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화 〉 수련회 밤 (8)
* * *
"어떠신가요. 제 날개는?"
"딱히 할 말은 없는데."
칠흑의 색으로 칠해진 날개를 보며 체이는 슬쩍 몸을 풀기 시작했다.
지금 눈앞에 있는 나츠라라는 인간, 아니 마인은 자신과 동급인 7급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몸을 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것인가?
나츠라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반응을 보니 이 날개가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아시는 모양이군요."
"내가 그 날개를 가진 애들을 몇 번 죽여봐서."
이탈리아로 파견을 나갔을 당시, 파견 목적이 마인사살이였기에 당황하지 않을 수 있던 것이다.
"그런데 하나 궁금한 게 있긴 해."
"무엇이죠?"
자신이 궁금한 게 있다하자 여유롭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는 나츠라를 당장 베어버리고 싶었지만, 정보수집이 먼저였다.
"그 보라색 액체, 마시는 거랑 투여되는거랑 차이가 뭐지?"
"아, 그건 간단합니다."
나츠라는 손가락 두 개를 폈다.
"투여되는 것은 고통은 없지만 마인이 되지 못할 확률이 좀 높습니다."
"반면, 마시는 것은 끔찍한 고통이 있지만 마인이 될 확률이 높아지고요."
그 말을들은 체이는 나츠라에게 이상한 점을 하나 지적했다.
"하지만 너는 고통 따윈 없어 보였는데?"
"당연히 고통을 없애는 방법이 있기 때문이죠."
"그게 ㅁ"
"아쉽게도 그 방법은 비밀입니다. 저희도 비밀이란 게 있어서 말이죠."
"그래?"
궁금한것도 다 들었겠다, 체이는 마나를 끌어올리며 능력을 발동시켰다.
"[탑 샷]"
"[끗]"
자신이 날린 트럼프카드들은 나츠라가 던진 화투패와 부딪혀 충격만을 일으키고 바닥에 떨어졌다.
'강도 확인 끝났고.'
체이는 트럼프카드와 화투패가 바닥에 떨어지자마자 나츠라에 옆으로 이동해 대낫을 휘둘렀고, 휘두른 자리를 보자 나츠라는 이미 다른 곳으로 이동한 뒤였다.
'속도도 확인 끝났으니..'
체이는 마지막으로 확인해야 되는 것을 알아내기 위해 나츠라를 향해 달려들었다.
****
체이 스타리아가 달려드는 것을 본 나츠라는 화투패 조합 중 하나인 [장사]를 발동시켰다.
체이 스타리아는 자신에게 붙은 후 거대한 낫을 자신의 목을 향해 휘둘렀지만 힘 버프와 피부 강화를 받은 지금은 가볍게까진 아니더라도 막아낼 수 있었다.
낫을 막아낸 후 곧바로 주먹을 쥐고선 체이 스타리아의 명치를 향해 뻗었지만, 낫에 봉 부분을 이용해 자신의 팔 진행 방향을 틀어 피했다.
아까 전부터 유용하게 사용하는 봉 부분을 봉인하기 위해 손을 슬며시 뻗는 그 순간, 체이 스타리아가 몸을 숙인 뒤, 명치를 향해 다리를 뻗었다.
[장사]의 능력이 조금씩 빠지고 있었기에 막는 선택 대신 피하기를 선택하여 하늘로 물러났다.
"어우, 무서워라."
하늘로 올라간 뒤, 자신이 있던 자리를 보았고, 그 자리는 풍압으로인해 매서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역시, 이기려면 그 방법밖에 없나?'
동급이 되어도 체이 스타리아는 강했기에 비장의 한 수를 쓰기 위해 판을 깔기로 했다.
"[끗]"
나츠라는 [끗]을 사용하여 화투패의 강도를 높인 후, 체이 스타리아를 향해 하강했다.
"[탑 샷]"
체이 스타리아는 자신을 향해 트럼프카드들을 날리며 그 뒤로 바닥을 차며 위로 뛰었다.
나츠라는 화투패로 자신에게 쏘아진 트럼프카드들을 전부 쳐낸 뒤, 자신을 향해 휘두른 낫을 막아내었다.
자신은 위에서 아래로 누르는 형태이며 날 수 있었기에 유리한 위치를 잡았다 생각해 무차별적으로 화투패를 휘둘렀다.
나츠라는 화투패를 휘두르다가 문득 이상한 점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왜 안 떨어지는 거야.'
위로 점프하였으면 아래로 떨어져야 하는 게 기본 상식, 심지어 위에서는 자신이 계속 내리치고 있었기에 진작에 바닥에 떨어졌어야 하는데 아직 하늘에 있었다.
그러다가 어떠한 것을 발견해낼 수 있었다.
방금전 자신이 쳐낸 카드 중 하나를 체이 스타리아가 밟고 있는 것을 말이다.
'설마 튕겨낸 카드들을 고정해 그 위에 서 있는 거였나!'
서둘러 하늘로 피하려는 자신을 본 체이 스타리아가 말했다.
"지금 눈치채도 늦었어."
"[조커의 손장난]"
백색카드를 붙인 대낫을 휘두르자 자신이 사방으로 튕겨낸 카드들에서 튀어나온 낫들이 자신을 향해 쇄도했다.
****
체이는 자신의 낫들에 의해 몸이 베이며 추락한 나츠라를 위에서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체이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웃었어.'
자신은 보았다.
나츠라가 추락하는 도중에 슬쩍 보인 미소를 말이다.
만약을 대비하여 경계를 취하고 있을 때, 자신에 오른손목에서 통증을 느꼈다.
'윽.. 뭐지?'
통증이 느껴진 곳을 바라보니 손목에는 보라색 띠가 생겨있었다.
"잘 어울리시네요."
밑에서 쓰러진 몸을 일으킨 나츠라가 자신의 손목에 생긴 띠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에 체이는 자신의 손목을 들어 올리며 물었다.
"이거, 뭐야."
"마인을 몇 번 상대하셨다니 대충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 띠는 제 고유 권능입니다."
'역시.'
마인이 되면 그 마인은 각자 고유 권능을 하나 얻게 된다.
그리고 그 권능들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해당할 수 있다.
자신이 처리한 몇몇 마인들만 생각해봐도 여러 가지다.
기척까지 전부 없앨 수 있는 권능.
손에 닿는 모든 것들의 무게를 변화시킬 수 있는 권능.
모든 것들을 날카롭게 만들 수 있는 권능.
이것 말고도 몇 개의 권능을 더 보았고, 하나 알 수 있는 사실이 있었다.
권능이 발동된 순간부터는 상황이 바로 뒤집힐 수 있다는 것.
그렇기에 체이는 뒤집힐 상황을 주지 않기로 했다.
"[탑 샷] & [스페이드 A]"
11개의 트럼프 카드들이 나츠라에게 쏘아졌고 동시에 체이는 나츠라의 권능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땡]"
나츠라가 던진 마나 구체로 변한 화투패가 자신이 던진 트럼프 카드들을 뚫고선 자신에게 날아왔고, 급하게 몸을 틀었기에 팔에 흠집이 난 것으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체이의 표정은 매우 안 좋았다.
"네 권능.. 약화냐?"
능력이 원래의 강도가 아닌 낮춰진 강도로 이루어졌기에 자신이 약해졌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약화가 맞긴 합니다만, 정확하진 않습니다."
나츠라는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의 고유권능은 '자신에게 피해를 준 적 1명을 무조건 자신보다 약하게 만든다.'입니다.
"즉, 체이 스타리아 당신은 저보다 약하단 소리입니다. 속도든, 힘이든, 모든 것이 말이죠."
좋지않다.
아까까지만 해도 자신이 나츠라보다 우세할 수 있던 것은 자신이 마인이 된 나츠라보다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6급 정도가 된 지금, 나츠라보다 약해진 지금은 우세를 나츠라가 가져간다.
그렇기에 오랫동안 지속해서 전투를 벌이다 보면 쓰러지는 것은 자신일 것이다.
물론, 자신이 쓸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사용한다면 이기기는 쉽지만 프리즈니라 타워를 포함은 이 근처를 전부 쓸어버릴 수 있기에 사용할 수 없다.
여기서 방법이 있다면 단 하나, 7급 능력자인 칼리스가 올라오는 것이다.
아마 칼리스라면 지금쯤, 여왕을 처리한 후 올라오고 있을 것이다.
'응, 그럼 해야 할 일은 하나네.'
칼리스가 올 때까지 시간을 최대한 번다.
생각을 마친 체이는 시간을 벌기 위해 나츠라와 거리를 벌린 채 [스프레드]를 사용하였다.
나츠라는 흩어지는 카드들을 보며 미소를 지은 채 여유로운 걸음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콜 오브 카드] & [조커의 손장난]"
천천히 걸어오는 나츠라를 향해 카드를 모이게 한 뒤, 백색카드를 대낫에 붙여 휘둘렀다.
나츠라에 근처에 모인 카드들에서 대낫이 튀어나와 나츠라의 온몸을 베기 직전.
"[6월 : 모란과 나비]"
나츠라가 슬쩍 떨어트린 모든 화투패가 무수한 꽃잎으로 변한 채 나츠라를 둘러 감쌌고 낫들은 꽃잎들을 뚫지 못했다.
꽃잎들로 막아낸 후, 나츠라는 자신을 향해 꽃잎들을 이동시켰다.
"[스프레드] & [조커의 발놀림]"
자신의 낫들이 막히자마자 능력을 사용해 사방으로 카드들을 흩어지게 하여 그곳으로 이동했기에 꽃잎들에 덮쳐지는 것은 피했다.
"아직입니다."
나츠라는 자신이 이동한 곳에 꽃잎들을 이동시켰고 자신은 계속해서 꽃잎들을 피해 이동했다.
그렇게 피해다 보니 어떠한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나츠라가 안 보여.'
그리고 그 사실을 알아차리자마자 자신이 이동한 곳에서 마나 구체로 변한 화투패가 날아왔다.
갑작스레 일어난 일이기에 반응조차 하지 못해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처졌고 나츠라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12월 : 버드나무와 사람]"
나츠라는 쓰러진 자신을 향해 말했다.
"이것 참.. 저를 처리한다던 사람이 제 밑에 쓰러져있다는 사실은 참 짜릿하네요."
"그럼, 이만 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츠라는 그 말을 끝으로 마나를 끌어 올렸고, 체이는 허무하게 웃을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본 나츠라가 말했다.
"해탈인가요?"
체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너무 늦잖아."
그와 동시에 옥상정원 문이 활짝 열리며 불꽃 비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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