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화 〉 수련회 밤 (10)
* * *
루크는 벽에 처박힌 상태에서 고통을 최대한 죽이며 정신을 차렸고, 현재 상황을 확인했다.
"..원래 저랬나."
자신이 상대할 때보다 더 커진 실패작과 네이드가 겨루고 있었다.
아니지, 겨우 버티고 있다고 하는 게 더 어울렸다.
네이드가 [파동]을 이용하여 여러 공격을 해보지만, 제대로 공격이 안 들어가는 듯 했고, 네이드는 실패작에 모든 공격들을 위태롭게 피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 또한 얼른 합류해주기 위해 벽에서 빠져나왔을 때, 발밑에 무엇인가 걸리는 게 있었다.
'생각해보니 네이드가 아까 뭔갈 던지고 갔었지.'
네이드가 던진 것임을 떠올리며 던진 것을 확인하자, 흐뭇한 미소가 지어질 수밖에 없었다.
네이드가 던져놓은 것은 다름 아닌, 창이었다.
그것도 잘 다듬어진 창.
아마도, 자신이 실패작과 짧게 싸우고 있을 때, 어디선가 가져온 것이 뻔하다.
루크는 창을 한번 회전시켜본 뒤, 손에 딱 감김을 확인하고 곧바로 네이드를 향해 뛰어갔다.
실패작 근처에 도착한 자신을 본 네이드가 말했다.
"널 위해 준비했어."
"아.. 창? 고맙다야."
"그것도 있지만, 메인은 이쪽이거든!"
네이드는 내리찍는 실패작의 다리를 피하며 말했다.
그로인해 내리찍어지는 실패작의 다리에 최종목적지는 자신의 머리.
그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피할 수 없음을 깨닫고 창대부분을 위로 올리며 내리찍는 공격을 막아내었다.
비록 약간 팔이 저릿하긴 했지만, 잘 다듬어진 창이라 그런지 반으로 쪼개지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그때, 자신이 실패작의 공격을 막았기에 잠시 멈칫한 실패작에 뒤에서 네이드가 뛰어올라 실패작에 관자놀이를 향해 다리를 휘둘러찼다.
다행히 충격이 들어갔는지 실패작에 머리는 한쪽으로 치우쳤고, 그와 동시에 실패작이 팔 한쪽을 뻗어보았지만 네이드가 몸을 틀어 피했다.
치우쳐진 머리, 다른 쪽으로 뻗어진 팔 한쪽, 자신이 막고 있는 다리 한쪽.
자세가 이렇게 많이 틀어져있는 지금이 기회라 생각한 루크는 창을 힘껏 위로 밀어 올려진 다리를 치운 즉시 능력을 발동시켰다.
이드리안류 오의(??)
[류압척렬폭(????)]
루크는 마지막 일격이라는 듯이 자신의 모든 마나를 창끝에 집중시킨 후, 그 창을 빈틈인 허리에 찔러넣었다.
그와 동시에 찔러넣은 부위에서 살점이 터져나갔지만, 실패작은 버텨내었다.
하지만, 루크는 그대로 몸을 숙이며 말했다.
"널 위해 준비했다."
"고맙다."
네이드가 쿠크에 뒤에서 나타나며 말함과 동시에 박힌 창에 주먹을 내질렀다.
"[파동]"
주먹에 의해 더 깊게 박힌 창이 [파동]으로 인해 네이드가 마나를 최대한으로 쥐어짜서 만들어낸 진동을 고스란히 실패작에 전해주었고, 그 충격으로인해 실패작은 몸 안쪽이 터져나갔을 것이다.
그 결과, 루크, 네이드, 실패작은 전부 쓰러졌고, 지금부터는 먼저 일어나는 사람이 승리를 가져갈 것임을 안 네이드와 루크는 몸을 일으킬려해보았지만 마나를 최대한으로 끌어모아서인지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실패작을 바라본 둘은 충격적인 장면을 볼 수 있었다.
근육이 서서히 재생되는 실패작을 말이다.
다행히도 재생되는 속도가 느렸기에 어찌어찌 잘해보면 실패작이 움직이기 시작할 때, 자신들 또한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죽지않는 강자와 모든 마나를 다 사용해야 하는 약자.
이 두 개의 문장만 봐도 결과는 뻔하지 않은가?
그렇기에 어떻게하면 살아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던 그때.
위잉~ 윙~
울려퍼지는 소리가 들려와 그곳을 향해 고개를 돌며 보니, 네이드가 손가락만 겨우 움직여 핸드폰 알람음을 울리고 있었다.
"누..가 와줄지 모..르잖아."
하지만 알람음이 계속해서 울려도 누군가 찾아오는 일은 없었고 실패작은 조금만 더 회복하면 움직일 거 같았다.
네이드는 아직 일어날 수 없어 보여 어떻게든 창을 집고 몸을 일으켜 세우려는 그때.
"위급상황에서 알람소리를 내는 것은 매우 좋은 판단이었다."
많이 익숙하고 안심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칼리스는 일어나려는 자신을 그냥 눕힌 뒤, 자신과 네이드를 한번 보곤 말했다.
"잘 버텨주었구나."
그 말을 끝으로 칼리스의 화염이 실패작을 뒤덮었다.
"이제 쉬어라."
그 말을 듣고 타오르는 불꽃을 보며 따듯한 기분으로 잠에 빠져들었다.
****
아직, 두 명의 실패작이 죽기 전.
"야, 이 타워에 7급이 체이 스타리아 한 명뿐이냐?"
이 말을 들은 나츠라는 손뼉을 짝!치며 말했다.
"그러네. 밑에 7급이 더 있었구나."
"이제 알았어?"
"..그래서?"
"뭐?"
"그래서 뭐 달라지는 게 있나?"
나츠라는 여유 있게 자신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너를 빨리 죽이고 체이 스타리아를 죽이러 가면 되거든."
"내 목적은 어디까지나 체이 스타리아니까."
나츠라는 그리 말하며 손을 한번 튕겼다.
분명 나츠라가 손을 한번 튕겼을 뿐인데 나는 무언가에 짓눌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 느낌 때문에 내 무릎이 꿇리기 전에 [버틸 탱]을 사용하여 무릎을 꿇지 않고 서 있을 수 있었다.
"호오.."
나츠라는 작은 감탄을 한 뒤, 화투패 하나를 꺼내며 내게 던졌다.
"[땡]"
예전에 카페에서 본 [땡]보다 훨씬 크고 마나 밀도도 높은 마나 구체를 보자마자 옆으로 몸을 던졌다.
바닥을 구른 후, 일어나자 뒤에서 약간의 웃음기가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장사]"
나는 그 말이 들리자마자 피할 수 없음을 깨달음과 동시에 품에 미리 준비해둔 능력을 발동시켰다.
'[막을 방]'
하지만 이런 내 방어는 신체 강화된 나츠라의 주먹을 막을 수 없었다.
방어막이 깨지며 나츠라가 내 갈비뼈 쪽을 한 대 치니 나는 그 즉시 날아가며 바닥을 몇 바퀴 굴렀다.
"아악!"
갈비뼈가 아작났는지 아니면 그냥 아픈 것인지 모를 고통을 느끼고 있을 때, 나츠라가 걸어오기 시작했다.
"흠, 재밌게 해준다고 하지 않았느냐?"
"끄윽.."
"뭐.. 내가 이렇게 강해졌으니 어쩔 수 없는 결과인가?"
나츠라는 내게 다가온 뒤, 내 가슴 부분에 발을 올렸다.
"아까 그 자신만만하던 모습은 그냥 체이 스타리아를 빠져나가게 하기 위한 시간벌기였니?"
그리 말하며 나츠라는 내 가슴 부분을 지르밟기 시작했다.
"끄으아악!!"
"계속 소리 질러, 듣기 좋으니까."
나는 느껴지는 고통에 소리치면서 나츠라가 모르게 오른손목에 숨겨둔 부적을 슬쩍 오른손으로 꺼내보았지만.
"어딜."
"아악!"
나츠라가 부적을 들고 있는 오른손을 [땡]을 사용한 화투패를 던져 꿰뚫었다.
그로인해 들고 있던 꿰뚫린 부적이 나츠라에 옆으로 살랑살랑 흘러갔고 부적 속 능력을 본 나츠라가 웃었다.
"[폭발 폭]? 도저히 못 이길 것 같으니 자폭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끄윽..."
"그럼 한번 해봐."
나츠라는 그 부적을 주워내 손 위에 올려주었다.
"한번 발동해보라고, 체이 스타리아가 도망칠 동안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 되잖아?"
"퉤."
나는 그 말에 나츠라가 나를 지르밟고 있는 다리를 향해 피가 섞인 침을 뱉었다.
"...미쳤구나?"
나츠라는 힘껏 나를 다리로 내리찍고선, 멱살을 쥐어 잡은 채로 자신의 눈높이에 맞게 들어 올렸다.
나는 바로 전에 내리찍힌 다리 때문에 숨만 간신히 쉬고 있는 상태였기에 그저 노려보는 것 말고는 할 게 없었다.
나츠라는 내 눈빛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표정을 약간 굳히며 말했다.
"이걸로 안 죽길 바랄게, 좀만 더 즐기고 싶거든."
그말을 끝으로 나츠라는 비어있는 손을 내 얼굴을 향해 휘둘렀고 나는 그 주먹을 보면서 주먹이 닿기 직전, 개인아공간에서 오늘만을 위해 준비한 무엇인가를 허공에서 꺼냈다.
나츠라의 주먹이 내가 허공에 꺼낸 무엇인가와 함께 내 얼굴을 쳤고, 나츠라가 그와 동시에 내 멱살을 놔버렸기에 뒤로 날아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고통이 없었다.
오히려 방금까지 느껴진 고통이 사라졌다.
나는 좋아진 몸 상태로 빠르게 일어섰고, 그런 내 모습에 나츠라가 의문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짓을 한 거냐."
"말했잖아, 오늘을 위해 준비한 게 꽤 많다고."
나는 내 주위에 떨어진 무엇인가를 주우며 나츠라에게 보여주었다.
"보여? 이게 널 위해 특별히 준비한 거야."
나는 그 무언가, '진실의 형태'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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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진실의 형태
능력: 사용자가 믿어 의심치 않아 하는 것을 그것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실제로 이루게 해준다.
(단, 사용자가 조금이라도 의심을 한다면 효력은 바로 사라지며, 발동조건은 완벽히 믿는 것.)
설명: 예전 왕 중 한 명이 말하였다.
"자신의 말이 곧 진실이며, 그 진실은 실제로 이루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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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포이베의 눈'으로 감정한 진실의 형태의 능력과 설명이었다.
나는 세상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나츠라에게 말했다.
"내가 생각한 진실은 단 하나."
"나츠라 미치하리가 아무리 강해져도, 에르문 에파치아 또한 나츠라 미치하리와 같은 강함을 가지게 된다."
내 말에 나츠라가 얼굴을 심하게 구겼다.
"..뭐라고?"
"즉, 지금은 나도 너랑 똑같은 7급이라고."
나는 사용한 진실의 형태를 개인아공간에 넣은 뒤, 부적을 꺼내 들며 말했다.
"이제 좀 재밌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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