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화 〉 던전 실습(1)
* * *
하아암.. 커튼 사이로 포근한 아침 햇살이 내게 흘러 들어온다. 푹신함 침대에서 푹 자서 그런가? 아침 부터 몸에 활기가 넘치는 거 같다.
끄으응.
기지개를 쭉 펴고는 샤워실로 들어가서 샤워를 했다. 따스한 샤워기에서 쏟아져나오는 물을 맞고 있으니 몽롱한 정신이 돌아오는게 느껴진다. 샤워를 마치고는 마법으로 물을 다 털어 낸뒤 생도복을 입는다. 검은색 와이셔츠를 입으니 머리카락이 와이셔츠안으로 말려들어가서 머리카락을 바친뒤 머리카락을 와이셔츠에서 꺼낸다.
검은색 비단결 같은 머리카락이 내 허리춤에서 찰랑거린다.
'머리카락이 너무 길어서 불편한데 말이지..'
자를까? 라고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비단결 같은 긴 머리칼은 나도 좋았기에 사소한 불편함 정도는 참기로 했다. 자켓과 치마까지 입고, 마지막으로 빨간 나비 넥타이 까지 묶은 다음 거울을 보았다.
찰랑거리는 검은색의 긴 머리칼과 루비처럼 아름답게 빛나는 붉은 눈동자와 새하얀 피부를 가진 소녀가 생도복을 입고 거울 앞에 서 있었다. 음음,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는 문을 열고 교실로 향했다.
반으로 도착한 나는 뒷문을 열고는 안으로 들어가서 레이나의 옆자리에 앉았다.
"안녕 레이나."
"아! 피나! 나도 안녕!"
레이나는 나를 보고는 미소 지으며 마찬가지로 내게 인사를 건네 주었다.
"후후, 피나는 오늘도 예쁘네."
"으,응? 아, 고마워. 너도 예뻐."
왜 나보고 예쁘다고 하는 걸까? 겉치레에 불과하려나, 나보다는 레이나가 더 예쁜데 말이지.
"피나, 오늘도 마치고 파르페 먹으러 갈래?"
"응! 좋아!"
파르페를 먹을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레이나와 두런두런 얘기를 하고 있자니 케인이 앞문을 열고 들어왔다.
"흠, 모두 지각하지 않고 도착한 모양이군, 좋다. 그럼 오늘의 일정을 알려주도록 하지."
"오늘은 던전 실습이다. 모두 준비하도록."
그의 말에 생도들이 웅성웅성 거렸다.
던전.
던전은 나도 알고 있다. 마나의 흐름이 꺾여 불규칙적이게 만들어지는 일종의 게이트. 마나의 농도가 짙을수록 내부의 몬스터 등급은 더 강해진다. 그런데 내가 알기로는 던전은 매우 불규칙적으로 만들어진다고 알고있는데?
어떻게 실습을 한다는거지? 고개를 갸웃하고 있자니 교수가 마치 알고 있다는 듯이 말했다.
"던전은 아카데미 측에서 미리 발견 해두었던 던전으로 갈거다. 원래 일반적이라면 모두 같은 등급의 던전을 들어가겠지만.. 그렇다면 몇몇생도는 너무 쉽게 해결하겠지?"
"그래서 상위 8명의 생도는 따로 특수한 던전으로 들어가도록 되어 있다. 던전에 들어갈때는 내가 같이 들어가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럼 일반적인 던전을 실습하는 생도부터 시작하고 마치면 특수한 던전 실습을 하도록 하지. 모두 나와라."
그는 그리 말하고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생도들도 당황한듯 웅성거리면서도 착실히 따라갔다.
던전.. 던전이라 확실히 던전에는 강한 마물이 많다고 했지.. 일반적인 던전이라면 시시했겠지만, 특수한 던전이라면 날 재밌게 해줄 수 도 있지 않을까? 심장이 두근 거리는게 느껴졌다.
그렇게 던전에 기대감이 생기고 있을 때, 레이나가 나를 바라 보며 기대된다는 듯이 말했다.
"피나! 던전 실습이래, 재밌을거 같지 않아?"
"응, 확실히 그렇네."
"흐흥~."
레이나는 굉장히 신나보였다. 자신의 힘을 시험할 생각에 들뜬걸까? 노래까지 흥얼거리며 고개를 끄덕끄덕하는게 귀여웠다.
케인은 던전 앞에 모인 우리들을 스윽 둘러보고는 말했다.
"그럼 일반 던전 부터 실습을 시작하도록 하지. 상위 8명은 일반 던전 실습을 구경하고, 실습이 끝나면 던전에 들어가도록 하지."
그의 말에 아까까지 웅성거리던 생도들도 모두 침착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는게 보였다. 과연 괜히 G반이 아닌걸까? 모두 아까까지 시끌벅적 했던게 거짓말이라는 듯 긴장의 끈을 놓치 않으며 집중하는게 느껴졌다.
케인은 그 모습을 보고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주억이더니 크게 외쳤다.
"그럼 모두 던전으로 들어가라!"
그에 반응하듯 생도들이 보라색으로 일렁거리는 가로 2m 세로 3m 크기의 문에 들어갔다. 케인도 모두가 들어간 것을 확인하고는 생도들의 안정을 보장하고 생도들을 평가 하기 위해 던전에 들어갔다. 던전 내부의 모습은 던전 밖에서 화면으로 볼 수 있었는데 무슨 화면에 던전의 내부 모습이 훤히 보였다. 아마 마법을 사용해서 던전 내부를 밖에서도 관찰할 수 있도록 한거 같다.
던전 내부는 울창한 숲으로 가득했는데, 생도들은 각자 다른 곳으로 떨어진 듯 했다. 케인은 커다란 나무 위에서 누워서 감시 마법으로 생도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가 검술 담당 교관이여도 감시 마법 정도는 매우 간단했기에 그도 간단한 마법정도는 사용할 줄 알았다. 저렇게 태평해보여도 그는 매우 뛰어난 경지의 검사다. 아마 생도가 위험해 보이는 모습을 보이자 마자 순식간에 구해낼 수 있을 것이다.
나도 화면으로 던전 내부를 흥미롭게 보고 있는데, 한 생도가 오크 무리와 마주쳤다. 오크는 언뜻 들어보면 굉장히 약해보이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다. 오크가 약하다는 것은 오크를 제대로 본적도 없는 사람들의 허세일 뿐이다. 생각해보라 오크는 덩치가 2m를 넘어가고 온몸에는 근육이 가득하다. 거기에 오크는 후각도 뛰어나고 힘이 매우 강하기에 오크를 상대하려면 일반 병사 5명은 힘을 합쳐야 한다.
그러므로 원래라면 일개 생도가 오크 무리를 상대 할 수 있을리가 없으나.
그들은 제국에서 가장 뛰어난 아카데미의 가장 뛰어난 생도. 그 이름값은 절대 가볍지 않았다.
오크와 마주친 생도는 단검을 빼 들고는 순식간에 오크 무리에 달려들어 빠르게 오크 무리를 해치웠다. 역시 G반이라는 걸까? 유연한 몸놀림으로 오크의 공격을 피해내고는 단검으로 경동맥을 정확하게 찔러 일격에 처리하는게 인상 깊었다.
그 외에도 마법으로 오크를 처치하고, 대검으로 오크를 두동강 내는 듯 여러 생도들이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던전의 주제는 오크와 관련된거 같았는데, 마찬가지로 다른 생도들도 오크를 처리하며 하나 둘 씩 모이기 시작했다. 던전을 공략 할 수 있는 조건은 오직 하나인데, 바로 던전의 보스를 처치하는 것이였다. 아무리 그들 개개인이 뛰어나도 아직 혼자서는 던전 보스를 처리할 수 없었기에, 생도들은 하나 둘 씩 모여 힘을 합쳤다. 현명한 선택이였다. 혹시라도 그들이 자만해서 개개인으로 보스에게 덤볐다면 모두 당했을 것이다. 그들은 마침내 모두 모이고는 보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보스가 있는 곳에는 4m에 육박하는 아직 덜 자란 오우거가 있었다. 오우거 자체가 일개 생도들이 상대할 정도는 안되지만 아직 덜 자란 오우거를 볼때 승산은 있었다. 과연 그들은 서로 진형을 짜서 효율적으로 조금씩 조금씩 오우거를 사냥했다. 뒷라인이 마법을 영창하는 동안 근거리 전사들은 직접적으로 뛰어 들지 않고 시선만 끈다. 그 사이에 영창을 마친 마법이 오우거에게 작렬한다.
점점 지친 오우거는 근거리 생도들의 공격도 피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고 결국 오우거가 쓰러지고 마침내 던전이 공략 되었다. 중간중간에 정말 눈물이 나올정도로 열심히 사투를 벌였지만, 내 관심사는 아니기에 생략하겠다.
던전이 초록색으로 일렁거렸다. 던전이 공략 됐다는 증거였다. 생도들이 차례차례 나오고 마지막으로 케인까지 나왔다.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모두 정말 잘해줬다. 오우거를 상대로 서로 힘을 합쳐서 상대한게 인상 깊었다."
"그럼 다음으로 특수 게이트 실습을 시작하도록 하지. 일반 게이트를 클리어한 생도들은 모두 휴식하도록, 수고했다."
그는 그리 말하고는 나를 포함 아를레아, 루데나, 레이나, 아리샤, 스텔라, 라이온, 벨리엘 을 데리고 산속으로 진입했다.
그를 따라가자 과연 딱봐도 불안한 기운을 퍼트리는 검은색 기운이 일렁거리는 게이트가 우리를 반겼다.
"자, 여기가 너희들이 실습할 던전이다. 원래라면 일반적인 던전을 같이 클리어하는게 맞겠지만, 너네들은 너무 강해서 말이다. 이렇게 따로 더 높은 등급의 던전을 클리어 하게 되었다. 그럼 모두 들어가도록. 그리고 조심해라."
그의 말에 하나 둘 씩 던전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나도 기대감을 품고는 던전으로 들어갔다.
잠시 눈을 감고 있자니 누군가 나의 명치를 끌어당기는 느낌과 함께 눈을 떠보니 게이트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동굴..?"
던전은 마치 동굴과 같이 생겼다. 어두 컴컴하고 드 넓은 공동에 길이 개미굴 처럼 여러가지로 늘어져 있었다. 처음 들어와 본 던전이 신기해서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자니 눈 앞에 이상한 메시지가 떠 올랐다.
[던전 '개미의 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던전을 클리어 할 방법은 '여왕 개미'를 잡아주시면 됩니다.]
띠링!
[던전이 최초로 발견된 것을 확인합니다.]
[최초로 발견되었기에 던전에 변화가 생깁니다.]
[던전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던전의 난이도가 '파멸'로 설정 되었습니다.]
??
이게 뭐지? 눈 앞에 반투명한 푸른창이 아른 거렸다. 던전에서 이런게 있다는 소리는 처음 들어봤는데.. 이레귤러 던전이라서 그런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반투명한 푸른 창을 읽으니 흥미로운 이야기가 보였다. 던전이 최초로 발견? 등급이 상승? 파멸 등급? 뭐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던전이 최초로 발견되어 던전의 난이도가 상승한거 같다. 재밌겠는데. 나는 눈을 반짝이며 던전의 내부로 발걸음을 옮겼다.
***
케인.
그는 지금 뛰어난 유망주라고 불리는 8명의 이레귤러 던전 공략을 평가하기 위해 던전으로 들어가려고 하던 중 이었다.
생도들이 모두 던전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한 그도 생도들이 던전을 어떻게 공략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게이트 내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을 때 였다.
띠링!
[던전에 최대 인원 8명이 들어간 것을 확인. 더 이상 던전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
내가 잘못보고 있는 것인가? 던전 내부로 들어가려고 하니 눈 앞에 왠 이상한 파란창이 뜨는게 아닌 것인가? 그는 아무래도 노안이 온거 같다며 눈을 꾹 감고는 고개를 한번 털어내고는 다시 던전 내부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던전 이 붉게 물들며 투명한 막이 던전으로 들어가려는 나를 막았다.
[경고]
[이미 최대 인원 8명이 던전에 들어 간것을 확인했습니다.]
[더 이상 던전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는 그제야 무언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느꼈다. 그는 잘못봤다고 여긴 푸른창을 다시 한번 보았다. 푸른 창에는 메시지가 적혀있었다.
'던전에 최대 인원 8명이 들어갔으니 더 들어갈 수 없다고?'
말도 안된다. 공략인원이 정해져 있는 던전이라니? 이런 던전은 여태껏 단 한번도 본적 없었다. 그 어떤 이레귤러 던전이라고 해도 처음보는 마물이 등장한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어떤 다른 점도 없었다. 그러나 이 던전은 다르다. 애초에 어떤 던전도 이런 식으로 사람을 거부하지도, 이렇게 메시지로 의사를 표현하지도 않았다.
그와 동시에 갑자기 던전에서 나오는 마나의 반응이 거세졌다. 원래 공략하려던 던전에 비하면 무려 3배나 강해졌다. 저 정도라면 어지간한 소드마스터나 아니면 그에 준한다는 7써클 마법사가 5명 이상 와도 결코 통과하지 못할 것 이다. 결코 생도가 공략할 수준이 아니다. 아무리 그들이 역사에 단 한번도 나온적 없는 엄청난 재능을 지녔더라고 해도, 그들은 아직 재능을 모두 활짝 개화하지 못했다.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것은 마치 운명이 그들을 가혹한 길로 이끄는 것 같았다.
그게 정해진 운명이라는 것처럼.
앞으로 해결해나가야하는 시련중 하나라는 것 처럼.
그는 단 한번도 본적 없는 이레귤러 던전 앞에서 그들의 운명이 이것으로 끝나지 않을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 * *