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몬무스를 반대로 착정한다-6화 (6/55)

〈 6화 〉 EP1. 아드리옴 요새 (5)

* * *

과거 식민지 개척활동이 활발하던 시절.

백인 탐험가들이 가지고 온 총을 본 원주민들은 십중팔구 식겁하며 경외했다.

그야 ‘탕!’하고 큰 소리가 나면 옆에 있던 동물이 죽어나가는데, 그것이 ‘화기’의 개념이 없는 원주민들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겠는가.

그들에게 있어 백인 탐험가들은 ‘마법사’와 다름없었다.

마법이란 그런 것이다.

터무니없는 초자연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구의 인류가 ‘과학’을 통해 기계 문명을 발전시켜 왔듯, 이 다른 세계는 ‘마법’을 통해 조금 다른 길을 걸어왔을 뿐이다.

어쩌면 지구의 인류가 걸었을 수도 있었던 길을.

*

좋아하는 조주를 팽개치고 최우선으로 몰두하는 일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마법’의 연구.

오로지 자지의 족쇄를 풀고 자유를 얻겠다는 신념 하나로, 몇 년을 죽어라 공부해 온 우용이었다.

­파지직

­지지지직

그의 손에서 연신 청록빛 스파크가 튀었다.

일종의 손풀기와도 같은 기초 마법이다.

이제는 눈 감고도 가능할 지경까지 왔다.

“진짜 개고생 했었지”

우용은 어디까지나 필요에 의해 소환된 ‘이방인’이었다.

따라서 여느 판타지 소설에나 나올 법한 특전이라던가. 치트키라던가. 그런 팔자 좋은 낭만따위 없었다.

그렇다면, 일반인에 불과한 ‘우용’이 어째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가.

“마법…”

처음엔 상식과는 아득히 먼, 섭리를 어긴 말도 안되는 무언가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공부를 거듭할수록 우용은 ‘마법’이란 초자연 현상을 이성적으로 납득할 수 있었다.

“아앗!! 따거라…”

아무리 익숙해져도 딴 생각은 금물이다.

벼락을 맞은 듯 머리가 뻗쳤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꼴을 본 우용이 실소를 터뜨렸다.

그가 이성적으로 마법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거두절미하고 지구의 과학을 바탕으로 아주 요약해서 말하자면.

마법은 ‘정전기’였다.

“하하…요란하게도 뻗쳤네”

처음 이 사실을 알았을 때 얼마나 어이가 없었는지.

정전기.

개념은 다음과 같다.

[물체 위에 정지하고 있는 전기]

[물체끼리의 마찰에 의하여 생긴 마찰 전기를 포함함]

[이때 발생하는 전압은 1만 볼트를 넘고, 순간 전류는 수 암페어에 달하지만, 실제로 전기가 흐르는 건 매우 짧은 시간(약 0.000002 초)이기에 부상을 입는 경우는 거의 없음]

모든 마법은 이 찰나의 스파크.

정전기로부터 파생된다.

따라서 가장 기본이 되는 건 전류마법이라 볼 수 있겠다.

전류의 시간을 조정하기만 하면 되니까.

­화르륵

우용의 검지 끝에서 골프공만한 불씨가 일었다.

화속성 마법의 난이도는 비교적 쉬운 편이었다.

공기 중 인화성 물질을 모아 고압의 스파크를 발생시키면 그것이 곧 폭발 마법의 비밀이었다.

정전기로 인한 주유소 사고와 비슷한 양상인 것이다.

­꾸르륵

이번엔 손바닥 크기의 물방울이 일었다.

난이도 측면에서 수속성은 상위에 오른다.

물분자를 다뤄야하는 만큼, 전류가 쉽게 방전되어 실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높은 습도에서의 마법 구현은 상당한 감각을 요구한다.

정전기 예방을 위해 가습기 트는 것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아무튼 이 전류마법을 기본으로 밀가루를 반죽하듯 이리저리 주무르다 보면, 이렇게 ‘자지 속박’같은 터무니없는 마법이 완성된다.

“쯧. 대단한 새끼들”

하긴, 우용을 다른 세계로 전이까지 시킨 작자들 아니었는가.

이쯤되면 의문이 생긴다.

물분자를 다룬다던가. 인화성 물질을 모은다던가 하는 행위가 곧 ‘초자연 현상’이지 않냐고.

애당초 정전기를 가시적으로 일으키는 것부터가 비상식이지 않냐고.

‘에르마’라고 불리우는 입자가 있다.

대기 중의 질소라던가, 산소라던가 하는 개념은 어디까지나 지구 과학의 산물에 불과했으니, 공기 중에 떠도는 이 불가사의한 입자가 정확히 무엇을 가리키는지는 알 도리가 없었다.

‘중요한 건 그것이 아니다’

그것이 오존이 되었든, 우라늄이 되었든.

지구의 주기율표 범주를 벗어난 별난 원소이든간에.

중요한 건 지성체의 뇌파와 감응하는 특정 물질이라는 것이었다.

‘어쩌면 ‘에르마’의 정체는 그 흔하디흔한 ‘전자’일수도 있다‘

애당초 두뇌의 행위는 복잡한 전기 신호의 집합이었으니, 그것이 전자와 같은 소립자들과 반응하여 일으키는 전파가 곧 ‘뇌파’의 정체다.

이 소립자들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면, 인화성 물질을 모으거나 물분자를 모으는 행위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여하튼,뇌파를 이용한 입자 간의 마찰을 이용하여 의도적으로 정전기를 일으키는 것.

이것이 마법의 정의였다.

고도의 집중과 상상, 그리고 자기 암시가 가능하다면 마법의 사용이 가능한 것이다.

‘생각’이 가능한 지성체라면 그 누구든지!

이러한 맥락에서 ‘마나’ 혹은 ‘마력’이란 곧 생각하는 힘이었다.

마구잡이로 써대다 고갈되는, RPG게임의 시퍼런 액체 따위가 아니었다.

“하아…”

우용은 잔뜩 뻗친 머리를 정돈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바텐더지 뭐, 과학자는 아니었으니까”

아무래도 고교 정규과정만으로 깊은 원리를 파헤치기엔 무리가 있다.

그저 조금은 납득할 수 있게 해준, 대한민국 주입식 교육에 감사할 따름이다.

1. 에르마와 감응한다.

2. 마찰을 일으켜 정전기를 증폭한다

3. 수많은 변수를 조합해 마법을 완성한다.

우용은 궤짝의 구석에 붙어 있는 메모지를 보며 과거를 회상했다.

결코 쉽지 않은 길이었다.

살아생전 기계 문명에서 살다 온 작자가 쉽게 범접할 수 있겠는가.

1번을 위해 2년은 꾸준히 명상만 했다.

최소 하루 다섯 시간 이상을.

어지간히 미치지 않은 이상 불가능한 행위였으니, 당연히 우용에게 믿음을 준 조력자가 여럿 있었다.

바로 수감되어 있는 마물들이었다.

호기심과 재밌겠다는 반응으로 가르쳐 주는 자들이 절반.

아리에타처럼 우용에 대한 무한한 호의로 가르쳐 주는 작자가 절반이었다.

마물들을 찾아간 건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남성을 애지중지 아낀 결과, 전투로 인한 인명손실을 막기 위해 남성에 대한 마법의 교육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었으니 인간들에게 부탁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애초에 미끼에게 마법을 가르쳐주는 것부터가 상식을 벗어났다.

도망치라고 닦달하는 거나 더 되겠는가.

“흐음…”

1번이 가능하게 된 이후론 비교적 수월했다.

우용은 새로 얻어 온 종잇장들을 읽으며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가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부분은 디버프와 디스펠 계열이었다.

특정 마법의 해법을 파악하고 거꾸로 시전하기만 하면 그것이 곧 디스펠이다.

한 마디로 기초적인 연상 능력과 방대한 지식이 있다면, 스스로 자지의 족쇄를 푸는 것도 아예 불가능한 얘기가 아니었다.

‘성능 자체는 너무 간단한데…’

자지의 족쇄는 의외로 간단했다.

여성의 자궁을 인식하고 무형의 힘이 발동해 밀어내는 것.

공기를 이용한 것이니 바람 속성 되겠다.

공기의 아무 입자를 움직이기만 하면 되기에 풍속성은 화속성보다도 쉬운, 아주 기초적인 마법에 속했다.

‘역시 문제는 너무나도 꼬아 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아직까지 풀지 못하고 있는가.

이 마법을 발명한 작자들의 고약한 심보가 한 역할했다.

(1+1=2) 와 (1+1X1+1­1=2)의 결과는 같다.

즉, 없어도 좋을 수천 개의 열쇠구멍을 나열한 셈이다.

‘개 같은 새끼들..’

그래도 이 부분은 시간이 해결해준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자궁을 인식하는 부분.

‘인식’

이것이 이 주옥 같은 ‘삽입 저지’가 마도 협회 수뇌부와 만인장들이 아니면 건들기 힘든, 상급 주술로 분류되는 이유였다.

“이 부분은 아무리 설명을 들어도 와닿지 않는다니까..”

오늘도 수면 시간을 갉아가며 끄적이게 생겼다.

*

요새의 연병장은 새로 내려온 임무로 분주했다.

“그토록 고대하던 늑대 사냥의 시간이다”

레이코를 필두로 백인장이 셋.

그 아래 열댓명의 병사들이 출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여느 때보다 규모가 크다.

웨어울프들은 아라크네와 달리 혼자 다니지 않는다.

비록 고립되어 있어도 길게 울부짖는 소리로 순식간에 지원군을 부른다.

때문에 인간측도 무리를 지을 필요가 있었다.

“흰꼬리 녀석들인가요?”

“그렇다. 그녀들이 얼마나 포악한진 잘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제 아버지를 앗아간 건 녀석들이니까요”

“좋은 마음가짐이군. 복수심은 힘을 빌려주지”

연병장은 벌써부터 살의가 가득하다.

“허나 레이코 만인장. 북부는 저희 구역이 아니지 않슴까. 거긴 마들렌 요새가 있을 텐데..”

“당했다. 이번 임무는 지원으로 볼 수 있겠군”

“에엑­?”

“안일했던 탓이지. 섣불리 사냥을 나갔다 되레 습격받은 모양이야. 미끼를 몇 명 뺏겼다 하더군”

심상치 않은 분위기.

늑대가 그렇게 쎈가. 혼잣말로 되뇌며 우용은 한구석에서 두꺼운 털신을 신고 있었다.

한겨울 군밤 장수와도 같은 꼴이 평소의 복장과는 사뭇 다르다.

이번 작전의 장소는 북부의 니케르 설원.

즉,

존나게 춥다는 것이다.

“시팔…가기 싫다”

“우용”

익숙한 목소리에 그가 고개를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미즈하라 레이코다.

인상을 팍쓰고 있는 게 아무래도 금방의 욕설을 들은 것 같다.

“하하하…안녕하세요 레이코 씨. 저번 일에 대해선 면목없습니다. 그게..음..”

“…”

“화는 좀 풀리셨나요? 하하...“

딱딱하고 형식적인 말투.

너무나도 어색해서 웃음을 자아낼 정도다.

이전의 말 못할 실책이 있는지라, 제아무리 우용이라도 구렁이 담 넘어가듯 얼버무리긴 글렀다.

“레이코 씨? 지금 ‘레이코 씨’라 부른 거야?”

“어…네. 레이코 씨”

“왜 그래? 저번처럼 레이코. 당신. 이봐. 이렇게 부르지 않고”

“하하…제가 언제…”

급기야 무안해진 우용이 되도 않는 시치미를 뗀다.

“하아…”

미간을 붙잡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레이코.

이내 정색하고는 진지한 목소리로 당부한다.

“이번엔 진짜로 몸조심해야 돼. 2단계 작전이야”

1단계는 소규모 전투 혹은 토벌, 3단계는 전쟁이다.

보다 변수가 많으며 자칫하면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 있는 중요한 작전이 2단계되겠다.

“살려 보낸다거나 그런 허튼 생각은 하지 마. 그럴 여유가 없을 테니까”

“네. 알겠습니다”

“기억해. 그녀들의 가장 무서운 점은, 발정기가 한 달이라는 점이야”

“하..한 달이요?”

“지금도 여전히 각성중이니.. 눈에 뵈는 게 없을 거야. 그만큼 강하다는 소리겠지”

발정이라.

그것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두 눈으로 똑똑히 새긴 건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아리에타를 떠올리며, 약간은 두려운 감정이 들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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