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화 〉 EP.2 설녀의 눈물 (4)
* * *
…
그렇게 얼마나 반복했을까.
“유, 유리아..”
다른 곳은 보지 않았다.
오로지 그녀의 눈을 응시했다.
“다른 생각 말아요. 제게 집중하세요. 제 눈을..”
“알고 있어”
눈송이 같은 새하얀 속눈썹.
연한 청색의 눈동자.
시선을 조금만 내리깔면 눈에 들어오는, 마찬가지로 밝은 청색의 입술.
살짝 떨어져 있는 입술 사이로 앙증맞은 아랫니가 보였다.
“…”
“우..우용씨..”
도톰한 입술에서 나온 음절들이 하나씩 턱 끝에 닿아 간지러웠다.
주변의 모든 상황으로부터 눈과 귀를 닫고 몰두했다.
모든 감각은 오직 유리아만을 향했다.
여인의 숨소리.
눈을 꿈뻑이는 횟수.
미세한 속눈썹의 떨림.
맞닿은 코의 부드러운 감촉.
얼음으로부터 반사된 빛이 유리아의 입술을 훑고 가며 윤기를 강조한다.
핏기가 없지만어찌이토록 싱그러울 수 있을까.
“우읍...?”
아주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유리아도 당황하지 않고 우용의 입술을 받아들였다.
“흐읍..춥..쭙...”
“우음...”
아주 천천히.
서로의 혀를 탐닉한다.
“흐읏...”
“후우...”
입술이 떨어지며 이마가 붙었다.
살짝 풀린 눈으로 서로를 지그시 바라본다.
둘다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부힉”
유리아가 그 작은 두 손으로 우용의 양 볼을 짓눌렀다.
붕어처럼뭉개진 얼굴을 보며 푸흡하고 웃는다.
“귀여워..”
“하하...우읍..!”
그녀는 눈을 뜬 채 천천히 얼굴을 내밀었고, 생각할 틈도 없이 다시 한번 입술이 포개졌다.
쿠션이 닿는 것 같았다.
보드랍고 촉촉한 촉감과 어울리지 않는 차가운 입술이 우용의 입술을 지그시 눌렀다.
“추웁…쭙…”
숨이 가파라져 고개를 뒤로 젖히려 했으나 그녀가 허용하지 않는다.
그 가녀린 손으로 우용의 머리를 다시 끌어오며 키스를 계속한다.
절대 놓아주지 않겠다는 기세로.
“추웁..웁..쪼옥…”
“우웁…웁”
방금 전보다 한층 더 격한 키스가 이어졌다.
“푸하아…”
“후우…”
동시에 밀려있던 숨을 가쁘게 내쉬었다.
서로가 뱉어 낸 호흡이 다시 서로의 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가슴이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며 동시에 고개를 내렸다.
“하아…하아…”
“후우..힘든 주제에 무리하고 있어”
“하아…아니거든요..”
코앞에서 헐떡이는 유리아의 모습에 가슴 한구석이 죄여왔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남부럽지 않을 최고의 연인이었다.
“장담하는데. 내 인생에서 너처럼 사랑스러운 여자는 처음이야”
“…제게 엄청 몰두했네요 우용 씨…”
“그야…”
유리아가 눈웃음 지었다.
“자아. 보세요 우용 씨”
그녀의 손에 이끌려 우용이 고개를 숙였다.
비단처럼 나풀거리는 부드러운 천 사이로 야릇한 가슴골이 눈에 들어왔다.
“크으..”
아랫자락을 들췄을 때도 그렇고, 따로속옷을 입지 않는 모양이다.
물방울을 연상케하는 어여쁜 가슴이 자유로이 방치되어 있다.
남지도, 부족하지도 않을, 한 손에 딱 들어올 정도의 크기.
어렴풋이 연한 청색의 유두가 보인다.
“어딜 봐요?”
“당연히 네 가슴…”
“거기 말구요..!”
우용이 좀 더 아래로 시선을 이동했다.
“어때요..? 흐읏...”
“뭐..뭐가..”
애정행각에 너무나도 몰입한 나머지 까마득히 있고 있었으니.
자신의 고간과 빈틈없이 밀착해 있는 유리아의 보지를 그제서야 알아차린다.
“어..어떻게 된 거지? 내 꼬추 어디갔어..”
가랑이 사이로 부드럽게 들어가 있는 여성스런 굴곡이 우용의 아랫배와 맞닿아 끊겨 있었다.
“지금 제 안에..제 몸속 깊숙한 곳에 있어요. 흐읏...”
“뭐..뭐라고..?”
귀를 의심했다.
“하윽…흣…어서와요. 우용 씨”
유리아가 우용을 끌어안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했어요”
“유..유리아..지금 우리…”
몽롱했던 정신이 번쩍 들며 환기되기 시작한다.
주변의 아름다운 궁전이 눈에 들어오고.
자신의 자지에 박힌 채 헐떡이는 유리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허윽…흣…”
“크흐윽..!”
육봉을 꽉 붙잡고 찐득하게 달라붙어 있는 유리아의 속살이 그대로 느껴진다.
자지의 맥동에 맞춰 움찔거리며 반응하는 설녀의 질내가.
“자..잠깐…크헉..!!”
뒤늦게 엄청난 사정감이 한순간에 몰려들었다.
파아앙
“꺄아아악~”
우용이 삽입을 의식하자마자 주술이 발동해 튕겨져 나가는 유리아.
“크허억...허억!!”
뷰릇 뷰릇 뷰르릇
그대로 나자빠져 있는 그녀에게 거침없이 정액을 토해냈다.
“크허억..!!”
“우윽..! 우, 우용 씨?”
*
“에잉..진짜..!”
“하하하.. 미안..”
꽤나 아팠는지 아랫배를 움켜쥐고 유리아가 우용을 노려보았다.
그야 삽입한 채 직방으로 자궁 펀치를 맞았으니 무리도 아니다.
“무슨 사정을 이렇게나 많이…”
얼굴을 포함해 몸 이곳저곳에 난잡하게 묻어있는 젊은 남성의 정액.
유리아가 우용의 시선을 의식하며 몰래 입가에 묻은 정액을 본능적으로 훑어 맛보았다.
‘어쩜이리 달콤할 수가...머리가 이상해져 버려...’
마물의 미각이 그간 잠들어 있던 본능을 일깨운다.
끓어오르는 욕정을 주체할 수 없을 것만 같아 애써 정액을 외면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아무튼, 우용씨! 이 감각을 잊지 마세요”
“어..무, 물론..!”
과연 이것이 ‘인식’계열의 파훼법.
“분명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될 거야. 고마워 유리아”
유리아의 갑작스러운 실전 수업 덕에 이전과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진전이 있었다.
당장이라도 생활관에 돌아가서 연구에 집중하고픈 마음이다.
‘그나저나 너무 갑작스러워서 좀 얼떨떨하긴 한데..’
어쨌든 동정을 뗐다고 봐야겠지.
“내 첫 상대는 유리아가 되는 건가”
“크흠..! 여, 영광인줄 아세요…”
“푸하하하. 넌 처음 아니야?”
“네? 무슨 소리를..당연히 처음이에요! 그러니까 영광인 줄 알라구요. 제...제 처녀를 가지셨으니까아..”
버벅거리는 유리아의 모습이 귀여운 나머지, 우용이 자기도 모르게 가학적인 미소를 띄운다.
“후우…그나저나 역시 꽤 괴롭네”
“무슨 소리죠?”
“이 족쇄만 아니었으면, 지금쯤 유리아랑 폭풍 섹스하고 있었을 거 아냐”
“진짜...어쩜 그렇게 상스러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죠? 어디까지나 수업의 일환이었는데... 저로선이해할 수 없네요”
하여간, 놀리는 맛이 있다니까.
“좀만 기다려줘. 곧 자유의 몸이 되면 꼭 데리러 와서 신물 나게 박아줄게”
“아아, 진짜!!”
그래. 이거면 됐다.
몸도 어느 정도 회복했겠다.
‘슬슬 돌아가야 하는데..’
*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잊은 채.
분수에 맞지 않게 행동하며 평온을 바라는 건 과한 욕심이다.
안일함은 언제나 화를 불러오는 법이다.
피이잉
파아앙
“멈추지 말고 도약해라!!”
“옙!”
지하 깊숙이 수직으로 뻗어있는 굴은 점차 직경이 줄어들며 푸르른 빛으로 수렴되었다.
“곧 광원에 도착합니다!”
“그래. 다들 전투 준비해!”
제일 먼저 바닥에 다다른 건 레이코였다.
파아앗
착지한 곳을 중심으로 희뿌연 증기가 흩어져나갔다.
“성당..? 궁전...?”
기이한 주변의 광경에 의아해하는 것도 잠시.
“이 기운은..!”
내려오고 있는 병사들을 내버려 두고 그녀가 특정 방향으로 단숨에 달음박질쳤다.
엄청난 한기.
그리고 굉장히 짙은 마기.
‘무조건이다’
만인장이란 무엇인가.
마계의 일곱 군단장에 대적하기 위해 선발된 7명의 마법사다.
만인장에게 있어 마계 군단장이란 곧 숙명의 적과도 같았으니,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이 역한 기운을.
무척이나 역겹지만 언제나 이 짙은 마기를 갈구해왔다.
그 누구보다도 예민하게 반응하도록 훈련해왔다.
그것이 ‘만인장’의 정체성과도 같았으니까.
얼마나 공부하고 준비해왔는가.
얼마나 전투를 고대해왔는가.
오늘로써 인류는 자유를 향해 일보 내딛는다.
레이코, 자신의 손에 의해서!
“우용!!”
모퉁이를 돌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익숙한 실루엣.
멀찍이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가레이코쪽으로고갤 돌렸다.
“레..레이코 씨?! 벌써 여기까지 내려온…”
“떨어져라 강우용!!”
레이코는 모퉁이를 돌기 전부터 유리아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다.
일말의 망설임 없이 카타나를 뽑아 들며계획대로 도약한다.
“자..잠깐!!”
퍼버벙
퍼퍼벙
우용이 차마 설명할 틈도 없이.
레이코의 손끝으로부터 화염구와 물폭탄이 곡선을 그리며 날아왔다.
정확히 유리아를 향해서.
“기다리라니까 레이코!”
“비켜!!”
화염구와 물폭탄으로 수증기를 형성해 적을 교란한 뒤, 우용을 구하고 단칼에 마녀의 목을 자른다.
레이코는 빠르게 움직였고,
모든 것이 계획대로 흘러가야 했을 터였다.
그러나.
“꺄악~!”
반사적인 움직임이었다.
뒤돌아선 우용이 유리아를 감싼 채, 한 손을 벌려 디스펠 계열 마법진을 전개했다.
한곳으로 수렴하는 순간 희뿌연 안개를 전개할 뿐인 기초적인 마법.
파헤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아아아아!!”
투우웅
파지지직
지지지직
우용의 손끝에 닿은 마법이 방전되며 공중으로 흩뿌려졌다.
파지직
디스펠의 여파가 남았는지그의 손끝에서방전된 전류가 미세하게 일었다.
안개는 일어나지 않았다.
“너…너…”
그 경이로운 장면에 엄청난 기세로 도약해오던 레이코가 우뚝 멈춰 섰다.
“너 지금…마법을…?”
변수도 이런 변수가 없다.
너무나도 똑똑히 보았기에 두 눈을 의심할 여지는 없었다.
강우용은 분명히 마법을 썼다.
“…괜찮아?”
“놀래라.. 우용 씨야 말로 괜찮아요?”
희뿌연 안개가 발생했어야할 자리에서, 마녀와 대화하고 있는 우용의 모습이 너무나도 뚜렷하게 보인다.
반면 레이코 자신의 머릿속은 안개로 뒤덮어져 갔다.
“어째서…어째서 가능한 거지?”
“...”
하필이면 절대로 들키지 말아야 했을 여자 앞에서 마법을 써버렸다.
손가락으로 우용을 가리키는 레이코의 손이 덜덜 떨고 있었다.
“대답해 강우용. 마법을 누가 가르쳐줬지?”
“말하면 어쩌게요?”
돌아오는 건 자신을 질책하는 듯한 우용의 차가운 시선이었으니.
어지러울 정도로 두통이 밀려온다.
“강우용...돌아가면 자세히 설명해야 할거야”
“알겠어요. 대신 유리아를 놓아줘요.”
“하아…또 시작이네”
레이코가 가슴 깊숙이 끓어오르는 분노의 한숨을 토해냈다.
잔뜩 미간을 꾸긴 레이코는 그 여느 때보다도 화가 단단히 나보였다.
“그녀는 설원의 마녀야. 군단장이라고”
“군단장이면 뭐,그것이그녀가 죽어야할 이유인가요?”
“하하하…”
우용의 대답에 어이가 없어 실소를 터뜨리는 레이코.
“저번에 말했을 텐데. 더 이상의 단독행동은…”
“그래서 뭐 어쩌라고!! …제발 이성적으로 생각해 레이코. 당신도 알고 있잖아.”
갑작스레 우용이 언성을 높이자, 옆에 있던 유리아가 화들짝 놀라며 걱정스러운 투로 그를 달래 본다.
“우..우용 씨...대화를 해요 우리”
“조용히 있어 유리아. 저들은 너처럼 유순하지 않아”
레이코가 지그시 둘을 바라보았다.
“우용...”
그러던 그때였다.
갑작스레 뒤통수에서 일어난 굉음에 의해 레이코는 차마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퍼버버벙
“대장..!”
“지금을 틈 타 우용씨를!!”
뒤늦게 도달한 병사들이 마법을 사용하며 합류한 것이다.
이윽고 유리아를 향해 빗발치는 마법 화살들.
“위험해 유리아!!”
“저한테 떨어져요 우용 씨!”
“저 멍청한 자식들이! 연소석이 있으니 범위 마법은 쓰지 말라고 했을 텐데!!”
피부에 닿는 공기가 급격하게 차가워졌다.
유리아가 동요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크윽...숫자가 너무 많아!”
급한대로 무작정 손을 뻗어 보지만 우용의 힘으론 턱없이 부족했다.
결코 어려운 주문은 아니지만 그 수가 너무 많았다.
이윽고 유리아의 가슴을향해 자석처럼 수렴하는 추적 화살들.
“너라면 막을 수 있잖아 유리아! 왜 가만히...”
유리아는자신을 위해필사적으로 소리지르는 우용을 바라보았다.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고마워요 우용 씨”
어째선지 다시 마음의 평온을 되찾은 듯.
한참 내려갔었던 주변의 온도가 일순간 제자리를 되찾았다.
아니, 오히려 주변이 따뜻해졌다.
너무나도 포근하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