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화 〉 수련회 밤 (11)
* * *
나츠라는 지금 상황에 매우 불만이 많았다.
자신을 재미있게 만들어준다면서 타겟인 체이 스타리아를 빼돌린 꼬맹이.
분명 5급도 안 되는 놈이었는데 아티팩트를 하나 발동시키자 자신과 같은 7급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 그 꼬맹이는 시난 듯 계속해서 자신을 향해 공격을 가하고 있었다.
부적을 쏘아대거나, 빠르게 움직여 칼을 휘두르거나, 자신에게 디버프를 걸거나.
"[쏠 사] & [날카로울 예]"
지금도 자신을 향해 여러 개의 부적들을 쏘았고 자신은 [땡]으로 막아내었다.
하지만 나츠라는 조금 전 공격으로 인해 어떤 한 가지를 알아내었다.
그것은 바로.
'저 꼬맹이는 7급으로 올랐지만, 싸움방식은 그대로다.'
이 말은 즉, 전투 감각 부족과 7급의 온전한 힘을 못 사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최대한 빨리 끝낸다.'
나츠라는 7급의 오른 후 깨달은 능력을 사용하기 위해 패에서 비광을 꺼냈다.
"[비광의 우산]"
그러자 들고 있던 비광이 붉은색 우산으로 변하였고 자신은 그 우산을 잡았다.
그리고 잡자마자 느낄 수 있었다.
이 우산이 7급에 걸맞은 능력이란 것을 말이다.
우산을 들고 슬쩍 밑에 있는 꼬맹이를 쳐다보니 갑자기 나타난 우산에 꽤 긴장하고 있는듯했다.
'보여줘 볼까. 진짜 7급의 힘을.'
나츠라는 그와 동시에 꼬맹이의 앞으로 이동하였고 꼬맹이가 반응하기도 전에 우산으로 꼬맹이의 몸을 후려쳤다.
꼬맹이가 날아가고 있을 때, 추가로 능력을 사용하였다.
"[12월 : 개구리]"
화투패에서 자신의 상체만 한 개구리가 튀어나와 꼬맹이 위로 뛰더니 혀로 꼬맹이를 바닥으로 후려치고는 사라졌다.
추가타를 날리기 위해, 꼬맹이가 처박힌 바닥 위로 이동하였고 그와 동시에 바닥에서 살기가 느껴져 순간적으로 몸을 돌렸다.
탕!
하지만 울려 퍼지는 소리와 함께 어깨를 무엇인가가 꿰뚫었다.
피가 흐르는 어깨를 손으로 감싸며 뒤로 빠졌고, 동시에 자신의 어깨를 꿰뚫은 게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달빛에 반사되어 빛나고 있는 권총 한 자루를 꼬맹이가 들고 있었던 것이다.
****
나는 나츠라에 어깨에서 흐르고 있는 피를 보며 생각했다.
'총이 진짜로 만들어지네.'
나츠라와 싸우기 전, 기숙사에서 쉬면서 7급이 되었을 때, 얻을 수 있는 장점이 무엇인지 생각을 해보았다.
생각해본 결과, 한 가지를 떠올릴 수 있었다.
그것은 한자조합.
예전에 실패했던 여러 개의 한자를 조합하여 어떠한 것을 만들어내는 것은 될 거 같았다.
그 직후, 나는 어떠한 조합으로 만들지 많은 생각을 해보았고 생각한 결과 중 하나가 바로 권총.
그렇기에 나는 나츠라에게 맞아서 날아가는 동안 [주먹 권]과 [총 총]을 조합해보았고, 내 손에는 권총 한 자루가 생겨났었다.
나는 곧바로 권총에서 탄창을 빼낸 뒤, 탄창에 능력을 추가로 부여했다.
'[꿰뚫을 관] & [빛 광]'
버프를 바로 부여한 뒤, 탄창을 넣어 자신의 위로 점프한 나츠라를 향해 쏘았고 그 결과가 어깨의 큰 구멍이 난 채 피를 흘리고 있는 나츠라다.
하지만 나는 약간 만족스럽지 않았다.
[꿰뚫을 관]을 사용하여 관통력을 높였고, 마인들의 카운터인 [빛 광]을 부여한 빛 속성탄환을 사용하였는데 생각보다 피해가 작은 탓이었다.
나는 약간에 불만을 표하며 나츠라가 들고 있는 우산을 바라보았다.
저 우산의 이름은 [비광의 우산].
원작에서는 저 우산으로 나츠라가 많은 사람을 죽이고 날뛰었던 걸로 알고 있었다.
저 우산의 능력은 간단하다.
원래 섯다에 기술만 사용하던 것을 고스톱에 기술까지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저 우산으로 날아오는 기술을 막거나 때릴 수도 있다.
심지어 우산은 나츠라 고유능력이기에 빛 속성 관련 공격에 대한 추가 피해는 없다.
나는 얼추 생각을 마치고 나츠라를 향해 총을 쏘았고 나츠라는 [비광의 우산]을 펼쳐 총알을 막아내었다.
그것을 기점으로 나와 나츠라는 서로 향해 달려들었다.
나츠라는 내 밑으로 뒤집어진 화투패 한 장을 던지더니 능력을 발동시켰다.
"[쪽]"
능력을 발동하자 내 밑에 있는 화투패가 뒤집혔고 밑에 있는 패와 똑같은 패가 거대한 크기로 내려오고 있었다.
"[쏠 사] & [탈 초]"
나는 여러 개의 부적을 내려오고 있는 거대한 화투패에 쏜 뒤, 그 화투패를 태우기 시작했다.
거대한 화투패는 나에게 닿기 전에 타 사라졌고 나는 나츠라를 향해 총을 연속으로 쐈다.
나츠라는 똑같이 우산을 펴서 막아낼 생각이었지만 이미 한번 보았던 방법이었기에 상쇄시키기로 했다.
"[휠 규]"
그러자 쏘아진 총알들은 전부 다른 방향으로 휘기 시작했고 사방에서 나츠라를 향해 쏘아졌다.
사방이 다 막힌 나츠라는 표정을 굳혔다가 총알이 닿기 직전 나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땡잡이]"
'시발.'
나츠라의 [땡잡이]로인해 나츠라에게 날아가던 총알들이 나를 향해 쏘아졌다.
좀더 위험한 상황에 쓸 줄 알았던 [땡잡이]를 지금 쏘다니.. 내 예상이 틀렸다.
부적으로 인한 능력은 나에게 피해를 안 주기에 [푸를 청]을 사용하여 [땡잡이]를 뺄려했지만 실체화된 총알이 날아오고 있었다.
실체화된 것들은 나에게 피해를 똑같이 끼칠 수 있기에 지금 저 총알들에 당한다면 결과는 뻔하다.
나는 방금 공격으로 다 쓴 총을 빠르게 버린 후, 부적을 움켜잡은 뒤, 그 모든 부적에 [막을 방]을 새겨넣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무수히 많은 방어막은 날아오는 총알들을 겨우 막아내었다.
잠시 한번에 너무 많은 [막을 방]을 사용하여 현기증이 잠깐 왔을 때, 나츠라는 그때를 놓치지 않았다.
"[6월 : 모란과 나비]"
내 사방을 무수히 많은 꽃잎으로 감싸고 추가로 능력을 발동시켰다.
"[홍단] & [청단]"
바닥에서는 [홍단]의 패가.
하늘에서는 [청단]의 패가 생겨났다.
그렇게 사방에서 나를 향해 공격이 들어오는 순간, 개인아공간을 열어 어떠한 것들을 꺼냈다.
****
나츠라는 주변을 가득 채운 연기를 하늘에서 보며 생각했다.
'끝났군.'
자신이 방금 사용한 기술. [홍단], [청단]을 맞은 그 꼬맹이는 아마 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도그럴게, [홍단]은 그 위에 있는 모든 생명에 체력을 흡수하는 것이며, [청단]은 그 아래에 있는 모든 생명체에 마나를 흡수하는 기술이었기에 두 개를 정통으로 맞은 그 꼬맹이는 체력과 마나가 전부 빨려 만에 하나 살아도 산 게 아닐 것이다.
그래도 혹시나라는 생각을 하며 뒤에 달린 날개로 바람을 일으켜 연기를 걷어냈다.
연기를 걷어내자 보이는 것은 바닥에 처박힌 사태로 눈을 감고 있는 꼬맹이.
아직 마나가 느껴지는 것을 보니 꼬맹이는 죽지 않은 모양이다.
그렇기에 친히 편안히 죽여주기 위해 하늘에서 바닥으로 내려갔다.
뚜벅뚜벅 꼬맹이를 향해 걸어가던 도중.
"..!"
무의식적인 감각으로 몸을 틀었다.
하지만 완전히 피하지는 못하였는지 날개에 구멍이 여러개 뚫려있었다.
나츠라는 자신에 날개가 뚫렸다는 분노를 진정시키지 못한 채 원흉을 바라보았다.
바닥에 쓰러진 꼬맹이가 어느새인가 일어서있던 것이다.
그리고 나츠라는 꼬맹이 옆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빈 병을 보고선 깨달았다.
꼬맹이가 체력과 마나가 다 빨리기 전에 포션을 먹어 쓰러진 척 연기한 것임을.
분노한 자신이 화투패를 꺼내기도 전에 꼬맹이가 바닥을 가리켰다.
바닥을 보자 자신을 기준으로 사방으로 [동녘 동], [서녘 서], [남녘 남], [북녘 북]이 적힌 부적이 붙어있었다.
"[막을 방]"
꼬맹이가 말하자 부적 위로 보이지 않는 마냐의 벽이 만들어졌다.
"내가 이것도 못 부술 거 같아?"
나츠라는 [장사]를 사용한 채 주먹으로 벽을 쳐보았지만 흔들릴 뿐, 조금에 일그러짐도 없었다.
그리고 그 벽 건너편에서는 꼬맹이가 재수 없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꼬맹이는 자신의 위쪽으로 부적 한 장을 던졌고, 그 부적이 자신의 위에 도달할 때 즈음, 능력을 연달아 사용하였다.
"[클 대] & [푸를 청] & [빛 광] & [쏠 사]"
부적이 자신을 덮을만한 크기 정도까지 커진 후, 푸른 불꽃이 타올랐고 빛 속성까지 추가된 후, 자신을 향해 일자로 쏘아졌다.
이 공격은 그냥 맞으면 무조건 적으로 죽을 거 같았기에 자신 또한 최상위기술로 맞받아치기로 했다.
"[삼팔광땡]"
나츠라에 발밑에서부터 꽃들이 살랑살랑 생기기 시작하더니 한가운데에 보름달문양이 생겨났고, 나츠라는 그 보름달 위에 서서 자신을 향해 내려오는 부적을 향해 최강의 패인 [삼팔광땡]을 휘둘렀다.
은빛으로 빛나는 [삼팔광땡]과 온갖 능력이 담긴 부적이 서로 맞붙이 쳤고 그 충격으로 인해 자신을 감싸고 있던 벽이 깨지며 폭발이 일어났다.
****
나는 마나 탈진 위기였기에 바닥에 주저앉은 채, 거센 숨을 쉬며 폭발이 일어난 장소를 보고 있었다.
'살았겠지.'
마인카운터인 빛 속성과 내 최대공격인 [푸를 청]을 동시에 사용하였지만, 나츠라가 [삼팔광땡]을 사용하여 대응함과 동시에 마인의 재생력과 피부를 생각해보면 죽지 않았을 것이다.
그 증거로 폭발이 일어난 곳에서 자신을 노려보는 붉은 안광을 볼 수 있었다.
나츠라는 날개를 펼치며 안개를 걷어낸 후 나에게 매우 빠른 속도로 날아왔고, 나를 눕힌 후 내 위에 올라탔다.
가까이서 본 나츠라의 모습은 기괴했다.
몸 군데군데가 파여있고 찢어지고 녹아내렸지만, 형체를 가지고 있었다.
"아프잖아."
나츠라는 나를 내려다보며 나를 무차별적으로 때리기 시작했다.
'아프다.'
나는 내 위에서 마구잡이로 때리는 나츠라를 막을 수 없었다.
그저 맞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한동안 맞은 후. 거센숨을 쉬며 나츠라가 내게 말했다.
"야, 이제 충분히 즐겼으니까 죽여줄게."
나츠라는 그 말을 끝으로 모든 화투패를 하늘 위로 던졌다.
"[호접지몽(??之夢)]"
그러자 모든 화투패가 투명한 나비떼가 되어 나에게 서서히 내려오기 시작하였다.
[호접지몽(??之夢)]은 모든 나비가 내려앉게 되는 순간, 존재 자체가 사라지는 기술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게 한 마리 한 마리씩 차례대로 내게 내려앉았고 5마리가 남았을 때,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날아오던 나비가 사라진 것이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나츠라의 당황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째서?"
나는 갈라진 목소리로 대답해주었다.
"아..까 공격하..때 마비..침을.... 넣었거..든."
유진 마르피아에게서 마비 침을 받은 날부터 매일매일 마비 독을 강화시켜왔다.
오직, 오늘 이 순간만을 위해서 말이다.
나는 개인아공간에서 [푸를 청]이 적힌 부적을 내 손에 꺼내어 쥔 상태로 능력을 발동시켰다.
부적을 쥔 손에서는 푸른 불꽃이 아름답게 타오르기 시작했고 그 주먹을 겨우 들어 올려 굳어있는 나츠라의 명치를 향해 뻗었다.
주먹을 서서히 넣으면서 그와 동시에 푸른 불꽃이 붉게 타오르게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뭐든 좋았기에 신경 쓰지 않은 채 계속해서 명치를 관통시켰다.
결국, 붉은 불꽃이 타오르고 있는 내 주먹은 나츠라의 몸을 관통시켰고 그 뚫린 구멍을 시작으로 나츠라의 몸이 서서히 타 들어가기 시작했다.
"야.. 내가 이겼..다."
"....."
나츠라는 묵묵히 나를 쳐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나는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얼마지나지않아 나츠라의 몸은 전부 타버려 재가되었고, 주먹을 펴자 주먹 안에 있던 부적이 하늘로 치솟아 폭죽처럼 터졌다.
그 아름다운 폭죽을 멍하니 보고있을 때, 입구 쪽에서 여러 발소리가 들려왔고, 그곳을 눈만 돌려 슬쩍 보니 체이 스타리아를 포함한 칼리스, 레일라가 자신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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