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화 〉 EP.8 일보 전진 (2)
* * *
오전은 합숙생이 공동으로 기초 마법 수업을 듣는다.
오후에는 오전의 수업을 토대로 개인의 특성을 개발하는 자율 훈련 시간을 가진다.
원래였다면 그래야 했다.
파직…
“…계속 방전되네”
우용은 수업 참여를 금지당했다.
우선은 에르마 감응부터 완벽히 익히고 오랜다.
그래서 이렇게 오두막에 남아 우물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라비앙의 조언으로 옷은 전부 벗었다.
에르마와 피부가 직접 닿는 표면적을 넓히면 그만큼 훈련이 용이해진다고 했으니까.
“시팔…”
타샤와 아리아는 지금 열심히 정규 과정을 배우고 있겠지.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오두막 밖으로 뛰쳐나가 함께 수업을 듣고 싶지만. 우용도 잘 알고 있었다.
기초는 매우 중요하다.
“주인님. 힘을 빼야 해요. 평소 마법 쓰실 때처럼 인상을 찌푸리시면 안 돼요”
“하…머리는 알고 있는데. 아예 습관이 되어버렸나 봐”
독학의 한계다.
2년간의 명상 시간을 포함하면, 홀로 마법 공부를 한 것만 어언 5년 차다.
잘못 끼운 첫 단추는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힘을 빼고 집중하라니.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다.
빠직…
“크흑…”
자꾸만 미간에 힘이 들어간다.
“하사받은 힘이 너무 거대한 게 문제인 거 같네요. 적당히를 모르고 마구 뿜어져 나오는 게…에르마의 흐름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어요”
“역시 그렇지?”
아무래도 오필리아의 힘이 난이도를 더욱 올리는 모양이다.
파직…
파지직…
죽어라 시도해보는 수밖에 없다.
두뇌가 한계를 맞이할 때까지.
*
오전도 연습.
오후도 연습.
수천 번의 방전을 일으키다 보면 허무하게 하루가 지나간다.
외로운 훈련의 시간이었다.
라크스가 함께여서 그나마 낫다.
하루 종일 우용을 졸졸 따라다녔으니,
그녀가 아니었다면 진작 정신병에 걸렸을 게 분명하다.
라비앙은 오두막에 우용을 내버려 둔 채, 아리아와 타샤를 가르치는 데 집중했다.
그래도 나름 특별한 학생인데 너무 무책임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 분야에 한해선 아무리 말해봤자 직접 깨우치는 방법밖에 없다는 그녀의 말에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그녀들과는 식사 시간과 짧은 쉬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일과 중 상주할 일이 거의 없었다.
아, 타샤는 좀 달랐다.
그녀와는 아침의 체력 훈련을 함께 했다.
우용의 체력 훈련 전담 선생님으로서.
이 역시 본래 계획과는 달랐지만 오히려 잘 된 일이었다.
월등한 신체 능력과 괴물 같은 체력을 가진 웨어울프다.
체력 단련 교사로서 손색이 없다.
이는 당연히 그녀가 우용의 종복이었기에 가능했다.
애당초 타샤부터가 즐거워했다.
우용의 체력을 단련시켜줄 수 없겠냐는 라비앙의 제안을 듣고, 호탕하게 웃으며 단박에 받아들인 그녀였다.
“너무 약해!! 보기엔 좋은데 텅텅 비었어 음음. 근질이 문제네!”
“허억..헉..제발 잠깐만 쉬자…”
그래서 무얼 하고 있냐고?
“끄흐응!!”
타샤를 들고 있다.
그것도 들박 자세로.
“시팔! 너무 무거운 거 아냐?”
“숙녀에게 그게 무슨..!!”
“네 근육을 보고 말해라. 어딜 봐서 숙녀야?!”
“그르르릉!!”
여러 체위의 연습 중 하나다.
체력 훈련이라는 취지에 맞게 당연히 마법의 사용은 금지다.
“허리가 놀고 있잖냐!!”
“움직이면 무조건 부러진다니까?!”
“하체 힘이 부족해서 그렇군! 그대로 스쿼트라도 하는 거다!!”
시발. 드는 것조차 힘들어 죽겠구만.
체력 훈련이라는 취지에 맞게 당연히 마법의 사용은 금지다.
“끄흐으으읏!!”
타샤의 우락부락한 신체를 다양한 체위로 감당하기에 인간 남성의 근력은 너무나도 약하다.
그렇다고 이런 기괴한 짓거리만 하는 건 아니다.
물론 멀쩡한 체력 훈련도 착실히 하고 있다.
10km 달리기를 통한 유산소를 기본으로.
스쿼트, 팔굽혀펴기와 같은 기초 근력 운동.
그리고 갖가지 코어 훈련과 컨디셔닝을 앞서 끝마쳤다.
체력 훈련하면 흔히들 떠오를 법한 루틴이다.
위와 같은 평범한 체력 훈련 1시간 이후에는,
“크흐으윽..!!”
“드는 것도 못해?! 이러다 나 떨어지겠어!”
이렇게 평범하지 않은 체력 훈련 1시간이 있다.
섹스 체위 훈련은 군리의 발상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수가 아닌가 싶었지만 놀랍게도 결과는 이렇다.
즐거우면 뭐든지 오케이라는 웨어울프의 가치관은 과연 대단했다.
그래도 왜 이런 훈련을 우용만 별도로 하고 있냐고 묻기는 하더라.
뭐, 딱히 문제 될 건 없었다.
섹스 머신이 되고 싶다는 너무나도 적당한 변명으로 시원스럽게 납득하는 타샤였다.
자세한 정황을 그녀에게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굳이 서두를 필요도 없고, 애당초 타샤도 복잡한 걸 원하지 않는다.
실제로. 타샤는 그저 우용과 함께 하는 시간이 즐거울 뿐이었다.
“이번엔 내가 올라탈 테니까”
여성 상위로 우용을 힘껏 깔아뭉개는 타샤.
체위 자체는 익숙하지만…
참고로 들박 이상으로 힘들다.
허리 힘만으로 신장이 2m에 다다르는 거구를 튕겨내야 했으니까.
“으라라랏!! 시팔!!”
“뭐 하는 것이냐?”
꿈쩍도 안 한다.
*
일어나자마자 냅다 달린 후 섹스 시뮬레이션.
아침 먹고 우물.
점심 먹고 우물.
저녁 식사 이후로는 통째로 자유 시간이다.
독서를 하거나 공부를 하거나. 제각기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우용에게 선택지는 없었다.
무조건 잠이다.
두세 시간가량 기절하듯 쓰러지고 나면 밤 열시다.
그렇게 생활해서야 밤에 잠이 오겠냐고?
아주 잘 온다.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도 그럴게 취침 직전의 마무리 일과가 상당한 피로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대망의 교미 훈련.
이 야릇한 훈련은 라비앙과 라크스가 함께 했다.
교미 훈련의 첫 번째 교과는 예정대로 아주 단순했다.
바로 세 번째 사정에 이르기까지의 피스톤 횟수를 기록하는 것.
라크스가 공손하게 누워있고,
우용이 정상위로 정직하게 박는다.
그걸 라비앙이 옆에서 기록한다.
이게 전부다.
“자아, 마지막 갈게요?”
파르륵
라비앙이 종이를 넘기며 깃 펜을 들었다.
납작 네모난 각판에 종이 뭉텅이가 고정되어 있는 것이 마치 지구의 클립보드를 연상케 한다.
“하나, 둘, 셋, 넷…”
그 메뉴판과 같은 곳에 우용의 피스톤 횟수를 일일이 기록하는 라비앙.
“오십이, 오십삼, 오…”
“크허억..!!”
울컥 울컥 울컥 울컥
“하으으읏♡ 주..주인니임♡”
“끄허어…”
“으음. 오십삼! 그래도 꽤 늘었네요? 신기해라”
이제는 수치스럽지도 않다.
첫날엔 라비앙의 시선이 불편해 죽는 줄 알았다.
막상 남이 보는 앞에서 허리를 움직이려니 여간 부끄러운 게 아니더라.
“자, 보세요. 한 눈에 보기 편하게 도표를 만들어봤어요”
라비앙이 근 이십일 간의 기록을 우용에게 내밀었다.
1일 차
[1] [15] [35] = [51]
2일 차
[1] [19] [37] = [57]
3일 차
[1] [17] [38] = [56]
4일 차
[1] [20] [38] = [59]
…
…
…
18일 차
[1] [28] [49] = [78]
19일 차
[1] [26] [50] = [77]
20일 차
[1] [27] [53] = [81]
놀랍게도 늘긴 늘었다.
다소 간소할지라도 진전이 있기는 하다.
첫날의 총 피스톤 횟수가 51번이었던 것이 오늘날 81번이다.
하루씩 끊어서 보면 들쭉날쭉 변동이 심하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확실한 우상향을 그리고 있었다.
뭐든 노력과 훈련을 통해 정진할 수 있다는 건가.
섹스도 예외는 아닌가 보다.
“확실히 늘긴 늘었네요”
“그래도 마냥 좋아할 수는 없죠. 어때요? 문제점이 보이나요?”
문제점?
당연히 잘 알고 있다.
아주 고질적인 문제다.
“문제점이야 뭐… 역시 첫 사정이 문제네요”
처음부터 끝까지 '1'로 도배되어 있는 첫 번째 세로줄.
매번 악착같이 참아보려 노력해도 소용없다.
아무런 근거 없이 불변의 법칙이라 말하곤 했었지만,이 정도면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첫 삽입과 첫 사정.
무언가 이 세계만의 특별한 법칙이 아닐까.
기구한 세계인만큼, 하나쯤 기구한 법칙이 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흐음…이 첫 사정만 어떻게 할 수 있으면…”
그게 가능하다면 횟수를 대폭 늘릴 수 있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RPG게임을 해봤다면 이해할 수 있다.
1레벨에서 2레벨과, 100레벨에서 101레벨은 같은 1레벨 차이지만 하늘과 땅 차이의 경험치를 요구한다.
“선생님은 모르나요? 라크스도?”
“글쎄요…”
“딱히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정작 본인들도 자세한 원인을 모른다.
그저 마물의 보지가 인간 남성에게 극도의 쾌락을 주기 때문에
딱 그 정도로만 인지하고 있었다.
그야 깊게 생각할 이유가 없다.
인간 남성의 정액을 되도록 수월하게 뽑아내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고, 그러한 측면에서 첫 삽입, 첫 사정은 그녀들의 입장에서 마냥 편리할 뿐이다.
좋으면 좋은 거지.
문제 될 것은 아니었으니까.
만약 착정에 방해되는 일이었다면 혈안을 쏟았겠지.
“남자 쪽이 문제 있는 거 아닌가요?”
“그건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레이코와의 경험을 떠올리면 된다.
넣자마자 싸버리는 짓은 하지 않았다.
명백히 우용의 잘못은 없다.
“혹시…”
허나 모든 것에는 원인이 있는 법.
잠시간 고민 끝에 먼저 아이디어를 낸 건 우용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