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화 〉 EP.10 졸업 시험 (上) (4)
* * *
인간령 남부 해역에는 예로부터 내려오는 괴담이 있다.
지평선을 넘어가는 범선은 유령선이 되어 돌아온다는 괴담이.
인간 남성의 활동이 비교적 자유로웠던, 꽤 오래전의 이야기지만 아직도 해안가의 뱃사람들은 일정 구역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 정도로 깊이 박혀있는 공포였다.
철퍽! 철퍽! 참방! 참방!
“케흑케헥!!♡”
목이 졸린 채 우용의 몸에 깔려 팡팡 박음질을 당하며, 머샤크가 악명을 떨쳤던 과거를 회상했다.
남자와는 대화를 할 수가 없었다.
결코 소심하다던가 낯을 가린다던가 등의 하찮은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성격도 당돌하고, 대화하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았지만 ‘불가피하게 할 수 없었다’고 표현하는 게 맞겠다.
문제는 머샤크 고유의 체질이었다.
아가미에서 뿜어져 나오는 최음 가스는 두뇌의 통제 하에 작용하는 것이 아니다.
성적으로 흥분하면 자동 반사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창자의 연동 운동과 같은 무의식 활동에 속했다.
절로 방사되는 최음 가스에 남자들은 그녀를 마주하자마자 게거품을 머금으며 고꾸라졌고,
때문에 대화는 불가능했다.
그래서 홀로 연습도 했었다.
타고난 체질을 극복하기 위해 인간 남성을 가둬놓고 매일같이 훈련하고 연구했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수십, 수백, 수천 번을 시도했지만.
야속하게도, 남자만 보면 심장이 제멋대로 쿵쾅쿵쾅 뛰었다.
남성의 체취만 맡으면 벅차오르는 가슴을 도저히 주체할 수 없었다.
말을 걸 새도 없이 아가미에서 짙은 최음 가스가 뿜어져 나왔고, 인간 남성들은 그녀 앞에서 허무하게 쓰러져 나갔다.
군단장에 발탁될 정도로 짙은 마물의 피는 그녀에게 남성과의 사교를 허락하지 않았다.
때문에.
지금껏 그녀가 본 남자들의 모습은 두 경우가 전부였다.
겁에 질린 모습과, 쾌락에 젖어 멍청하게 변모한 모습.
계속된 실패와 실망이 거듭된 끝에 여인은 결론을 내렸다.
남성은 지성체가 아니라 도구라고.
마음을 내려놓은 이후에는 살육을 해도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정액을 싸지르는 도구에 불과했으니까.
얼마든지 소모하고 필요에 따라 구하면 되는, 술 담배와 같은 기호식품.
그녀가 결론 내린 ‘인간 남성’의 정의였다.
그렇게 자신만의 답을 도출해낸 후, 묘한 해방감에 젖은 머샤크는 드넓은 대양을 자유로이 헤엄치며 상어 특유의 감지 능력으로 커다란 범선을 찾아다녔다.
선박을 찾아내는 대로 몇 척씩 침공하며.
선원 전부를 죽일 때까지 착정했다.
아니, 모조리 죽였다.
선원이 없는 배는 유령선이 되어 하염없이 떠돌다가 시체가 다 썩을 때쯤 해류를 타고 해안가로 돌아오거나, 운이 좋지 않으면 바위와 부딪혀 난파선이 되었으니.
이것이 인간령 남부 해안가에 돌고 있는 ‘유령선’ 괴담의 실체였다.
철썩! 철퍽! 참방! 참방!
“케흑♡ 켁켁♡”
파스스슷!!
최고로 매력적인 남성.
우용을 보자마자 자기도 모르게 몇 번이고 가스를 뿜어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뚜렷하게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우용의 살아있는 눈동자가 신기할 따름이다.
이렇게 의식 있는 남성과의 교미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었는가.
죽어라 노력하고 실패만 맛봤던 과거의 기억이 자연스레 떠오르면서.
그토록 염원해왔던 생동감 있는 교미에 머샤크의 머릿속이 점차 분홍빛으로 물들어 가기 시작했다.
철썩! 철써억! 철퍼덕! 참방!
“크게헥 케흐윽♡”
“여자가 돼라 머샤크!!”
철썩! 철써억! 철써억! 철써억!
“으게헥 케윽♡”
“건방 떨지 말고!!”
철써억! 철퍼억! 철써억! 철써억!
“켁케헥켁♡”
"얌전히 여자가 돼라!!”
피스톤에 박차를 가하며 우용이 여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크헵…!!?”
구강 내로 우용의 혀가 들어오자 깜짝 놀라며 당황해하는 머샤크.
언제나 지능 없는 원숭이들과의 교미뿐이었는데.
손가락 하나 제대로 못 가누는 시체들과의 교미뿐이었는데.
도리어 키스를 받는 입장이라니.
철써억! 철퍼덕! 철써억! 철써억!
저돌적인 우용의 기습에 여인의 입은 쉽사리 함락되었다.
“…커흡♡”
“쭙 쭈웁 추릅”
안 그래도 긴 공백기가 얼떨떨한데. 어째 눈을 뜨자마자 죄다 처음 겪는 일들뿐이다.
정신을 유지하는 남자도.
자신이 아래에 깔린 체위도.
남자 쪽에서 주도적으로 밀고 들어오는 키스도.
어찌 이리 신선할 수가 있을까.
철써억! 철퍼덕! 철써억! 철써억!
“크헵♡ 추릅♡ 케흡♡”
강하게 목이 졸리는 와중에도 열심히 우용의 혀를 받아들인다.
철써억! 철썩! 철써억! 철써억!
“추릅♡ 크웁♡ 추웁♡”
처음 경험하는 생동적인 키스에 앞뒤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임하는 여인.
자연스레 그 톱날 같은 이빨에 긁혀 우용의 혀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철써억! 철퍼덕! 철써억! 철써억!
“크헵♡ 추릅♡ 케흡♡”
“추웁 쪽 추릅”
그러나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키스를 이어간다.
의도였다.
일부러 그녀에게 피를 먹이기 위한 계획이었다.
‘이 정도면 되겠어’
“허읍…케엑!!”
“푸하”
아무런 준비 없이 무지성으로 군단장을 도발한 건 아니다.
교미에 앞서 군리가 넘겨주었던 군단장들에 대한 서적을 닳도록 읽었다.
‘상어는 특히나 코가 예민하다’
남성의 체취에 환장하는 정도가 여타 마물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발달된 후각을 지니고 있는 여편네들이다.
머샤크가 감지하는 체취의 원인은 곧 남성 호르몬.
그녀들이 피에 환장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혈액에 녹아들어있는 남성 호르몬 분자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구강 내로 직접 흘려보낸다면.
분명 강한 최음제로 작용할 것이다.
철썩! 철썩! 철써억! 철써억!
“크에윽!?”
반응은 생각보다 빨리 왔다.
첨벙! 첨벙! 철썩! 철썩!
“어때. 최고지?!"
허리를 멈추지 않으며 여인의 목을 더욱 강하게 조른다.
숨통을 끊기 직전까지 아슬아슬하게. 위태롭게 목을 조른다.
철썩! 철써억! 참방! 참방!
“그렇게 가만히 누워만 있어라. 하읍..!!”
허리 운동을 유지한 채 이번엔 머샤크의 코를 살짝 깨물었다.
“흐케엑!!?”
이렇게 코를 깨물고 계속해서 목을 조르는 데도 역시 이유가 있었다.
5000만 분의 1로 희석해도 피 냄새를 맡을 수 있는 후각.
수 km 떨어진 곳에 있는 먹잇감의 움직임도 알아채는 청력.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상어의 이 예민한 감각 능력은 ‘로렌치니 기관’이라 불리는 상어 고유의 감각 기관이 주력이다. 9할을 차지할 정도로.
로렌치니 기관.
동의어로는 ‘생체 전기 감지 기관’.
간단히 말해 생물체의 전기 신호를 감지하는 상어만의 특별한 감각 기관이다.
상어는 생물체의 근육에서 나오는 전기를 감지해 상대를 파악하고, 공격한다.
가히 최고의 감각 기관이지만.
무엇이든 완벽한 것은 없는 법.
상어의 로렌치니 기관은 최고의 무기지만 동시에 최고의 약점이다.
전기 신호의 정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도리어 마비된다.
상어가 접근할 때 건전지를 던지면, 방전되는 전류에 놀라서 물러간다는 이야기는 근거 없는 속설이 아니다.
실제로 상어를 만지는 다이버들은 이 예민한 부위를 쓰다듬어서 상어를 얌전하게 만든다.
직접적으로 맞닿는 생체 전기만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철썩! 철써억! 참방! 참방!
“케흑 컥 켁♡”
“흐움..춥..쭙…”
이계 수생형 마물의 로렌치니 기관은 코로 시작해 얼굴 가양을 타고 목을 휘감는 구조였으니.
그래서 이렇게 목 조르기에 집착한 것이었다.
철썩! 철써억! 참방! 참방!
“커흑 크흐엑 크엑♡”
대물로 무자비하게 보지를 꿰뚫으며 여인의 코를 깨물어 놓아주지 않는다.
지지지지직
처음 그녀의 목을 졸랐을 때부터 우용은 그녀의 목에 미세한 전류를 흘려보내고 있었다.
지지직 지직
예민한 감각 기관을 점령당한 머샤크는 더 이상 마법을 사용할 수 없다.
마법의 사용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것은 곧, 주술의 자물쇠를 푸는 데 걸리는 시간이 더욱 오래 걸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애당초 여인은 아직도 우용의 자물쇠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아니, 눈치채지 못한 게 아니라, 눈치채려 하지 않는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겠다.
그만큼 여인은 지금의 상황이 신선하고 즐거웠다.
어째서 첫 삽입 법칙을 무시했는가 따위의 사소한 궁금증은 아무래도 좋을 만큼.
눈앞의 이레귤러에 푹 빠져있는 상태다.
그럼 어쩌겠는가.
무력화 상태로 얌전히 우용에게 따먹힐 수밖에.
철썩! 철썩! 철써억! 철써억!
“케흐윽!! 케헥 켁!! 케엑!!”
머샤크가 무언가 말하려는 듯 연신 입을 뻐끔거렸다.
참방! 참방! 참방! 참방!
“켁 칵 크헥!!”
강하게 짓눌린 성대.
당연히 제대로 된 언어 구사는 불가능하다.
철썩! 철썩! 철써억! 철써억!
“미안한데 아직은 안돼. 말하고 싶어도 참아. 좀 더 맛탱이가 가면 허락해 줄 테니까”
철썩! 철썩! 철써억! 참방!
그렇게 여인을 제압한 채,
정상위로 신랄하게 허리를 내리찍는다.
당혹스러움에 쉽게 목을 내어준 머샤크의 방심.
그리고 약간의 운과 군리의 지식이 있기에 가능했다.
이미 최음 가스를 버텨낸 시점에서 승기를 잡은 셈이다.
참방! 참방! 철써억! 참방!
“켁 케헥 켁♡”
허나 제압에 성공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이걸로 승리를 확신하는 건 큰 오산이다.
제압에 성공했다 한들, 여인이 혼절할 때까지 피스톤을 유지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우용에겐 꼭 해결해야 할 큰 문제가 하나 있었다.
‘시팔. 역시 문제는 머샤크의 괴물 같은 체력인가’
군리의 정보집에 적혀 있던 머샤크를 대표하는 특징.
그것은 바로 타종을 불허하는 교미 체력.
꽤나 흥미로운 구절이었다.
분명, 교미 체력에서만큼은 현 마왕 오필리아를 웃돈다고 적혀 있었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야 상어의 자궁은 두 개니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