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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녀가 된 마왕님-1화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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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 미소녀가 되었습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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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미친, 나 마왕인데.."

나는 내 몸을 돌아보며 한숨을 쉬었다. 밤하늘 처럼 새카맣게 빛나는 칠흑같은 머리칼은 허리춤에서 찰랑거리고, 흉부가 부풀어 올랐다. 허리는 잘록해지고 이와 반대로 엉덩이는 더 풍만해졌다. 몸을 가득 채우던 단단하던 근육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부드럽고 여리여리한 살결이 자리를 잡았다.

두껍던 팔다리도 가느다랗고 손에 가득 잡혔던 굳은살도 말끔히 사라졌다. 피부는 더 새하얗고 매끈해져 마치 도자기와 같았다.

나는 옆에 있는 냇가에 고개를 들이밀어 수면에 비친 얼굴을 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수면에 비친 내 얼굴은 오밀조밀한 이목구비와 루비처럼 아름답게 빛나는 붉은 색 눈을 가진 한 '소녀'가 착찹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소녀'다. '소년'이 아니라.

"내가 왜 여자가 된건데.."

마왕이였던 나는 여자가 된거 같다.

***

마왕

마왕이라고 하면 흔히 뭘 떠올리는가? 흔히 말하자면 용사물 소설의 최종보스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용사 파티의 앞을 가로 막는 강대한 존재. 음? 왜 갑자기 마왕 얘기를 꺼내냐고? 그야 내가 마왕이니까 말이다.

마왕성의 가장 깊은 곳.

전체적으로 검은색에 황금으로 문양이 새겨진 거대한 옥좌에 한 사내가 앉아 있다.

그는 칠흑과 같은 머릿칼을 가졌으며 마치 루비처럼 아름답게 빛나는 눈동자를 지니고 있었다. 또한 오밀조밀한 이목구비와 새하얀 피부, 몸 전체에 가득 들어찬 실전형 근육과 훤칠한 키까지. 그는 어느 누가 보더라도 단숨에 반할 정도의 잘생긴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

이쯤하면 알아차렸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 그게 바로 나다. 나는 옥좌에 앉아 한숨을 푹 쉬었다. 칙칙하고 냄새나는 곳. 그게 마왕성에 대한 내 평가다. 도대체 무슨 로망에 빠졌는지는 몰라도, 왠 마경 깊은 곳에 쳐박혀 있질 않나, 소설을 드럽게 많이 봤는지 무슨 고대 시대 건물 같이 관리도 제대로 안된 석재 마왕성을 보고 있자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무엇보다도 짜증나는 것은 오락 거리가 하나도 없다. 고대 시대도 아니고 중세 시대이니 충분히 오락거리가 많이 있을 텐데, 마왕성에는 그런게 코빼기도 안 보인다. 내가 마왕성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구석탱이에서 점차 피어오르며 마왕성의 벽을 침범하는 곰팡이를 보는 것과 천장에 새겨진 무늬를 멍하니 바라 보는 것이다.

이거, 은근 시간 잘 지나 간다.

그렇게 멍하니 천장을 바라 보고 있으니, 뚜벅 거리는 소리와 함께 내 앞에 노집사가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마왕님 취침할 시간입니다."

그의 이름은 마몬. 마왕성의 7악중 한명이다. 7악이 무엇이냐 하면 마왕 바로 다음으로 강한 이들이다. 대충 소설 속에 사천왕 생각하면 편하다. 그 중에서도 마몬은 가장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가장 음흉하다는 것도 알고 있지.

"그래, 이제 잘 시간이구나."

솔직히 일반인과 비교도 안되는 신체를 가진 내가 잠을 잘 필요는 없지만, 잠을 자는 것은 내 지루한 시간을 조금 이나마 흐르게 만들기에, 나는 잠을 자는 것을 즐긴다.

나는 앞서가는 마몬의 뒤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무언가 꾸미고 있군.'

그의 발걸음이 이상하다. 전과 다르게 오른쪽 발이 0.5 mm정도 더 안쪽으로 휘었고, 발가락도 미세하게 접혀 있다. 이런걸 어떻게 아냐고? 그야 내가 강하니까 말이다.

마몬의 발걸음이 저렇게 이상한 이후로는 항상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 분명 오늘 무슨 일이 생길거다. 그건 내 마왕생을 걸고서 내기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무슨 일을 저지르는 걸까….'

마몬이 지금 저지를 일이라…

'나랑 관련된거 같은데?'

사실 마몬이 가지고 있는 불만을 나는 알고 있다. 아니 어쩌면 7악들도 포함되려나? 그들은 나를 싫어한다. 7악들은 누군가를 고통스럽게 죽이고, 그 모습을 바라 보며 쾌락을 느낀다. 그들은 인간을 죽이고 노예화 하는 것을 삶의 업으로 여기며 인간을 침략하길 원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그런 사실이 싫다. 인간도 나와 똑같은 존재다. 나와 똑같은 존재를 내 손으로 죽일 이유가 무엇이 있겠는가? 더군다나 나는 남을 죽이고 쾌락을 얻는 미친 싸이코가 아니란 말이다. 그래서 나는 내 힘으로 그들을 막았다.

그들이 사람을 죽이지 못하게. 또한 침략하지 못하게, 억누르고 억눌렀다. 당연히 그들로서는 내게 반감을 살 수 밖에 없다. 그들이 내 말을 따르는 것은 내 의견을 존중하는게 아니다. 그저 내가 그들보다 강하니 내 말을 듣는 척이라도 하는 것이지.

"그럼 안녕히 주무십시오."

어느새 도착한 침실 앞에서 마몬은 고개를 숙이며 다시 칙칙한 마왕성의 복도로 돌아갔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나는 침실의 문을 열었다. 전체적으로 넓은 방에 삭막한 풍경. 그리고 도대체 뭐가 저리 거대한지, 정말 더럽게 거대한 침대가 방 한가운데에 떡하니 있었다. 나는 침대로 걸어가 침대에 누워 마몬이 무슨 짓을 저지를 까, 라는 주제로 열심히 생각해 보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마몬이 무슨 짓을 저지르는지 고민하느라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이제 그만하고 자야 하나… 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섬뜩­

섬뜩한 감각이 내 등을 스쳤다. 나는 순간적으로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뜨고는 벌떡 일어나 주변을 살폈다. 그때 내가 누워 있던 침대에서 마법진이 번쩍 거렸다. 그 마법진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 처럼 내 몸을 휘감아 내 몸에 스며 들었다.

콰앙­

그때 침실의 문이 부숴지며 익숙한 인영 7개가 내 침실에 침입했다.

"마몬…."

"마왕님, 당신은 너무나도 나약합니다. 육체가 강하면 뭐하겠습니까? 중요한 것은 정신 입니다. 그런 기준에서 당신은 너무나도 나약합니다."

마몬은 나를 바라보며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의 말을 해석하면 요컨데, 강하면 뭐하냐 인간도 제대로 안죽이는 겁쟁이 주제에. 라는 소리다. 나는 비릿한 웃음을 짓고 있는 마몬의 잘난 상판대기를 바라 보며 말했다.

"그 겁쟁이보다 약해 빠져서, 친구들 데리고 같이 공격하는 주제에 말이 많아. 야, 격식 차리지 말고 그냥 똑바로 말해 병신아."

"이, 이놈!"

"푸흡."

내 말에 그 얼굴이 일그러져 흉신악살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래, 그래야지. 뭔 되지도 않는 격식을 차리고 있어, 꼴사납게.

마몬은 내가 자신을 비웃는 다는 것을 아는지 일그러진 얼굴로 거친 숨을 내뱉었다.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습니다…."

"아~ 경어 쓰지 말라니까, 역겨워 인마."

빠직­

마몬의 이마에서 그런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우와, 진짜 이마에서 힘줄 튀어 나왔네. 무슨 만화인줄.

마몬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어대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내 몸속에 파고든 마법진이 발동되면서 텔레포트 됐다.

우웅­

순식간에 텔레포트가 된 내 몸을 바라보면서 나는 주변을 바라 보았다.

과연, 내 주변에는 끝도 없이 많은 마물들이 둘러 싸고 있었다.

그 중에서는 마물중에 가장 강하다는 녀석들도 두루 섞여 있었다. 마물은 나의 존재를 알아차렸는지 그 거대한 아가리를 들이 밀며 내게 달려 들었다.

두근­

수 없이 많은 마물들에 둘러 싸여서, 나는 심장이 두근 거렸다. 오랜 만에 전투, 이 전투는 지루하던 내 생활의 반환점이 될것이 분명하기에, 나는 심장의 두근거림을 참을 수 없었다. 그들이 달려드는 모습을 보며 나는 미소 지었다.

나는 주먹에 마기를 두르고는 그대로 바닥에 내리 찍었다.

콰앙­­

내가 땅바닥에 주먹을 내리 찍자, 모든 마물들을 감쌀 정도로 거대한 마법진이 마물들의 발 밑에 새겨졌다. 마물들은 그 모습을 보고 더더욱 내게 달려드려고 하였으나, 이미 늦었다. 나는 마법진을 발동 시켰다.

그러자 마법진에서 마기로 만들어진 날카로운 칼날이 튀어 나왔다. 허나 다른 점이라면 그 마기의 칼날은 수없이 많다는 것이다. 마법진에서 쏟아진 마기의 칼날이 순식간에 모든 마물들을 찢어 발겼다.

촤악—

내가 찢어 발긴 마물들의 피가 땅을 가득 채우고 강이라도 만들 기세로 흘러 넘쳤다. 후두둑 떨어지는 피를 맞으며, 나는 앞을 바라 보았다.

내 앞에는 어느새 7악들이 도착해 있었다.

"과연 강하시군요, 하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마몬은 내 모습을 바라 보며 그리 중얼 거렸다. 그 모습이 꼴보기 싫어서 발에 마기를 압축 시키고는 땅을 박찼다.

콰앙­

땅을 박찬 내 신형이 순식간에 마몬의 앞으로 도착했다. 나를 바라보며 두눈을 크게 뜨고 있는 마몬의 얼굴을 바라 보며, 주먹에 마기를 씌우고는 온힘을 다해 마몬의 얼굴에 내리 찍었다.

'마왕 펀치!'

콰앙

내 주먹에 맞은 마몬이 폭발적인 기세로 뒤로 밀려나가 땅에 쓸리고는 뒤에 거대한 바위에 쳐박혔다. 그 모습을 보며 당황한 7악들이 내게 달려 들었지만, 몸에 마기를 압축시킨뒤 방출하며, 그 충격파로 모두 날려 버렸다.

"늦은건가…."

나는 내 모습을 바라보며 중얼 거렸다. 나를 휘감은 마법진은 그 어떤 때 보다 밝게 빛나고 있었다. 어쩐지 마법진이 너무 약하다고는 생각했는데, 설마 마물들을 제물로 바칠 줄 이야.

만약 이 마법진이 나에게 공격적이거나, 나를 죽이려는 시도를 가진 마법진이라면, 내 몸에 스며 들어가 있는 자동 방어 기제가 펼쳐져 충분히 막을 수 있을텐데, 이건 내게 공격적이지도 않아서 소용도 없다. 참 늙은이가 머리를 잘 썼다고 생각한다.

어느새 일어난 마몬이 마법진에 휘감긴 내 모습을 바라보고는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잘가십시오, 마왕 전하."

"오냐, 가서 꼭 돌아오마."

나는 그리 말하고는 번쩍이는 마법진에 정신을 잃었다.

***

끄으으..

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일어났다. 내가 자리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자, 내 눈에 보이는 것은 삭막한 마경의 풍경이 아닌 푸르른 녹음과 졸졸 흐르는 시냇물, 그리고 나뭇잎 사이로 스쳐 들어와 내눈을 때리는 따스한 햇볕이였다.

설마 텔레포트 마법진이였을 줄이야, 명백히 나를 적대시하는 마법진이라면 방어기제가 발동하여, 강제로 파훼 할 수 있을 텐데 텔레포트 미법진은 내게 해가 되는 마법이 아니라 생각했는지 자동 방어 기제가 발동되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텔레포트 마법진 하나 만들어내고자 그렇게 자신만만했는가? 나는 고개를 저었다. 마몬 그 능구렁이같은 늙은이가 이렇게 날 보내 줄리가 없지. 필시 또 다른 수를 썼으리라.

나는 눈을 감으며 내 몸을 관조하여 힘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나는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마기가..마력으로 바뀌었어? 이런게 말이 되는건가? 이미 성질이 바뀐 마나가 한번더 성질이 변한다고? 그 자식 대체 무슨 마법진을 사용한거냐.. 그 외에도 마력으로 바뀐 마나의 총량이 마기일때와 비교해서 5할가량 줄었다. 역시 그 능구렁이 같은 자식 몸이 약해졌잖아. 생각보다 많이 약해진 몸에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하루 빨리 그 녀석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이정도로는 부족한데.."

음? 방금 그 목소리는 뭐지? 내 귓가에 들리는 청아하고 아름다운 목소리에 나는 주변들 둘러 보았지만 내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라?

"아, 아"

나는 설마 싶어서 다시 한번 목소리를 내 보았다. 내 목에서는 청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역시 착각이 아니야 무슨 일이지? 목울대를 만져보니 단단한 울대뼈 대신 보드라운 살이 잡혔다. 화들짝 놀라 벌떡 일어나 내 몸을 제대로 살펴보니 짧던, 내 머리칼은 칠흑같은 자태를 자랑하며 내 허리춤에서 찰랑거렸고 가슴에는 남자라고 할 수 없는 거대한 둔덕이 있었다. 허리는 잘록하니 아름다웠고 그에 반대되어 엉덩이는 툭 튀어나오며 완벽한 S라인을 그렸다.

그리고..

그리고 아래가.. 허전하다..

"서..설마?"

급히 떠오르는 생각을 애써 부정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에 몸을 일으켰다. 하 신장까지 줄어든거 같은데, 이정도면 168 정도 되려나,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조심스레 옆에 있는 시냇물로 다가가 수면에 비친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하..하하, 진짜잖아?"

수면에는 칠흑같은 머릿결에 루비처럼 붉고 반짝거리는 눈동자의 눈부시게 아름다운 '미소녀'가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래 '미소년'이 아니다. '미소녀'이다. 나는..

"여자가 된거야..?"

미소녀가 된거 같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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