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화 〉 반배정(1)
* * *
적색 마탑의 후계자.
이것이 나를 칭하는 호칭이다. 나는 태어날 때 부터 엄청난 재능을 지니고 있었다. 그 누구도 불에 관해서는 나에게 따라잡지 못했으며 남들이 몇십년 동안 이루어낸 마법의 경지도 고작 몇개월 만에 따라 잡았다.
지루했다.
내가 나서니 어떤 것도 가볍게 돼서 시련이 없어서, 벽이 없어서, 목표가 없었기에 나는 그저 마탑의 늙은이들이 하라는 대로 마법을 배웠다. 그리 열심히 한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빠르게 성취가 이루어지고 점점 내가 강해지는 것을 인지하니 나름 재미있었다.
'오오, 역시 적색 마탑의 후계자이십니다.'
'이제 최고의 마탑은 우리 적색 마탑일 것입니다!'
그들은 내가 펼친 마법의 경지를 보고는 그렇게 소리쳤다.
탐욕적인 늙은이.
나는 그들이 싫었다. 그들은 나를 사람으로써 보지 않았다. 그저 마탑의 위상을 드높일 도구에 불과했을 뿐. 그래도 마법을 배울 때는 그들도 조용했기에, 시끄럽게 떠드는 그들의 꼴을 보기가 싫어서 더 마법을 열심히 했던거 같기도 하다.
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흘러 내가 17살이 될 무렵 마탑의 원로 늙은이들이 내게 말했다.
'아카데미에 입학하셔서 위상을 드높이셔야 합니다.'
'레이나님이라면 충분히 하실 수 있습니다.'
마탑의 늙은이들은 내게 카리안 아카데미에 입학하라 말했다.
카리안 아카데미.
카리안 아카데미라면 나도 충분히 알고있다. 그야 제국 최고의 아카데미이니까. 솔직히 흥미가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딱히 끌리지는 않았다.
생도들의 수준이 내게 못 미칠거라고 생각했기에, 그들로부터 흥미를 느끼지 못할거 같아서. 그럴 때 흥미로운 소식이 들려왔다. 나에 버금가는 유망주가 등장했다던가?
흥미로웠다. 도대체 어느 수준이기에 나에 버금간다고 하는 것인지, 그들이 얼마나 강한지, 나를 얼마나 재밌게 해줄 수 있을지.
세상은 넓다고 느꼈고 나는 우물안의 개구리라는 것을 깨닭았다. 이 좁은 마탑에서는 내가 최고이자 최강일지라도 밖은 드 넓었기에, 그 드넓은 곳에 나만큼의 재능을 지닌 자들이 없겠는가?
오랜만에 느껴보는 호승심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아카데미에 들어가는 날만이 기다려졌으며 입에서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
드디어 아카데미 입학 테스트.
나는 그들과 싸울 수 있었다.
강했다.
그들은 무척 강했다. 그들은 찬란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고 그 재능은 나에게 비교하기 충분했다. 오랜만에 전력을 끌어내어 그들과 싸우는 것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들과 싸우는 것은 무척 만족스러웠다. 그들 모두 재능을 갈고닦았기에 충분히 노력했기에 그 수준은 일개 생도수준이 아니였다. 그리고 나는 그녀를 만났다.
허리춤까지 칠흑같이 어둡고 밤하늘에 녹아 들것만 같은 머리칼은 소녀의 허리춤까지 찰랑거리며 늘어져 있다. 피부는 밤하늘 같은 머리칼에 비교되게 새하얗고 매력적이게 눈웃음을 짓는 루비처럼 빛나는 눈동자는 사람을 홀리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그 조막만한 얼굴에 오밀조밀한 이목구비는 서로 어떠한 미도 해치지 않았으며, 오히려 서로가 서로의 이목구비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듯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그 소녀는 자기를 피아나 라고 소개하고는 힘을 끌어올렸다.
이길 수 없다.
본능이 내 마음속에서 경종을 울렸다. 여태까지 봐온 어떤 누구와도 비교가 안되는 재능 압도적인 힘. 나와 비견되는 재능을 가진 5명의 힘을 모아 합쳐도 소녀는 가볍게 파훼하고는 하나, 둘 쓰러트렸다. 소녀가 만들어낸 거대한 파도에 정신을 잃으며 나는 생각했다. 그녀에 대해 더 알고싶다고.
그녀와 친구가 되고 싶다고.
***
아카데미에서 치루는 입학 시험이 이루어지는 숲 곳곳에는 마법으로 이루어진 감시 마법이 사방에 숨겨져 있었다. 그것으로 생도들이 전투를 하는 것을 지켜보며 점수를 매겨 반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입학 테스트를 지켜보고 있던 모든 교수는 말을 잃었다.
정적.
그 누구도 눈 앞에 있는 상황을 믿기 어려웠으나, 감시 마법에서 봐온 상황은 진실이였다.
피아나.
칠흑같은 머리칼에 루비처럼 빛나는 머리칼을 가진 평민 소녀. 그녀가 이 사태를 만들었다.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사실.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았던 그저 특이한 외모를 지닌 소녀라고 생각했던 그 소녀는 괴물이였다. 여태 역사에서 최고의 재능을 지닌 유망주라고 불리던 이들. 그들 모두가 그녀에게 당했다. 심지어 1대1도 아닌 다 대 일 그들이 연합을 하든 공격을 하든 그들이 필사의 힘을 끌어 모아 공격해낸 공격은 그녀에게 가볍게 농락당했다.
치열한 싸움 가운데 그 소녀는 어디 한군데 다친 곳도 없었으며 지친 기색하나 없었다. 태연하게 유망주들을 전부 손쉽게 처리한 그녀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는 사라졌다.
교수들은 소녀에 대해 두려움, 혼란, 경악 등 여러가지 감정을 가지고 있었으나 그들중에 일치한 감정이 있었다.
경외.
아카데미의 그 어떤 교수라도 저 유망주들이 저렇게 공격하면 필사의 힘을 쥐어짜내 승리를 거둘 수는 있겠으나 그 누구도 저렇게 여유롭게, 지치지 않고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 했다.
그는 아카데미에서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검술 교수 케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완연한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이르렀으나 저들을 저렇게 쉽게 이길 수는 없었다.
'하..! 어이가 없군 저런 소녀가 알려지지 않았다니 완전 괴물이군.'
케인.
그는 제국에 7명 밖에 없는 소드마스터 였으나, 자신만으로는 악에게 대항하기 부족하다 생각했기에, 악에게 맞설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아카데미 교수에 지원했다.
모두가 반대했고, 미쳤다고 소리쳤다. 그야 당연하겠지 소드마스터는 그 어떤 곳에가도 대접 받을 수 있으니까. 아카데미에서 교수 노릇하기에는 아까운 전력이였다.
그러나 그는 그의 의지를 꺾지 않았다. 분명히 도움이 될것이기에, 자신보다 더 뛰어난 생도들을 만들기 위해.
그리고 그의 생각은 맞았다. 아카데미의 역사에 길이 남길 재능을 가진 7명의 유망주. 아르시엘라 공작 영애 아리샤, 제 5황녀 전하 스텔라, 적색 마탑의 후계자 레이나, 북무 산맥의 후계자 라이온, 암흑가의 지배자 벨리엘, 흑색 마탑의 후계자 루데나, 교단의 성녀 아를레아. 그들이 입학했기에.
그들이 가진 압도적인 재능에 환희했다. 아직 제국의 미래는 밝았기에. 신이 아직 인간을 버리지 않았다고 느껴졌다. 그런데 그 유망주가 지금 한 소녀에게 박살났다.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평민 소녀 피아나.
유망주가 어떠한 공격을 해도 통하지 않았으며 마치 유희를 즐기듯 가볍게 제압했다. 그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곳에서 거대한 괴물이 자라나 드디어 세상에 드러냈다.
그는 미소지었다. 앞으로 아카데미에서 가르칠 이들이 얼마나 성장할지, 얼마나 역사적인 이들이 될지 기대되었기에. 그들을 내가 가르쳤다고 생각하니 웃음이 나오는 건 당연했다.
'기대하도록하지, 피아나.'
제국의 아카데미에서 역사를 만들어나갈 8명의 유망주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
그 시각 잠에서 깬 나는 몸을 한번 관조하고는 놀랐다. 마력의 총량이 분명히 늘어나 있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마력이 늘어나는 조건이 뭐지?"
의아한 마음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나은 이렇게 자연적으로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태어날 때 재능에 의해 정해지며 본인의 육신이 성장함에 따라 마나의 총량도 늘어나는 것이다. 마왕이였던 나는 이미 어린시절에 모든 성장을 마쳤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빠르게 성장한 만큼 어마어마한 마나를 지니고는 성장을 멈췄기에, 육신이 변하며 마력의 총량이 줄어들었을 때 마력이 성장하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
그 누구도 이렇게 이미 멈춘 마력이 성장한다는 소리는 듣도보도 못했다. 그러고보니 분명 오우거를 잡았을때나 입학 테스트에서 유망주들과 싸울때나 마력을 조형해서 싸웠던 것이 기억났다. 그러면 마력이 늘어나는 조건은 내가 마력을 격하게 사용하면 사용할 수록 마력이 본래의 총량으로 돌아가는 것인가?
나는 내 가설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인근의 산에 텔레포트를 사용했다. 몸에 살짝 부유감이 느껴져 감았던 눈을 뜨니 내 눈앞에는 푸르른 숲이 보였다.
"이곳이라면 마법을 마음껏 일으켜도 문제가 되지 않을테지만 혹시 모르니까.."
누구의 기척도 느껴지지 않지만 혹시 모르기에 나를 주위로 결계를 펼쳤다. 이제 이곳은 누가 지나가도 내부의 모습은 왜곡되어있기에 들키지 않을것이며 소리도 차단했기에 안성 맞춤이였다.
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앞으로 뻗어 마력을 일으켰다.
[헬파이어]
[메테오]
[라이트닝 체인]
[절대영도]...
마력을 사용해 시원스럽게 마법을 팍팍 시전하고는 다시 눈을 감고 몸을 관조해본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지..? 마력이 늘어나지는 않았는데. 그때와 다른 점이 있나?'
곰곰히 생각해보던 나는 번뜩이는 생각에 눈을 빛냈다.
'그래! 분명히 그때는 모두 싸우고 있었지. 싸우면서 마력을 일으키는게 트리거인가?'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물이 잔뜩 있어서 마물의 숲이라 불리는 그곳에 텔레포트 마법을 사용했다. 텔레포트 마법을 사용하자 거대한 숲이 눈에 띄었고 사방을 살펴보니 마물이 가득했다. 오크, 오우거, 고블린, 하피, 헬하운드 등등 마물이 가득한 것을 확인하고는 미소지으며 숨겨두었던 기척을 풀어냈다.
크허허헝!
헬하운드가 나를 발견하고는 크게 짖고는 입에서 불을 내뿜으며 내게 달려들었다. 헬하운드가 달려든 순간 나는 앞으로 손을 쭉 펴며 읊조렸다.
[그래비티]
그와 동시에 내게 달려들던 헬하운드는 물론이고 반격 100m 내에 있던 모든 마물들이 내가 중력을 조작해 블랙홀 처럼 만든 중력장에 빨려들어갔다. 마물을 한꺼번에 모은다음 나는 그 마물들을 향해 마법을 발동했다.
[헬파이어]
콰아아앙
검은색 불기둥이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르는 것과 함께 불길이 사그라들고 수많은 마물들이 있던 곳에는 잿더미만 흩날렸다.
간단하게 마물을 처리한 나는 다시 눈을 감고는 몸을 관조했다.
'역시..마력이 늘어났어.'
과연 나의 예상은 맞았던 것일까? 원래 마나에 비하면 비록 아주 소량이지만 확실히 마나가 늘어났다. 나는 결과물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는 아직 한가득 남아있는 마물들에 활짝 미소를 짓고는 걸어갔다.
그로부터 일주일.
마나를 늘리기 위해 반배정이 이루어지기 위한 시간 동안 나는 마물의 숲을 제집처럼 드나들며 마물들을 신나게 때려잡았다. 이틀 부터는 무슨 소문이 났는지 마물들이 나를 봤다 하기만 하면 숨어들기에 상당히 귀찮았다. 하지만 마나가 늘어나는 느낌은 상쾌한 쾌감이 느껴졌기에 나는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마침내 반배정이 정해졌다기에 나는 아카데미로 향했다.
그리고.
피아나가 사냥을 마친 마물의 숲에서는 더 이상 마물을 찾아 볼 수 없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