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4화 〉 수련회 밤 (12)
* * *
나는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손을 들어보려고 하였지만, 손이 올라가기는커녕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런 내 모습에 레일라가 인상을 쓰고는 능력을 쓰며 내게 뛰어왔다.
"[재생하라, 생명의 흐름이여]"
그러자 상처가 아물기 시작하였고, 아문 상처를 보고 나서 한번 움직여보려 하였지만 실수였다.
"악!"
몸은 아까와 마찬가지로 움직이지 않았고 고통은 더욱 크게 느껴졌다.
내가 고통에 이를 악물고 있을 때, 어느새인가 내 옆에 앉아서 나를 진료하고 있는 레일라가 한숨을 쉬며 내 이마를 손가락으로 눌렀다.
"왠지는 모르지만, 안에 근육들이 전부 망가져 있어서 일단 외부부터 응급처치했고 제대로 된 치료는 다른 곳에서 제대로 할 거니까 움직이지 말고 있어."
"..네."
내가 대답을 하자 내 머리 위에 그림자가 드리워지면서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따.
"아.."
나는 올게 왔다는 생각으로 위를 쳐다보았고 그곳에는 체이 스타리아가 팔짱을 낀 상태로 서 있었다.
나는 할 말이 없었기에 그저 미소를 지었고 내 미소를 본 체이 스타리아는 한숨을 쉬며 내게 말했다.
"고맙다."
나는 그 말에 약간 놀랐다.
'뭐야, 그냥 넘어가 주는 건가?'
내 기대감은 체이 스타리아가 표정을 다시 싸늘하게 바꾸면서 산산이 부서졌다.
"그건 그거고, 몸이 다 회복되면 이야기 좀 해야 될 거야."
그 말을 끝으로 체이 스타리아는 어딘가로 사라지고 칼리스가 다가왔기에 나는 칼리스에게 물었다.
"애..들은요?"
"애들은 전부 로비에서 치료 중이다."
"그래..요? 다행이..네."
실패작에게 당하지 않고 이겨냈다는 소리였기에 안심이 되었다.
"일단 이야기는 나중에 들을 테니 좀 쉬어라."
칼리스가 손으로 내 눈을 감게 만들자, 나는 곧바로 기절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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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여러 장면이 지나갔다.
푸른 색으로 뒤덮인 거대한 톱니바퀴.
붉은 색이 희미하게 겉돌고 있는 거대한 톱니바퀴.
그 두 개의 톱니바퀴를 보는 빛으로 이루어진 작가.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본질을 깨닫다니.. 대단하네요."
"그리고 @%!!까지 !@$#다니.. 역시 제 선택은 틀리지 않았군요."
"부디, !$이%에 도달하시길."
그렇게 혼잣말을 하던 작가는 돌연 내가 있는 쪽을 돌아보았다.
"이런.. 이건 잊어주시죠."
작가가 손을 한번 튕기는 것을 끝으로 나는 깨어났다.
.
.
.
제일 처음 보는 것은 새하얀 천장이었다.
그리고 푹신한 감촉이 등에서 느껴지는 것을 보니 지금 내가 누워있는 곳은 병실일 것이라 생각하였다.
"몸은.. 괜찮네."
몸을 일으키며 조금씩 움직여보았는데 다행히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고, 자유자재로 움직여졌다.
그런 움직임에 침대가 끼익 소리를 내었고 그 소리에 누군가가 개인커튼을 걷어내며 들어왔다.
"무슨 소리가... 일어났구나?"
목소리에 주인은 레일라.
레일라는 깨어난 나를 보고는 미소를 지은 채 옆에 있는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몸은 좀 어때?"
"괜찮은 거 같아요."
"다행이네, 너한테 사용한 포션들이 아까워지지 않아서."
"네? 부분이라니.. 선생님께서 치료해주신 거 아니었어요?"
내 물음에 레일라가 살며시 웃으며 내게 말했다.
"네가 기절한 후에 체이가 포션을 한 뭉텅이로 가져오더라고."
"그 사람이요?"
"응, 확실하게 치료해달라고 얼마나 뭐라 하던지."
나는 그런 체이 스타리아에 모습이 상상이 안 갔기에 아쉬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게 있었다.
"그런데, 혹시 지금 시각이..?"
"아, 그걸 말 안 했구나."
레일라는 휴대전화기를 킨 후, 내게 보여주었고, 나는 휴대전화기를 보고선 고개를 끄덕였다.
휴대전화기에 적힌 시간은 아침 6시 40분이었다.
내가 시간을 보고선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레일라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내게 말했다.
"수학여행은 어제 있었던 일 때문에 취소되었고, 오늘 8시에 돌아갈거야"
"그러니까 그전까지 깊은 상담 좀 하고 있으렴."
"네?"
레일라는 그 말을 끝으로 빠져나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체이 스타리아가 개인커튼을 걷어내며 들어왔다.
체이 스타리아는 나를 한번 곁눈질해 보더니 레일라가 앉아있던 의자에 앉아서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다.
어색한 분위기가 계속될 거 같아서 침묵도 깰 겸 내가 먼저 말을 꺼내보았다.
"안녕하세요..?"
"......"
"그.. 저기요?"
"....."
체이 스타리아가 계속 침묵을 유지하자 괜히 뻘쭘해진 나는 시선을 피하기로 정했다.
내가 시선을 피하고 좀 시간이 지나자 체이 스타리아가 입을 열었다.
"사과."
"...?"
"사과는?"
그 말을 들은 나는 곧바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뭘 잘못했는지는 알고?"
"제 마음대로 그쪽을 싸움에서 벗어나게 했습니다.
"아닌데."
"네?"
"그것도 맞지만 내가 원하는 대답은 아니야."
"...죄송해요."
체이 스타리아가 원하는 대답을 찾지 못한 나는 그냥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였다.
내가 고개를 숙이고 있자 체이 스타리아는 내 머리에 딱밤을 한 대 때리며 말했다.
"고개 들어, 알려줄 테니까."
내가 고개를 들자 체이 스타리아는 손가락 두 개를 피며 말했다.
"첫째, '그쪽'이라 부르지 마, 그냥 체이선배라고 불러."
"두 번째. 그렇게 자신만만했으면 다치지 말했어야지."
그리 말하는 체이 스타리아의 표정은 어딘가 화나 보였다.
"어떻게 이겼는지는 안 물어볼게."
"그런데 말이야, 마지막 장면을 보니 한 틱 차이로 네가 이긴 거 같던데, 네가 죽을 수도 있었다는 건 알고 있니?"
"상대는 7급 실력에 마인이였어. 그런데 2명이라는 이점을 포기하고 혼자서 상대하다니.. 장난해?"
체이 스타리아는 진심으로 나에게 화냈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내게 말했다.
"너 또한 하나의 생명이라는 것을 기억해."
"참고로, 시울이라는 늑대는 애들이 데리고 있어."
그 말을 끝으로 개인커튼을 열고 나갈려했기에 나는 급하게 체이 스타리아를 불렀다.
"저기..!"
"...?"
"제가 쓰러졌을 때 포션을 주신 건 정말 감사합니다. 체이선배."
내가 한 말에 체이 스타리아는 나를 한번 돌아보고 잠시 쳐다보더니 그냥 커튼을 열고선 나갔다.
체이 스타리아가 나간 후, 나는 침대에 기대고선 아까 화내던 체이 스타리아를 떠올리며 시간을 보내다가 출발시각이 가까워졌을 때, 침대에서 일어난 후, 출발장소로 이동하였다.
****
병실에서 빠져나온 체이 스타리아는 병실 앞 벽에 기대어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레일라에게 다가갔다.
"레일라쌤! 제가 포션을 가져온 건 말하지 말라고 부탁했잖아요..!"
자신에 말에 레일라쌤은 피식 웃으며 내게 말했다.
"나는 있었던 일은 말하자는 주의라서."
"쌤!"
"그것보다 체이?"
"..네."
"혹시 에르문이랑 이야기할 때, 막 무섭고 엄하게 대한 건 아니지?"
"맞는데요."
"진짜로?"
"네, 에르문같은 애들을 혼낼 때에는 무섭고 엄하게 대해야 효과가 좋잖아요?"
내 자신 있는 말에 레일라쌤은 나를 잠시 쳐다보더니 내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체이.. 나랑 칼리스를 포함한 너의 친구들이 누누이 그랬잖니."
"...?"
"네가 무섭게 행동해도 그냥 귀엽게 투정부리는 것처럼 보인다는 걸."
"아.. 아니거든요!"
"진짜?"
"네! 저 최근 들어서 주변 사람들한테 무섭다고 자주 이야기 들었거든요?"
자신이 따지자 레일라쌤은 그저 미소를 지은 채 나를 가만히 보다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주변 사람들이 아주 착하구나."
"네?"
"아무것도 아니야, 것보다 너도 우리랑 같이 한국으로 돌아갔댔지?"
"네, 맞아요."
"그럼 슬슬 움직이자, 우리는 좀 빨리 모여야 되거든."
그 말을 끝으로 나와 레일라쌤은 복도를 걸으며 출발장소로 향했고, 복도를 걷고 있을 때 레일라쌤이 내게 물었다.
"그런데, 얼굴은 왜 그렇게 빨개?"
"아.. 그냥 좀 더워서요!"
"하긴, 오늘따라 날씨가 덥긴 하네."
레일라쌤은 진짜로 더운지 손으로 부채질하며 걸었다.
자신또한 레일라쌤처럼 손부채 질을 하며 따라 걸었고 속으로 생각했다.
'헤헤.. 처음으로 선배라고 불렸다..'
바쁜 일상 때문에 아카데미는 물론이고 사회생활에서도 듣지 못한 선배라는 소리는 생각보다 기분이 좋았다.
****
출발장소에 도착하자 나무그늘 아래에 반즈를 포함한 애들과 시울이 있기에 다가가며 손을 흔들었다.
"다들 여기 있었네?"
"에르문!"
나를 본 반즈가 마찬가지로 손을 흔들며 나를 맞이하였고 내가 다가가자 이르벨이 내게 물었다.
"몸 상태는?"
"보시다시피 멀쩡해."
그리고 네이드가 뒤에서 내 어깨에 턱을 올린 채 휴대전화기에 어느 기사를 보여주었다.
"어제 있었던 일에 관한 기사야."
기사에 내용은 간단했다.
프리즈니라 타워에 갑작스러운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났고 던전 브레이크로 빠져나온 엔티아노들을 능력자들과 아카데미학생들이 힘을 합쳐 막아냈다는 이야기.
당연히 마인이 된 나츠라와 실패작에 관한 내용은 빠져있었다.
"다행인 건 어제 다친 사람은 있어도 사망한 사람은 없었대."
"그래? 그거 다행이네."
나는 사람이 죽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하였고 리아가 끼어들었다.
"그렇지, 근데 한 사람이 죽을뻔하긴 했지."
그 말에 분위기가 싸해지며 애들은 전부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침을 한번 삼키고는 사과를 했다.
"미안.."
"에이, 지금 이렇게 똑바로 서 있으면 된 거지 안 그래?"
내 뒤에 있던 네이드가 내 머리에 손을 올리고 머리카락을 헤집음과 동시에 웃으며 분위기를 풀려 노력했고, 애들 또한 금방 분위기를 풀었으며 시울은 은근슬쩍 내 곁으로 다가와 몸을 비비고 있었다.
나는 풀린 분위기에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 돌아가자, 브레이온아카데미로."
그렇게 우리는 브레이온 아카데미로 돌아갔으며 평화로운 나날들을 보내자 방학식이 되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