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몬무스를 반대로 착정한다-24화 (24/55)

〈 24화 〉 EP.6 이상야릇 연구일지

* * *

우용은 군리가 만들어 준 물방울을 타고 이동했다.

이내 해조류에 감춰져 있는 원형의 구멍을 발견했고, 물방울이 자연스레 그곳으로 인도했다.

오두막과 이어져있는 우물의 통로였다.

그렇게 한참을 올라가다보면 라비앙과 거창하게 한판했던 거실이 나온다.

‘이렇게 깊은 바다에 숨어 있으면 무슨 수로 찾아’

아무튼 일이 잘 풀려서 다행이긴 하지만.

오필리아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약도를 그려준 걸까.

정말이지 막돼먹은 여편네다.

­꾸르륵

“..학생?”

우물을 나오자마자 우용을 반기는 건 ‘질투’의 군단장.

아니, 지금은 라비앙이라는 이름의 꼭두각시.

언제부터 정신차렸는진 모르겠지만 아마 머샤크로 폭주했던 기억은 없는 것 같다.

“교수님에게 들었어요. 학생은 내일부터 수업 나오시면 돼요”

붉게 상기되어 있는 나른한 표정.

“저 선생님. 혹시 기억하시나요?”

“흥.. 방심했을 뿐이에요. 전 적당히 즐기려했는데 학생 때문에 교수님한테 혼났잖아요”

“하하하.. 두분은 혹시 어떤 관계인가요?”

“그냥 평범한 교수와 조수에요. 저희 교수님은 워낙 음침하고 모자라신분이시라. 대부분의 뒷바라지는 제가 전부 맡고 있는 셈이죠. 참.. 논문 발표 하나 스스로 못하신다니까”

과연.

제대로 세뇌당한 모양이다.

그 흉포한 머샤크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라크스는 어디있죠?”

“그 건방진 벌레 계집은 지금 나자빠져 자고 있어요. 너무 시끄러워서 재워놨거든요. 학생도 어서 자도록 하세요”

*

잠이 오지 않았다.

지구에서의 원룸을 연상케하는 이 자그마한 방은 기숙 학생들을 위해 만들어진 숙소였다.

라비앙에게 배우기 위해 이 변방 시골까지 찾아오는 정예 학생들.

그들을 위한 대여섯개의 침실이 오두막의 2층에 구비되어 있었다.

이를 통한 짭짤한 수입원 역시 군리의 연구 자재를 위해 사용된다.

삐걱거리는 낡은 침대 위에서 우용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여러모로 머리가 복잡했다.

‘들키지 말아야 할 텐데’

현재 우용의 공식적인 신분은 인간 여성 ‘클레어 말츠바르젠’.

그리고 이 오두막에서 그의 정체를 알고 있는 건 라비앙과 라크스.

라크스는 문제가 없다.

군리의 관리하에 있는 라비앙 역시 문제가 없다.

군리의 일처리는 빨랐고, 세뇌로 인한 입막음은 이미 완료된 상태다.

문제는 역시 내일 있을 새로운 만남이었다.

아직은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작자들과 함께 수업을 듣게 생겼으니.

우용은 자신의 처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만약 세상에서 지워진 ‘이계인 강우용’의 정체를 들키기라도 한다면.

그러다 세상에 발설되어 우용의 행적이 밝혀진다면.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모른다’

애당초 거짓 신분을 운용하는 것부터가 떳떳하지 못하다.

한 번 의심을 사면 진실이 밝혀지는 것은 시간문제인 법.

내일부터는 완벽하게 자신의 정체를 감출 필요가 있다.

제일 무난한 방법은 지금껏 해왔던 대로 ‘클레어 말츠바르젠’을 연기하는 것이었지만, 이내 기각되었다.

다소 밀착해야 하는 이런 합숙 생활에서는 언젠가 무조건 들키게 되어있다고 생각했으니까.

여성의 신분은떠돌이 생활에서나 먹히는 방법이다.

군리가 제안한 방법은 가면을 벗고 드루이드령 현지인의 연기를 하는 것이었다.

그녀가 말하길, 로벨하임은 남성도 비교적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나라였으니.

연신 자신감 넘치는 말투로 쓸데없는 걱정 마라던 군리의 말에 우용은 마지못해 제안을 받아들였고, 이를 위한 서로의 입맞춤도 이미 완료된 상태였다.

그래도.

아무튼 걱정이 되는 것이었다.

어찌됐든우용은 아직 드루이드령에 대해 잘 몰랐으니까.

아무리 관용의 나라라 한들실상을 모르니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 도저히 잠에 들지 않는 것이었다.

“시팔..”

머리를 쥐어싸고 아무리 생각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일단은 새로운 작자들과 직접 부딪힐 수밖에 없다.

우용은 간단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결국 자신을 처음보는 작자들일테고.

거짓 자기소개 하나로 속이면 그만이다.

이름은 ‘클레어’를 그대로 사용하기로 한다.

중성적인 이름이라 편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뭐, 날 아는 사람만 안 만나면 되겠지”

애당초 아는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여기가 인간령도 아니고.

게다가 우용은 자신의 주변에서 이런 변방 시골까지 찾아와 마법을 배우려는 열정 있는 작자들을 본 적이 없다.

이미 지고의 영역에 도달한, 레이코 같은 자들은 수없이 봐왔지만.

“후우…”

그러나 잠은 여전히 오지 않는다.

꼭 이런 날이 있다.

아무리 잠에 들려 해도 눈이 감기지 않는 날이.

고민이 해결되면 그 빈자리를 또 다른 생각이 치고 들어온다.

심장은 여전히 흥분한 상태.

그렇다.

사실 우용은 조금 들떠 있었다.

내일 있을 마법 수업을 떠나서, 왠지 모르게 계속해서 군리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무언가에 대해 열정을 가지고 몰두하는 그녀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 탐구의 즐거움을 우용은 익히 잘 알고 있었다.

마법을 연구할 때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식사도 거르던 우용이었다.

기본적으로 우용은 호기심이 많은 남자였다.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알고 싶은 것도 많고’

그러다 문득 떠오른 것이.

마물의 성기였다.

‘그러고 보니 아직도 제대로 구조를 모르네’

그러니까.

앞으로 ‘마물을 반대로 착정한다’는 쉽지 않은 역경을 헤쳐나가야 할 작자가 아직도 마물의 보지에대해 잘 모르는 것이었다.

인간의 여성기엔 빠삭했다.

아무리 동정이었다 한들 자위행위까지 거른 건 아니었으니까.

그도 엄연한 남성이고 웬만한 야동 사이트는 전부 섭렵했었다.

레이코와의 관계에서 우용은 익히 알고 있던 여성기의 구조를 떠올리며 그녀의 질내를 느꼈었다.

비록 그날 하루의 경험뿐이었지만, 여하튼 우용은 인간 여성기의 구조와, 그 구조가 주는 성적 자극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더욱 극명한 차이를 느꼈다.

레이코와 비교하였을 때 마물들의 보지는 확실히인간의 것과 차이가 있었으니까.

외관은 그렇다치고내부의 구조를모르면 앞으로의 여정에 크나큰 방해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아니, 우용에게 있어 필수적으로 함양해야만 할 지식이다.

‘무조건 알아야만 한다’

‘새벽 감성’이란 게 있다.

의식과 수면 사이의 몽롱함 속에서 이성적인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썩 반갑지 않은 상태가 있다.

이 상태의 인간은 대게 실수를 저지르기 마련이다.

열심히 살아가는 군리의 모습 때문인가.

아니면 자신들의 신념을 관철하는 드루이드들의 이야기 때문인가.

무엇이 우용을 조급하게 만들었는진 모르겠으나.

어쨌든 우용은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거라 생각했다.

‘그래. 내일부터는 수업에 전념해야 하니까’

오늘밖에 시간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한 근거 없는직감때문에결국 침대를 박차고 일어서는 우용이었다.

그는 라크스가 머무르고 있는 옆방으로 걸어갔다.

­끼이이이…

우용과 달리 침대가 없는,창고 같은 방.

그 거대한 몸체 때문에 필요성이 없을 뿐 딱히 찬밥 신세여서 침대가 없는 건 아니다.

여튼 그녀는 소용돌이처럼 몸을 웅크린 채 자신의 지네 하반신에 기대어 바닥에서 자고 있었다.

“…”

이내 난관에 봉착하고 만다.

본래 계획은 몰래 훔쳐보다 나오려고 했었다.

라크스가 일어나면 소란스러워질 게 분명했으니까.

‘저렇게 몸을 말고 있어서야…’

허나 그녀의 수면 자세가 문제였다.

이래서야 어떻게든 깨워야만 한다.

곤히 잠들어 있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결국 흔들어 깨우기로 결심하고는 쭈그려 앉았을 때.

“주인님♡”

“와악!!”

“쉬잇­ 조용히 하세요”

귀신처럼 눈을 뜬 라크스가 도리어 우용을 조용히 시킨다.

“뭐야. 일어나있었어?”

“아뇨. 자고 있었는데…남자 냄새에 깨어나 버렸지 뭐예요. 헤헿”

무슨 조건 반사냐?

도대체 마물의 감각은 어떻게 되어 있는 거야.

변태스러운 그녀들의 체질에 절로 혀를 내두르게 된다.

“그래서 우리 주인님은… 어쩐 일로 오셨을까요♡”

“어떤 일이냐니.. 봊…”

외설적인 단어를 한 음절 내뱉다가 이내 목소리를 집어삼키는 우용.

자신을 주인으로 섬기는, 메이드 같은 존재라고 함부로 대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게다가,라크스의 상체는 아무튼 인간여성과 다름없는 모습이었으니.

그 여성스런 얼굴에 대놓고 대뜸 보지를 보여달라고 하기엔 정신적으로 무리가 있다.

우용은 한 번 더 쓸데없는난관에 봉착했다.

보지 연구를 하러 왔다고 말해야 되나.

그건 좀 웃긴데.

걍 쿨하게 말할까. 보지 좀 보여달라고.

시팔 닳는 것도 아닌데.

무엇을 말해도 들어주는 라크스긴 하지만.

왜 이렇게 입이 안 떨어지는 걸까.

차라리 털털하게 깨워서 보여달라 했으면 보여달라 했지.

본래 우용의 성격이라면 이런 걸로 고민하고 머뭇거리지 않는다.

능글맞은 그의 성격상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 행위였으나, 이 역시 그 ‘새벽 감성’ 때문이었다.

“하아..”

그러나 말하지 않으면 상황은 진전되지 않는다.

“다름이 아니고, 연구를 좀…하하하”

“무슨 연구죠?”

천박하게 씨익 올라가 있는 라크스의 입꼬리.

이런 쪽으로는 더럽게 눈치 빠르다.

이마에 손을 얹고 못 말리겠다는 듯, 다시 한 번 혀를 내두르던 우용을 라크스가 되레 재촉한다.

“후훗♡ 무엇을 알고 싶어서 이 야심한 밤에 제 방을 스스로 찾아오셨을까요”

저 의도가 뻔히 보이는 표정과 언행이 슬슬 짜증을 돋구기 시작한다.

그녀를 한 명의 여성으로 바라보고 나름대로 조심스레 다가갔건만.

왠지 자기 혼자만 바보가 된 것 같잖아.

배려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진다.

이렇게 나오면 함부로 대할 수밖에 없지.

“보지 딱 대”

“네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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