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화 〉 교류전이 끝난 후 (1)
* * *
"흐음.. 딱히 위험해 보이는 사람은 없는 것 같네."
브레이온 아카데미에서 교류전이 열리는 오늘, 아카데미 측에 부탁을 받아 축제 중 위험한 것들이 있는지 체크하며 길을 걷고 있는 중이다.
자신의 주위에는 딱히 위험한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인이어에 손을 올린 뒤 입을 열었다.
"특이점 발견한 사람?"
그러자 여러 목소리가 인이어를 통해 들려왔다.
"여기는 없네요~"
"이상 무."
"없는 거 같은데요? 아, 떡볶이 1인분만 주세요."
마지막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지만 평소와 다름없기에 그냥 넘어갔다.
"오케이, 그러면 돌아다니다가 특이점 발견하면 곧바로 연락하는 걸로."
모두에게서 알겠다는 말을 듣자 인이어를 끈 다음 핸드폰을 꺼내어 시간을 확인했다.
"곧 있으면 교류전 시작 시간이네."
"작년 1학년들은 재밌었는데, 이번 1학년들은 어느 정도이려나."
이번에 들어온 1학년들을 생각하며 교류전이 시작되는 장소인 운동장으로 발을 옮겼다.
"아! 생각해 보니 이번 1학년에는 네이드도 있었지?"
"얼마나 성장했으려나."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인가 운동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외부에서 온 여러 사람들이 서로 이야기하거나 학생들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중 자신은 학생들을 관찰하는 사람들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들은 대부분 길드에서 나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한국 최고 아카데미인 브레이온 아카데미에 1학년들에 실력과 자신감, 그리고 2학년들에 현재 실력 또한 같이 볼 수 있기에 교류전을 통해 예비로 영입 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나중에 학생들에 실력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데 벌써부터 순위를 매기는 건 멍청한 짓이지.'
아마도 지금 여기 나온 길드 스카우터들은 대부분 최상위권과 상위권에 길드가 아닌 낮은 위치에 존재하는 길드일 것이다.
더 이상 다른 사람들에게 신경 쓰지 않기로 하고 곧 교류전을 할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이번 애들 실력 좀 볼까?'
그렇게 모든 학생들에 대련이 끝나고 교류전을 마치기 위해 폐위식을 할 때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며 네이드에게 연락을 넣었다.
내용은 이왕 왔으니 한번 얼굴이나 보자는 것.
'그리고 아마 사교성이 좋은 네이드는.. 친구들도 데려오겠지.'
그렇게 폐위식이 끝나고 잠시 주변을 구경하며 기다리자, 멀지 않은 곳에서 네이드와 네이드의 친구들이 보였다.
그래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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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퍼지 폴라리스가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자 곧바로 머리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에르문 에파치아라 합니다."
내가 먼저 인사를 하자 애들 또한 인사를 하였다.
그리고 네이드가 퍼지 폴라리스를 향해 말을 꺼냈다.
"오랜만이에요. 퍼지 아저씨, 이쪽은 제 친구들이에요."
"그럴 거 같았어, 아까 보니까 사이가 좋아 보이더라."
퍼지 폴라리스는 우리를 한 번씩 바라보면서 말했다.
"아, 내가 아직 소개를 안 했구나."
"내 이름은 퍼지 폴라리스라고 하고, 특무팀에서 일을 하고 있단다."
"특무팀..!"
반즈가 특무 팀이라는 단어에 눈을 크게 뜨며 감탄했다.
이르벨은 반즈에 행동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왜 그래?"
리아가 반즈의 행동을 이르벨에게 묻자 이르벨은 바로 대답해 주었다.
"반즈가 특무팀을 진짜 좋아하거든."
이르벨에 말을 이어 반즈가 추가로 말했다.
"특무팀은 자유도가 높고, 임무도 있고, 사람도 구하고, 범죄자도 잡고, 무엇보다 멋있잖아!"
"봤지? 완전히 광적인 수준이라니까?"
이르벨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특무팀이 그렇게 좋은가? 오히려 자유도가 높은 건 길드가 아."
이르벨은 말을 하다가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이 특무팀 소속이란 것을 떠올렸는지 급히 퍼지 폴라리스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그렇다고 특무팀이 싫다는 건 아니었어요."
퍼지 폴라리스가 고개를 숙인 이르벨을 보며 작은 미소를 지은 뒤 말하였다.
"괜찮단다. 실제로 특무 팀은 자유도가 높고 낮고를 반복하니까 너와 반즈에 말, 둘 다 맞단다."
나는 괜찮다는 듯이 말하는 퍼지 폴라리스를 보며 생각했다.
'확실히 성격이 좋네.'
원작에서 나온 퍼지 폴라리스에 성격은 누구에게나 다정하게 다가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르벨에 잘못이 아니라면서 위로를 하는 저 모습은 확실히 다정하다고 느껴진다.
'지금 짓고 있는 표정만 봐도 가식이 아니란 게 느껴질 정도니까.'
"참! 퍼지 아저씨, 저한테 할 말씀 있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네이드가 무엇인가 문득 생각이 난 듯 퍼지 폴라리스를 향해 말했다.
"아, 그렇구나. 너희들도 잘 들어주렴."
퍼지 폴라리스는 우리를 바라보며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약, 은빛 머리카락을 가졌고 그림자와 어둠을 사용하는 여성이 나타난다면 그 자리를 벗어나 나에게 연락을 주렴."
그렇게 말하며 퍼지는 우리에게 자신의 명함을 하나씩 돌렸다.
'오, 이게 퍼지 폴라리스의 연락처인가?'
내가 퍼지 폴라리스의 명함을 주머니에 넣을 때 옆에서 반즈가 물었다.
"그 여성이 뭐 하는 사람인데요?"
"살인범이나 이런 사람은 아니지만, 어떤 사건의 용의자로 지명되어 있거든."
"그러니 만약 발견한다면 바로 연락해 주렴."
"네."
반즈와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때.
"음? 무슨 일 있나?"
퍼지 폴라리스가 인이어를 통해 잠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더니 우리에게 말했다.
"나는 이만 가봐야겠구나. 다들 잘 있어라."
그 말을 하고 퍼지 폴라리스는 어딘가로 발을 옮겼다.
퍼지 폴라리스가 사라지자 이르벨이 입을 열었다.
"좋은 사람인 것 같아."
그 말에 네이드가 웃으며 말했다.
"그치?"
"응, 사람들에게 다정하게 대해주네."
네이드와 이르벨이 퍼지 폴라리스에 대해서 말하고 있을 때 옆에서 누군가 졸린 목소리로 말했다.
"얘들아.. 난 피곤해서 그런데 자러 가도 될까..?"
리아의 말에 우리는 리아를 바라보았고 리아는 말 그대로 눈을 4초만 감고 있으면 바로 잠들 거 같은 얼굴이었다.
그 얼굴을 보자마자 이르벨이 리아의 손을 잡고 우리에게 말했다.
"나는 리아랑 기숙사에 들어가서 쉬고 있을게."
그렇게 말하며 이르벨과 리아는 기숙사 쪽으로 발을 옮기다가 이르벨이 잠시 멈추며 우리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좀 있다 9시에 불꽃놀이하니까 그때 다시 리아랑 나올게!."
그렇게 말한 뒤 리아와 이르벨은 기숙사로 사라졌다.
그리고 그때 옆에서 반즈가 나와 루크에게 말했다.
"나랑 네이드는 딱히 할 것도 없어서 훈련장에 갈 거 같은데, 너희도 갈래?"
"그럼 나도 같이 갈게."
루크는 같이 간다고 말했고 나의 선택만이 남아있었다.
"나는.. 그냥 이 주변 좀 돌까 생각 중이야."
아무리 그래도 이 호화로운 축제에 훈련장에 박히는 건 너무 사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 말을 들은 세 사람은 좀 있다 보자는 말을 한 뒤 훈련장으로 사라졌다.
모두가 가고 나 혼자 남은 상황.
나는 점포 사이를 걸으며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민초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다음엔 어딜 갈까 생각 중일 때, 어디서인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물론 나를 부른 것이라 생각을 하나도 안 한 채 무시하며 걷었다.
하지만.
"오빠!"
누군가가 내 손목을 잡으며 오빠라고 외치자 나는 고개를 돌려 내 손목을 잡은 사람을 확인했다.
156 정도 돼 보이는 키와 나와 같은 흑발이지만 포니테일로 묶어 모양대로 윤기나는 긴 머릿결, 하얀색 오버핏 후드티에 검은색 레깅스를 입고 크로스백으로 포인트를 넣은 캐주얼한 옷을 입은 한 소녀가 있었다.
그리고 그 소녀는 내가 뒤를 볼아 보자마자 나에게 약간 투덜거렸다.
"오빠! 내가 불렀는데 들은 척도 안 하면 어떡해?"
"하?"
'아니, 얘는 뭔데 나보고 오빠라고 하면서 다짜고짜 난리야?'
내가 따지기 위해 입을 열 때, 소녀가 먼저 말을 꺼냈다.
"참! 아빠랑 엄마는 오늘 일이 있어서 오빠 얼굴 보러 못 온다고 '미안하다'라고 전해주라 했어!"
"아니, 잠까"
"그래도 내 얼굴이라도 봐서 좋지? 행복하지?"
이대로 가면 내가 무슨 말을 못 할 거 같기에 소녀에 어깨를 잡으며 소녀를 진정시켰다.
소녀가 진정하자 나는 소녀의 눈을 바라보며 말을 꺼내었다.
"정말 미안한데, 사람 잘못 본 거 같아."
"에?"
"나는 네 오빠가 아니란다."
"무슨...?"
"알겠지? 그러니까 사람 잘못 봤다는 소리야."
내가 말을 끝마치자 소녀는 아무 말도 못 하고 당황해하고 있었다.
소녀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이 소설 속에 원래는 등장하지 않았던 인물이었기에 가족이 있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게 속으로 씁쓸함을 느끼며 소녀에게서 손을 땔 때, 소녀가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소녀는 다른 한 손으로는 내 넥타이를 잡으며 나를 소녀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렇게 보게 된 소녀의 눈은 생기가 없는 눈빛이며 눈물이 맺히고 있었다.
"잠.. 잠깐만."
내가 무슨 말이라도 해보려는데 소녀가 매우 서글픈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오빠.. 농담이지?"
"응? 오빠가 내 오빠가 아니라니.. 그런 무서운 소리 하지 마.."
"내가 오빠 동생이 아니면 뭔데?"
"아이시 에파치아가 에르문 에파치아의 동생이 아니면 뭐냐니까..?"
그렇게 말하는 소녀의 표정은 굉장히 간절해 보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