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화 〉 미소녀가 되었습니다(2)
* * *
여자가 되었다. 그것도 마왕인 내가, 역대 마왕중에 여자는 없다. 왜냐하면 마왕의 자식은 항상 남자만 태어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뭐 저주가 걸렸는지 아니면 그런 운명을 타고난건지 하여튼 마왕이 여자가 된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런 미소녀가 되었다면 더더욱.
확실히 여자가 되었다는 것에 혼란을 느끼지 않으면 거짓말이다. 그야 여태까지 살아오던 남성성을 한순간에 부정하였으니, 짧던 머리칼 대신 긴 머리칼이 느껴진다. 피부는 한층 부드러워져 있고, 입술은 촉촉하고 부드럽다. 목에는 만져지던 울대뼈 대신 말랑말랑한 목만 만져진다. 가슴에서는 생전 처음 느껴보는 묵직함이 느껴진다. 허리는 잘록해지고 엉덩이는 더 풍만해졌다. 다리도 더 가느다레지고 팔도 여리여리해졌다. 신장은 작아지고 발도 작아졌다.
확실히 어색하다. 이것이 내 몸이라는 것에 막막함을 느낀다. 하지만 어쩌냐 이미 여자가 되어버린것을 아마 이것은 저주도 아니라서 풀지도 못할 것이다. 할 수 없는 것에 굳이 목 메는 성격이 아니여서 그렇게 미련이 깊지도 않다. 사실 내 거대한 아래를 잃어 버린 것은 매우 슬프지만, 애써 외면하기로 했다.
어찌나 정교하게 마법을 걸었는지 만약에 내 원래 몸에 덧씌워졌다면 해주를 하거나 회복을 하면 바뀌려는 낌새를 아주 조금이라도 느낄텐데 아무것도 변한게 없는 걸 보니 내 육체는 이몸을 나의 육체라고 인식하는거 같다.
뭐 여자가 된게 혼란스럽긴 하지만, 솔직히 남자든 여자든 나는 딱히 상관없기에 미련을 훌훌 털어버렸다. 이런 생각에 시간을 낭비하는 것도 아깝다. 하루 빨리 힘을 복구해서 그들에게 복수를 해야한다.
"감히 나의 주니어를…, 이 복수는 처절하게 해주마…."
일단 복수는 나중을 미루고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판단했다. 여기서 굶어 죽지 않으려면 근처 마을이라도 찾아가야겠지. 굶어 죽은 마왕이라니 정말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수치 일거다. 원래 마왕의 몸으로는 굳이 먹지 않아도 배고프지 않았다. 그럼에도 내가 음식을 먹는 것은 포만감을 느끼고 싶어서 였지만, 지금은 살기 위해 먹어야한다. 목표를 정한 나는 눈을 살며시 감고 몸안에 있는 마력을 끌어올려 얇게 아주 얇게 뽑아서 사방으로 방사한다. 흔히 말하는 탐지 마법? 비슷한건데 그거랑 다르게 마력을 직접적으로 운영해서 사용한 것이다.
당연히 몸안의 마력을 끌어올려 주문으로 바꾸어 순환하는 과정에서 낭비되는 마력까지 모두 사용하기에 일반적으로 마법진을 그려 사용하는 마법사들과는 그 위력이 궤를 달리 하였다. 다른 모든 마법사들은 수식을 이용한다. 그 수식을 마법진에서 발동시켜 그것으로 마법이라는 현상을 일으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일이 필요 없이 의지만으로 가능하다.
하여튼 마력으로 넓게 탐지 해보니 감각끝에 걸리는 느낌이 있다. 아마 마을이겠지, 그렇게 생각하고는 탐지가 느껴지는 마을로 발걸음을 옮겼다.
***
최초의 용사가 나온 마을 하이에르.
하이에르는 고대 부터 이어져 온 마을로 원래는 시골의 한 촌락에 불과했지만 최초의 용사가 나온 이후로 급격한 발전에 성공한, 어지간한 도시수준으로 발전한 마을이다. 하이에르는 최초의 용사가 나온탓에 그곳만큼은 상징성을 보존해야해서 영주가 없다. 왜 상징성을 보전해야 하는지는 마왕인 내가 이해하지는 못하겠다만 뭐 인간이 별난게 하루 이틀인가 그러려니 한다.
이 마을은 모든 도시랑 이어져있는 길목에 있어서 다른 도시로 가기 위해서는 필수로 거치기 때문에, 여관이나 숙박업체가 크게 발달 되어있느 곳이기도 하다. 뭐 관광지로도 운영되는 모양이기도 하고. 관광지는 딱히 관심없기에 중요한 부분은 아니다.
마을에 들어와서 천천히 주변을 구경하며 걷고 있자니 든 생각은 마을이 참 깨끗하다는 것이다. 비록 규모가 거대해졌다고는 하나, 산에 있는 마을인데 이렇게 깨끗하고 잘 발달 되어 있는 모습을 바라보니 절로 신기해서 주변을 두리번 거리게 된다. 마을을 뛰어 다니는 아이들, 물건을 파는 상인들, 음식을 파는 노점상 등등. 그들의 평화로운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절로 미소가 나왔다.
허나, 평화로운 모습과는 다르게 어딜가나 악은 있는 것일까?
사방에서 비릿하고 끈적끈적한 음심으로 가득찬 시선이 느껴진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마력을 비롯한 감각기관이 말도 안되게 뛰어 났기에 저들이 보내는 시선에 진저리를 치다 못해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그들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따라 내 몸에서 핥는 느낌 마저 느껴진다. 저들의 음욕에 기분이 저절로 가라앉고 분노가 치솟아 올랐지만 숨을 내쉬며 진정했다. 저들을 모조리 죽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살면서 인간 남자에게 음심으로 가득찬 눈길을 받아 볼 줄이야. 상상도 못했다.
아마 미소녀로 변한 영향이겠지. 아무리 내가 미소녀로 변했다고는 해도 남정네들의 끈적한 시선은 구역질이 나와 절로 화가 났다. 확실히 이 모습은 너무 눈에 띈다. 나는 길거리를 둘러보다가 로브 상점으로 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다. 상점은 여러가지 물품을 취급하는지, 하급 포션부터 싸구려 철검 등등. 여러가지 신기한 물품이 많이 보였다. 그 중에서 나는 적당한 가격의 갈색 로브를 골랐다.
나는 갈색 로브를 쥐고는 카운터로 가서 계산대에 올렸다.
"여기 이걸로 사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1골드를 내주고는 몸을 돌렸다.
뒤에서 갑자기 상인이 시끌벅적하며 오두방정을 떨긴 하는데 뭐 좋은일이라도 생겼나? 딱히 상관은 없기에 그대로 무시하고 상점을 나와 다시 길거리에 걸었다.
마을을 찾기 위해 시간을 많이 썼더니 벌써 날이 어둑해져있다. 빨리 여관이라도 잡아서 푹 쉬어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어둑한 뒷골목을 걷는데 갑자기 앞뒤로 험악하게 생긴 떡대들이 길목을 막았다. 얼굴은 관리르 안하는지 덥수룩한 수염이 지저분하게 보였으며 옷도 더럽고 온갖 먼지가 묻어있으며 머리에는 개기름이 가득하다. 그들의 추악한 모습에 얼굴을 찌푸렸다.
"어이, 아가씨 귀족영애라도 되시나? 이 밤에 호위무사도 없이 무슨일이야 크크."
"무슨일이지?"
"아가씨 돈 많나봐? 아까 금화내는거 다 봤는데. 이런 곳에서 금화를 막 꺼내다니 돈의 단위를 잘 모르나봐? 이거 세상물정을 모르는구만 아가씨, 나랑 어디 으슥한 곳 가지 않을래? 여자가 무엇인지 알려주지 크하하!"
"닥치고 비켜라."
몸에서 화가 치밀어 오른다. 저런 사회악 같은 녀석들, 아무리 내가 생명을 죽이는 것을 싫어해도 저런 버러지 같은 것들 까지 친절하게 내보내주는 성격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반드시 죽일 것이다. 그들이 끈적하고 노골적인 시선으로 내 몸매를 쳐다보고 있으니 헛구역질이 나오는 것 같았다. 저런 식으로 수많은 여성이 희생 되겠지, 어쩌면 이미 희생당한 여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화가 치밀어 올라 고개를 숙이고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을 때.
그 모습을 바라본 녀석들은 내가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생각 했는지 내게 다가와, 어깨에 손을 턱 하고 올렸다.
"크큭 아가씨 우리랑 함께 가자고 우리가 여자가 뭔지 알려주지."
툭
마음속에서 실이 툭하고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참아서는 안된다. 추악하다. 더럽다. 끔찍하다. 혐오스럽다. 그들이 내게 전해주는 감정이 너무나도 끔찍해서 머릿속에서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다.
모두 죽여야 한다.
오직 그 생각만이 내 머릿속에서 복잡하게 떠올랐다.
퍽!
녀석이 내 어깨에 올린 순간 반사적으로 마력을 방출해서 녀석의 머리를 터트려 버렸다.
"어,,어?"
"보,보..보스!"
"으, 으아아아악!"
그들은 순식간에 머리가 터져 뇌수를 흘리고 있는 모습을 멍하니 보다가 정신을 차렸다. 그가 우두머리 였나. 딱히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모두 죽일 것이기에. 그들은 공포에 질린 눈으로 뒤로 돌아 도망 가려 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을 놓아주지 않았다. 나는 그들을 더이상 나와 같은 인격체로 보지 않았다. 그들을 바라보는 내 눈빛은 그저 벌레를 바라보는 것과 같이 무심했다.
나는 마력을 끌어올려도망치려는 그들의 발목을 향해 마력을 방출하여 모든 발목을 잘라 버렸다.
"끄아아아악!"
"으.. 으아 뭐야 이거! 살려줘! 살려달라고!"
"제발.. 죽기 싫어.. 아파! 아프다고!"
괴성을 지르며 발목을 쥐고는 주저 앉았다. 하찮게 꿈틀 거리는 모습이 역겨웠기에, 그리고 그들이 해를 일으킨 여성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 나는 그들을 천천히 죽였다.
손가락.
"끄아아악!"
"아.. 아아.."
손목.
"으아아아아아악! 내 손 아아악!"
"끅 끄으윽!"
고통을 견디지 못하게 거품을 머금으며 기절하는 녀석들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을 봐주지 않았다. 어차피 그들은 풀려 나면 또 여자들을 납치하고 해를 입힐게 분명했다. 이런 녀석들을 살려주는 것은 그 자체가 죄악이다.
팔.
다리.
모든 사지를 자르고는 마침내 목을 잘랐다.
추악하게 발버둥 거리던 벌레들이 드디어 조용해졌다. 그들이 추악한 주둥이를 놀리지 않고 가만히 닥치고 있는 모습을 보니 그제서야 화가 풀린다.
"칫, 피가 묻었잖아 역시 힘이 약해진것에 아직 적응이 안되네."
예전이라면 이렇게 피가 튈 일도 없었을 텐데. 힘조절이 안되서 뺨에 피가 몇방울 튀었다. 추악한 피가 내 얼굴에 묻으니 내 피부가 썩는 것만 같다.
태연하게 나는 옷에서 손수건을 꺼내 얼굴에 묻은 피를 닦고는 여관으로 향했다.
그 자리에는 토막난 시체들 만이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었다.
***
여관으로 도착한 나는 로브를 깊게 눌러써서 얼굴이 보이지 않게 하고는 여관 문을 열고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느껴지는 매케한 담배 냄새와 술냄새 등이 확 치밀어 인상을 찌푸리고는 여관 주인에게 걸어가 방하나를 잡고 수프를 시켜 자리에 앉았다. 가격은 3쿠퍼였다. 아까전에 상점에서 왜 그렇게 시끄럽나 했더니 조사를 해보니 확실히 골드는 비싸긴 하더라. 평범한 상인이였던 그에게는 그것은 매우 큰 돈이였겠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자니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여기 수프 나왔습니다."
확실히 여관의 수프는 마왕성에서 먹던 음식들과 비교하면 비교가 안될정도로 차이가 났지만 그래도 고기만 먹어대는 마왕성에 비하면 요리가 된 음식은 나름 먹을만 했기에, 수프를 떠 먹으며 나는 정보를 얻기 위해 귀를 귀울였다. 여관이라 하면 정보의 바다 아니겠는가 사실 여관에 온것은 숙박 목적도 있지만 정보를 얻기 위함이 컸다.
여러가지 시답잖은 정보를 걸러들으며 대화에 집중하고 있는데 흥미로운 이야기가 들려왔다.
"이번에 아리샤 공작 영애가 아카데미에 들어간다는데?"
"아리샤 영애? 벌써 5써클의 그분이?"
"그래 아리샤 영애 말고도 5황녀 전하 스텔라, 적색 마탑의 후계자 레이나, 북부 산맥의 후계자 라이온, 암흑가의 후계자 벨리엘, 흑색 마탑의 후계자 루데나, 교단의 성녀 아를레아 까지 카리안 아카데미에 입학한다는군."
"그게 무슨 괴물들이냐 미쳤군. 당장 실전에 참가해도 모자라지 않겠는데?"
아카데미라..확실히 들어본적 있다. 아직 힘을 다루는데에 미숙한 생도들을 모아 싸운는 법, 생존하는 법, 강해지는 법 등등 여러가지를 가르친다고 했었나? 확실히 용사 파티에 참가한 인원들은 전부 아카데미를 졸업한 생도들이라고 했지..
재밌겠는데? 확실히 마왕이 용사를 배출해내는 아카데미에 들어간다라..참 아이러니하긴 하군, 그렇지만 뭐 어떤가 나는 이제 마왕도 아니고 그들에게 복수해야 하는 사명이 있는데. 음음,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용사파티에 들어가서 마왕성에 남아있는 그 잡것들을 처치하는 것도 재밌겠는데?
용사파티에 참가해서 마왕성에 처들어가는 마왕이라.. 그건.. 너무 재밌잖아! 재미있는 것도 있지만 사실 그들을 죽이려면 지금 나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그것을 채우기 위해서는 동료를 만드는 것도 좋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뜻밖의 수확에 만족을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계단을 올라가 내가 잡은 여관방의 문을 열었다.
여관은 확실히 싸긴 싼지 삐걱 거리는 계단을 밟으며 내 방으로 들어갔다. 들어간 방은 그저 침대 하나만 있었고, 침대도 딱딱하니 별로 좋지 못했지만 마왕성에서의 지루한 생활보다는 훨씬 나았기에 만족을 하고는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었다.
그래도 나름 포근한 침대에 누워서 나는 생각했다. 일단 아카데미에 들어가자. 카리안 아카데미라고 했던가? 마왕성에서 나오니 재미있는 일만 생기는 걸. 앞으로재미있는 일만 생기는 걸. 앞으로의 재밌는 미래를 생각하며 미소를 짓고는 눈을 감았다.
아직 자아가 확실하게 성립되지 못했나. 여러가지 자아가 번갈아가며 떠오르는 기분이군.
추악하고 끔찍한 자아는 서서히 가라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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