로 덮은 에르문.
갑작스레 끊긴 맑은 소리.
이것들을 에르문이 외친 5감각과 같이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즉, 유진 선배가 어떠한 능력을 발동시켜 5감각이 극도로 발달되었으며 자신이 느낀 불쾌한 느낌은 발달된 5감으로 자신을 노리는 느낌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한, 저 능력을 사용함으로써 총알이 날아가는 속도 또한 급격하게 올라간 것 같았다.
이 사실들을 깨달은 반즈는 에르문이 만들어낸 안개를 어떤 식으로 이용할지 생각해냈다.
'이건 아직 완성 못했지만.. 해봐야지.'
반즈는 안갯속에서 무기를 [인내]로 바꾼 뒤 아주 조용히 마나를 끌어올렸다.
'실패하면 끝이야, 한 번에 성공한다.'
반즈는 [인내]에 어둠 속성 마나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반즈의 정신은 점점 심연으로 빠져들기 시작했고, 반즈는 손에 압력을 힘껏 주어 강제로 정신을 차렸다.
'절대 안 먹혀.'
자신이 다른 속성을 무기에 부여하기 위해선 그 속성에 정신을 먹히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사용하려는 어둠 속성은 자신의 정신을 허무함으로 가득한 심연으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하지만, [인내]는 아직 한 번도 연습을 하지 않아서인지 정신이 온전히 버티지 못하였다.
자신의 정신이 어둠에 먹히기 직전, 자신이 예전에 했던 스스로와의 약속을 떠올렸고 속으로 외쳤다.
'그 사람처럼 되지 않기로 스스로 약속했잖아!!'
그 순간, 어둠 속성에서 완전히 벗어났으며 자신에 손에는 검게 변한 단검인 [인내]가 들려있었다.
[인내 트리]
[암밀인살(????)]
보이지 않고 고요하게 숨어들어가 죽인다.
자신에 손에 있는 검게 변한 [인내]를 한번 본 뒤 그대로 [암밀인살(????)]의 능력을 발동시켜 존재를 감췄다.
그리고 아까 소리가 울리다 만 곳을 향해 발을 옮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진 선배의 뒷모습을 볼 수 있었다.
유진 선배는 오른손으로는 어느 한 곳을 계속해서 쏘며 왼손은 내려 논 상태이다.
'나를 대비한 거겠지.'
소리를 외쳤던 에르문과 달리 자신은 그 어느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렇기에 자신을 대비하기 위해 총 한 자루는 남겨놓은 거라 생각했다.
유진 선배에게 걸어가던 도중 의문점이 하나 생기면서 나는 걸어가는 걸 멈추고 재빠르게 뛰어갔다.
'후각!'
자신은 존재를 감추지만 냄새는 감추지 못한다.
그렇기에 후각이 발달한 유진 선배는 분명히 나를 알아챘을 터.
그 증거로, 내가 뛰어가며 근처까지 다가가자 유진 선배는 이미 자신을 향해 왼손에 들린 총을 겨누고 있었다.
그 즉시, 입고 있던 외투를 벗으며 던졌다.
그러자 유진 선배는 총을 자신이 아닌 냄새가 더 강한 외투 쪽으로 겨누었고 그 즉시 외투를 꿰뚫었다.
하지만 자신이 아니란 것을 눈치챈 유진 선배는 곧바로 내게로 총의 방향을 옮기고 있었지만 나는 확신했다.
'내가 더 빨라..!'
자신은 이미 유진 선배의 근처에 있었기에 그대로 빨을 뻗어 [인내]를 유진 선배에게 휘둘렀다.
그렇게 유진 선배가 입고 있던 겉옷이 찢기며 피부에 닿는 그 순간.
"끝."
자신에 뒤에서 소름 듣는 루나 선배에 목소리가 들려왔고 대낫이 자신을 베었다.
그리고 대련을 마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련 종료! 승자, 유진 마르피아, 루나 블러디아!"
****
대련이 끝났다.
나는 모든 능력들을 해제한 뒤 쓰러진 시울에게 다가갔다.
'괜찮아?'
내 물음에 시울은 미안함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버티지 못했다. 미안하다.'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며 시울을 쓰다듬었다.
'야, 원래 공격과 방어가 있으면 공격이 더 쉬운 거야.'
'심지어 너는 상대를 이기는 것이 아닌 버티는 목적으로 싸웠으니 더 힘든 거고.'
'그리고 네가 방금 상대한 사람이 2학년 중에서 제일 강하니까 상심하지 마라.'
내 위로가 통한 건지 시울은 방금 보다는 좋은 얼굴로 말하였다.
'일단 좀 쉬고 싶군, 방금 그 여자를 상대하느라 피곤하다.'
그렇게 말한 시울은 작아졌고 나는 그러한 시울을 다시 품에 넣어주었다.
그리고 내 뒤에서 또다시 미안함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기지 못했네. 미안해."
나는 들려오는 소리에 한숨을 쉬며 뒤를 돌아보았다.
뒤에는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는 반즈가 보였다.
나는 반즈에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이 조금만 더 잘했으면 이길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하는 거겠지.'
나는 반즈에 어깨를 잡고 반즈를 보며 진심을 담아 말했다.
"잘했어."
짧은 한마디였지만 반즈는 미소를 지으며 고맙다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는 옆에서 다가오는 루나와 유진에게 수고에 인사를 건네었고 루나와 유진 또한 수고했다고 해주었다.
"재밌는 대련이었어, 후배들."
"음! 훌륭한 대련이었다!"
루나는 우리에게 또 다른 말을 해주었다.
"우선 검사 후배! 마지막 공격과 존재를 숨긴 것은 매우 훌륭했다! 또한 아까 번개 공격과 체술 또한 훌륭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검을 바꾸는 것은 신기하였다!"
그리고 루나는 나를 보며 말했다.
"부적술사 후배! 솔직하게 말해주마."
나는 그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뭘 솔직하게 말해준다는 거야?'
"대련 내 내 거슬렸다!"
'에..?'
"상황 판단이 빨라 검사 후배를 안전하게 지켜주었으며 검사 후배를 보조하는 것들이 거슬렸다."
"또한 소환수인 늑대를 타이밍에 맞추어 소환하여 나를 견제한 것과 안갯속에서 유진을 계속해서 방해한 것도 거슬렸다."
"그리고.. 마지막에 날리려다만 그 푸른 불꽃은 방금 대련 중에 나왔던 그 어느 능력보다 위험했다고 생각한다."
루나는 유진에게 '그렇지 않나?'라고 물었고 유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뭐.. 푸른 불꽃은 보지 못했지만 위험하다고는 느꼈어."
"그리고 안갯속에서 네가 계속해서 움직인 것도 짜증 난 건 사실이야."
나는 그 말들을 들으며 아까 있었던 일들을 짧게 생각했다.
안갯속에서 [냄새 취]와 [바람 풍]을 이용해 내 냄새를 사방으로 뿌리고 다니며 [빠를 속]을 이용해 계속해서 빠르게 움직였는데 유진은 항상 나를 정확히 찾았다.
그리고 시울을 쓰러트린 루나가 유진에게 다가가는 반즈를 끝내기 위해 다가가는 걸 역으로 내가 이용하기 위해 [푸를 청]을 발동시켰었다.
이미 그전에 상당한 능력들을 사용하였기에 [푸를 청]은 강력한 위력을 지녔지만 내가 부적을 루나에게 던지기 위해 자세를 잡는 순간, 대련이 종료되었다.
나를 정확하게 찾아내며 [푸를 청]의 존재를 약간이나마 느낀 유진이나 시울을 쓰러트리자마자 반즈에게 달려가고 [푸를 청]의 존재를 온전히 눈치챈 루나.
둘 다 확실히 강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유진은 반즈에게 말했다.
"반즈 후배, 좋은 대련이었어."
"아, 감사합니다."
"다음에 보면 인사하고 지내자고, 친구들도 말이야."
그렇게 말한 유진은 원래 자리로 가기 위해 발을 옮기다가 '아.'하고 멈춘 후 나를 보면서 말하였다.
"에르문 후배, 앞으로도 친하게 지내자~"
그렇게 말한 유진은 손을 흔들며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그에 안심이 되었다.
'후.. 그래도 유진과 친하게 지낼 수는 있겠네.'
처음 목적인 유진과 친하게 지내는 것을 달성한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루나가 우리에게 말했다.
"두 후배들, 모두 뛰어난 실력이었다! 모두 계속해서 나아가도록!"
그렇게 말한 루나는 어느새인가 다가온 크리스와 함께 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그런 루나와 크리스를 보곤 반즈에게 말했다.
"야, 우리도 가자."
"그러자."
우리는 애들에게 다가갔고 애들은 우리를 반겨주었다.
그런데 반즈가 이르벨을 보며 말했다.
"이르벨, 왜 이렇게 힘들어해?"
나는 반즈에 말에 이르벨을 쳐다보았고 확실히 이르벨은 힘들어하는 기색이 있었다.
이르벨은 우리를 보며 말했다.
"너희들 대련을 보고 있었는데 다른 대련들이 너무 빨리 끝나서 내가 곧바로 불려나간 거야."
"한마디로 너희가 대련할 때 나도 대련을 하고 나왔다는 소리지."
반즈는 궁금한 듯이 이르벨에게 물었다.
"넌 누구를 호명했어?"
"난 당연히 정령술사를 호명했지."
"그리고 그 대련을 통해 확실히 정령을 깊게 이해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느꼈어."
"내가 호명한 선배는 바람의 정령의 이해도가 굉장히 높더라고."
"그래서 상대하는데 꽤 힘들었어."
"물론, 온갖 속성의 정령을 이용해서 간신히 이기기는 했지만 말이야."
우리가 이르벨에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 이르벨이 네이드를 가리키며 말했다.
"네이드도 나랑 같이 불려나갔다?"
나와 반즈는 네이드를 쳐다보았다.
나는 네이드를 향해 말했다.
"그런 것치고는.. 대련 안 한 거 같은데?"
네이드는 내 말을 듣고선 웃으며 말했다.
"나는 체술사 중 아무나 한 명 골라서 했는데 대련 도중에 나를 상대하는 선배가 예전에 다친 부분에 통증이 다시 올라와서 나한테 미안하다고 한 뒤 항복을 하시고 내려가셨어."
"그래도 확실히 2학년은 2학년이더라."
나와 반즈가 의문을 표시하자 네이드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만약 통증이 다시 느껴지지 않았다면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몰랐을 거야."
"그 선배, 눈이 너무 좋아서 내 공격을 대부분 읽었고 또 발차기가 좀 많이 강력하시더라고."
"그래서 내가 통증이 다 나으면 다시 한번 붙어달라고 했어."
우리는 네이드 다운 선택에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몇 차례에 대련이 더 진행되고 모든 대련이 끝이 났다.
우리는 아까 시작 전에 있었던 위치로 향했고 그 뒤로 루나 대신 크리스가 나와 끝을 알리는 인사를 했다.
"지금까지 브레이온 아카데미에 교류전이었습니다."
"대련을 한 학생들은 작게나마 무엇인가를 깨달았을 것입니다."
"모두들 그 깨달음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럼 이상으로 교류전을 끝내겠습니다."
우리는 모두 박수를 쳤고 다른 학생들과 교수들, 외부 사람들 또한 박수를 쳤다.
"이 이후로는 저희 브레이온 아카데미 측에서 준비한 각종 음식을 즐기며 가족을 만나거나 친구들과 놀거나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
교류전이 끝난 뒤로는 일정 시간까지 휴식시간을 가진다.
"참고로, 소속 제의는 금지입니다."
"적발 시 그 사람과 관련된 소속은 다시는 저희 브레이온 아카데미에 출입하지 못합니다."
소속 제의는 3학년한테만 할 수 있기에 1,2학년들이 같이 참여하는 이러한 축제에서는 소속 관련 제의는 철저히 금지당한다.
"그럼 진짜로 끝을 내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 말을 끝으로 크리스는 루나와 구령대에서 사라졌고, 네이드는 우리에게 한 사람을 소개해 주겠다며 잠시 따라오라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가 따라간 곳에는.
"안녕?"
네이드와 같은 노란색 머리를 가진 퍼지 폴라리스가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