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몬무스를 반대로 착정한다-29화 (29/55)

〈 29화 〉 EP.7 뜻밖의 재회 (3)

* * *

우용의 돌발행동이 있던 것치곤 다행히도 오두막의 분위기는 평범했다.

수녀복의 엘프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끔 라비앙과 라크스가 처세를 잘한 듯하다.

그야 상황의 맥락을 고려해보면 웨어울프가 우용의 정체를 알고 있는 작자라는 것쯤이야 대강 짐작이 가능했으니까.

애당초 라비앙의 시야는 군리와 공유되어 있다.

실시간으로 군리의 지침이 내려왔든.

라비앙 단독의 판단이든.

아무튼 간에 합숙생 엘프는 금방의 난리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걸로 보였다.

“내 이름은 타샤 웨일보어. 타샤라고 불러라!”

“아리아 로엔그린이에요”

첫날은 오리엔테이션이다.

지구에서의 모든 수업이 그렇듯 이계도 별다를 바 없었다.

라비앙이 몸을 담그고 있는 우물 앞에서 각자 이름을 대는 것을 시작으로, 제각각 간단하게 경위를 밝힌다.

당연히 기본적으로 마법 실력을 증진시키는 게 모두의 목적이었다.

웨어울프야 나무 아래서 들었듯이 레이코와의 싸움에서 열등감을 느낀 것이 주된 이유였고, 엘프는 별다른 말이 없었다.

엘프의 짤막한 소개에서 알 수 있는 건.

예상대로 그녀가 드루이드령 현지인이며, 지식이 필요해서 이곳에 지원했다는 것 정도였다.

“하하. 클레어라고 부르세요. 저는 드루이드령 동부에서 왔습니다. 역시 제대로 마법 공부를 하고 싶어서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우용이 거짓말과 함께 가명을 대자 재밌다는 듯 씨익­ 웃는 웨어울프.

그녀와는 밖에서 얘기를 끝마치고 들어왔다.

기본적으로 웨어울프들은 내뱉은 말을 지키는 우직한 작자들이었다.

고집 또한 세다. 그만큼 약속도 잘 지킨다.

참고로 제일 싫어하는 것은 비겁함이다.

단순한 사고방식만큼 여러모로 알기 쉬운 녀석들이었으니.

차라리 그녀에게 들켜서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여하튼, 그 조악한 웃음을 못 본 척하며 우용이 스리슬쩍 엘프의 눈치를 봤다.

아무래도 수녀복의 엘프가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야 현 상황에서 최우선적으로 경계해야 할 대상이었으니까.

그녀가 어떤 여자인지부터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허나 결코 쉽지 않았다.

이 수상한 엘프는 기본적으로 말수가 적었다.

꼭 필요한 말이 아니면 입을 열지 않았다.

수녀복 특유의 기다란 베일에 가려져 눈을 마주치는 것도 불가능.

말수 적은 걸 떠나서, 표정을 알 수 없으니 도통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신비주의 그 자체다.

이쯤 되면 그녀가 우용의 돌발행동에 별 의문을 가지지 않는 이유가 라비앙과 라크스의 유연한 처세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관심이 없던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자아, 본격적인 수업은 내일부터고, 오늘은 몇 가지 테스트를 해볼 거예요. 학생들의 수준을 직접 확인해야 맞춤형으로 진행할 수 있으니까요.

간략한 자기소개에 이어 라비앙의 지도 아래 기초 역량 테스트가 진행되었다.

내용은 아주 간단하다.

에르마 우물에 몸을 담근 채 가능한 한 최고로 복잡한 마법을 선보이면 된다.

놀랍게도 아리아와 타샤는 전부 성공했다.

과연. 낙하산 코스인 우용과는 다르게 정식 절차를 밟아 여기까지 도달한 녀석들답다.

사고가 단순할수록 이미지 능력이 강하다 했던가.

타샤는 에르마 흐름에 몸을 맡긴 채 무려 10초간 전류 마법을 유지했다.

차분한 성격만큼 처음부터 에이스 느낌 풀풀 풍기던 아리아는 이에 더해 화속성 형태 변화까지 내보였다.

좀 의외였던 건 라비앙의 수업 조수로 역할을 맡은 라크스 역시 전류 마법 정도는 성공했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우용에게 맥을 못 추리는 종복이지만.

이 향랑각시는 꽤나 골칫거리였던 작전의 대상자였음을 잊고 있었다.

이 오두막에서 오로지 우용만이 실패했다.

“조수님. 그나저나 지네 체절에 액체가 닿아도 괜찮은 건가요?”

“괜찮아요. 에르마는 본래 공기 중에 떠도는 불안정한 입자라서 신체 표면에 닿자마자 체온에 의해 증발해 버리거든요”

과연 그렇군.

“클레어 학생은 버러지네요.”

라크스와 대화 중 갑자기 날아오는 라비앙의 독설.

“하하하…”

“남학생이라길래... 희소성을 높게 보고 선발했더니 영 아니군요”

잘한다 라비앙.

이 허접한 마법 실력으로 어떻게 이곳에 도달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단번에 날려버리는 발언이다.

굳이 우용의 낙하산 코스를 들킬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사소한 건덕지라도 정체와 관련되어 있다면 조심, 또 조심할 필요가 있으니까.

이외에도 여러 가지 응용 마법, 자신 있는 속성, 집중적으로 향상시키고 싶은 형태 변화 등등.

갖가지 테스트와 간략한 설문 조사가 진행되었다.

마지막으로 숙소의 배정을 끝으로 첫날 수업은 마무리되었다.

우용과 라크스가 붙어있고 건너편의 두 방이 아리아와 타샤가 머무를 장소가 된다.

일자로 뻗은 좁은 복도를 두고 서로 마주하고 있는 모양새다.

“자, 첫날인 만큼 오늘은 좀 일찍 끝났네요. 내일부터는 각오들 하세요”

“하핫­”

“...”

“넵~”

대답은 똑 부러지게 해도 당연히 수업 내내 집중은 불가능했다.

오리엔테이션이라 망정이지.

일단은 저 망나니 늑대 년을 종복으로 만들어야 좀 편해질 것 같다.

‘시팔...’

예상치 못한 상황 때문에 짜증이 솟구쳐도,

떳떳하지 못한 자신의 처지를 생각해 보면 어쩔 수 없다.

이 정도 고생은 감수해야 한다.

그렇게 첫 수업이 끝났다.

*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저녁식사를 마치고 때는 다가왔다.

본래 우용의 개인 수업이 예정되어 있는 시간대였으나 오늘은 불가피하게 땡땡이칠 수밖에 없다.

뭐, 당연히 이해해 줄 것이다.

대충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예의상 쪽지를 끄적였다.

작성한 쪽지는 방수 마법을 걸어 오두막을 나서기 직전 우물에 던져놓고 나왔다.

옆방의 라크스에게도 귀띔해놨으니까 문제는 없겠지.

그녀들의 힘을 빌리고 함께 의논하는 선택지도 있었겠지만.

웨어울프와 면식이 있는 건 우용 자신의 과거 행적과 관련이 있는 만큼. 웬만해선 자신의 선에서 해결하고 싶었다.

아무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도록.

‘오늘 밤 조용히 마무리 짓는다’

각오와 함께 우용이 약속의 장소를 향해 조용히 발을 내디뎠다.

일부러 조금 이르게 나왔다.

머릿속으로 간단하게나마 계획을 구상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다섯 걸음 걸었을까.

“애송이”

언뜻 들으면 차분하면서도.

분명히 들떠있는 목소리에 단번에 집중이 깨져버렸다.

소리의 방향으로 우용이 고개를 돌렸다.

이내 2층 창문에 쭈그려 앉아있는 타샤와 눈이 마주칠 수 있었다.

달빛으로 인해 눈동자는 황금빛으로 빛나고,

바닷바람에 잿빛 머리칼과 갈퀴들이 흩날리며 푸르른빛을 띤다.

‘멋있다’

허나,

잠깐이나마 멋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 무색해질 정도로.

“헤엑­헥­헥­츄릅...”

먹잇감을 앞둔 개처럼. 혓바닥을 주욱 늘어뜨린 채 침을 질질 쏟기 시작하는 웨어울프의 모습.

좌우로 강하게 꼬리를 흔드는 꼴이 마치 주인님을 반기는 강아지를 연상케한다.

“헥­헤엑­헥­”

다소 모자란 구석이 있어도.

그래도 대화는 통한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지성체라고는 생각했다.

허나 눈앞의 웨어울프는 무엇인가.

그야말로 어렸을 적 키우던 강아지가 아닌가.

굳이 다른 점을 꼽자면 우용보다 힘이 세다는 점.

아, 그리고 암컷이라는 점.

“시팔...뭔가 이상한데?”

불길한 예감이 급습해왔으니.

저절로 뒷걸음질이 쳐진다.

어째서 갑자기 저렇게 변모했는가.

어째서 단 몇 초 만에 앞뒤 안 가리고 남성만을 탐하는 괴물로 변해버린 건가.

그 계기라면 방금 전 어렴풋이 목격했다.

그러니까.

우용을 보자마자 웨어울프가 의문의 ‘알약’을 삼킨 것이었다.

“헥­헤엑­헥­헥­”

점차 가파라지는 숨소리.

자세한 정황은 모르겠다.

일단은 도망치라고. 본능적으로 두뇌에서 명령이 내려왔다.

그러나 발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그르르릉...”

­타다다닥

우용을 향해 엄청난 기세로 뛰어드는 웨어울프.

너무나도 갑작스레 벌어진 일이라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인간의 반응속도로는 도저히 회피가 불가능하다.

“우엇­?”

우용은 속수무책으로 그녀에게 목덜미를 내어주고 말았다.

정확히는 목덜미의 옷깃이 물렸다.

­타다다닥

시장에서 생선을 물고 도망치는 고양이처럼.

아구 힘 하나로 우용의 몸체를 들고 숲속을 향해 달음박질치는 웨어울프.

­투다다다닥

네 발로 달려가는 꼴이 그야말로 짐승의 행색이다.

“그르릉..!!”

“시..시팔...자, 잠깐만...!!”

이대로 질질 끌려가다간 땅바닥에 살갗이 다 까지게 생겼다.

"으라라랏!!"

낑낑대며 몸을 돌려 그녀의 몸에 매달렸다.

그 단단한 등허리에 두 다리를 걸치고, 두 팔로는 타샤의 목덜미를 붙잡은 채 떨어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

달음박질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가볍게 달리는 오토바이 속도와 맞먹는다.

떨어지면 꽤 다칠 것이다.

“야, 야, 정신 차려!! 하다못해 두 발로 뛰어가라고 시발! 아이고 나 죽네­”

앞뒤 가리지 않고 무데뽀로 행동하는 지금의 타샤에게 아무리 말해봤자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타다다닥

“그릉..!! 그르릉!!”

“무슨 오토바이 시동이냐!?”

깊은 울림이 그녀의 목덜미를 붙잡은 손으로부터 전해진다.

아쉽게도 천박하게 흔들리는 거대한 구릿빛 가슴을 눈에 담을 새는 없다.

멀미는 둘째치고, 타샤의 군침이 얼굴로 한 바가지 떨어져 정신을 못 차리겠다.

­타다다닥

그렇게 언덕을 가로질러 숲으로 들어간 뒤 얼마나 뛰었을까.

타샤가 제대로 된 언어를 구사한 건 예정된 장소로 도착한 후였다.

그녀는 우용을 바닥에 내팽개치고는,

여전히 가쁜 숨을 내쉬며 흥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효과 죽이네! 그 인어 계집! 좋은 걸 갖고 있어!”

“이..인어?”

“오늘 밤 넌 죽는다! 나도 죽는다! 같이 죽는다!”

어찌 어휘가 더욱 멍청스러워졌다.

이 역시 방금 전 삼켰던 의문의 약의 영향인가 싶다.

인어라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라비앙이 무언가 꿍꿍이를 부린 것 같은데.

자세한 정황은 모르겠다.

시발.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안 그래도 모자란 작자가 한 톨이라도 남은 이성마저 잃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쿠웅

생각이 즉시 행동으로 치환되는 기구한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성이 제한하고 있던 근력의 리미트가 풀린다.

마치 급박한 상황에서 아드레날린이 분비될 때처럼.

“케엑..!!”

우용의 멱살을 잡아 그대로 나무 기둥에 쳐박고는 옷을 갈기갈기 찢기 시작했다.

­촤아악

­찌지직

상시 흥분상태에 들어간 웨어울프의 움직임은 더욱 격해졌다.

지금 그녀는 지성체가 아니다.

본능만을 추구하는 짐승과 다름없다.

“헤엑­헥­헥­”

인간 남성의 근력으로는 저 우락부락한 마물의 근육을 막을 방도가 없다.

옷이 전부 찢어발겨져 나체가 되는 데 10초도 걸리지 않았으니.

폭력적으로 바삐 움직이는 늑대의 손길에 착정 계획을 세우기는커녕 잡생각 할 틈도 없었다.

“자지! 왕자지!! 대박이잖아 이런 크기!! 헤엑­헥­♡”

광기 가득한 표정.

공포에 절어 자지가 설 리가 없다.

아직은 흐물흐물한 우용의 분신을 타샤가 우악스럽게 불알까지 움켜잡았다.

“끄아아악!”

역시나 힘 조절을 못한다.

“정신 좀 차려라! 미친..!”

이러다 날카롭게 서있는 발톱에 소중이가 긁히는 건 아닌가 몰라.

“헤읍­♡”

웨어울프는 우용의 비명을 아랑곳하지 않고 제멋대로 자지를 집어삼켰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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