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문제많은 아카데미의 부적술사-43화 (43/62)

〈 43화 〉 수련회 ­ 밤 (1)

* * *

"드디어 끝났네."

우에노 공원에서 이동한 시부야에서 점심을 먹고 간단하게 돌아다니고도쿄타워와 스카이 트리를 구경한 후.

우리는 7시가 돼서야 프레인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고 오늘 일정은 더는 없었기에 모든 학생은 각자 방에 들어갔다.

그리고 방은 2인실이었다.

"저녁은 애들이랑 프리즈니라 타워가서 먹을까?"

그리고 내 룸메이트는 네이드였다.

네이드는 내 옆에 있는 침대에서 시울을 껴안은 채 앉아서 내게 물었고 나는 핸드폰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미 연락 돌렸어."

내가 보여준 핸드폰에는 이미 애들에게 전부 프리즈니라 타워에 가자고 말을 한 상태였고 전부 오케이 사인을 받은 상태였다.

"애들이랑은 30분쯤에 1층에서 만나기로 했으니까 좀 쉬고 있어."

"이미 쉬고 있는데?"

네이드는 그렇게 말하며 시울을 쓰다듬었다.

­"도와 ㅈ­"

­"싫어."

시울에 구조요청 따윈 가볍게 무시한 뒤 나는 침대에 몸을 맡겼다.

"좀 있다 깨워줘."

"알겠어."

네이드의 확답을 들은 나는 눈을 감았다.

그도그럴게.

'좀 있다 생길 일을 생각하면 미리 자둬야 될 거 같거든.'

그렇게 나는 눈을 감고 잠이 들었고 어떠한 장면이 재생되었다.

불에 타오르고 있는 정원용 나무.

부서진 콘크리트.

주변에 널브러진 시체들.

한 여성을 지르밟고 있는 악마 날개를 가진 한 인형.

그 위에 떠있는 찬란한 푸른달.

그러한 장면들이 빠르게 스쳐 갔고 나는 눈을 떴다.

"허억..허어.."

눈을 떠보니 내 몸에 땀이 가득했고 땀 때문에 침대가 젖을 정도였다.

"에르문! 왜 그래?"

내 옆에서 나를 본 네이드가 시울을 풀어준 채 내게로 다가오며 걱정했지만 나는 지금 네이드에게 집중할 수 없었다.

'뭐지? 방금 그건?'

방금 전 빠르게 지나간 장면들이 너무 자극적이었기 때문이다.

'떠오르는 건 하나 있긴 하지만.. 쯧.'

더욱 생각에 집중하고 싶었지만 비 내리듯 흘리는 땀 때문에 깊게 집중할 수 없었다.

"좀 씻을게."

"어.. 응."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미리 꺼내둔 옷을 챙긴 후 욕실로 발을 옮겼다.

­"무슨 일 있나?"

­"나중에 말할게."

중간에 시울이 걱정하며 말을 걸었지만 나는 방금 떠오른 생각을 집중하고 싶었기에 대답을 뒤로 밀었다.

나는 해바라기 샤워기에 물을 틀었고 눈을 감고 5초 정도 가만히 서 있다가 눈을 떴다.

'음, 이제 좀 차분해졌네.'

물을 계속해서 맞으며 나는 조금 전에 있던 장면들을 하나씩 떠올려 보기로 했다.

불에 타오르고 있는 정원용 나무.

부서진 콘크리트.

주변에 널브러진 시체들.

한 여성을 지르밟고 있는 악마 날개를 가진 한 인형.

그 위에 떠있는 찬란한 푸른달.

이것들은 아마도 원작소설에서 일어났던 사건일 것이다.

체이 스타리아와 나츠라 미치하리가 전투를 벌인 곳은 프리즈니라 타워에 옥상정원.

그렇기에 정원용 나무와 콘크리트, 시체들이 있는 것이고 아마도 쓰러진 여성은 체이 스타리아, 그리고 악마 날개를 한 인형은 나츠라 미치하리일것이다.

그리고 내가 소설에서 일어난 것임을 확신할 수 있는 이유는.

하늘에 떠있는 찬란한 푸른 달이다.

이 푸른 달에 이름은 블루문.

이미 이번 달에는 보름달이 한번 떴기에 이번에 다시 뜨는 보름달은 블루문으로 확실시된다.

소설속에서도 사건이 일어난 날에는 블루문이 떴다고 묘사되었기에 스쳐 갔던 장면들을 원작소설로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런 장면이 왜 떠오른 거지?"

무의식적으로 그런 장면을 떠오르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작가네."

아무래도 작가가 내가 잠든 틈을 타서 그런 장면을 보여준 것 같다.

그렇다면 여기서 또 다른 질문이 나온다.

과연 작가는 왜 그런 장면을 나에게 보여준 것인가.

원래는 이럴 예정이니 막아라?

너가 아무리 노력해도 결과는 똑같을 것이다?

"쯧."

도저히 작가의 의도가 파악되지 않는다.

그래도 내가 할 일을 달라지지 않는다.

"오늘 밤, 나츠라를 죽인다."

그런 생각을 가지며 다 씻은 후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후 욕실에서 나왔더니 현관 쪽에서 네이드와 시울이 서 있었다.

"좀 괜찮아졌어?"

"응."

"다행이네, 그치?"

네이드가 시울을 바라보자 시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보다 시간은?"

"지금 나가면 딱 맞아."

"그럼 바로 나가자."

그렇게 우리는 프레인 호텔 1층으로 발을 옮겼고 그곳에는 반즈와 애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음? 루크도 있네?"

자세히보니 반즈의 옆에는 루크 이드리안이 서 있었다.

"아, 반즈가 루크랑 같은 방이라 같이 가자고 했나 봐."

"그래?"

루크가 같이 이동한다는 말에 나는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도그럴게 한 명이라도 더 많아야지 사태를 줄일 수 있으니까.

"그럼 다 왔으니까 슬슬 갈까?"

리아의 제안에 우리는 곧장 프리즈니라 타워로 발을 옮겼다.

"흠.. 어디로 갈래?"

반즈의 말에 우리는 고민에 빠졌다.

현재 우리가 있는 곳은 프리즈니라 타워 1층.

1층에는 온갖 음식점으로 가득한데,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기에 일시적 선택장애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저기 초밥집 있는데 초밥이나 먹을래?"

보다못한 내가 초밥집을 가리키며 말하자 애들은 '오, 그럴까?'란 반응이 나왔고 나는 추가로 말을 이었다.

"저기 다른 가계는 줄 서야 되는데 초밥집은 그럴 필요 없으니까 괜찮지 않아?"

내가 동의하느냐는 의미에서 애들을 바라보자 애들은 모두 긍정에 표시를 해주었고 우리는 곧바로 초밥집으로 향했다.

초밥집 내부는 깔끔하고 테이블마다 방이 나누어져 있었다.

우리는 6명이었기에 그중 넓은 방으로 들어갔고 조금에 시간이 흐른 후 직원이 들어왔다.

"여기 메뉴판입니다."

각자 메뉴판을 받은 후 고민한 결과 우리는 초밥 무한리필을 골랐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직원은 메뉴를 확인한 후 밖으로 나갔고 우리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일은 뭐하려나~"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훈련하지 않을까?"

네이드에 말에 루크가 대답해주었고 이르벨이 말을 이었다.

"뭐.. 루크 말대로 오늘은 놀았으니 내일부터는 훈련 시작이 맞겠지."

그 말에 내가 표정을 구기며 말했다.

"아오, 싫다 싫어."

"왜?"

"칼리스 쌤이 하는 훈련? 생각만 해도 빡셀 거 같은데."

"그래? 난 오히려 재밌을 거 같은데?"

반즈에 말에 내가 어이없어할 때 리아가 말했다.

"내일도 오늘처럼 그냥 쉬고 싶은데."

리아에 팩트에 내가 말을 추가로 덧붙였다.

"아무리 수련회라지만 일본까지 와서 훈련을 한다는 건 이해가 안되긴 해."

'물론 내일 있을 훈련은 오늘 일 때문에 사라질 예정이지만.'

속으로 말을 아끼고 있을 때 직원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 직원의 뒤에는 카트가 있었고 직원은 그 카트에서 음식들을 꺼냈다.

"오호.."

직원이 꺼낸 초밥들은 전부 생기가 있어 보였고 보기만 해도 맛있어 보였다.

"다 드시면 벨을 눌러주십시오."

그 말을 끝으로 직원은 카트를 끌고 방 밖으로 나갔다.

직원이 나가고 우리는 초밥을 먹기 시작했다.

내가 제일 처음 들은 초밥은 연어초밥.

연어초밥을 한입에 넣자마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맛있네.'

입안에 들어오자마자 연어가 녹는 거 같았고 밥 또한 그 속에 있는 와사비와 잘 어우러져 굉장히 맛있었다.

슬쩍 애들에 표정을 보아하니 애들 또한 초밥에 만족한 거 같았다.

아, 참고로 시울은 애완동물전용 음식점이 있었기에 그곳에다가 맡긴 후 좀 있다 찾아가기로 했다.

'시울이 제발 그곳에다가 넣지는 말라고 했지만.. 만족하겠지 뭐.'

초밥집에 오고 검색해보니 그곳에 들린 모든 애완동물은 만족했다는 댓글과 논평이 가득했기에 시울 또한 만족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시울은 애완동물이 아닌데 만족하려나?'

아주약간 시울에 대해서 생각해보았지만 초밥 맛이 아주 좋아서 금세 잊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먹다 보니 금방 배가 찼고 시간을 확인해보니 9시가 돼 있었다.

본래는 칼리스가 가능하면 10시 이후에는 방으로 돌아오란 말이 있었기에 애들은 돌아갔겠지만 내가 말을 꺼냈다.

"가능하면 이라고 했으니까 넘어도 상관없지 않을까?"

처음에는 돌아가자는 의견이었지만 내 말을 듣고 나선 '그런가?'라는 말이 나오더니 그냥 넘기기로 했다.

우리는 초밥집을 나오고서 10시 40분까지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네이드에 제안으로 7층에 있는 도박장으로 향했다.

물론, 도박장으로 가면서 애완동물전용 음식점에서 시울을 꺼내왔다.

그리고 내 예상대로 시울은 만족하고 있었다.

­"음식이 훌륭하더군."

나중에도 시울을 애완동물전용 음식점에 넣을까 생각을 하면서 걷다 보니 어느새 도박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이르벨이 도박장을 와도 되느냐고 물었지만 네이드는 손으로 어느 한 곳을 가리켰다.

네이드가 가리킨 곳은 도박장 입구 유리에 붙어있는 종이었다.

이르벨이 다가가서 종이에 적힌 문구를 읽었다.

"이곳은 돈을 걸고 하는 도박이 아닌 초반에 주는 칩을 모아 카페이용권과 같은 혜택을 받는 도박장입니다."

그렇다. 이곳은 즐기는 용으로 가는 순수한 도박장이다.

문구를 읽고 이르벨은 안심하였고 우리는 곧바로 도박장으로 들어갔고 바로 앞에 있는 직원에게서 칩 20개를 받았다.

"칩 40개를 모으면 카페 1회 이용권, 칩 60개를 모으면 상품권, 칩 80개를 모으면 무작위 뽑기입니다."

직원에 말에 리아가 의아해하면서 물었다.

"랜덤뽑기가 뭐에요?"

"랜덤뽑기란, 각종 상품의 이름이 적힌 볼을 무작위로 뽑아 그 상품을 획득하는 뽑기입니다."

도박으로 칩을 벌어서 도박으로 상품을 얻는 다라.. 괜찮은 발상인 거 같았다.

"참고로, 칩을 모두 잃으시게 된다면 더는 도박을 하지 못한 채 구경만 할 수 있습니다."

직원은 그 말을 끝으로 우리를 내부로 들여보내 주었다.

그리고 내부를 본 나는 자동으로 감탄사가 나왔다.

"이야~"

풍선다트부터 시작해 주사위, 마작, 슬롯머신, 트럼프 등등 폭력성이 들어가 있는 도박을 제외한 도박들이 다양하게 있었다.

"그럼 흩어져서 알아서 벌고 오자고."

루크에 말에 우리는 각자 하고 싶은 게임으로 향했다.

나는 무슨 게임을 할지 고민을 하다가 한가지 기억이 났다.

'내 마이는 언제 돌려주는 거야?'

지금까지 연락이 없기에 내가 먼저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오전에 연못에서 만난 사람입니다."

­연못이요?

"마이 가져가셨잖아요."

­아, 그 애구나?

"혹시 세탁 못 하셨어요?"

혹시나 해서 물었지만, 다행히 세탁은 했다고 한다.

­그.. 지금 프리즈니라 타워 7층에 있는 도박장으로 와줄 수 있어?

"저 지금 도박장인데요?"

­그래? 잘됐다!

...?

­그럼, 풍선 다트 쪽으로 와줘!

그 말을 끝으로 상대 쪽에서 전화를 끊었다.

"..뭐지?"

내 옷을 돌려준다는 사람이 옷은 안 주고 도박장에 있을까 생각을 하며 풍선 다트 쪽으로 발을 옮겼다.

그리고 나는 볼 수 있었다.

오전에 보았던 여성 옆 테이블에 대량으로 쌓여있는 칩들을 말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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