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화 〉 EP.1 아드리옴 요새 (3)
* * *
이곳은 마물의 수용소다.
아드리옴이 특이한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요새가 마물을 수감할 수 있는 교도소를 구비하고 있다.
마물 사냥이라고 전부 죽이는 건 아니었다.
필요에 의해 포로로 잡아들이는 마물들이 있었다.
정치적으로 이용이 가능한 마계의 간부, 혹은 체내로부터 유용한 자재를 생산하는 특정한 마물의 경우가 그러하였다.
“들어갈게”
“네…”
촤르륵 철장을 열었다.
보이지 않는 특수한 결계로 둘러싸여 있기에 오로지 인간만이 이렇게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꿀나방 소녀가 조심스레 옆으로 비켜선 채, 양손을 가지런히 모아 다소곳한 자세로 그를 맞이했다.
꿀벌형 마물답게 검정, 노랑이 번갈아 교대하는, 무릎까지 오는 줄무늬 타이즈를 입은 듯한 가녀린 다리는 언제 봐도 귀엽다.
인간 기준으로 14세~15세 되어 보이는 외모와 작고 깜찍한 더듬이.
그렇다.
그녀는 성체가 아니다.
그렇다고 미숙한 외양 속에 높은 연배가 숨어있는 것도 아니다.
흔한 판타지 설정과는 달리, 마물과 인간의 기대수명은 딱히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인간의 평균 수명보다 30년 정도 길긴 하지만.
아무튼,
“허음…”
우용은 조금 복잡한 표정으로 독방을 둘러보았다.
벌집을 연상시키는 육각형 구조. 살림살이라곤 짚더미 위에 다 찢어져 가는 모포 한 장 덮여진, 침대 같지도 않은 잠자리와 구석의 책장 하나가 전부다.
“언제 봐도 굉장한 방이네. 좀 다른 의미로”
“헤헤..괜찮아요. 이젠 익숙한걸요”
우측 구석에 놓인 책장이 눈에 띈다.
“그새 또 책들이 늘었구만”
“당연하죠! 전 모범수니까요”
자랑스럽다는 듯 허리에 올리고 가슴을 내미는 소녀.
그 모습에 우용이 한층 더 씁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무리 모범스럽게 생활한다고 풀려나는 것도 아닌데.
“아이구 우리 아리에타. 장하다 장해”
마음에도 없는 소릴 내뱉으며 그녀의 머릴 쓰다듬는다.
이렇듯, 모범수의 경우 원하는 물건을 조금씩 들일 수 있었다.
물론 탈옥과 관련 있는 물건을 제외하고.
반면 협조적이지 않을 경우 군인이 출두해 징벌을 내린다.
물리적이거나 정신적인 방법으로. 마법을 이용한 무형의 힘으로 몸이 구속되어 있는 만큼 수감된 마물들은 속수무책으로 고문 받아야 했다.
‘잔인하다’
참, 누가 악마인 건지.
정의란 없다.
허공을 향해 안타깝게 혀를 찼다.
바람직하지 않은 수단으로 사람을 납치해 가는 작자들이나.
이렇게 포로로 잡아들여 노예처럼 비인도적으로 굴리는 작자들이나.
적어도 우용의 눈엔 쌍방 모두 과실이 있었다.
어느 하나 제대로 된 사념을 가진 쪽이 없었다.
“쯧. 그래도 항상 다행이야 아리에타. 어디 맞으면서 사는 건 아닌거 같아서”
“헤헤…”
게브에게도 아리에타는 건들지 말라고 일침을 가했었지.
그 못난 변태 새끼의 취미는 훈육한답시고 수감자의 몸에 손을 대기 일쑤였다.
애당초 스스로 지원해 이 어둡고 습한 곳에서 일을 하려는 목적부터가 음흉하다.
그는 마물이 아니면 발기가 안되는 이상 성욕자였다.
제각각 보지의 맛이 신세계라며 저질스러운 표현들로 얼마나 떠들어대던지.
그의 즐거운 썰들을 듣다 보면 아무래도 짜증이 날 수밖에.
누구는 한창 팔팔할 나이를 동정으로 보내게 생겼는데 말이다.
“우용 씨. 오늘은 좀 내용이 많아요”
아리에타가 책장에서 종이 뭉텅이를 한가득 가져왔다.
“와…고생 많았어. 늘 신세지니 좀 미안하네”
“헤헤..별 거 없어요. 오히려 시간을 떼울 수 있어 좋은 걸요”
무언가가 빼곡히 적인 종이 뭉텅이를 받아 드는 우용.
이것이 그가 223호를 고집하는 가장 큰 이유였다.
아니지. 첫째는 귀여운 아리에타고 둘째가 이 종이 뭉텅이 되겠다.
그 내용은...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보고 싶지만.. 유감스럽게도 오늘은 할 일이 있네”
먼저 해야 할 일을 끝마치는 게 우선이다.
아무리 제멋대로 굴어도 된다지만, 그래도 당분간은 레이코의 눈치를 봐야 할 필요가 있었다.
밀당은 중요하니까.
우용이 놋쇠 양동이를 그녀 옆에 내려놓았다.
“후딱 마무리할까?”
“네..넷!”
무언가 대단한 거라도 결심한 듯 딱딱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하하..긴장풀어. 내가 다 부끄러워지잖아”
“넵..”
성벽을 수리할 자재가 필요한데 어째서 꿀나방을 찾아왔는가.
바로 꿀나방의 밀랍 때문이었다.
밀랍을 생산하는 꿀나방의 특수한 체질은 건설 및 보수 자재로 사용하기 적합했다.
한마디로 현대의 시멘트와 같은 역할이다.
그것도 아주 질이 좋은.
"읏챠..."
아리에타가 벽면에 손을 짚고 다리를 살짝 벌린 채 엉덩이를 뒤로 내빼자, 우용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다리 사이로 놋쇠 양동이를 들이밀었다.
괜찮을까 싶어 그녀와 눈을 마주치자 부끄러운 듯 고개를 휙 돌린다.
귀까지 빨개져 있다.
이런 쑥스러운 반응은 곧 있을 행위에 대한 허락과도 같다.
마물의 특이한 체질은 보통 성적 흥분을 매개로 발현한다.
이것이 인력난에 시달리면서도 교도관을 남성으로 두는 이유였다.
남성이 일하고 관리하는 것이 일의 진행에 있어 몇 배는 수월했으니까.
“흐윽…”
우용이 부드러운 손길로 둔부의 털을 쓰다듬자 나이에 맞지 않는 야릇한 신음이 돌아왔다.
“역시 예민하네 아리에타. 생각보다 빨리 끝나겠어”
“우..우용씨가 상대라..”
우용이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방이 덥다.
말 그대로 온도가 올라갔다.
"어후...벌써부터 뜨거워"
밀랍은 상온에선 고체로 굳지만 온도가 높아지면 녹는다.
녹는 점은 약 60도 정도.
따라서 꿀나방들은 밀랍을 분비하기 위해 체온을 높일 필요가 있었고, 무리 생활 중 그들의 체온이 60도가 넘는 경우는 일상다반사였다.
40도의 고열만 되어도 신체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사망에 이르는 인간의 몸으론 상상할 수 없는 체질이다.
'어찌 보면 참 대단한 족속들이야'
밀랍의 분비선은 성기의 피부샘에 위치해 있는데, 따로 별도의 분비관이 있는 건 아니라서 그들이 밀랍을 분비하는 과정을 보면 땀이 배출되는 양상과 굉장히 유사함을 알 수 있다.
꿀나방의 메커니즘은 익히 잘 알고 있었다.
"시작할게"
"네, 넵..!"
체온을 올리는덴 여러 방법이 있으나가장 빠르고 확실한 수단은 역시 성적 자극이다.
“키가 좀 큰 거 같아. 손의 각도가 많이 올라가는걸..”
“그야.. 무럭무럭 자랄 때니까요..흐읏..!”
황금빛 털을 헤치고 들어가 더듬거리며 음부를 찾는다.
벌써부터 밀랍이 새는지 주변부가 심히 끈적하다.
“흐으읏…”
음핵을 건드리자 반사적으로 그녀의 날개가 파르르 떨었다.
그로 인해 일어난 미풍이 우용의 살갗을 간질였다.
손가락 하나를 까딱할 정도의 작은 움직임에도 소녀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절로 단단해지는 아랫도리.
'시팔.. 좀 그렇긴 하네'
그래도 마냥 재밌게 지켜볼 순 없었다.
레이코와의 야릇한 행위가 배덕감 만땅이었다면 이번엔 죄책감 비스무리한 감정이었다.
우용에게 있어 아리에타는 소중한 여동생과 같은 존재였으니까.
그 덕에 흥분은커녕 죄스러운 마음에 서둘러 일을 끝낼 생각이었다.
찌걱 찌걱 찌그르륵
“아..으읏..흐으읏..”
크게 어려울 건 없다.
투박한 성인 남성의 손으로 소녀의 가녀린 음핵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면 된다.
"으흥..."
방의 온도는 급격히 올라갔다.
솔직히 견디기 힘들 정도.
이 짓거릴 할 때마다 어렸을 적 아버지 손잡고 갔던 찜질방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래서 더욱 죄스럽다.
“하읏…흐으읏..!! 우..우용 씨. 좀만 천천히..”
“하이 참…그냥 빨리 끝내자..”
주체 못하고 바지 속에서 껄떡이는 자지.
빨리 이 불편한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
손길은 더욱 격해져 간다.
껄쩍 껄쩍 껄쩍
심히 찐득했던 밀랍이 금새 유순해지며 손가락 사이로 부드럽게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불과 3분 만에 체온이 최대치에 달한 것이다.
처음엔 뜨거워서 이쯤 되면 건들지도 못했었는데, 이제는 장갑을 끼지 않아도 아무렇지 않다.
하긴, 이 짓거리도 곧 5년 차가 되어가니 쓸데없는 내공이 쌓일 수밖에.
운동을 열심히 하면 굳은살이 배기듯, 여전히 아리긴 했으나 이전에 비해 그 정도가 훨씬 덜했다.
"워메..뜨거버라"
"장갑도 안 끼고...흐읏..! 괜찮아요?"
"날 뭘로 보고. 이 정도론 끄떡없지!"
그렇다고 고통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그야 60도면 1도 화상을 입을 정도의 높은 온도였으니까.
그래도 빠른 일처리를 위해 장갑을 끼진 않는다.
껄쩍 깔짝 찔꺽 찔꺽
“하앗…나..나와요..나와..”
이윽고 그녀의 두 발 언저리로 밀랍이 뚝뚝 떨어져 양동이에 담겼다.
절정에 가까워졌는지 벌려있던 다리가 차츰 다물어지다 끝내 무릎이 붙었다.
잔뜩 긴장해 목석처럼 굳어있는 두 다리.
가랑이 사이에 요지부동으로 손이 껴있는 꼴이다.
굳이 내뺄 필요가 없어 그대로 멈추지 않고 손가락을 열심히 문댔다.
“어흑…!!”
엉거주춤 위태롭게 서 있는 모습이 꼭 소변을 참을 때의 자세와 비슷하다.
“아리에타. 소리 좀 낮춰. 옆방의 친구들에게 다 들리겠어. 창피하다며 또 새침하게 굴 거잖아”
“하으윽..! 흐읏..! 그..그치만..”
소리는 그녀도 모르게 점점 커져갔고 어느새 좁은 방안을 가득 메우게 되었다.
곧이어 이를 인지하고는, 한 손으로 입을 막아 튀어나오는 소리를 참으려 안간힘을 쓴다.
“우웁..웁..”
아리에타는 속으로 되뇌었다.
밀랍을 좀 더 빠르게 분비하기 위한 ‘효율적인 행위’일 뿐, 결코 이상한 짓거리가 아니라고.
찌그르륵 찌그르르
“우웁…하으읏…”
그러나 자기 세뇌는 오래가지 못했다.
자극이 계속되자 이성은 끝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잡념들은 천천히 잊혀져 갔다.
“아아♡.. 이제 더는.. 헤으으♡”
아리에타가 두 다리를 덜덜덜 후들거리며 위태롭게 헐떡이기 시작한다.
결국 힘이 풀려 양동이 위로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어엇..!”
그녀가 갑작스레 주저앉자 다리 사이 낑겨있던 손이 항문을 훔치며 위로 튀어 올랐다.
푸드득 푸다다닥
“흐에엑♡ 헤윽♡ 으흐흥♡”
조수를 뿜듯, 양동이로 엄청난 양의 밀랍이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그 소심하고 여린 성격의 아리에타가, 연신 짐승스런 천박한 목소릴 뱉어냈다.
“아..아리에타..?”
“하으응♡… 헤에엑...”
흔히들 말하는 ‘가버린 표정’으로 거칠게 헐떡인다.
쾌락에 젖어 사리분별 못하는 한 마리 암캐와 같은 모습은 그녀가 새삼 마물이었음을 절로 상기시킨다.
우용은 밀랍으로 범벅되어 미끌거리는 손을 연신 쥐었다 펴며 관찰했다.
바세린처럼 살짝 굳은 고깃기름 같기도 했고, 빵에 발라 먹는 용도의 크림 버터 같기도 했다.
손가락 마디를 접을 때마다 찌걱거리는 이상야릇한 소리가 났다.
수지 사이마다 몇 가닥씩 늘어나 붙어 있는 실타래들로 보아하니 밀랍 말고도 다른 액체가 새어 나온 듯하다.
"하아...하아...하아..."
본디 꿀나방들은 한 번에 많은 양의 밀랍을 뽑고 나면 체온이 급격히 저하되며 극심한 피로를 느낀다.
이제는 지쳐 쓰러져야 할 터.
슬슬 정리하자고, 머쓱하게 말을 건넬 타이밍이었다.
"후우....고생했어. 뒷정리를..."
"하아...하아...헤응..."
허나 아리에타의 상태가 오늘따라 유독 이상하다.
그녀가 양동이에 주저앉은 채 몸을 돌려 우용을 응시했다.
지친 기색은커녕, 평소보다 붉게 상기되어 있는 얼굴. 그리고 또렷한 눈빛.
어째선지 체온이 가라앉지 않고 그대로 60도를 유지하고 있다.
우용이 이마의 땀을 훔쳤다.
“어이 아리에타. 왜 그래?”
분명 평소처럼 했을 뿐인데.
무언가 잘못했나?
이래서야 마치 각성한 거 같잖아.
이상한 방향으로.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