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화 〉 수련회 낮 (2)
* * *
다행히도 내 생명에 위협이 될만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칼리스가 내게 잔소리를 하기 전에 비행기에서 곧 이륙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왔기에 칼리스는 혀를 차며 나중에 보자는 말과 함께 자리로 돌아갔거든.
나는 칼리스가 돌아가자 레일라를 한번 째려보았고 재밌는 걸 볼 수 있었다.
칼리스가 돌아간 자리는 레일라의 옆자리였고 그 탓에 레일라가 충격받은 모습을 말이다.
나는 꼴 좋다는 의미에서 활짝 미소를 지었주었고 내 자리를 향해 발을 옮겼다.
내 자리는 비행기 맨 뒷좌석.
왜 맨 뒷좌석에 앉았느냐면, 혼자 생각을 정리하기에는 조용하게 있기에는 뒷좌석만큼 좋은 게 없기에 앉겠다고 했다.
물론, 우리 반 학생 수는 홀 수 였기에 뒷좌석에는 나 혼자 앉는다.
나는 곧장 자리에 앉았고 안전띠를 착용하며 내 옆자리에 서울을 올려두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행기가 이륙하기 시작했다.
일본까지 가는 시간은 대략 1시간 30분.
'슬슬 시작해볼까?'
나는 놀지 않고 그 시간 동안 생각을 정리해볼 생각이다.
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은 이번 수련회 동안 발생하는 어느 조직의 테러.
내가 기억하기에는 이 테러의 목적은 어떠한 조직의 배신자 처리와 7급 능력자인 체이 스타리아를 사살하는 것이다.
그리고 결과는 배신자와 체가 스타리아의 죽음.
나는 어떤 식으로든 이 결과를 바꿀 생각이다.
특히, 그 조직의 배신자가 죽든 말든 큰 상관은 없지만 체이 스타리아의 죽음만큼은 막아볼 것이다.
소설에서는 체이 스타리아가 너무 일찍 죽어 묘사가 적게 되었지만 후에 나오는 말들을 떠올려봤을 때, 체이 스타리아라는 사람은 이런 식으로 표현되었다.
8급으로 올라갈 가능성을 가진 능력자, 넓은 인맥을 가진 활기찬 사람, 분위기메이커.
이 3개의 표현만 봐도 여기서 체이 스타리아가 죽는 것은 큰 손해이다.
나는 수련회 일정이 적힌 종이를 품에서 꺼내고 하나의 이름을 찾았다.
'프레인호텔이... 여깄다.'
이번 테러가 일어나는 장소는 한국과 일본이 공동작업을 하여 만든 도쿄에 프리즈니라 타워다.
프리즈니라 타워를 간단히 정리하자면, 음식점, 옷가게, 수영장, 옥상정원, 도박장, 카페 등등이 전부 있는 타워이다.
그리고, 우리가 숙소로 잡은 곳은 프리즈니라 타워 옆에 있는 프레인호텔.
그렇기에 우리는 숙소에서 자기 전까지는 프리즈니라 타워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기에 시간이 다르거나 하는 일은 없다.
나는 확실히 시간을 체크한 후, 의자에 기댄 채 눈을 감았다.
눈을 감은 이유는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한번 돌려보기 위함이다.
아까 말했든 원작소설에서는 체이 스타리아는 죽는다.
칼리스도 있고 레일라도 있고 반즈나 애들 전부다 있는데 왜 죽느냐고?
반즈와 애들을 포함한 학생들은 그때 당시에 호텔에 있었기에 타워에 사건이 터지고나서 칼리스에 지시 때문에 들어가지 못했다.
또한 레일라는 다친 사람들을 치료하며 사람들을 대피시키느라 다른 일을 할 시간이 없었고, 칼리스는 타워 안에 돌아다니는 실패작들을 처리하느라 빠르게 합류하지 못했다.
참고로 이 실패작들은 내가 전에 상대했던 실패작과는 다르게 실패작이 된 지 꽤 오래 지났기도 했고, 각종 실험을 통해 더욱 강해진 상태이다.
그리고 체이 스타리아는... 옥상정원에서 나츠라와 실패작들과 싸우다 사망했다.
실패작들과 5급 극 후반인 나츠라를 7급인 체이 스타리아가 못 잡은 이유는 단 2가지다.
첫째, 프리즈니라 타워를 지키며 싸워야 하는 조건.
둘째, 마인이 되어 실질적으로 7급 정도의 실력을 갖추게 된 나츠라.
이 두 가지 조건 중 하나만 없었더라도 체이 스타리아는 살았을 것이기에 나는 상황에 따라 두 가지 조건 중 하나를 내가 맡을 예정이다.
'물론, 거의 두 번째를 내가 맡겠지만.'
지난번에 다짐했던 것이 있기에 나츠라 매치하리는 내 손으로 죽일 생각이다.
'그냥 싸우면 아무것도 못 하고 죽겠지만.. 이게 있으니 상관없지.'
나는 개인아공간에 숨겨둔 어떠한 것을 떠올리며 자신감을 올렸다.
그리고나서 창밖을 구경하다가 문득 떠오른 것이 하나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아침에 가져왔던 게 뭐였더라."
아침에 텔레포트 게이트로 뛰어가기 전에 우편물에 편지봉투 하나가 있길래 그냥 개인아공간에 넣은 채 가져왔다.
개인아공간에서 편지봉투를 꺼내어 수신인을 확인해보니 엘리아 그레이스, 엄마였다.
'뭐지?'
편지봉투를 뜯어 안에 있는 종이를 꺼내어 펼쳐보니 문장 2개가 쓰여 있었다.
우리 아들 에르문에게. 저번에 집에 왔을 때 알려주기로 한 능력자로서 성장하는 방법을 깜빡하고 안 알려준 거 같아서 이렇게 편지로 보내니 이해해줘.
'아, 생각해보니 저번에 대련에서 인정을 받아서 엄마가 성장방법을 알려주기로 했었지.. 나도 까먹고 있었네.'
나는 마저 문장을 읽어 내려갔다.
간단하게 말하면, 제일 우선되는 것은 능력의 본질을 깨달아야 한다는 거야.
그 말을 끝으로 더는 쓰여 있는 내용은 없었다.
'본질이라..'
생각해보니 예전에 작가를 만났을 때 아직 돌아가지 못하는 톱니바퀴를 돌아가게 하려면 능력의 본질을 깨달아야한다는 소리를 들은 것 같다.
'본질이라 해도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는데.'
능력의 본질을 깨달아야 한다는데 도저히 능력의 본질이라는 소리를 이해하지 못하겠다.
나는 이제 곧 있으면 도착이기도 하니 나중에 생각해보기로 하고 종이를 개인아공간에 넣은 뒤 눈을 감은 채 잠시 명상을 하기로 했다.
명상을 하길 3초 정도가 지났을 때,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일어나라."
눈을 뜨고 봤더니 그곳에는 나를 내려다보는 칼리스가 있었다.
"도착이다."
"네?"
아니 명상하는 시간이 3초밖에 안 지났는데?
"3초밖에 명상을 한 게 아니라 눈을 감고 3초 만에 잠들었다."
시울의 핀잔에 나는 부끄러워져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악!"
안전띠를 풀지 않아 안전띠에 걸려 일어나지 못했다.
"....."
"......"
어색해진 분위기 속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안전띠를 풀고 빠르게 카리스를 지나쳐 비행기에서 내렸다.
비행기에서 내리니 멀지 않은 곳에서 우리 반애들이 모여있는 것이 보여 나는 곧장 반즈와 애들 쪽으로 향했다.
"오랜만이네?"
내가 말을 하면서 다가가자 애들은 내 쪽을 바라보았고 인사를 건넸다.
"용케 안 늦었네?"
네이드의 물음에 나는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레일라를 가리키며 말했다.
"텔레포트 게이트 앞에서 보건 선생님이랑 만났거든."
레일라는 자기를 말하는 소리를 들었는지 우리를 바라보고 손을 흔들어주며 가까이 왔다.
그리고는 한 손으로 내 머리를 누르면서 말했다.
"이 지각쟁이가 나를 본 건 행운이지."
나는 내 머리 위에 올려져 있는 손을 치우며 레일리를 향해 말했다.
"죄송한데, 제가 생각해봤을 때 제가 캐리어를 미리 안 던졌었으면 선생님도 늦었을 거 같은데요."
레일라는 다시 손을 올리곤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
"그건 가정이잖니? 그러니까 그건 모르는 거지."
팩트에 나는 혀를 찼다.
이어서 내가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입을 열라고 했지만, 카리스가 우리 반 전체를 불렀다.
"A반 집합."
그말에 우리 반은 전부 칼리스의 앞으로 모였고 칼리스가 우리가 다 온 것을 확인한 후 입을 열었다.
"이번 수련회는 각 반이 따로 이동한다."
그말에 학생들은 술렁였고 칼리스는 말을 이어나갔다.
"사람이 너무 많으면 여러 곳을 돌아다니기 힘들기에 따로 이동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그렇기에 너희는 내 지시하에 여러 장소들을 이동하며 다닐 거다."
"설명이 끝났으니 지금부터 바로 이동하는 게 좋을 거 같군."
칼리스의 말이 다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칼리스가 말을 추가로 이어나갔다.
"참, 우리 반은 보건 선생인 레일라 히리아스가 추가로 같이 다닐 것이다."
우리가 그 말에 레일라 히리아스를 바라보니 레일라는 웃으면서 우리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이번 수련회 동안 잘 부탁할게~"
"그럼 소개도 전부 끝났으니 진짜로 이동하도록 하지."
칼리스는 우리를 인솔하며 공항 밖으로 이동하였다.
나는 맨 뒤에서 애들과 함께 반 친구들을 따라가며 옆에서 같이 이동하는 레일라에게 물었다.
"왜 저희랑 같이 이동하시는 거에요?"
내가 물어보니 애들도 궁금한 듯 같이 레일라를 쳐다보았다.
레일라는 우리의 시선을 받고는 한번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입학식부터 지금까지 너희 반, 특히 몇 명이 나한테 자주 찾아왔거든."
레일라는 그렇게 말하며 우리를 한번 둘러보았고, 나는 곧바로 애들에 표정을 살펴보니 애들은 어딘가 안스러운 눈으로 레일라를 보는 느낌이었다.
과연.. 그런거였나?
나는 애들에게 한소리를 했다.
"애들아, 내가 연습은 적당히 하랬잖아."
"...?"
내 말에 애들은 고개를 갸웃하며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신경 쓰지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너희가 그렇게 많이 연습하면서 다치니까 레일라 선생님께서 힘들어 하시잖아."
"...."
리아가 어이없어하고 있을 때.
옆에서 레일라가 내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에르문, 애들은 그렇게 많이 찾아오지 않았어."
"네? 정말요?"
딱봐도 얘네들이 훈련하면서 제일 많이 찾아갔을 거 같은데 의외였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며 '그럼 누구일까..'하며 고민하고있을 때, 레일라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에휴.. 그냥 가자 애들아."
레일라는 그리 말하고선 빠르게 앞으로 걸어갔다.
'뭐야.. 그래서 누군데?'
도대체 알 수가 없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