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소녀가 된 마왕님-8화 (8/35)

〈 8화 〉 레이나와 먹거리 데이트

* * *

환상을 깨고 나와 줄로 돌아오니 나를 레이나가 해맑게 웃으며 나를 반겨줬다.

"어때, 괜찮았어?"

"응, 재밌었어."

"나는 오우거 나왔는데 너는 무슨 괴물 나왔어?"

"드래곤."

"..."

어째서인지 레이나가 말이 없다. 고개를 갸웃하며 레이나를 돌아보니 레이나는 나를 괴물보듯이 보고 있었다.

음, 내가 그렇게 괴물같이 생겼나? 이상하게 내 얼굴이라 그런지 시큰둥해서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겠다. 객관적인 판단이 서지 않는다고 할까?

레이나는 이렇게 예쁘게 생겼는데 말이지.

나는 내가 예쁜가, 예쁘지 않는가. 라는 주제로 머리를 굴리며 생각하고 있자니 레이나가 드디어 말했다.

"드.. 드래곤? 그 날개달린 도마뱀? 그걸 말하는 거야..?"

"응, 날개 달린 도마뱀. 강하더라 나름 재미있었어."

"마.. 말도 안돼. 너 얼마나 강한거야..?"

음.. 드래곤이 그렇게 대단한건가? 분명 흥미로운 생명체 이긴 했다만, 그렇게까지 강해보이지는 않았는데 말이지.

"저기.. 드래곤이 원래 강한거야?"

"그야 당연하지! 드래곤은 신화 시대의 괴물인걸! 최강의 종족! 최강의 생명체! 그게 드래곤이잖아!"

그렇게 말하니 레이나가 크게 흥분하며 떠들기 시작했다. 확실히 레이나의 설명대로라면 매우 강한거 같기도 하고. 내가 너무 강한걸까? 최강의 생명체가 그렇게까지 강하지 않다는 생각에 실망감이 들었다. 레이나랑 두런두런 얘기하고 있자니 시험이 끝났는지 케인이 우리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럼 모두 수고했다. 환상 마법진에서 통과한 사람은 오늘 수업은 종료고 통과하지 못한 학생은 특훈이다. 이상."

그의 말에 대부분의 생도가 한숨을 푹 내쉬는게 느껴졌다. 나는 환상 마법진에서 통과했기에 기꺼운 마음으로 훈련실에서 나갔다. 훈련실에서 나와 무엇을 할까 고민하고 있자니 레이나가 먼저 나에게 말을 걸었다.

"피아나, 애칭으로 피나라고 불러도 될까?"

"응? 그래 딱히 상관없어."

"그래 피나! 귀여운 애칭인걸."

애칭이라.. 인간은 그런것도 정하는 구나, 피나라 확실히 어감이 귀여운거 같기도 하고, 나쁘지 않은거 같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니 레이나가 말했다.

"피나! 딱히 할거 없으면 맛있는 거 먹으러 가는게 어때?"

"좋아, 딱히 할거도 없으니, 나도 맛있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그럼 가자!"

레이나는 그리 말하고는 내 손을 잡아 이끌기 시작했다. 레이나의 손은 매우 보드랍고 약해서 마치 세게 쥐면 부서질 것만 같았다. 여자의 손은 참 부드럽구나라고 생각하며 레이나가 이끄는 대로 레이나의 발에 맞춰서 걸었다.

레이나가 나를 이끌고 간곳은 파스타 집이였다. 식당은 넓고 촛불이 켜져 있어 매우 분위기 있는 느낌이였다. 거기에 빨간색 레드 카펫에 빨간색 식탁보를 보고 있자니 참 비싸겠구나 생각했다.

'인간은 이런 쓸데 없는 부분에 사치를 부리는 것인가?'

인간은 참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며 레이나를 따라 2인용 테이블에 앉았다. 레이나는 테이블위에 있는 메뉴판을 보고는 크림파스타 2개를 시켰다. 레이나가 무엇을 먹을 것인지 나에게 물어보긴 했지만 나는 파스타가 무엇인지 모르기에 레이나가 먹는 것을 따라 먹는다고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마침내 크림 파스타가 나왔다. 크림 파스타를 본 첫 감상은 '느끼하게 생겼다.' 였다. 크림 파스타는 면에다가 여러 채소를 넣고 하얀 소스를 뿌렸는데 그 하얀 소스가 마치 마요네즈 같아서 먹기가 꺼려졌다. 그래도 레이나의 성의를 봐서 안먹을 수는 없기에 눈치를 보다가 레이나 처럼 숟가락을 들어 포크에 면을 끼우고 숟가락에 가져다대서 돌돌 말아서 한입 먹었다.

'맛있어!?'

처음 먹어보는 크림 파스타의 맛에 깜짝 놀랐다. 크림 파스타는 생긴것과 다르게 느끼하지 않았으며 적절하게 올라오는 매콤한 맛은 크림 파스타의 느끼한 맛에 물리지 않게 해주었으며, 크림 파스타 위에 올라간 토핑을 면과 함께 먹으니 먹을 때마다 나에게 색다른 느낌을 선사했다.

마왕성에서는 향신료가 전혀 없고 음식에 그리 의미를 두지 않았기에 그냥 마물을 잡아 고기를 대충 굽고는 접시 위에 올리면 그게 음식이였다. 마왕성에서 향신료나 조미료 없이 그냥 구운 고기나 채소만 먹던 나에게는 파스타의 맛은 너무나도 자극적이여서, 계속 먹다보니 어느새 다 먹어버렸다.

다 먹고 나니 정신이 들어, 고작 음식하나에 정신이 팔려 허겁지겁 음식을 먹던 모습이 떠오르니 창피하고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졌다. 자책하며 고개를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푹 숙이고 있자니 레이나도 다 먹은 것인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어때? 맛있었지?"

"으,, 으응"

"후후, 좋아 다음은 디저트 먹으러 가자!"

디저트는 무엇이지? 고개를 갸웃하고 있자니 레이나가 내 손을 이끌고는 식당 밖으로 나갔다. 레이나가 말한 것으로 추정해보자면 디저트도 먹을 것인거 같아 나도 모르게 기대하게 되었다.

아. 나 먹을거에 조련 당해버렸나..?

내가 이렇게 쉬운 남자였다니! 아니 여자인가..?

내가 이렇게도 먹을거에 취약하다니 마왕으로써의 내 위신은 어디 갔는지, 한탄을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런 생각도 잠시 또 어느 건물에 들어가려는 것을 보자 방금까지 떠오른 생각들은 머릿속의 한 구석에 쳐박히고는 다시 기대하게 되었다.

레이나가 나를 데리고 간것은 파르페 가게였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 보니 각 칸마다 칸막이가 쳐져 있어 서로 파르페를 먹으며 대화하기에는 최적화된 장소였다. 레이나와 함께 어디에 앉을지 고민하고는 가게를 스윽 둘러보니 파르페를 먹고있는 익숙한 검은 머리의 소녀가 있었다. 그래 루데나 였다.

레이나는 루데나를 발견하고는 미소 지으며 루데나에게 다가갔다.

"안녕! 루데나 여기서 파르페 먹고 있었어?"

"아..? 으,,으응.."

루데나는 나와 레이나를 발견하고는 화들짝 놀라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혼자 파르페를 먹고 있었다는 것을 들키니 부끄러운 모양이다.

"레이나랑 피아나까지.. 너네도 파르페 먹으러 온거야?"

"응!"

레이나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과연 여자아이의 친화력은 무시무시한 것이였다. 저렇게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다니. 여자의 친화력에 감탄하며 나도 레이나의 옆자리에 앉았다.

나는 파르페가 무엇인지 몰라 루데나가 먹고 있는 것을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보아하니 아이스크림에 여러가지 과자랑 시럽을 첨가해 먹는 것 같았다.

파르페는 어떤 맛일까, 기대하고 있으니 레이나가 초코 파르페 2개를 시켰다. 이번에도 나는 무엇이 맛있는지 모르니 레이나를 따라서 시켰다.

"루데나 파르페 좋아해?"

"응, 파르페는 달아서 좋아."

"앗, 나도 파르페 좋아하는데 앞으로 같이 와서 먹자."

"좋아."

둘이 대화하는 것을 쳐다보며 파르페가 언제 나올까, 하고 기다리고 있으니 드디어 주문한 파르페가 나왔다.

파르페는 마치 와인잔의 와인 담는 부분을 넓게 펼치고는 두껍게 만들어진거 같은 접시에 새하얀 눈송이 같은 바닐라 아이스크림, 그 위에 롤 모양 과자와 초코 시럽 그리고 마무리의 딸기가 파르페의 꼭대기에 올라가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매우 맛있어보여 눈을 빛내고는 파르페를 크게 한입 떠서 왕 하고 먹었다.

"으음!"

과연 감탄이 절로 나오는 맛이였다. 파르페는 그야 말로 달콤함의 끝판왕이였다. 달달한 아이스크림에 달달한 시럽, 달달한 과자에 달달한 과일까지, 언뜻보면 너무 달달해서 맛이 없을 것만 같은 조합이였지만 파르페는 나의 예상을 간단히 깨부쉈다. 마치 서로가 서로의 재료를 보완하듯 모두모두가 각자 다른 달콤함을 가져서 그것을 한데 모아 먹으니 과연 엄청난 조화의 달콤함이 느껴진 것이다!

"하하, 어때 피나 맛있어?"

"응응!"

레이나의 물음에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대답하고는 다시 파르페를 먹는 것에 집중했다. 정신없이 파르페를 먹으니 머리가 띵 한것이 느껴졌다.

"으,으..."

"풉, 그렇게 급하게 먹으니까 머리가 아프지. 좀 천천히 먹어."

설원에서 한복판에 하루종일 서 있어도 추위를 느끼기는 커녕 따스하기만 할텐데 어째서 파르페를 좀 먹었다고, 머리가 아픈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참 몸이 제멋대로라고 생각하며 머리가 띵해지는게 나아지자 다시 파르페를 먹는 것에 집중했다.

정신없이 먹다보니 어느사이에 그 커다란 파르페가 전부 사라져있었다. 어느새 다 사라졌지?! 내가 눈치도 채지 못하게 파르페를 훔쳐 먹다니 소름이 끼쳤다. 파르페를 다 먹고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있자니 레이나가 베시시 미소 지었다.

"후후, 피나 왜 그렇게 귀여운거야?"

"그러게 싸울 때는 그렇게 살벌했는데 음식하나로 행복한 미소를 짓는게 귀여워."

"으으.."

귀엽다니. 그런 소리는 처음 들어본다. 그 누가 마왕인 내게 귀엽다는 소리를 하겠는가? 그런데 이런 소녀들에게 귀엽다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 창피해져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으으! 너무 귀여워!"

레이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못참겠다는 듯이 나를 와락 끌어 안았다. 레이나가 내 머리를 끌어 안으면서 내 얼굴이 레이나의 풍만한 가슴에 파 묻히면서 달달한 체향이 확 풍겨졌다.

"읍,읍!"

레이나는 발버둥치는 나를 무시하고 꼭 끌어안고는 머리를 몇번 쓰다듬고 나서야 나를 풀어줬다.

"푸하!"

후우.. 위험했다. 하마터면 여자 가슴에 파묻혀 죽어버린 마왕! 이라는 끔찍한 타이틀을 달 뻔했다. 레이나의 가슴은 너무나도 부드럽고 풍만해서 계속 고개를 파묻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드는 무서운 암살병기였다. 그래도.. 느낌 좋았지..

새삼 방금 내가 무슨 짓을 한것인지 깨닭아 얼굴이 붉어졌다.

레이나는 그런 나를 보고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미안, 미안 레이나가 너무 귀여워서 참을 수 없었어 용서해줄래?"

"으, 다음 부터는 얘기하고 해줘."

"푸흐, 알았어."

"그럼 이제 다 끝난거지?"

루데나는 그리 말하고는 나가자며 몸을 일으켰다. 나도 파르페를 다 먹었기에 루데나를 따라 나섰다.

우리는 모두 기숙사에서 헤어졌다.

"모두 잘가!"

"만나서 즐거웠어."

"맛있게 먹었어 다음에도 먹자!"

나는 그리 말하고는 친구들과 헤어져 기숙사로 향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