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화 〉 Witch of affection (1)
* * *
"그래서, 체이선배가 제 동행인이라는 거죠?"
"응, 그렇게 됐네."
"하.."
나는 거실바닥에 앉은 채 깊은 한숨을 내쉬었고 내 앞에서 소파에 앉아있는 체이 스타리아에게 간절한 마음으로 부탁해보았다.
"혹시, 동행인취소는 안 되겠죠..?"
"당연하지."
"아니, 도대체 왜 선배가 제 동행인인 건데요?"
내 한탄에 체이가 어깨를 으쓱으며 대답해주었다.
"저번 수련회 때 일을 내게 꺼내면서 해달라고 하시는데 어쩔 수 없잖니?"
"그럼, 동행했다고 말만 맞추고 따로 행동할까요?"
"음.. 싫은데?"
"왜요?"
내가 째려보자 체이 스타리아는 어이없다는 듯이 내게 말했다.
"아니, 너 어차피 방학 동안 실력 기르러 간다며, 그럼 7급인 내가 있어주는 게 오히려 좋은 거 아니야?"
반박을 하려던 나는 팩트에 입을 꾹 다물었고, 내가 입을 닫자 체이 스타리아는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다.
"그럼 방학 동안 잘 부탁할게?"
"..네."
"그럼, 방학 동안 뭐할지 알려줄래?"
나는 어쩔 수 없는 마음으로 다 알려주지는 않고 중요한 것 몇 개를 빼고 말했다.
"일단 던전만 계속해서 돌아야죠."
"음? 어떻게?"
"이걸로요."
나는 휴대전화에서 어떤 앱을 키고 체이 스타리아에게 보여주었다.
"아, '던전구합니다'네?"
일명, '던전구합니다'.
'던전구합니다'는 능력자들이 던전을 구매하기 위한 앱이다.
"원래는 성인이 안돼서 용병으로 지원할 생각이었지만.."
나는 체이 스타리아를 빤히 쳐다보았고 체이 스타리아 또한 내가 원하는 것을 깨달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가 있으니 대신 구매 좀 해달라는 거지?"
"네."
"좋아, 동행인도 맡았으니 내가 구매는 해줄게."
"감사합니다."
그 후로 나와 체이 스타리아는 구매할 던전을 살펴보았다.
"던전 몇 개 정도 살까?"
"조금만 사세요, 안그래도 던전값많이 비싸졌는데."
내 말에 체이가 미소 지으며 내게 말했다.
"던전이 아무리 비싸도 낮은 등급에 던전은 부담 없이 살 수 있어. 내가 누군지 알잖아?"
"하긴, 7급 능력자에게 돈 걱정을 한 제가 미련했네요."
돈 걱정도 할 필요 없겠다, 나는 바로 정해둔 던전을 하나 골랐다.
"첫 던전은 이걸로 하고 싶어요."
"울릉도 쪽 D급 게이트라.. 적당하네. 다른 건?"
나는 체이 스타리아가 울릉도에 있는 D급 게이트를 구매한 것을 보고 추가로 몇 개를 더 골랐다.
던전구매가 끝난 체이 스타리아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내게 말했다.
"그럼 내일 9시까지 텔레포트 게이트 앞에서 보자."
"네, 그때 봬요."
체이 스타리아를 밖까지 배웅해준 뒤, 집안으로 들어온 나는 '던전구합니다'에 들어간 후, 울릉도에 있는 게이트 빼고 나머지 던전들을 환급했다.
환불까지 마친 나는 시울을 불렀고 시울은 곧바로 내 앞으로 다가왔다.
"무슨 일이냐?"
"장 보러 가자."
"무엇을 사러 가는 거지?"
"별거 없어."
"..?"
시울은 내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기울였지만 나는 피식 웃고선 시울을 대리고 근처 마트로 향했다.
마트에 도착한 나는 장바구니를 여러 개 꺼냈고, 장바구니를 여러개 꺼낸 나를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았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고 행동했다.
내가 한 행동은 단 하나.
눈에 보이는 하급 포션, 음식재료, 간식, 음료, 물, 등등을 전부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렇게 장바구니에 채워진 것들을 모두 계산하고 전부 개인아공간에 넣었다.
참고로, 개인아공간 안에 넣어진 것은 넣기 전 상태 그대로 유지되기에 최고의 효율을 자랑한다.
장까지 다 본 나는 내일을 위해 집에서 움직이지 않고 얌전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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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다음날이 되었고 나는 시울과 함께 텔레포트 게이트로 향했다.
텔레포트게이트에는 체이 스타리아가 서 있었고 나를 보았는지 손을 흔들었다.
"정확하게 왔네?"
"딱 정확한 게 좋잖아요."
"하긴, 그럼 바로 움직일까?"
"네."
우리는 곧바로 텔레포트 게이트를 이용하여 울릉도에 도착하였고, 체이 스타리아가 내게 물었다.
"에르문, 아침은 먹고 왔어?"
"안먹고 왔어요, 체이선배는요?"
"나도 안 먹었어, 그런 김에 아침 먹고 움직일까?"
"좋죠."
나와 체이 스타리아는 근처에 있는 빵집에 들어가서 오징어먹물 빵으로 간단하게 아침을 먹었고 게이트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에르문, 근데 첫 던전으로 여기를 고른 이유가 있어?"
"그냥, 울릉도가 가고 싶었어요."
"단순하네."
나와 체이 스타리아는 이런 식으로 가볍게 말을 나누었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인가 게이트 앞에 도착하였다.
던전에 들어가기 전에 체이 스타리아가 내게 말했다.
"자, 간단하게 말할게."
"나는 동행인으로 온 거니 너랑 같이 던전에 들어가긴 할 거야."
"하지만 나는 아무런 간섭도 안 할 거고 오로지 너 혼자 힘으로 깨야 하는 거고."
"만약, 너 혼자 힘으로 못 깨겠다고 판단이 들면 바로 도와줄게."
"더 물어볼 거 있니?"
"없습니다."
"그래, 그럼 들어가자."
나는 체이 스타리아에 허락이 떨어지자 숨을 크게 한번 쉬며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한 뒤, 체이 스타리아와 함께 게이트 안으로 발을 들였다.
그와 동시에 게이트의 색이 파란색(D급)에서 빨간색(B급)으로 자연스레 바뀐것은 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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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뜨자 우리가 가장 먼저 본 것은 수많은 나무.
일단 움직일려할 때, 뒤에서 체이 스타리아가 내 어깨를 잡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에르문, 여기 게이트 등급이 D급이었지?"
"네, 무슨일 있으세요?"
"..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속으로 감탄했다.
'8급 후보라 그런가, 아직 확신은 하지 않았지만, 뭔가 이상해진 걸 느낀 모양이네.'
"그럼, 일단 밑으로 내려가 볼까요?"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체이 스타리아에게 말하며 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어느정도 걷다 보니 평지에 도착하였고 주위를 둘러보다 내가 찾던 곳을 발견했다.
"저기 오두막집이 있네요."
"그러게."
"한번 가보죠."
그렇게 우리는 오두막집으로 향했고, 내가 문을 두 번 두드리자 안에서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그러더니 문이 열리며 7살쯤 돼 보이는 여자아이가 우리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핑크색 머리카락에 핑크색 눈을 보고선 여자아이가 내가 찾던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몸을 숙이며 여자아이에게 말했다.
"혹시 우리가 갈 곳이 없어서 그런데 잠시 집에 들어가도 될까?"
"움.. 네! 들어오세여!"
여자아이는 문을 활짝 열고선 우리를 맞이했다.
"오.."
오두막집안은 매우 잘 꾸며져 있었다.
약간 귀여움과 세련됨에 중간 정도?
우리가 오두막집을 둘러보고 있을 때, 여자아이가 내 옷을 잡으며 내게 말했다.
"저 소파에 안자 계세요."
"고마워."
우리는 소파에 앉자 아이는 어딘가로 종종거리는 발걸음으로 뛰어갔다.
아이가 사라지자 나는 체이 스타리아에게 말했다.
"선배, 저는 여기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데 선배 생각은 어떠세요?"
"..그러게, 아무래도 던전등급이 바뀐 거 같네."
체이 스타리아는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던전안에서 사람이 나오면 최소 B 급 게이트라는 거니까."
그렇다, B 급 게이트부터는 그냥 괴수만 나오는 것이 아닌 사람이 나와 진행되는 스토리형식 게이트도 나오기 때문이다.
"그럼 도와주시는 건가요?"
"응, B급은 지금에 너로서는 위험할 수 있으니까."
"혹시 그렇다며"
"이거 드데요!"
내가 말 하려 할 때 아이가 손에 물컵을 들고선 우리에게 건넸다.
체이 스타리아는 그 물컵을 받고선 유심히 보더니 이내 웃는 얼굴로 말했다.
"고마워, 마침 목말랐는데."
아이는 체이 스타리아에 대답에 까르르 거리며 말했다.
"헤헤, 그보다 언니 오빠들은 어디서 온 거에요?"
"우리? 우리는 여기서 멀리 있는 마을에서 왔어."
"진짜여? 그럼 혹시 다른고슨 어떻게 생겼어요?"
"바깥말이니?"
"네! 제가 여기랑 근처밖에 안 가봤거든요!"
"그래? 그렇다면 같이 나가볼까?"
"진짜여? 와! 나가여!"
"그래, 그럼 바로 나가자."
체이 스타리아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나를 보았다.
아마 같이 갈 거냐고 물어본 거 같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저는 여기 있을게요, 괜찮을까?"
"네!"
아이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고, 체이 스타리아는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둘다 밖으로 사라지는 것을 본 나는 잠깐 앉아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내 시선이 멈춘 곳은 책들이 가득히 쌓여있는 책꽂이.
그 책꽂이들은 벽 한편을 다 채우고 있었고, 나는 그쪽으로 다가가며 시울에 말했다.
"시울, 여기 있는 책 중 아까 봤던 꼬마에 머리카락색이랑 똑같은 핑크색 책 좀 찾아줘."
"알겠다."
그렇게 우리는 책꽂이를 뒤져보았지만, 원하던 책은 발견하지 못했다.
"있는 게 맞는 건가?"
"분명히 있을텐.. 어?"
나는 밑에서 나를 올려다보는 시울을 보며 말하다 바닥에 쓸린 흔적 같은 것을 발견하였다.
"시울, 잠시만 비켜봐."
시울은 내 말에 옆으로 비켜줬고 나는 몸을 낮추곤 바닥을 손을 쓸어보았고, 미소 지었다.
"[힘 력]"
나는 부적으로 내 힘을 강화시키고선 자리에서 일어나 책꽂이 왼쪽을 잡은 후, 있는 힘을 다해 끌어당겼다.
그러자 책꽂이가 끌려왔고, 그동안 찾고 있던 핑크색 책이 벽에 박혀있었다.
나는 곧바로 책을 꺼냈고 제목을 확인했다.
'Witch of affection.'
이번 스토리던전에서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될 책을 찾은 나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찾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